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남원 처가에서 한가하게 쉬고 있었지요.
그러던 중, 17일 토요일 저녁 9시쯤부터 와이프가 생리통처럼 좀 아프기 시작하더랍니다.
이윽고 자정이 될 무렵, 이슬이 비친 것을 확인했어요.
그 전에는 별로 안 아팠는데, 이슬이 비친 걸 확인하니 더욱 아파지기 시작했나봅니다. 밤새 가진통이 점점 심해져 잠을 거의 못자고 꼬박 날을 세운 것 같아요.
그렇게 날이 세고, 18일 이른 아침 6시경에 전주로 서둘러 올라왔어요.
그런데, 오전까지는 마치 곧 애가 나올 것처럼 진통주기도 10분간격에서 점점 빨라졌었는데,
점심무렵부터 진통주기가 불규칙해지면서 점점 느려지더라구요.;;;
그렇게 오후내 좀 뜸하게 진통이 오면서 고생하다가,
저녁먹고 그 이후부터는 진통간격이 점점 빨라지면서 강도가 점점 세지더니.. 도저히 잠을 못잘 정도이고, 새벽에는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일요일 밤 11시쯤, 조산사님과 통화를 하여, 청주 엄조산원으로 출발을 하였습니다.
와이프는 계속 차안에서 힘들어하고, 저는 졸린 눈을 부릅뜨고, 청주를 향해 조심조심 운전을 했지요. 차안에서 나올까 걱정하며..^^
19일 01:30 쯤에 조산원에 도착했습니다. 매우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조산사님은 저희를 기꺼이 맞아주셨고,
곧바로 내진에 들어갔는데...............
이럴수가, 1cm정도 밖에 안열렸다니....
아직 멀었으니, 좀 자고 내일보자는 말씀....;;;
통증이 심하여, 역시 이 날도 거의 잠을 못자고 날을 꼬박세우고....
19일 아침, 7시에 다시 내진... 3cm 열렸다 합니다. 오늘 중으로 나올 수 있을런지 장담이 안되는 상황;;
휴가를 내고, 아침을 사오고... 조산원에서 장기전 모드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오후 2시정도까지의 심한 진통을 겪다가...
그동안의 진통은 정말 별거아니더랍니다. 그 이후부터 와이프는 정말 보기 안쓰러울정도로 격렬한 진통과 빠른 진통간격(잠깐잠깐 쉴 타임이 1~2분밖에 안됨..저는 계속 허리마사지해주고, 틈틈히 물먹이고, 약먹이고, 땀닦아주고...)으로 그렇게 힘겨운싸움을 하고 있었습니다. 언제쯤나와요?, 얼마나 더 견뎌야해요? 조산사님에게 하소연하듯 물어보지만...조산사님은 문밖에서 진통소리만 듣고도 아직 때가 아니니 좀 더 힘을 내시라고... 우리는 애타 죽겠는데, 덤덤히 대답하시는 조산사님이 그때는 좀 원망스럽더라구요 ^^
저녁 6시경, 내진했을 때, 6cm가 열렸습니다.
잘하면, 오늘밤중이나, 새벽에 나올 수 있다고 하시는데.. 휴~ 아직도? 란 말이 절로...
그렇게 밤 9시경까지 진통을 빡세게 하고... 슬슬 분만이 임박해서, 애기받을 자리를 잘 정리하고...
병원에서는 관장을 하지만, 조산원에서는 자연스럽게...배변을 유도해서, 조산사님이 처리해주시고...
(저는 와이프 머리위쪽에서 땀닦아주고...얼핏얼핏 아래쪽 상황이 보이기는 했지만, 전혀 신경쓰이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남편 분들은 분만과정에서 아래쪽은 의식적으로 안보려 노력하시는게 좋아요. 적나라하게 분만상황을 보면 나중에 트라우마로 남아서, 원만한 성생활에 방해가 되기때문에...)
드디어 양수가 터지고...
아내는 마지막으로 젖먹던 힘까지 힘을쓰고(6번 셀때 힘주고, 잠깐 숨들이마시고 다시 6번 세는동안 힘주고...한 번 힘줄때마다..목이 뻣뻣해지고 얼굴이 터지도록 힘을 주고...땀이 줄줄 나오고...)
저는 두 번정도 조산사님의 지도로 아내의 배를 아래로 밀어주고...
어느정도 애기가 나오자 이제는 절대 힘주면 안된다하시며...숨을 후후 내쉬라고 계속하십니다.. 회음부가 안 찢어지게하려고.
하지만, 힘은 저절로 들어가고...아내는 그래도 용케 조산사님이 하라는대로 잘 따라하더라구요.
그렇게 19일 밤 10시 04분... 우리 1004, 우준이가 세상에 나왔습니다.
좀 작지만 (3키로) 건강하게...
곧바로 아내의 배위에 올려지고... 캥거루케어를 하고, 애기는 나오자마자 엄마 젖을 빨려고 연신 '쪽쪽'거렸습니다. 밤새계속^^ 조산사님이 이렇게 나오자마자 쪽쪽 열심히 젖빠는 시늉하는 애기는 처음이라고ㅎㅎㅎ
아내의 회음부는 아쉽게도 2~3cm 정도 약간 찢어졌지만...(병원에서 절개하면 엄청 깊게 절개해서 회복시에 통증이 심하죠)
그리 심하지않아, 회복도 빨랐습니다.
캥거루케어하면서 아내 후처리도 꼼꼼히 해주시고... 애기씻겨주시고...배꼽소독법도 알려주시고...저는 하나하나 동영상으로 찍고...
그리고 직접 미역국도 바로 끓여 주시더라구요...아내와 제것 두개.. 힘썼으니 먹고 자라고 T.T
그렇게 새벽1시가 넘도록 계속 저희만을 위해 애써주셨습니다.
다음날 아침에도 미역국 먹고 가라고 일찌감치 준비해주시고...
저희는 산 후 다음 바로 전주로 내려왔습니다. 산모의 회복력도 무척 빨랐던 것 같습니다.
조산사님. 아니, 삼신할매님^^
우리 애기 이제 50일 되었어요. 완전 순둥이예요. 엄마 젖 잘먹고, 밤에 잘자고, 크게 보채거나, 심하게 울지도 않습니다.
이게 다 조산원에서 원만한 분만환경에서 순리대로 나왔기 때문인 것 같아요.
다시한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조산사님은 저희 평생 은인이세요.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엄조산원에서 많은 애기들이 순산하고 산모들도 모두 다 건강했으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전주에사는 둘째출산을 앞두고있는데... 너무 부럽고 깊은 감동이네요~ ^^
신랑이 허락치 않아서 첫째땐 조산원 가보지도 못하고 병원에서 아기를 낳았는데,
둘째는 꼭 둘째는 조산원에서 하고싶습니다~ ^^ 힘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두 전주인데 너무힘되요^^아으 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