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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행─말과 행동 사이의 간극
본질─쉽게 섞이거나 사라지지 않는 것
표현─언어의 무늬와 결을 다채롭게
관계─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
소음─뾰족하고 시끄러운 소리
4강 대언담담(大言炎炎) 큰 말은 힘이 있다
전환─지는 법을 알아야 이기는 법을 안다
지적─따뜻함에서 태어나는 차가운 말
〈 생각 나눔 〉
이번 주는 ‘말은 마음의 소리다’라는 의미로 인향, 언행, 본질, 표현, 관계, 소음을 소재로 언위심성을 이야기합니다. 또한 ‘큰 말은 힘이 있다’는 뜻의 대언담담의 일부인 전환과 지적에 대해서도 말합니다.
먼저 언위심성의 유래에 대해 알아봅니다.
중국 한나라 시대 학자였던 양웅(揚雄, BC53년~AD18년)이 엮은 양자법언(揚子法言)에는 이런 말이 있습니다.
"말은 능히 그 마음을 다 전달하지 못하고 글은 그 말을 다 전달하지 못하니 어렵구나. 사람이 얼굴을 마주하고 사귀며 마음속의 바라는 바와 생각 등을 여러 사람과 통하고자 하는 데는 말만 한 게 없다. 천하의 대사를 두루 논하며 경험밖에 있는 먼 옛 일을 기록하여 오래 밝히고 천리 밖에 있는 사람에게 전하는 데는 글보다 나은 게 없다. 그러므로 말은 마음의 소리요 글은 마음의 그림이다."
여기서 '말은 마음의 소리요 글은 마음의 그림이다', 즉 언심성야 서심화야(言心聲也 書心畵也)에서 '언위심성'(言爲心聲)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말은 마음의 소리가 된다는 뜻은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을 들으면 현재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을 비유합니다. 언어는 곧 생각과 사상을 반영한 것이니 사람은 그가 하는 말로 미루어 그 마음에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이죠.
본 책에서는 말이 한마디 한마디가 쌓여 한 사람의 품성이 된다고 합니다. 나만의 체취, 내가 지닌 고유한 인향이 내가 구사하는 말에서 나와 누군가에게 창이 아닌 꽃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또한 내가 한 말이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신뢰는 언행일치가 되었을 때 비로소 사람과의 관계가 온기를 얻고 강인한 생명력을 얻게 된다고 저자는 말합니다. 그래서 말을 그냥 들려지는 데로 듣는 것이 아닌 오감을 활용하여 특히 시각적 정보를 잘 활용하여 받아들여야 자연스럽게 언행일치가 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입니다.
본질은 쉽게 섞이거나 사라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사람의 말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화려하게 포장하고 감추려 해도 본래 가지고 있는 성질은 언젠가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말하는 기술만으로는 진심을 다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이 한 말을 틈틈이 점검하면서 자신에게 어울리는 화법을 찾고 꾸준히 언품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합니다.
같은 말이라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온도와 무게가 달라진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누구나 쉽게 실천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만큼 말의 표현은 어렵습니다. 진심을 다해 마음을 다해 전달한 것이 표현의 미숙함으로 인해 감도가 떨어진다면 아쉬음이 클 것입니다. 반대로 표현은 훌륭하나 배려와 진심이 실려져 있지 않으면 그 또한 수용성이 많이 떨어질 것입니다. 물론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신뢰를 얻는 관계로 발전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서 진정성이 더해진 마음은 다소 표현의 부족함이 있더라도 감정적 공감은 얻지 않을까 하는 다른 생각도 해봅니다.
관계는 만드는 것이 아니라 쌓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합니다. 일상의 이야기를 나누는 스몰토그로 시작하여 크고 작은 돌을 이곳저곳으로 놓아 강을 건너는 징검다리처럼 관계를 이어가며 쌓는 것입니다. 그렇게 쌓여진 관계는 뚜렷한 목적의식을 이야기하는 빅토크로 상대에게 협조를 구하거나 구체적인 행동의 변화를 요구할 때 보다 나은 동참을 끌어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출처는 알 수 없지만 어디선가 본 “만남은 인연이지만 관계는 노력입니다”라는 문구가 생각나는군요.
