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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 |
순서 |
주제 |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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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5 |
1강 |
시민, 불복종을 이야기하다
: 헨리 소로 <시민불복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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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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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 |
2강 |
시민, 참여로 민주주주의를
완성하다
: 아렌트 <공화국의 위기>(김선욱
역)
'시민불복종' |
김선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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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9 |
3강 |
시민불복종은
불법인가
: 로널드 드워킨 <법과 권리>(염수균 역)
8장 '시민불복종' |
정태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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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월) |
4강 |
비폭력은 시민불복종의
본질인가
: 에이프릴 카터 <직접행동>,
<발터 벤야민 선집
5> |
이대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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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2 |
5강 |
오늘 우리는 왜 시민정치를 이야기하는가
: 김만권 <참여의
희망> |
김만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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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9 |
6강 |
토론수업
: 나 그리고 시민불복종 |
이대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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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불복종
-- 드워킨의 법과 권리 및 롤즈의 정의론에서의 논의를 중심으로 --
I. 로널드 드워킨의 시민불복종론
1. 시민불복종에 대한 일상적 오해
i) 시민불복종=범죄행위
시민불복종은 무정부적 파괴주의자와 같다는 인식.
ii) 시민불복종=불법행위
시민불복종은 도덕적 행위일지언정 법적으로 면책될 수는 없다는 인식.
법은 동기가 무엇이든,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법을 어기는 이는 법을 준수하는 이들에게 부담을 지우면서 자신은 그로 인한 이익을 취하는 것이 됨. 불공정하고 정당하지 못한 일임. 법과 도덕은 분리해야 한다는 인식.
ii)와 관련하여
시민불복종은 단순히 도덕적 항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유의미한 행위이다. 시민불복종은 불법적인 행위를 함으로써 개인적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 아니라 불법과 합법의 경계에서 올바른 법을 제시함으로써 모든 이들의 보편적 이익을 보호하려는 행위이다.
2. 베트남 전쟁에 관한 징병 거부와 관련한 도덕적 문제와 법적 함의
1)도덕적 문제점들
i)부도덕한 무기와 전략
ii)국민들의 동의가 없는 전쟁감행
iii)국민들의 희생에 값할만큼의 국익이 걸려있지 않은 전쟁
iv)징병에 있어 대학생들에게 특혜를 주는 등의 불공정성
v)‘일반적인 양심적 병역거부(모든 전쟁에 대하여 거부)’에는 면제의 권리를 인정하면서 ‘선택적인 양심적 병역거부(특정의 전쟁에 대하여 거부)’에 대하여는 면제를 불허하는 차별성
vi)징병거부를 권유하는 행위를 처벌함으로써 전쟁에 대한 자유로운 토론을 봉쇄함
2)헌법적 문제점
위의 도덕적 문제들은 아래와 같은 헌법상의 문제와 직결된다. 징병법의 위헌성을 시사함.
i)국제법상 부당한 전쟁은 금지되며, 미국은 국제법을 자국의 법의 일부로 간주하고 있음. 곧 베트남 전쟁은 불법적인 전쟁일 가능성이 있음.
ii)헌법상 전쟁 선포는 의회의 권한임. 의회의 전쟁선포가 없었다면, 이는 대의기관의 충분한 토론과 숙고가 없는 전쟁으로서 역시 그 전쟁의 합법성을 의심할 수 있는 것임.
iii)헌법상의 적법절차 조항에 비추어 베트남 전쟁의 징병은 국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안겨주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음.
iv)대학생들의 면제 특권을 주는 차별은 위헌이라고 할 수 있음.
v)종교적 신념에 의한 일반적 병역거부는 용인하고, 도덕적 근거에 의한 부당한 전쟁만을 거부하는 병역거부는 인정하지 않는 것은 국가가 특정 종교를 옹호하는 행위로서, 이는 정교분리, 종교의 자유의 헌법 원칙에 반할 수 있음.
vi)징병거부의 권유는 언론의 자유라는 차원에서 보호되어야 함.
*‘정치문제(political question)’의 법리, 즉 통치행위 여부
외교나 군사 정책에 관한 문제에서 사법부의 판단을 자제하고 행정부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법리.
