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제10차 구간, 차에서 내리니 황점마을의 하늘은 온통 별빛이다. 부산과 같은 하늘이지만 하늘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라고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별똥별이 하늘을 가른다. 좋은 느낌이다. 신선한 공기, 초롱초롱한 별빛, 오늘 산행은 정말 할만한 산행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면서,집에서 나서기 전에 조금씩 문제가 있던 허리가 씻은 듯이 낳은 것 같다.
조용한 황점마을에서 3시 5분 산행을 시작했다.산행초입에는 약간의 오르막이었지만 시간이 갈 수록 경사가 심해지고 뒷심이 없는 나로서는 대열에서 쳐지기 시작한다. 내가 이렇지 않았는데 3주만의 산행이라 그런가라는 생각과 그동안 하지 않았던 아침운동을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4시 40분 삿갓봉에 도착했다.
삿갓봉에 도착하니 산님, 시즌님, 저승사자님 등등 면식이 있던 분들이 먼저 와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삿갓봉에서 월성치로 가는 길은 평지같은 내리막길이라 큰 문제없이 내려올 수 있었는데 월성치 가는 도중의 전망바위에서 떠오르는 태양, 살아있는 초승달에 환호를 지르면서 일출을 맞이했다.(5시 23분)
월성치에 도착한 시간은 5시 28분, 그러나 여기서 아뿔사 큰 실수를 했다. 안내지도를 보지 않았던 것이다. 안내지도는 분명히 남덕유는 대간길이 아님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내가 남덕유가 당연히 대간길이라 생각하고 남덕유를 오른 것이었다.(6시 16분)
꽤 헉헉거려서 남덕유를 올랐는데 대간길이 아니라니..... 눈물을 머금고 찬찬히 조망을 해보니 남덕유를 오른게 그렇게 잘못된 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덕유에서는 서봉, 할미봉, 육십령을 훤하게 내려다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도를 보니 장난이 아니다. 3시간을 걸어왔건만 아직 지도상으로 초입을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던 것이다. 황점, 삿갓봉, 월성치의 삼각형을 쪼금 더 지나온 자리..문득 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위를 둘러봐도 아무도 없고, 오고가는 사람도 없다. 남덕유에 있던 다른 산꾼에게 서봉가는 길을 물어 서봉의 방향을 잡고 구정맥의 한 동지와 함께 서봉으로 뛰었다.
남덕유에서 서봉을 향해 처음 가는 길은 내리막이었지만 빤하게 보이는 서봉이 가도가도 나오지 않는다. 서봉가는 길에 평소 면식이 있는 박사장을 만났는데 막 아침식사를 끝내고 있었다. 아침식사를 하고 가야한다는 박사장의 말대로 아침식사를 간단히 하고 또 뛰었다. 꼴찌 탈출을 위하여....
뛰고, 걷고, 뛰고, 걷고하여 서봉에 도착한 시간은 6시 57분, 휴식을 취하고 있는 구정맥 식구들을 만나,숨을 돌렸다.
서봉에서 할미봉가는 길은 정말 멀고 먼 길이었는데 도중에 얼핏얼핏 보이는 할미봉의 바위는 어찌보면 왕관같기도 하고, 어찌보면 할미꽃 같은 형상을 하고 있었다. 할미봉으로 가는 길은 줄(동앗줄)의 연속이었다.약간 가는 줄, 손에 한웅큼 씩 잡히는 줄, 그러나 줄 중의 하이라이트는 둥근 바위를 지나가는 곳에 걸쳐진 바위를 가로지르는 줄이었다. 줄 밑의 낭떠러지는 간담을 써늘하게 했고 줄을 잡지않고는 건널수 없는 곳에 줄이 있었다.
