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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후유증 그리고 행복. 성산 슈퍼맨 대회를 마치고 4일째 접어드는 목요일이 되니 몸의 피로도 많이 풀립니다. 어깨와 등을 햇볕에 바짝 익히는 바람에 집에와서 잔 첫날 밤에는 그야말로 반듯이 못자고 엎어져서 자야할 정도로 고생을 했지만은 그보다도 감기란 놈이 성산에서 부터 따라 붙는 바람에(질긴놈이더군요ㅜ.ㅜ)목소리도 쉬어서 안나오고 가래와 기침에 고생을 했지만 그것도 어제밤을 정점으로 감기란 놈을 제 몸에서 추방하는데 성공했답니다. ㅋㅋ 지난 월요일에는 등짝도 익어서 아프지요. 거기다 온몸이 다 뻐근거리면서, 거기다 감기란 놈한테 까지 내몸을 마구 공격 당할때에는 도무지 돈써가면서 이 무슨 고생을 사서하나 싶더군요. 그러나 가만히 생각을 해 보니 이것도 저의 큰 행복이구나 싶었습니다.
12일 (일) 대회날 토요일 밤에 잠을 자면서 이불도 없이 잠을 든게 아무래도 화근이 된듯 싶다. 이곳 성산에는 해가 떨어지면 바닷 바람이 흡사 에어콘 바람처럼 쉴새없이 불어재키는데.. 주방 창문과 거실문을 열어놓고 자는데 추웠나 보다. 잠결에 바닥에 깔고자던 이불 한쪽을 덥고 잔다는게 그만 몸에 무리가 온 모양이다. 새벽4시 눈을 뜨니 목안이 깔깔한것이 도무지 의욕이 안생긴다. 대회구 머구 그냥 오늘 하루종일 방에서 뒹굴고 싶은 생각뿐..ㅜ.ㅜ 04:30분경 전복죽을 맞춰놓은 경미식당에서 양효길 철인과 우리 네명은 빙 둘러않아 전복 왕건이가 듬뿍 들어있는 거대한(?) 냄비를 앞에두고 열심히 숟가락을 입으로 나르기 시작한다. 역시 노철은 눈깜박 할새에 전복죽을 네그릇이나 비우는 왕성한 컨디션을 자랑한다.
전복 십마넌어치로 죽을 끓여 5명이 배를 채운 뒤(조금 남은건 오후에 먹을려고 포장을 했으나 먹지못함) 수영을 시작하는 방파제로 준비물을 등에 메달고 숙소를 나와 사이클로 이동한다. 천만 다행으로 어제 그렇게 바람과함께 몰아치던 성난 파도가 오늘은 순한 양처럼 잔잔하다. 대회 시작을 5분 남기고 물에 입수, 슈트의 보온 혜택을 못받는 발목과 얼굴이 잠시동안 오싹거리면서 떨려온다. 그래도 작년 2회째 대회보다 2주쯤 늣게 대회를 하는 바람에 수온은 견딜만 하니 다행한 일이다.
정각 07:00 출발 신호와 함께 성산 앞바다 수영 3km를 향해 힘차게 팔을 뻗어본다. 약 220여명쯤 되는 선수라서 그런지 심한 몸싸움은 없고 앞이나 옆에 누군가 걸리작 거리면 그냥 살짝 방향만 바꾸어주면 되는 편한 상태로 수영을 한다. 물속으로 로프가 쭉~보이기 때문에 왼쪽 호흡을 하는 나도 그냥 물속에서 방향을 정하기 때문에 특별히 전방을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안 들어도 되는건 좋다. 시커먼 용암바위와 해초들로 인해 물밑 바닥은 그냥 시커멓게만 보인다. 때로 물고기도 보고는 했지만 선수들을 보호하기 위해 부표마다 매달려 있는 검은 잠수복을 입은 해녀를 보고 잠깐 놀라기도 했었다. ㅋㅋ (해녀언니들 고마워요^^)
직선거리 700m와 100m 다시 700m 를 돌아나오는 역삼각형 수영코스를 2랩 하는데 첫랩에서는 그냥 할만하지만 두번째 랩에서는 그야말로 가도가도 끝이 없는듯 지루하고 힘들기만 하다. 나의 최대의 약점인 수영을 마치고 바꿈터에 올라 간이화장실에서 긴 소변을 보고 나오니 거치대에 사이클이 몇대 밖에 안보인다......... 흑흑 서둘러 사이클 첫 반환점으로 나오니 벌써 사이클 선두가 멀리서 오는게 보인다. 시계가 없어서 확인은 못했지만 얼마나 수영을 빨리 나왔으면 벌써 반환점을 돌아나오는지 원,,
세화까지 14km 반환점을 5회 왕복하는 사이클코스는 전 구간이 해안도로로 이어져 환상적인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지금 이순간 만은 아니다. 첫번째 반환점을 향해 얼마나 갔을까.. 저 앞에 어제 파도가 무서워 물에 들어오기를 겁내하던 일산클럽의 김세화양이 사이클을 타고가는게 보인다. 그래도 나는 수영을 할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는데, 분명 나보다 앞서 사이클을 타고있으니 괜한 걱정을 했나부다.ㅋㅋ 스쳐지나가면서 김세휘 화이팅을 외쳐준다. 올림픽코스도 완주를 못했는데 슈퍼맨 대회에 나왔단다. 암튼 일산클럽에 이익원 듀당님은 복도 많으셔^^ (그것도 女福이 말이다.ㅋㅋ) 수시로 바뀌는 바람의 방향때문에 갈때는 맛바람으로 기진맥진. 반환점을 돌아올때에는 뒷바람의 영향으로 40k 이상 속도가 올라가지만 그것도 잠깐 측면에서 바람이 불면서 다시 속도는 떨어지고.. 반대편 도로에서 매번 마주치는 우리의 노철과 황철은 조금도 거리가 좁혀지는 기미가 없다. 박준모 철인도 나하고는 한참 앞선 거리에서 달려가고 있다. 나의 특기라는 사이클을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형편없이 벅벅거리고 있는 게 아닌가. 맛바람 구간에서 어느순간 속도가 18~9k 까지 떨어지면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정말 맛이 가버리는 느낌이 든다.