그러나 정치문제의 법리는 절대적인 것이 아니고 예외적인 것임. 특히 전쟁과 징병이 국가에 의하여 직접적으로 국민들에게 가해지는 범죄가 될 수 있음을 생각할 때, 이에 대한 사법 자제는 법의 사명에 대한 방기임. 요컨대 정치문제의 법리로 징병에 대한 헌법적 다툼을 피해갈 수는 없음.
결론적으로, 징병법이 위헌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위와 같은 사정은 시민불복종이 타당한 법률에 대하여 순전히 도덕적 동기로써 반대하는 것이 아님을 말해주는 것임. 곧 시민불복종은 바로 법적인 문제이며, 법적인 문제제기임.
3. 세 가지 가능한 해법(모델)
법의 타당성, 법의 합헌성이 의심스러울 경우 법적 실천의 방식
i)법의 타당성이 의심스러울 경우, 가장 소극적으로 행위할 것을 요구함. 가능한 법적 제재의 가능성을 피하고자 함.
ii)법의 타당성이 의심스러울 경우, 법원 및 다른 법률기관의 유권해석이 내려지기 전까지 적극적으로 행위하는 것을 허용함.
iii)법의 타당성이 의심스러울 경우, 설사 대법원의 판결이 달리 나온다고 하여도, 각자의 소신에 따라 적극적으로 행위하는 것을 배려함.
i)의 모델 :
이런 모델 하에서는 사람들은 진정으로 옳은 법의 기준을 규명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하게 됨. 즉 입법과 행정의 오류를 시정하고 개선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됨. 그리고 그것은 정부 권력의 무책임성의 증대와 시민들의 자유의 축소를 가져올 것임.
현실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안전하게 행위할 수 있음. 그것이 현명한 태도일 수도 있음. 하지만, 그것은 ‘민주헌정질서’가 이상으로 하는 훌륭한 시민의 덕목과는 다른 것임.
ii)의 모델 :
의심스러운 경우 다툴 수 있고, 법원은 그러한 주장들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함. 하지만, 일단 법원 등 법률 기관의 유권해석이 나온 이후에는 그에 따르는 것이 옳다는 입장임.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달라질 수 있음. 선례구속의 원칙은 언제나 타당한 것은 아님. 후에 대법원의 헌법심사(우리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이 변경되면, 형벌의 경우 소급적으로 무효화됨. 즉 예전에는 범법행위로 간주되었던 것도 재심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음.
일반적인 사건에서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 그것이 일단 법의 기준으로 간주되는 것이 타당할 것이지만, ‘양심’이 관련된, 즉 인간 존엄에 본질적인 부분을 침해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여전히 개인의 자유 보호에 우선권을 인정할 필요가 있음.
iii)의 모델(드워킨의 견해) :
시민의 충성은 법에 대한 사람들의 견해에 대한 것이 아니라 법 자체에 대한 것임. 시민이 최선을 다하여 우리 헌정질서에 대한 숙고를 거듭하여 기존의 법원의 판결이 그릇되었다고 판단할 경우 법원의 판결만을 이유로 그것을 그대로 수용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음. 대법원의 판례로 변경될 수 있음.
참고) 홈즈 대법관의(‘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 : Gitlow 사건에서의 유명한 반대의견. 그에 앞선 Abrams 사건에서 이미 그와 다른 유죄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그 다수의견을 여전히 법으로 믿을 수 없다며, 반대의견 고수. 결국 이후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의 법리’는 다수의견으로 채택되고 미국 민주 헌정질서의 핵심 원리로 정착되었음.
그러나 iii)의 모델을 취한다고 하여도 시민들의 불복종 행위가 항상 면책된다고 할 수는 없음. 불복종은 일정한 사회적, 국가적 부담을 안겨주는 것이고, 따라서 불복종에 대한 개인의 권리를 인정한다고 하여도 공동체에 끼치게 될 부담을 고려하여 다시 제한될 수 있음. 그러나 어떠한 경우라도 법당국은 시민의 합당한 소신을 감안해야 하며, 그에 따라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책무가 있음.
시민불복종자는 일반적 범죄자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4. 법철학적 반대
그와 같이 실정법을 ‘경시하는’ 것은 법을 ‘하늘에 맴도는 것’, 혹은 ‘초월적 금고’ 안에 있는 것으로 보는 것이라는 반론, 즉 입증되지 않는 ‘자연법론’이라는 비판.
그에 대한 드워킨의 답변 : 이는 현실과 동떨어진 형이상학적 주장이 아니라 법적 실제와 실행 현실을 반영하는 것임.
