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 복사꽃마을
34번 국도를 물들이는 복사꽃 향연
영덕 복사꽃마을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매년 4월이 되면 안동에서 영덕으로 이어지는 34번 국도 일대가 분홍빛으로 뒤덮입니다. 영덕으로 들어오는 관문인 황장재를 시작으로 수십 킬로미터에 걸쳐 이어지는 복사꽃 군락은 차창 밖 풍경을 통째로 바꿔 놓습니다.
1959년 태풍 사라호가 논밭을 폐허로 만들고 사토로 뒤덮었을 때, 이 땅 사람들이 선택한 것이 복숭아나무였습니다. 물 빠짐이 좋은 사토에서도 잘 자라는 특성 덕분에 복숭아는 새로운 희망의 작물이 되었고, 지금은 백만 평에 이르는 복숭아밭이 조성되어 마을 전체의 봄을 바꿔 놓았습니다.
재난의 자리에서 시작된 농사가 수십 년을 거쳐 봄 명소로 탈바꿈한 것으로, 이 풍경이 단순한 꽃구경 그 이상으로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절정은 4월 초에서 중순 사이 약 2주, 시기를 맞춰 찾아가는 것이 이 여행의 핵심입니다.
영덕 복사꽃마을
영덕 복사꽃마을 꽃밭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34번 국도 주변에서도 특히 발길이 닿을 만한 곳이 세 군데 있습니다. 각기 다른 지형과 풍경 덕분에 장소마다 전혀 다른 인상을 줍니다.
영덕을 대표하는 복사꽃마을(경북 영덕군 지품면 삼화2길 18 일대)로 가장 먼저 꼽히는 곳은 삼화1리입니다. 산자락 전체가 복숭아밭으로 덮여 있어 멀리서 바라보면 산 하나가 통째로 분홍빛으로 물든 것처럼 보입니다.
마을 이정표를 따라 안쪽으로 들어가면 완만한 언덕을 배경으로 무리 지어 핀 복사꽃을 가까이서 볼 수 있으며, 삼화2리 일대도 같은 생활권 안에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영덕 복사꽃마을 터널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지품면사무소가 위치한 신안리 일대는 국도변에서 복사꽃 군락을 가장 넓게 조망할 수 있는 구간입니다. 드라이브 동선에서 자연스럽게 지나치게 되는 곳으로, 차를 잠시 세우고 주변을 잠깐 걷는 것만으로도 사방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충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옥계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주응리는 다른 두 곳과 분위기가 다릅니다. 산자락 아래 알록달록한 함석지붕을 배경으로 복사꽃·살구꽃·배꽃이 한데 어우러져 소박하면서도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단일 수종이 만드는 화려한 풍경보다, 여러 꽃이 뒤섞인 정겨운 시골 봄을 원하는 분께 특히 어울리는 곳입니다.
영덕 복사꽃 큰잔치
영덕 복사꽃 큰잔치 / 사진=영덕문화관광
복사꽃 절정 시기에 맞춰 영덕군이 주관하는 복사꽃 큰잔치가 열립니다. 영덕군 9개 읍·면·군민이 모두 참여하는 대규모 지역 행사로, 전야제를 시작으로 복사꽃아가씨 선발대회, 민속놀이대회, 전통 혼례 시연, 복사꽃 사진 전시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어집니다.
꽃구경에 지역 축제 분위기까지 더하고 싶다면 행사 일정을 미리 확인해 방문 날짜를 맞추는 것을 권합니다. 다만 축제 기간에는 방문객이 집중되는 편이라, 한산하게 꽃을 즐기고 싶다면 절정 초기를 노리는 것도 방법입니다.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정보
영덕 복사꽃마을 자전거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입장료는 없으며 운영 시간 제한도 따로 없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습니다. 꽃이 가장 잘 보이는 밝은 오전이나 오후 이른 시간대 방문을 추천하며, 주차는 마을 인근 도로변이나 주차장을 활용하면 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영덕터미널에서 112·102·113·114·103·104번 버스를 타고 삼화1리 정류장에서 하차한 뒤 도보로 이동하면 됩니다.
절정 시기는 매년 4월 초에서 중순 사이 약 2주로, 날씨에 따라 해마다 개화 시기가 조금씩 달라집니다. 연간 단 2주뿐인 절정을 놓치면 다음 해를 기다려야 하는 만큼, 방문 전 개화 상황을 미리 확인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영덕 복사꽃마을 전경 / 사진=한국관광공사 이범수
태풍이 할퀴고 간 자리에서 시작된 복숭아 농사가 수십 년을 거쳐 오늘날의 분홍빛 명소가 되었습니다. 황장재에서 신안리, 삼화리, 주응리까지 이어지는 34번 국도의 봄은 이 지역 사람들이 땅과 다시 맺은 약속의 흔적이기도 합니다.
짧은 2주가 만들어 내는 이 풍경은 시기를 맞춰 찾아간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봄의 선물입니다. 올봄 4월 일정에 영덕을 넣어 두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