할미봉에 도착한 시간은 8시 24분, 산행시작 후 5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할미봉에서는 앞으로 가야하는 길이 쭉~ 조망이 되고 있었다. 가야할 길을 보니 그만 맥이 풀린다. 오늘 저기까지 가는 것은 정말 무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할미봉에서 육십령가는 길은 내리막길이라 큰 어려움없이 육십령에 도착했다.(9시 28분) 육십령에서 쉬면서 아이스하드도 얻어먹고 퍼지고 앉으니 그만 산행이 싫어진다. 이제 5시간 30분을 왔는데 이만큼 더 가야한다니 어떻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그러나 그 생각도 잠시 육십령고개의 오른쪽에 있는 산행들머리로 들어섰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깃대봉으로 가는 길, 급경사도 아니면서 꾸준한 오름길이다. 헉헉거리면서 50분 정도 오르니 샘이 나타난다. 구세주의 샘이다. 물이 없어 걱정을 많이 했는데, 물통에 물을 보충을 했다. (10시 30분)물을 보충하고 능선을 어느 정도 가니 깃대봉이 나타난다. (10시 51분) 깃대봉에서 내려다보는 능선은 환상 그 자체였지만, 환상을 따질 때가 아니었고 가야할 길이 까마득하게 보여, 오늘 저기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경치를 상실해 버렸다.
깃대봉에서 영취산 가는 길은 산죽, 땡볕, 산죽, 땡볕의 연속이었고 바람도 없고 하늘에서 내려쬐는 열기와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가 만만치가 않다.너무 쉬엄쉬엄 걸어 시간을 정해두고 쉬기로 했다. 20분을 걷고 5분을 쉬기로.....
20분 걷고, 5분 쉬고를 몇 번을 했을까? 가만히 생각해보니 구정맥 산꾼들을 요 몇 시간에 만난 사람이 없다. 오늘은 확실한 낙오구나라는 생각에 더 힘이 없어진다. 뒤따라오는 사람도 없고 앞서가는 사람도 없고, 그러나 꾸준히 걸었다.
영취산에 도착을 하니 구정맥산악회의 길안내 표시가 보이는데 어찌나 반가운지...그래 이제 15분을 걸으면 되겠구나.....조금 내려오니 버스가 보인다. 버스를 보고 손을 흔들었다. 나도 왔습니다라고...그런데 버스가 2대가 다 보인다. 아직 첫차가 출발을 안했구나. 그렇다면 그렇게 늦은 건 아닌데....
무룡고개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20분, 산행시작 11시간 15분, 안내지도에 나와있는 11시간 20분 보다 5분 일찍 들어왔다.
<산행후기>
정말 힘이 든 산행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땀, 땡볕, 멀고 먼 오름길, 그러나 덕유산 굽이 굽이 돌면서 나타나는 능선의 아름다움, 사람이 느낄 수 있는, 사람생각의 범위를 넘어서는 덕유의 아름다움을 감탄한 산행이었던 같습니다. 또한 산행후에 준비된 오이냉국과 막걸리, 맛있게 먹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첫댓글 오른쪽 직진방향으로 가야 서봉이 나오는데 왼쪽으로 올라 가셨군요...저도 아주 힘들었읍니다.정말로..
스타트는 좋았으나.. 날이 밝아오면서.. 날씨와 다르게 기운이 저하되는걸..강한 정신력 아니면 못 견딜 일이었죠.. 모두 멋진 산꾼..화이팅!! 후기까지 염두해 두시느라.. 수고 더 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잘 읽어습니다...하긴 저도 육십령에서 마니 고민을 했는 데...완주하기엔 넘 멀다는 생각과...무엇보다도 땅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이상하게 오늘따라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되게 고생할 것 같아서...ㅋㅋㅋ
모두가 힘든 산행이었는데 달마님의 산행기를 읽으니 다리에 힘이 들어갑니다 ㅎㅎㅎ
수고 하시였 습니다 .
남덕유산까지 갔다 오셧네요. 더운날 고생많으셨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달마님 멋진 산행기 언제나 감사히 읽고 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