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7차 불곡산 정기산행기 - 산지기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3)
2013-06-10 10:44:45
일시 : 2013. 6. 8(토)
분당 불곡산(중앙공원 분수대 돌마각~ 불곡산 ~ 죽전 대지마을)
참가 : 길래, 진수, 창선, 병효, 병욱, 웅식, 진운, 학희, 택술, 상국, 해피(10人 1犬) - 뒷풀이 : 은수, 광용, 해균
저 윗동네 양주 불곡산은 조선 후기 임꺽정이 놀던 곳이라 제법 험하지만 이곳 불곡산은 아주 편안한 산이다. 우리집 강아지 해피도 산행에 참가했다. 30산우회 처음 있는 일이다. 10시 반 연못가 팔각정에서 만나기로 해뒀는데 막상 가보니 이크, 팔각정이 아니라 사각정(?)이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
택술이가 나름 정시에 도착할 것 같았단다. 자기보다 늦게 온 아이들 야단치려고 했는데(이랬다면 또 30산우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 하나 더 생길 뻔 했다) 아뿔사, 지나가는 아줌마에게 팔각정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저기 저 산위에 있는 팔각정을 가르쳐주더란다. 혼자 산위의 팔각정에 선 택술이,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은 이순신 장군이 따로 없다.
“너그는 어디 있냐? 왜 안 오냐? 뭐라? 팔각정이 아니라 연못가에 있는 큰 정자라고?”
현판을 자세히 보니 이름이 ‘돌마각’이다. 갑자기 말이 튀어나왔다고 ‘돌마’란 지명이 유래하는데 말(馬) 대신 택술이 20분 늦게 씨불씨불~하면서 툭! 튀어나와 잔소리 쏟아내고, 우리는 한 귀로 흘리고 즐겁게 사진 한 방, 산행 시작.
날은 덥다. 하지만 길도 좋고, 친구들 좋다. 마치면 오늘 수육 이벤트도 있겠다. 죄다 즐겁다. 정상 바로 밑 공터에서 즐겁게 식사, 막걸리 한 병 챙겨온 병욱이 위세 등등. 점심을 먹고, 먼저 가서 음식 준비하자며 도움을 자청한 창선이랑 둘이 집으로 오고 나머지는 산에서 좀 놀다가 시간 맞춰 내려왔다.
돼지고기 3Kg, 아침에 된장 풀고, 굵은 소금 좀 뿌리고, 커피랑 양파랑 월계수잎, 거기다 비법의 액체에 저며둔 것, 푹 삶아 막 썰고 있을 즈음, 친구들 도착. 그 때부터 수육에, 두부김치에, 꼬막 두 접시...
부어라, 마셔라, 술이 모자라 술 사러 간 학희는 술 사오면서 담배 한 대 피우다가 휴대폰을 두고 오고, 은수, 광용이, 해균이 까지 합세. 집사람이 친구들 먹여 보내라며 국산 콩으로 만든 콩물을 한 잔씩 먹고 갔다.
창선이가 놀라서 묻는다.
“상국아, 그라몬 우리가 이렇게 단체로 너그 집에 몰려와서 고기 삶아묵고 술 마시고 놀다가는 것을 너그 와이프가 안단 말이가?”
“그라몬 알지, 모르겠냐? 얌마, 지금 우리가 죄 짔나? 마누라 몰래 숨어서 술 마시게? 친구들하고 술 마시니까 쪼매 늦게 오라캤지. 그라니까 콩물 맹글어놨고.”
당구파는 수원으로 가서 놀다가고, 나머지는 집 근처에서 호프 한 잔하고 헤어진 모양. 착한표 학희가 설거지를 다 해주고 가서 나는 술병 치우고 상 개는 것만. 우리집 착한 강아지 해피는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것도 모르는 척, 늦게 온 우리집 내무장관에게 꼬리만 살랑살랑.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