얼마 전에 ‘킹스스피치’라는 영화를 보았습니다. 세계 2차대전 당시의 영국의 말더듬이 왕 조지 6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를 보는 사람마다 여러 가지 관점에서 달리 볼 수 있지만 저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신뢰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두 사람이 왕(영국 국왕 조지 6세-요크 공작, 버티)과 평민(라이오넬 로그)이라는 신분 차이에도 불구하고 왕의 말더듬이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좋은 관계를 쌓아 갔지만 어려움도 있었습니다. 그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나눈 대화가 저에게는 인상적이어서 그 장면의 대사 세 개를 옮겨봅니다.
먼저 같이 술 한 잔 하며 편하게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버티가 왕인 형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퇴위 소동을 벌이고 있어 화가 난다고 얘기하자 라이오넬 로그가 당신도 자질이 있으니 왕을 능가할 수 있다고 무엇을 겁내냐고 충고하는 바람에 두 사람은 크게 싸웁니다. 집으로 돌아온 라이오넬 로그는 무슨 일 있느냐고 묻는 부인에게 고객과의 갈등이 있었다고, 크게 될 사람인데 말을 듣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러자 그의 부인이 말합니다.
"무슨 일 있었어요?"
"고객과 갈등이 좀 있어."
"별일이네. 왜요?"
"겁을 먹었어. 자기 그림자에 짓눌려서.
"보통 다 그렇잖아요?"
"크게 될 사람인데 말을 안 들어."
"크게 되기 싫은가 보죠. 당신 욕심 아녜요?"
"내가 선을 넘었군."
"사과해요, 그럼 되지."
이후 로그는 버티에게 사과하러 갔으나 만나지는 못합니다.
두 번째, 버티는 로그가 언어치료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학위도 면허증도 없이 평등까지 요구하며 자신을 속였다고 다그치자 로그가 말합니다.
“맞아요, 난 박사 아녜요.”
“네, 연기도 했죠. 시 낭송도 했고.”
“대전쟁 당시 호주로 돌아온 병사들이 전쟁 후유증으로 말을 더듬었죠.”
“누군가 내게 그들의 치료를 부탁했어요.”
“근육 치료, 운동 휴식으론 부족했죠.”
“그들의 절규를 듣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들에게 자신감을 주고 이야기를 들어줬죠.”
“그게 어떤 건지는 버티, 당신도 알겠죠.”
그러자 버티가 자조 섞인 말을 하는 도중에 로그가 에드워드 왕의 옥좌에 앉자 당장 일어나라고 소리치며 서로 대화 공방을 합니다.
“내 말, 내 말 들어!”
“당신이 뭔데요?”
“난 당신 왕이야!”
“왕 자리 싫다면서요?”
“근데 왜 당신 말을 듣죠?”
“말을 할 줄 아는 왕이니까!”
“맞아요.”
“내가 아는 가장 용감한 분이세요. 좋은 왕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히틀러의 침략에 대응하는 독일과의 전쟁 선포로 왕은 대국민 라디오 연설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마이크 앞에서 읽어야 하는 원고는 자그마치 9분 분량. 생방송을 앞두고 엄습한 불안과 초조는 왕을 한입에 집어삼킬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로그는 왕을 안심시킵니다.
“다른 건 다 잊어요. 친구인 나에게 말한다고 생각하면 돼요.”
말은 마음의 소리가 된다는 뜻의 언위심성과 그 말로 진심을 더해 쌓여진 관계가 상호 신뢰를 이룬다는 의미를 킹스스피치 영화를 통해 알게 됩니다.
4강 대언담담의 일부는 다음 주에 그 나머지와 같이 생각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별첨) ‘킹스스피치’ 영화의 이해를 돕기 위해 줄거리를 정리하였으니 참고바랍니다.
주인공 요크 공작 (버티)는 영국 국왕 조지 5세의 차남입니다. 그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요. 바로 말을 더듬는다는 것입니다. 국왕도 아니고, 장남도 아니고, 차남이지만 그 역시 대중 앞에서 연설할 일이 많습니다. 하지만 도저히 말이 안 나옵니다. 읽기만 하면 되는데도요. 대중들은 그런 요크 공작을 이상하게 바라보고, 선왕은 무조건 소리치다 보면 된다고 강요하고, 부인이 수많은 언어치료사를 구해 여러 치료방법을 시도해보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습니다. 덕분에 요크 공작의 스트레스만 더해지죠. 다시는 치료 안 해! 하다가, 부인이 새로 찾은 라이오넬 로그라는 언어치료사를 만나게 됩니다.
