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글>
항상 산에 오를 땐
가장 단순하게 생각하며 앞만 보고 그냥 걷자는 것,
요령도 바라지 말고 정해진 산길만 따라 묵묵히 오르다 보면 어느덧 정상,
끝까지 두 다리로 걷고 힘들면 숨 크게 한번 들이마시고, 한번 내쉬고..
산에 오르는 것은
다른 목적지를 가기 위함이 아닌 정상에는 아무것도 없고, 다시 내려와야만 할 자리만 있을 뿐..
얼마 전 찾아왔는데도
공기도, 자연의 소리도, 냄새도, 쉼 없이 콸콸 흐르는 물소리도, 푸르른 풍경도 새롭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
한 걸음 한 걸음의 작은 발걸음으로 오르다 보면 가까운 모습들조차 먼 기억 속에 빈곤한 상상력이 퉁퉁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느낌..
이런 자연의 변화, 이런 자연과의 약한 연결이 없이 똑같은 모습의 연속이었다면 얼마나 실망스러울까 하는 두려움에,
산행길에서 만난 똑같지 않은 자연의 모습들,
똑같지 않은 모임의 반가운 사람들과 나누는 말과 모습이 그저 반갑고 즐거울 뿐..
자주보던 하늘빛인데 지친 더위 끝에 물소리에 묻힌 밝은 햇살은 새삼 더 반갑고,
축축하고 늘어진 풀잎과 나무들도 더 반짝이고,
이름 모를 새들의 노랫소리와 날개짓도 더 가벼워진 듯..
땀이 온몸에, 특히 얼굴에 몽골몽골 맻히더니 이내 흘러내리기 바쁘고,
흐르는 땀에 온몸이 젖어 등산복이 바짝 달라붙고,
더위의 열기로 숨이 턱턱 막힐 때마다 계곡 깊숙한 곳에서 불러오는 서늘한 골바람에 땀을 식히고,
정상 그늘진 곳에서 나누는 식사 자리는 어김없이 맛 나는 음식과 여유로운 이야기와 함께 유쾌한 웃음이 끊이지 않고..
산은 오늘도
힘쓰고 애써 살아온 모두에게 자칫 흔들리고, 쓰러지고, 주저앉고 싶었던 지난 일상을 꼭 붙잡아 주고 단단한 축이 되어준 듯..
아는 지인이 있는 다른 산악회에선 50여 명이 참석해 20여 명만 정상에 도착하고 나머진 계곡 물놀이를 즐겼다는데,
우린 힘들거나 지치고 찡그리는 표정 없이 참석한 모든 분이 정상에 올랐으니,
이젠 가볍게 즐기고 부드럽게 오르는 뒷동산 산보다는 바삐 올라야 하고, 더한 각오를 다져야 할 빡센 오름의 산을 골라야 할 듯..(절대 아닙니다)
산행 후 즐기는 뒷풀이에서
누군가 못난 저의 말 없음에 대해 궁금해하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타고난 말수 적음이기도 하지만(술자리에선 수다쟁이로 멋지게 변신)
짧지 않은 삶에서 쉽게 내던진 말이 살이 되기도 하고, 칼이 되기도 하는 모습을 너무도 자주 봤고..
특히,
어린 시절 한학자이셨던 아버님으로부터 한학을 익히면서 남아일언중천금(남자라면 가벼이 말하지 말고, 내뱉은 말은 끝까지 책임을 다하라는 뜻)의 가르침을 지금도 소중히 간직하고 있기도 하고..
더해,
산에서 말을 많이 한날은 유난히 더 힘들고 지치며,
불필요하고, 쓸데없는 말을 줄이고 또 줄여야 못다 한 말은 차곡차곡 글로 쓸 수 있고,
말을 쏟아내고 나면 뒷풀이에서 말하고 즐길 힘도, 술잔을 힘껏 올릴 힘조차 남아 있지 않은 듯하고
침묵과 고요는 "말 없음”이기도 하지만 때론 더 강한 말하기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고,
울타리와 틀을 벗어나 산을 즐기기 위해 찾은 모든분에게 불신과 분열의 말보다는 재치와 재미난 수다만 떨어야 하는데, 내 몫을 다른 분들이 충분히 해주시기에 굿이 나서고 싶지 않고..
오늘 같은 날은 지금까지 제 노래방 18번인 박상규 님의 “조약돌”을 들으며 기분 좋은 술잔을 들이키는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