법률가들의 법정에서의 주장들은 기존의 판례들에 얽매이는 것이 아님. 나아가 기존의 판례들로서는 해결될 수 없는 새로운 법의 영역이 생기기도 함.
타당한 법이 무엇인지, 진정 올바른 법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불확실성이 있을 경우 그에 대하여 모든 시민들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할 수 있고, 또 국가기관과 해석 문제로 다툴 수 있음. 단순한 이론적 토론이 아니라 실행을 통하여 ‘헌법적 실험’을 할 수 있음. 그러한 실험과 논란(대결)의 과정을 통하여 법질서는 발전되어 나감.
5. 시민불복종자에 대한 정부의 책무
다른 고려사항과 충돌되지 않는 한 그들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함.
1) 기소 단계에서 검사의 과제
양심적인 징병 거부가 어떤 다른 사회적 피해 혹은 부담을 야기하는 것인지 검토해야.
그로 인해 야기되는 피해가 다른 이들의 본질적이고 도덕적인 권리와 자유에 관한 것일 때 징병 거부는 처벌할 필요성이 커짐, 반대로 그로 인해 야기되는 피해가 단지 정책적인 차원, 사회적 혹은 행정적 편의에 대한 것일 때 징병 거부에 대한 처벌의 필요성은 약해짐.
양심적인 징병 거부는 대체로 정부의 행정적 정책에 피해를 줄 뿐, 국민의 본질적인 자유, 도덕적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님. 병역거부자들이 병역이행자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아님. 흑백 차별을 지지하며, 흑인 여학생의 등교를 방해하기 위하여 출입문을 막는 행위 등과 구별해야 함.
(또한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한다는 것이 그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단지 예외를 인정하는 것임. 병역거부자들은 병역 이행과 같은 정도의 다른 공동체를 위한 인생의 부담을 지게 될 것임. 마찬가지로 병역이행자들은 병역이행의 대가로 다른 사회적 법적 혜택을 누릴 수도 있음)
다만, 시민불복종이 폭력적인 방법으로 수행될 경우, 처벌의 필요성이 커질 것임. 그것은 불복종의 이유 때문이 아니라 폭력 때문인 것임.
또한 징병 거부 행위 그리고 그에 대한 권유의 행위로 인하여 실제로 징병 거부가 급격하게 증대된다면, 이는 국가의 안전, 국민의 생명에 본질적인 위해를 초래하는 것으로 용인하기 힘든 경우가 있을 수 있음.
그러나 베트남 전쟁의 경우 미국 국민들의 생존을 위한 전쟁이 아니었음. 징병 거부자가 증대한다는 것은 오히려 전쟁에 대한 반대 여론이 높다는 것이며, 그런 상황에서 전쟁을 감행하기 위하여 다수의 징병거부자들을 처벌하는 것은 전체주의로 이행해 가는 결과가 될 수 있음.
의심스러운 전쟁의 경우 국민들의 진실된 의사를 확인하기 위하여 징병 거부 행위, 징병 거부 권유 행위를 그대로 둘 필요가 있음!(민주주의적 과정)
2) 입법부의 과제
징병거부를 처벌하는 법령을 완화하거나 새로운 입법을 할 필요가 있음.
징병거부를 권유하는 행위는 기본적으로 언론의 자유, 표현의 자유의 영역에 속하는 것으로 보아 그것을 처벌하는 법령은 개폐해야 함.
징병거부 자체에 대하여는 첫째, 징병제를 모병제로 바꾸는 방안, 둘째, 양심적 병역거부를 일반적 병역거부만이 아니라 선택적 병역거부의 경우까지 넓혀 보호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함.
3) 법원의 과제
실정법이 고수되고 검찰의 기소가 있다고 하여도 법원은 유죄판결을 내려서는 안될 것임.
헌법 위반 여부가 진지하게 의심된다면, 이는 ‘모호한 법률’이라고 할 수 있음. 모호한 형법에 의한 처벌은 허용될 수 없는 것임.
첫째, 내용이 모호한 법률(예컨대, ‘품행이 나쁜 사람은 처벌한다’와 같은 법률)은 그 자체로 위헌이라는 것이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임. 이 경우 법률 내용이 아니라 그 합헌성이 모호한 경우이지만, 시민들에게 미치는 억압적 의미, 부당한 자유 축소의 효과는 동일하다고 할 수 있음.
