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제주아침(38)
벌초를 하고 나서
열 십十자로 누우면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어머니
그 어떤 쉼표만 같은 무덤 하나 놓고 갔다.
정녕 모르겠다.
내 몸과 맞바꾼 일
식어가는 이 계절에
무덤 베고 누우면
풀벌레 울음소리도 아늑하고 따스하다.
그렇다. 별똥별은
떨어지는 것만은 아니다.
지구 저편에선
하늘로 솟아올라
어머니 둥근 바다를 환하게 밝히겠다.
-강경훈의 ‘별똥별’ 모두
30~40여 년 전만 해도, 멍석을 펼치면 밤하늘에 지락지락 빛나던 별들, 다 어디로 갔을까. 하늘 한복판을 휙 가로지르던 별똥별은 또 어디로 갔을까.
별 하나 지면 사람 하나도 진다고 했던가.
시인은 어머니의 무덤에 벌초를 하고 열십자로 누워 하늘을 보고 있다. 그가 이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 어머니는 세상을 떴나보다. 자신의 목숨과 맞바꾼 어머니, 비록 그 모습을 본적 없지만, 품에 안긴 것 같다고 고백한다. 그때 시인의 눈에 ‘별똥별은 떨어지는 것’만이 아니라 ‘지구 저편에선 하늘로 솟아올라’ 어머니의 별이 되는 것이다. 지구의 둥근 바다가 어머니의 양수처럼 따스하고 환해진다.(오승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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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안타까운 소름이 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