楓橋夜泊
풍교야박
張繼장계
月落烏啼霜滿天 달 떨어지고 까마귀 울 제 서리가 하늘을 가득 채우다
월락오제상만천
江楓漁火對愁眠 강가의 단풍나무 고기잡이 불은 근심스런 잠과 마주하다
강풍어화대수면
姑蘇城外寒山寺 고소성 밖 한산사
고소성외한산사
夜半鐘聲到客船 한밤중 종소리 나그네 배에 이르다
야반종성도객선
단풍나무[楓] 다리[橋]에서 밤[夜]에 집이 아니고 배[船]에서 숙박[泊]한다. 낚시질을 하기 위해서 배를 띄운 것이 아니다. 나그네[客]로서 하룻밤 머물기 위해서 배를 찾아든 것. 객이 타고 있는 배는 고기잡이배가 아니다. 객이 타고 있는 배에서 보니 고기잡이배가 불을 밝히고 물고기를 유인하고 있는데 강가의 단풍나무가 보인다. 강가의 단풍나무[江楓]와 고기잡이배의 불[漁火]이 마주[對]하고 있는 것은 근심스러운 잠[愁眠]. 江楓과 漁火 사이에 愁眠이 있다. 잠을 자기는 한다. 근심스러운 잠이지만 잠을 자고 있다. 단풍나무와 고기잡이배가 마주하고 있는 근심스러운 잠은 곧 客船에 있는 시인을 가리키는 것. 서리가 내리는 가을날임에도 나그네로 배에서 묵으면서 근심에 싸여 잠든 것은 여로의 피곤함 때문일 것. 근심에 싸여 피곤하게 잠든 시인과 강가의 단풍나무, 고기잡이배의 불 모두 근심스럽게 잠들어 있다는 것으로 읽힌다.
근심[愁]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것이다. 나그네는 자기가 가야 할 길에 대한 시름이 있다. 단풍나무는 가을이 지나고 잎이 떨어지고 추운 겨울이 올 것에 대한 시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기잡이배의 일렁이는 불빛은 고기잡이에 대한 근심스러운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에 띄워진 고기잡이배의 희미하게 일렁이는 불빛, 강가의 단풍나무, 배에 유숙하게 된 나그네, 이들의 위에는 서리가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다. 서리가 아직 땅에 내리지 않았다.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는 이 서리는 이제 곧 지상으로 내려와 단풍나무의 잎을 떨어지게 할 것이고, 고기잡이배의 희미한 불빛을 꺼트릴 것이고, 배에 유숙하는 나그네를 더욱 춥게 할 것이다. 달이 떨어졌으니 검은 밤이고, 까마귀 울음소리는 밤의 깊이와 어둠을 더욱 검게 만든다. 하늘에 가득한 서리가 降下강하하면 어둠의 깊이에서 서리에 얼어붙을 판이다.
성 밖[城外] 먼 곳에서부터 소리[聲]가 이른 것은 바로 이 때. 하늘 공간에 가득한 서리를 밀어내면서 까마귀 울음소리를 거둬내며 종소리[鐘聲]가 나그네의 배[客船]에까지 도달[到]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