둘째, 내용이 모호한 법률의 경우 처벌 혹은 불처벌이 사실상 법집행자의 손에 맡겨져 있는 셈이고, 따라서 이는 입법권력을 집행부 혹은 사법부에 넘겨주는 것으로서 권력분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는 것임. 징병법의 경우 내용이 모호하지는 않으나, 그 효력이 모호한 것으로, 사법부의 판단을 묻기도 전에 법률의 문언에 따른 처벌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으로서 이는 법적 판단의 여지를 입법적으로 봉쇄하는 것임, 즉 또 다른 의미의 권력분립 위반이 될 수 있음.
그러나, 그렇게 법이 의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우리의 경우 헌법재판소)이 그 법이 위헌이 아니라거나 혹은 ‘정치적 문제(즉 통치행위)’라는 이유로 사법적 판단을 자제하고 행정부의 판단을 존중하여, 유죄선고를 내린다면, (그리고 그에 있어서 사법부도 최선을 다하였다면) 그 자체를 무효라고 할 수는 없음.
(그런 경우에도 여전히 시민불복종의 징병거부는 민주헌정질서에서 시민의 자유의 본질적 부분으로 남을 것이며, 시민불복종의 실행을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는 없음.) 또 하급심 판결은 비록 대법원의 선례가 있어 무죄선고는 어렵겠지만, 양형에서 감안할 수 있을 것이며, 유예의 선고(집행유예, 선고유예)도 고려되어야 함.
II. 존 롤즈의 시민불복종론
헌정질서 속에서 시민불복종의 세 가지 논점
i)시민불복종의 개념
ii)시민불복종의 정당화 근거
iii)시민불복종의 역할
1. 시민불복종의 개념
1) 기본적 정의
대체적인 정의 : 법이나 정부의 정책에 변혁을 가져올 목적으로 행해지는, 공공적이고 비폭력적이며 양심적인, 그러나 법에 반하는 행위
i)시민불복종은 헌정질서의 공통적 정의관에 입각한 것이어야 하며, 다른 특수한 도덕적 혹은 종교적 교설에 의거해서는 안됨.
ii)시민불복종의 공공적 행위로 수행되어야 함.
iii)비폭력적이어야 함.
iv)법에 대한 충실성을 전제로 함.
v)기본적으로 정의로운 국가, 체제의 정당성이 기본적으로 인정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부정의에 대한 저항임.
2) 구별개념들
지배적인 정의관을 거부하는 전투적이고 파괴적인 조직적인 저항 : 그러한 저항은 그 자체로 양심적일 수는 있으나 헌정질서의 공통의 정의관에 호소하는 것이 아님. 따라서 그 자체로 정당화되기 어려움.
기본구조가 아주 부정의한 경우 혹은 공표된 이상을 배반하는 (폭력적) 체제에 대한 무력적 저항 : 이는 정당화될 수 있지만, 시민불복종의 범주를 넘어섬.
양심적 거부의 개념
i)전통적으로는 양심적 거부도 시민불복종의 일부로 개념화되어 왔음.
ii)양심적 거부는 직접적인 처분이나 명령에 대한 불복종 혹은 거부임(법률 자체에 대한 거부는 시민불복종의 차원으로 이해될 수 있음)
iii)양심적 거부는 반드시 공통의 정의관에 호소하는 것은 아님. 공동체의 입헌적 정치원리에 의거할 수도 있지만, 입헌질서와 충돌하는 종교적 원리, 도덕적 교설에 의거할 수도 있음.
iv)양심적 거부는 개인적 행위로서 반드시 공공성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님. 그러나 은밀하게 행해지는 것은 아님(은밀하게 행해지는 것은 ‘양심적 기피’라고 별도로 개념화할 수 있음)
2. 시민불복종의 정당화
1)대상 적격
시민불복종은 정의의 제1원리(평등한 자유의 원리) 그리고 정의의 제2원리 가운데 기회균등의 원리를 침해하는 부정의에 대한 것이어야 함. 부정의의 정도가 심각하고 지속적인 것이어야 함.
정의의 제2원리 가운데 차등의 원칙, 즉 최소수혜자 우선의 사회경제적 평등 원리 위반의 법은 원칙적으로 시민불복종의 대상이 아님. 이는 통상적인 정치적 과정에서 해결되어야 할 문제임. 다만, 그 사회경제적 원리의 침해가 기본적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는 수준에 이른다면, 달리 볼 수 있을 것임.
