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설립된 프랑스 최대 사회적 기업인 SOS그룹은 44개 계열사와 계열사가 운영하는 병원과 복지시설만 283개다. 지주회사인 SOS그룹이 44개 계열사의 지분 100%를 보유한다. 지난해 총매출 5억6000만유로(약 7780억원)에 직원은 1만여명이다. 해외 30여개국에 진출해 있다. 경영전략 최고 책임자인 니콜라 아자르(Hazard) 부회장은 "어렵고 소외된 사람을 돕고 돈도 버는 게 바로 사회적 기업의 사명이다"고 말했다. Weekly BIZ가 장 조레스 병원에서 그를 만났다.
"건강과 고령화, 주택, 교육, 실업 등 크게 5개 분야다. 주목할 것은 문제해결 방식이다. '테-트레퇴르 에티크'라는 계열 외식업체의 경우, 일반 및 기업 구내식당을 운영하며 일반 기업처럼 수익을 낸다. 다만, 학력이 낮거나 정신적 문제, 장애 등 이유로 한 번도 일자리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을 직원으로 뽑아 교육한 다음 투입한다. 그리고 2년 후엔 무조건 일반 레스토랑 등에 새 일자리를 갖도록 한다. 더 많은 실업자 구제를 위해서다. 이렇게 전직(轉職)에 성공하는 비율은 80% 정도다."
―이런 문제는 중앙정부나 파리시가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닌가.
"우리가 훨씬 효율적이고 비용도 낮다. 즉 경쟁력이 더 있다. 파리 같은 거대 공동체가 특수 계층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쉽지 않다. 맥킨지가 최근 우리의 '홈리스(무주택) 프로그램'을 분석했는데, 1년 7500명 기준으로 1000만유로(약 140억원)를 절약하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한 원가 경쟁력의 원천은?
"세 가지이다. 먼저 상호협력과 규모의 경제이다. 44개 계열사에 대한 운영·재정·법률 문제를 지주회사인 SOS그룹 본부가 담당한다. 하나의 '공구상자(tool box)'를 함께 사용해 규모의 경제를 만드는 것이다. 파트너십도 중요하다. 샤넬과 토탈, JP모건 등 각 분야 최고 기업이 파트너다. 이들과 함께 일을 하면 효율성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마지막은 매우 전문화된 직원이다. 우린 모든 분야에서 최고 대학을 나온, 최고 전문가를 고용한다. 이들은 남을 돕고 가치 있는 일을 하는 데 매우 만족하고, 아주 헌신적으로 일한다."
―협력파트너로 언급한 일반 기업과의 협력 작업을 자세하게 설명해달라.
"최근 다농과 합작회사를 만들어 우리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값싸고 영양이 풍부한 식품을 만들고 있다. 이런 식품을 상점에서 구매하는 기업은 우리의 경쟁력을 따라올 수 없다. 또 다른 기업이 다농과 합작회사를 만들기는 어렵다. 다농이 SOS그룹의 취지에 공감하기에 가능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직원 급여를 낮추거나 비정규직을 쓰지는 않나.
"모든 직원은 정규직이다. 월급도 최소 1200유로(약 170만원)에서 최대 1만2000유로(약 1700만원)를 준다. 프랑스 전체 근로자의 평균 임금은 월 3000유로 정도이니 적지 않은 수준이다."
프랑스 정부에는 사회적 기업을 담당하는 사회연대경제 장관이 별도로 있으며 연간 매출액이 1700만유로(약 240억원)가 넘는 사회적 기업이 500개 정도 있다. 이들은 전체 국내총생산(GDP)과 고용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사회적 기업이 성장하는 데 인수·합병(M&A)도 큰 역할을 하나.
"물론이다. SOS그룹은 초기에 마약중독 예방과 에이즈 확산 방지, 소외계층 지원 사업을 하는 3개 재단이 하나로 통합해 만들어졌다. 이후 회사를 직접 만들기도 하고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하며 커졌다. 우리 그룹이 일반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도 꾸준한 M&A이다. 매출도 2008년 1억 5500만유로에서 2009년 2억4000만유로, 2010년 4억5000만유로 등으로 계속 늘고 있다."
―SOS그룹이 성장하는 진짜 성공요인은?
"우선 프로페셔널, 그것도 아주 프로페셔널하다는 점이다. 그냥 프로페셔널로는 안 된다. 그리고 매우 혁신적이다. 우리는 세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고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해야 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강력한 지식재산권도 상당히 많다. 새 프로세스, 새 사고방식으로 해법을 찾는다."
―지원하는 젊은이들이 많은데 선정 기준은?
"우리는 전문성과 능력을 본다. 입사 지원서를 받고 인터뷰를 거쳐 가장 유능한 사람을 뽑는다. 관리자 그룹의 경우, 명문 MBA(경영대학원)나 대학 졸업자 등 최고 경력자들을 엄선한다. 현장 인력도 해당 분야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람 위주로 뽑는다. 약물중독 치료 센터에는 의사와 심리치료사, 교육가 등 80여명의 전문 인력이 일한다. 소외계층 선발 때에는 동기와 열정을 중시한다. 가족들의 상황과 응원도 중요한 판단 자료다. 그 사람이 환경을 얼마나 변화시킬 수 있는가, 채용했을 때 그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도 평가한다."
―사회적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세 가지가 필요하다. 머리와 돈, 그리고 열정이다.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따뜻한 마음이 있어야 하며, 그런 구조를 만들기 위한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또 사회적 기업을 계속 꾸려 나갈 수 있는 수익구조가 있어야 한다. 남의 선의(善意)에 의존해서는 길게 갈 수 없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