최근에 발표하고 있는 시 몇 편을 순차적으로 여기올린다. "갈라파고스"와 "순다랜드"는 요즘 내가 시의 핵심 모티프로 발견해 시로 불러내고 있는 중심 상징들이다. 여러분의 질정을 바란다.
아래 그 첫번째 [열아홉 개 섬들과 암초들을 부르는 노래] (POSITION 2023. 봄호)이다.
[열아홉 개 섬들과 암초들을 부르는 노래]
이 건 청
너를 잊었네,
까마맣게, 깜깜하게 잊었네
너 없는 세상에서
나는 키가 크고,
기러기 떼지어
기역자도 니은자도
쓰며 가는
천의 날이, 만의 날이
갔네,
잃어버린 신발들
검정고무신, 말표운동화
물따라 떠내려 간 날들이
쓰러지거나 엎어지거나
덧 쌓여서
80년 내 퇴적암 속에 굳어
옛날, 그대로 잠들어 있으리
무서리 내린 늦가을
새들은 아직도 노을 속에서
들끓고 있는데
나는 내 비이글호* 돛을 올려라
유년의 일기 차곡차곡 적힌 곳,
화석되어 쌓인 유년 퇴적암에
귀를 대고 엎드려 듣느니,
들리네, 까마득 먼 곳으로 가서
섬이 된, 암초가 된 푸른 멍들이
갈라파고스 육지 거북도
큰뿔코뿔새도 그냥 거기서 크고 있다고
열 아홉개 섬과, 암초들이
해무海霧에 실어 전해오는 소리.
갈라파고스
내 잊혀진날들의 갈라파고스.
*.비이글호: 찰스 다윈이, 승선 5년여 지질해양학 탐색에 나섰던 배의 이름.
*.갈라파고스: 남아메리카대륙 에콰도르에서 서쪽바다로 1,000km 쯤 떨어져 있는 섬들과 암초지대. 대륙에서는 멸종된 희귀, 고유 동물등 잔존생물들이 남아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