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심경의 내용은 대승 불교에서 핵심으로 다루는 '공 사상'을 설명한다. 공 사상은 불교의 주요한 키워드이므로 불자가 아닌 이들에게도 어느 정도 알려졌다. 색즉시공 공즉시색, 아제아제 바라아제 등이 널리 알려진 경구이다. 재미있는 점은, '공 사상의 측면에서 보면'이라는 전제 하에 초기불교의 교리가 깡그리 부정되는 듯하다는 것이다. 순서대로, 초기불교에서 무아를 설명하는 데 쓰이는 오온과 육입처, 육경, 육식은 물론, 순관과 역관을 포함한 12연기의 제1항부터 제12항, 사성제가 깡그리 모두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여기서 '없다'고 하는 것은 진짜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단지 자성(自性: 고정불변하는 실체, 혹은 본성)이 없다는 이야기이다. 공 사상 문서로.[6]
스리랑카 출신 승려가 일본에서 반야심경을 비판하는 강연을 하고 책을 내서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대충 요지는 '색즉시공은 불교의 교리에 부합하고 철학적으로 보아도 논리가 맞지만, 공즉시색은 말이 안 된다. 공즉시색은 틀렸다.'는 주장이다. 이는 상좌부 불교의 관점 때문인데, 상좌부에서는 공(空), 즉 무아(無我)인 것은 물질, 마음, 마음부수, 닙바나로 실제로 있는 것 네 가지 전부이며, 그러므로 공은 물질에 한정되지 않는다고 본다. 이는 '모든 가로수는 나무이다'와 '모든 나무는 가로수이다' 두 가지 명제의 참/거짓 여부와도 비슷하다. 반면 대승 불교에서는 공(空)뿐 아니라 유식(唯識)을 함께 고려해서 논리를 전개한다. 공 사상에 따르면 모든 것을 하나로 보는 것이 '색즉시공'이고, 유식 사상에 따르면 그러한 하나를 모든 것으로 나누어 볼 수 있는 것이 '공즉시색'이다. 이를 통해 '하나의 빛이 온 세상을 장엄하게 비춘다'는 화엄(華嚴)의 사상이 성립하므로 대승불교에서는 '공즉시색'을 빠뜨리면 안 된다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