언어치료사 라이오넬 로그는, 지금까지 만났던 언어치료사와는 달리 약간 괴짜입니다. 국왕의 차남임에도 치료는 동등하게 해야 한다면서 서로 말을 놓자고 그러고, 요크 공작을 가족들끼리만 부르는 호칭인 ‘버티’로 부르겠다고 합니다. 게다가 노래를 크게 틀어놓고 말을 해보라고 하거나, 욕을 하면서 말을 해보라고 합니다. 버티는 기분이 상하면서도 일단 로그가 하라는 대로 노래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가버립니다. 로그는 기념으로 가져가라며 노래소리와 함께 녹음했던 목소리가 담긴 레코드 판을 줍니다. 버티는 나중에 돌아와 그 레코드 판를 들어보았는데요. 놀랍게도 자신이 말을 거의 더듬지 않고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로그의 치료법에 믿음을 가진 버티는 그 후 하루 한 시간씩 로그의 괴짜 치료법을 따르며 연습합니다. 그러던 중 둘이 술 한 잔 하는 편한 시간을 갖게 됩니다. 로그는 버티가 5살 때 왕실의 격식에 따라 안짱다리와 왼손잡이에서 오른손잡이로 강제 교정하게 되면서 많이 혼나고 첫 번째 유모에게 괴롭힘 당했던 과거의 트라우마 때문에 말더듬이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도와주고자 했지만 오히려 버티는 크게 화를 내고 가버립니다.
한편, 아버지인 조지 5세는 상태가 좋지 않더니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이후 버티의 형이 국왕이 되었는데 하필이면 형은 두 번 이혼한 심슨 부인과 사랑에 빠졌고 많은 문제를 일으키면서 결혼을 하려고 합니다. 이는 영국 왕실의 법도에 어긋나기 때문에 곧 많은 반대에 부딪혔고, 그러자 형은 심슨 부인과 결혼을 하기 위해 왕에서 물러났습니다. 이 과정에서 버티는 갑작스럽게 왕이 되었습니다. 말을 더듬는 버티는 착잡한 기분에 빠집니다.
버티는 당장 있을 국왕 대관식 때문에 큰 걱정에 빠지게 됩니다. 국왕인 데다가, 전쟁 때문에 상황도 좋지 않은데, 자신은 말을 더듬고 있으니 자신이 하나도 없는 것이죠. 로그와 갈등이 있었지만 다시 로그를 찾아가 치료를 계속합니다. 그리고 대관식에도 로그와 함께 하려고 하죠. 그런데 알고 보니 로그는 언어치료에 대해 제대로 교육을 받은 적도 없었고, 학위도 없고, 면허증도 없었습니다. 단순히 괴짜인 줄만 알았더니 가짜인 것이죠. 그냥 연극배우도 하고, 웅변도 가르치던 사람이었는데, 호주에서 전쟁 후유증 때문에 말을 더듬던 사람들을 치료해주곤 했다는 것입니다.
왕실에서는 평민인 로그 대신에 학위도 있고 면허증도 있고 높은 교육도 받은, 언어치료사를 고용하겠다고 하지만 버티는 계속 로그에게 치료받겠다고 합니다. 자신의 트라우마를 깊게 봐주고 진정으로 도와주려고 했던 게 로그니까요.
모든 국민 앞에 연설을 하게 되는 날이 다가왔습니다. 전쟁 때문에 나라 상황은 불안하고 총리까지 사퇴하는 마당에, 버티, 아니 이제 국왕이 된 조지 6세의 연설은 매우 중요합니다. 로그는 마치 지휘자처럼, 조지 6세가 라디오 연설을 할 때 앞에서 계속 억양이나 발음을 손짓으로 조절해줍니다. 버티는 조금 더듬긴 하지만, 한 문장조차도 제대로 말하지 못했던 이전의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천천히, 묵직하게, 연설을 해나갑니다.
무사히 연설을 마친 조지 6세는 온 국민들의 찬사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로그는 공로 훈장을 받고, 기사단 일원이 되어 모든 전시 연설 때마다 조지 6세와 함께 하며 평생 친구로 보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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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해가 뜨고 지는 일이 늘 반복되지만
그래도, 어제보다 좀 더 나은 내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더불어 함께, 새로운 오늘을 충실히 잘 살아가기를 소망합니다.
또한 남과의 비교가 아닌,
어제 나와의 비교를 통해 하루하루 성장하는 나를 만나고 싶습니다.
-새날 드림/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