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의제매입제도’를 이해하려면 우선 조세특례제한법을 알아야 한다. 조세특례제한법이란 조세의 감면 또는 중과(重果) 등 특례와 제한에 관한 사항을 규정해 과세의 공평을 기하고, 조세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목적으로 1965년 12월 20일 법률 제1723호로 제정됐다. 여기서 조세특례라 함은 일정한 요건에 해당하는 경우의 특례세율의 적용, 세액감면, 세액공제, 소득공제 등 특정 목적을 위한 조세감면과 특별 부과되는 중과세 등 한시적인 제도를 말한다.
그럼 우리 업계가 조세특례제한법을 적용받게 된 배경은 무엇인가? 2001년부터 2004년까지의 면세금 부당환급, 금도매상의 가공거래, 변칙거래 등 약 1조8천억원의 탈세행위가 발생했고 국세청에서 고발한 195명 전원이 검찰에 구속되는 사상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과세당국에서는 강경책으로 금지금과 고금에 대한 부가세 선납제와 면세금 납세담보방식을 시행하게 됐다.
입법초기에는 고금의 의제매입혜택이 논의가 되지 않고, 의무적인 금거래계좌의 사용에 대해서만 검토했다가 업계의 반대로 나중에 3/103으로 공제액이 확정됐다. 부가세 선납제에 대해선 입장에 따라 찬반이 갈렸으나 고금의제매입제도에 대해서는 대부분 찬성했으며, 일부에선 공제액이 작다며 공제액의 인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사)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이하 중앙회)는 혹시라도 제도의 시행으로 피해를 입지 않도록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국세청, 신한은행 등과 전국 세무 설명회를 개최했다.
필자는 세무 설명회에서 ‘부가세매입자납부제도(금거래계좌)’와 ‘고금에 대한 의제매입세액공제특례’를 설명하면서 가장 기본적인 부가세법도 강조했다. 대부분의 일반사업자는 고금, 지금, 제품의 거래에서 10%의 부가세를 납부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내용이었으며, 세무당국의 과세원칙임을 강조했다. 설명회가 끝난 후 금거래계좌는 약 8천개 이상이 개설됐고, 고금매입장부 역시 약 1만권이 제작 배포됐다. 하지만 소매상은 의제매입제도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또 고금매출에 대한 과표 노출 문제로 제도 시행에 소극적인 참관자로 전락하고 말았다.
소강상태이던 고금시장이 중요한 전환기를 맞게 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환율이 급등하고 국제 금가격이 폭등하기 시작하자 고금매집의 광풍이 불었으며, 이때부터 인터넷, 백화점, 할인마트, 아파트 등 전문적인 매집상이 득세했고 매스컴에서도 연이어 금값 최고가, 최고가 매입 등 자극적인 방송을 매일 토해냈다.
사실, 이때부터 소매상들이 고금매집에 대한 주도권을 대형 매집상에게 빼앗겼다고 생각한다. 이 시기에 매집한 고금을 정련해 외국으로 수출한 물량도 상당했고, 세무당국에서는 문제점을 인식하고 수출한 고금은 고금의제매입에서 제외한다는 조특법 시행령(2010년 2월 18일 개정)을 발표하기에 이른다.
고금은 원래의 취지인 금시장의 양성화가 아닌 맹목적인 수익을 찾아서 표류하고 있다. 현재 소매상들이 느끼는 고금시장은 자유경쟁에서 한참 밀려나 있는 모습이다. 조직력, 자금력, 홍보력 등 모든 점에서 앞서는 대형 매집상의 물량공세에 힘겹게 버티고 있으며, 현장에서 치고 빠지는 노점형태의 매장, 그리고 이동식 소형 매집상의 행태에 일일이 대응하기가 무척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지금의 대한민국 고금매집시장은 이전투구(泥田鬪狗) 즉 진흙탕속의 개가 싸우고 있는 형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금의 현실은 우선 우리 소매상이 반성해야 한다. 고금의제매입제도는 소매상의 밥그릇이다. 내 밥그릇은 내가 지켜야 한다. 나의 기득권은 합법이라는 테두리에서 주장해야 하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현재 고금매집행위에서 몇 가지 불법적인 현상이 감지되고 있다. 의제매입대상이 아닌 고금에 대한 의제매입으로 부당환급, 불법적으로 매도자의 신원정보를 유통하는 주민등록법 위반행위, 매입금액을 부풀리는 허위기장 등 제2의 금관련 탈세사건이 발생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과세당국은 눈앞에 발생되는 세수입 보단 나중에 뒷북치는 과오를 저지르지 말아야 할 것이다.
고금의제매입제도는 정부 T/F팀과 업계에서 추진한 제도로써, 소매상과 금도매상, 정련, 총판, 공장으로 연결되는 우리 주얼리 산업의 금 동맥을 양성화하고 건강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소매상이 고금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그 이익자금으로 신상품을 주문 생산함으로써 또다시 매출이 발생하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기대했으나, 현재는 대형 매집상이 독점하면서 타 산업계로 우리 원자재를 팔아버리는 꼴이 돼 고금의 흐름이 꽉 막혀버린 금동맥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작년 금거래계좌의 거래액은 2조원에 육박하며, 70~80% 이상이 고금거래로 추정된다. 이제는 우리 업계 모두가 고금의제매입에 대해 철저히 해부하고 문제점에 대해 논의해 우리 업계에 피와 살이 되는 의제매입제도로써의 기능을 강구해야 한다. 예를 들면, 고금을 취급하는 사업자를 업계 관련 업종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고금에 대한 경비율 코드를 신설해 노점형태의 매집을 금지(장물법)하는 방안, 불법을 저지른 사업자의 영업방지 등에 대해 과세당국에 강력히 건의해야 할 것이다.
고금의제매입제도는 2012년 12월말까지 시행 시기가 한시적으로 정해져 있다. 2010년이 1차 기한이었으나 업계의 의견이 없고, 세수입이 늘어나자 슬그머니 2012년으로 기한을 늘린 것이다. 아마도 2012년 1월에 신설되는 금거래소의 운영방침에 따라 의제매입제도의 운명도 같이 할 것으로 보인다.
이젠 의제매입이 소매상의 고금매출 문제가 아닌 우리산업의 금 동맥을 지키는 중요한 행위로써 인정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소매상이 주인의식을 가져야 한다. 어렵고 복잡한 의제매입을 왜 고물상이나 노점상이 하도록 두는가? 가격경쟁만 있다면 왜 대형매집상을 두려워하는가? 늦은 감이 있지만 중앙회 일부 지회들의 자구적인 노력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과세당국에서도 고금의제매입제도를 양날의 칼로 보고 있다. 순기능과 역기능이 상존하는 제도로 분석하고 있으며, 점차 보완책이 대두되고 있다. 이런 시점에 중론을 모아 세무당국에 우리의 뜻을 전달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고금의제매입제도의 활용인지, 개선인지, 폐지인지. 중앙회에서는 고금의제매입에 대한 중점적인 토의를 위해 7월경 워크숍이나 간담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많은 의견과 개선책을 기대해 본다.
/ (사)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 대외업무실 실장 차민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