세화 반환점에서 끼워주는 고무밴드가 이제 네개째 마지막 한바퀴만 돌면 140km 의 사이클코스가 끝나가는데 정말 사이클이 이렇게 안나갈줄 알았는가. 그러고 보면 올해 사이클을 타본 거리가 대구대회와 자체 훈련에서 타본 거리를 합해도 60여키로를 넘지않는다. 나머지는 엠티비만 간간히 타 왔을뿐. 정말 훈련의 필요성을 절실히 깨닫는다. 아무리 맞바람이 쎄다고해도 속도가 20키로 아래로 떨어지는것은 챙피한 일.. 간간히 기침도 콜록거리면서 겨우 반환점을 돌아나가는데 사진을 찍던 유성조씨가 여태것 사이클을 타냐고 면박을 준다. 이구.. 그러는 나는 더 죽갔시요ㅠ.ㅠ 사이클을 타면서 준비한 파워바 2개 gu 5개 보급소에 전명희 언냐가 준 바나나 1개 영양갱 1개를 먹구 양효길 철인이 준 분말 파워바를 수통에 한병 타 마신게 효과가 좋았던거같다.
사이클 거치대에 들어오니 준모가 발바닥 부상때문에 나머지 경기를 포기를 했다고 하는데 정말 나도 달리기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 순간 만큼은 마음이 많이 흔들렸었다. 생각해 보라.. 30km 라는 거리는 결코, 짦은 거리가 아니기에. 포기하고픈 마음을 다잡고 얼른 달리기 코스로 뛰어나온다. 웬일로 일산의 이성희씨가 나와 함께 바꿈터에서 빠져나온다. 어제 감기로 고생하더니 제 컨디션이 아닌가 보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가 넘은 시각 하늘에 태양은 이글지글 뜨겁게 내리 쬐는데 아뿔싸. 썬크림을 바꿈터에 그냥 놓고 나왔네.. 오늘 새로 입은 짧은 경기복 상의 때문에 경기 끝나고 고생할 거란 생각이 들지만 어쩌랴. 방법이 없는 것을 ㅠ.ㅠ
의외로 세화 반환점까지 한번도 안걷고 계속 뛰어서 왔지만 이제부터가 힘들거라는 생각이 내 뒤통수를 때린다. 크흐흑,, 사이클 타면서 그토록 괴롭히던 바람도 한점 없어지고 대신에 불볕 더위가 온 신경을 말라 비트는 것처럼 이제부터는 더위와의 싸움이 시작된다. 점점 따가워지는 어깨를 의식해 보급소만 나오면 찬물을 상반신에다 연신 뿌려도 잠깐뿐 나중에는 입안이 말라가면서 드디어 걷고야 만다. 지금까지 20키로는 잘 왔는데 나머지 10키로가 문제다. 시원한 이온음료가 마시고 싶지만 30여분 전쯤 마신 한컵이 전부고 보급소마나 미지근한 삼다수 생수뿐이다. 걷다 뛰다를 반복하다가 한 보급소에서 콜라를 한컵 마시니 잠깐 힘이 생겨 뛰어보지만 1키로도 못가서 다시 걷고야 만다.
길가의 조그만 슈퍼를 지나면서 천원짜리 한장만 준비했으면 마개가 달린 시원한 아이스 샤베트를 사먹을 수 있었을텐데.. 하고 수 없이 생각하면서 가게만 보이면 쳐다보면서 걷는다. 제기랄^^;; (다음에 나온다면 레이스벨트 지갑에 꼭 돈을 준비하리라) 그렇게 5k 3k.. 다시 1k 남겨놓은 지점까지 걸어오는데 인천클럽 써포터들이 수박화채를 건네주는데 정말 사막에 오아시스가 이런 기분일거다. 거기다가 벌것게 익어버린 내 어깨를 보더니 찬 타월로 감싸주면서 마사지까지 해준다. 수박화채의 에너지로 마지막 남은 골인점까지 힘껏 뛰어가 9:42분의 엄청난(?) 기록으로 05년도 슈퍼맨을 기록해본다. 정말 수영 3k 사이클 140k 달리기 30k 를 하는 슈퍼맨이 되는것도 결코 만만치가 않더라구요.^^
대회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내일 오전 비행시간에 맞춰서 미리 사이클을 분해해 하드 케이스에 집어넣고, 해 떨어진 성산포 경미식당에서 삶은 문어와 홍해삼 고등어구이 조개국으로 지친 위장을 달래고 숙소로 들어오면서 수박 한통과 캔맥주로 오늘 하루 무사히 경기를 마침에 축배도 들어본다. 그리고 벌것게 익어버린 내 어깨를 동료로 부터 수박껍질 마사지도 받는 행복한 기분도 느껴보면서 이만 글을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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