2)필요성
시민불복종은 통상적인 입헌절차를 통하여 개선 시도가 소진된 다음에 혹은 그러한 시도가 전혀 무망함이 명백한 경우에 비로소 허용될 수 있음.
3)목적의 순수성
시민불복종은 입헌질서에서 초래된 부정의를 시정하기 위한 바로 그 목적을 위하여 수행되어야지, 다른 목적을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됨.
4)방법의 합리성
시민불복종의 방법은 비폭력성, 공공성을 유지하여야 함. 타겟이 되는 악법이 아니라 대신 다른 행정법규를 집단적으로 위반함으로써 악법의 부정의함을 호소하는 것(‘간접적 시민불복종’)도 허용됨.
시민불복종은 입헌질서에 대한 충실성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여러 차원의 시민불복종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 입헌질서가 마비되어 통상적인 정치질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으로 치닫는 것은 방지되어야 함.
3. 시민불복종의 역할
1)민주적 입헌체제를 안정화하는 부분
민주적 입헌체제, 즉 동등한 구성원들의 협동체제에서 심각한 부정의로 고통받는 소수를 위한 시민불복종은 오히려 입헌체제를 보강하고 안정되게 하는 역할을 함.
시민불복종은 본질적으로 입헌체제에 대한 부정이 아니라 그에 대한 충실성임.
2)다수결의 원리와의 관계
입헌체제의 다수결의 원리는 근본적이고 중요한 제도이나 다수결의 원리가 완전한 것은 아님, 합리적인 인간들이 이상적인 상황과 절차에서 논의를 해 나갈 경우 다수의 결정이 옳을 확률이 높다고 할 수도 있음. 그러나 확률적인 개연성이란 실제 구체적인 상황에서 그와 다른 결정의 가능성을 여전히 내포하는 것임.
이상적인 입법절차와 이상적인 시장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음. 이상적인 시장의 절차는 효율성이라는 차원에서 보다 완전함. 그러나 이상적인 입법절차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아야 함. 시장은 ‘선호의 비교와 균형’이 가능할 수 있지만, 입법절차에서는 그와 같은 담보가 없음. 더욱이 현실에서의 의사결정은 이상적인 상황에서 합리적으로 수행되는 것은 아님.
입법절차(대의제)에서 다수결의 원리는 입헌체제의 공통의 정의관을 전제하고, 그것의 구현을 위한 일종의 절차적 정의로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임. 결과의 진리치보다 절차의 공정성과 참여의 가치가 중시되는 것이며, 그러한 절차적 정의가 인정된다면, 그 결과를 수용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하는 것임.
그러나 입법절차(대의제)에서의 절차적 정의는 ‘순수절차적 정의’는 아님. 즉 절차의 결과 그 자체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고, 그 결과를 입헌체제의 근본 원리와 가치들(공통의 정의관)에 비추어 재검토되고 필요한 경우 수정되어야 하는 절차임.
그와 같은 전체 과정이 제도권 내의 입헌절차에서 모두 순조롭게 수행되지 못할 경우, 시민불복종의 역할이 생기게 됨. (시민불복종은 넓은 의미에서 입헌절차의 한 부분임)
4.양심적 병역거부의 정당화
1)양심적 병역거부의 동기
입헌질서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 양심적 병역거부는 공통의정치적 정의관에 의거하는 것이어야 함.
종교적 신념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국가의 시혜에 의하여 처벌이 면제되거나 대체복무로 변환될 수도 있지만, 그 자체는 입헌질서 하에서 하나의 권리로 정당화될 수 있는 부분은 아님.
2)부당한 전쟁에 대한 거부
정치적 정의관에 의한 양심적 병역거부는 ‘전쟁법’, 즉 ‘정의로운 전쟁의 이론(Just War Theory)’에 입각하여 판단되어야 함.
전통적인 정의로운 전쟁의 이론은 전쟁을 억제하고 부당한 전쟁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것임. 전쟁 개시의 정의(jus ad bellum), 전쟁 수행의 정의(jus in bello).
