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춘향전에 나오는 어사 이몽룡의 시
춘향전에 보면 암행어사 이몽룡이 변사또의 생일 잔치에서 당시 탐관오리들의 실상을 폭로하는 멋들어진
시 한 수를 짓는 장면이 나온다.
금으로 된 술잔의 아름다운 술은 천 사람의 피요(金樽美酒千人血),
옥쟁반의 아름다운 안주는 만 백성의 기름이라(玉盤佳肴萬姓膏).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燭淚落時民淚落),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성이 드높도다(歌聲高處怨聲高).
꽤 그럴듯한 시로 춘향전의 성가만큼이나 유명한 시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이 시의 모태라 할 수 있는
것은 따로 있다. 원래 이 시는 광해군 때 서울에 온 명나라 장수 조도사(趙都司)가 지었다고 하는 다음과
같은 시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인다.
맑은 향기의 맛좋은 술은 천 사람의 피요(淸香旨酒千人血),
가늘게 썬 좋은 안주는 만 백성의 기름이라(細切珍羞萬姓膏).
촛농이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이 떨어지고(燭淚落時民淚落),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성이 드높도다(歌聲高處怨聲高).
춘향전에서 이 시를 적절한 때 잘 써 먹었다고 할 수 있다. 정작 지은이는 잘 알려져 있지 않아도 춘향전
때문에 그 시가 유명해졌으니 춘향전은 그 매개체로서 훌륭한 구실을 한 셈이다. 어찌 보면 모방이란 창조의
어머니라 할 수 있다. 원래의 것을 잘 소화하여 자기화 시키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 단계 발전을 하게 된다.
선조나 선배들이 이룬 업적 위에 후배들이 한 단계 씩 보태면서 오늘날이 있게 되었다고 할 수 있으니, 그것이
바로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역사의 묘미라 할 수 있다.
어쨌든 새로운 사또들을 뽑아야 할 날도 멀지 않았다. 누가 청렴결백하게 지역민들을 위해 일을 잘 할 지,
아니면 또 한 명의 탐관오리가 될 지 잘 판단할 때이다. 손이 떨려 잘못해서 옆의 사람을 잘못 찍는 일이 없
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