징병제도는 기본적 인권에 대한 근본적 제약이므로 오직 국민들의 생존과 안전의 위협에 대한 방어라는 차원에서만 용인될 수 있음. 그와 달리 외국에 대한 공격적인 전쟁일 경우, 그리고 설사 방어적인 전쟁이라고 할지라도 방어의 필요를 벗어나 전쟁 수행의 부정의가 지속되는 경우, 시민들은 징병을 거부할 권리가 있음.
(따라서 양심적 병역거부는 오히려 ‘선택적 병역거부’가 원칙이 될 수 있음.)
나아가 전쟁의 목적도 부당하고, 전쟁의 수행도 부당하여 참으로 부정의한 명령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히 예견되는 상황이라면 징병 거부는 단지 시민의 권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의무라고 볼 수도 있음.
III. 사견
1. 시민불복종의 체계적 위상
혁명 - 저항권 행사 - 시민불복종 - 양심적 거부 - 양심적 기피
2. 시민불복종과 법철학 사조
법철학의 유파는 전통적으로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으로 대별됨. 그러나 그 각각의 내부에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함. 또 법실증주의와 자연법론은 기본적인 방법의 차이를 말하는 것이지 구체적인 판단이 일률적으로 갈라지는 것은 아님. 아래에서 법실증주의적 관점에서 시민불복종의 허용/불허의 입장, 마찬가지로 자연법론에서 시민불복종의 허용/불허의 입장을 상정해 보았음.
1) 시민불복종 불허 입장
i)법실증주의적 불허
시민불복종은 제정법에 의하여 규정된 권리가 아님(폐쇄적 법실증주의)
ii)자연법적 불허
국가법 준수 의무가 자연법이며, 시민불복종은 자연법이 아님(국가주의적 자연법론)
2) 시민불복종 허용 입장
i)법실증주의적 허용
시민불복종은 개인의 자유이며, 불복종이 도덕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음을 인정함, 다만, 그 법적 정당성, 허용성에 대한 판단은 사법당국의 결정에 달려 있음(개방적 법실증주의).
ii)자연법적 허용
대개의 자연법론자들도 실정법의 중요성을 부인하지는 않음, 다만 개인 혹은 공동체 구성원들의 근원적 자유 혹은 자율성은 국가법적인 규제를 넘어설 수 있다고 봄, 자연법 나름의 원칙을 준수하는 한 보충적인 차원에서 시민불복종을 허용하게 됨, 사법당국은 그와 같은 근원적이며 보충적인 시민불복종의 자유 혹은 자율성을 존중해야 할 의무가 있음(개인주의적 혹은 공동체주의적 자연법론)
iii)무정부주의적 허용
국가법은 근본적으로 부정의하고 억압적임, 시민불복종은 국가법의 한계를 치유하는 보충적 차원이 아니라 그 자체가 원래 본원적 법질서의 원천으로 이해됨.
3.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와 시민불복종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자체도 법철학적으로 법실증주의적으로 설명될 수 있고, 자연법적으로도 설명될 수 있을 것임. 시민불복종에 있어서도 위의 (개방적) 법실증주의적 허용 및 (개인주의적 및 공동체주의적) 자연법적 허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임. 전자보다 후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음. 드워킨과 롤즈 모두 이 후자의 입장으로 분류할 수 있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입헌주의, 즉 법치주의를 기본으로 하지만, 그 법치주의는 실정법 혹은 국가법에 의하여 망라된다고 생각하지 않음.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특징 혹은 본질은 바로 개방성, 자기 한계에 대한 인식에 있다고 할 수 있음. 개인의 삶의 진실과 양심에 겸허하고, 사회의 민주적 논의과정, 역사적 심판의 과정에 겸허한 것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특징이라고 할 것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특징을 한 마디로 한다면, ‘충성의 반대’를 용인하는 체제라고 할 것임. 체제에 대한 헌신이 체제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데에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고유한 특징이 있다고 할 수 있음.
다만, 시민불복종은 기존의 입법과정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할 때, 대표성이 없는(선출되지 않은) 시민이지만 입법적 기준을 준수하여야 할 것임. 그리하여 ‘목적의 정당성’, ‘필요성’, ‘비례성’, ‘수단의 합리성’, ‘공공성’, ‘성실성’, ‘논의의 개방성’ 등의 요소들을 갖추어야 할 것임.
설사 우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시민불복종을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실제 사법당국이 시민불복종의 근원적 자유를 부인하는 경우에도, 처벌은 상징적이고 형식적인 것에 그쳐야 할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