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시장을 보러 가기로 했습니다. 저한텐 극장 가서 영화 보는 일은 거의 연례 행사인데요. 대학원 수업 가르쳐 주신 강사님이 통역사로 열연하신다고 해서 급관심이 생겼지요~ㅋㅋ
시각장애인에게 영화는 사실 거의 귀족 문화였는데요, 최근에는 화면해설이란 걸 해줘서 극장에 가서도 볼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화면해설은 영어로는 audio description (AD)이라고 하는데요, 이건 넓게는 시청각번역(audiovisual translation)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청각번역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인데요,
시각장애인을 위한 건 성우 더빙으로 화면에서 벌어지는 배우의 동작이나 풍경, 자막 등을 읽어주는 것이고요,
청각장애인을 위한 건 배경음악, 음향 효과, 그리고 대사를 자막으로 보여주는 것이지요.
잠시 여담을 하자면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시청각번역이란 게 서구에선 번역학의 일부로 들어와 있습니다.
실제로 이번에 영국에 갔을 때 방문하려다가 못 했던 런던 로햄튼대학(University of Roehampton)에서는 시청각번역을 번역학 석사로 인정하고 있고, 그것도 EU에서 관리하는 유수 번역대학원 네트워크인 EMT (European Master's in Translation)의 60여개 과정 중 하나로 당당히 선발되어 있더라고요.ㅎ
여하튼 드라마나 영화에 이 화면해설 더빙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사실 꽤 됐지만, 우리나라의 극장에서 화면해설 더빙판이 상연되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습니다(Thank you CGV.)
이 화면해설 서비스가 생기기 전에는 시각장애인이 영화를 보러 가려면 무조건 눈 보이는 사람과 같이 극장에 가서 라이브로 화면해설을 들어야 했지요.
그러려면 일단 같이 갈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솔까 애인 아니고선 같이 가기가 어려웠죠~ 계속 귓속말로 설명해줘야 하는데 ㅋㅋㅋ
그러다 보면 같이 간 사람도 영화 즐기는 데 방해가 되고, 아무리 작게 얘기하더라도 옆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고...
그래서 데이트하는 마음으로는 가도 영화를 감상하러 가는 건 좀 아니었던 것이죠.
이젠 화면해설이 있어서 상황이 좀 나아졌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답답한 건 있습니다.
우선 화면해설을 개인 헤드셋을 나눠줘서 그 헤드셋으로만 들리게 하면 그냥 일반인과 같이 볼 수 있을텐데, 아예 화면해설용 영화를 틀어주는 바람에 일반인 입장에선 거슬리는 소리를 참고 들어야 하는 것이지요.
게다가 시각장애인과 청각장애인을 동시에 서비스한다고 자막과 화면해설이 동시에 나오게 해서 사실상 화면해설 영화가 상연되는 극장은 장애인 복지관을 방불케 합니다.
저도 한 두세 번 가 보았는데 장애인만을 위한 행사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일반인이어도 끊임 없는 나레이션에 불필요한 자막, 게다가 관람객이 다 장애인인 극장에서 영화를 즐기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것 같더라고요.
영화가 끝나고 나올 때의 느낌은 영화를 본 게 아니라 흡사 재활을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게다가 현재는 매월 셋쨋주에만 몇 안 되는 극장에서 상연하고, 화요일 저녁 7시, 목요일 오후 2시, 토요일 오전 11시처럼 비인기 시간대에만 해주고 있어서 이 행사를 기획하는 근본 취지 자체가 '관객이 별로 없는 시간에 장애인 고객을 유치한다'가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입니다.
물론 시간대가 이렇게 되면 영화 선택권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고요.
자꾸 외국 얘기를 해서 뭐하지만, 영국에서는 전국 250개 이상 극장에서 주요 영화는 대부분 화면해설을 해주고 있어서, 보고 싶은 영화를 자기 동네에서 언제든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화면해설은 헤드셋으로 제공되고 있고요.
이렇게 화면해설이 너무 다양하다 보니 영국 시각장애인연합호에서 웹사이트에 게재한 '자신감 있는 삶'이라는 안내책자에는 근처 극장에 미리 연락해 보고 가면 안내를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나올 정도입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일단은 공간만이라도 집구석이나 복지관이 아니라 극장에서 볼 수 있다는 데 감사할 노릇이지요.
후후 이렇게 써 놓고 보니 우리나라에 특수학급이 도입되었을 때와 거의 비슷하다는 생각도 드네요.
지금도 그렇지만 특히 초기 특수학급은 사실 교실만 일반학교로 옮겼다 뿐이지 일반학교 안에 동떨어져 있는 또 하나의 특수학교와 다름 없었잖아요~ㅋㅋㅋ
하튼 우리나라는 못말립니다.
여하튼 그렇게 저는 간만에 영화 나들이회 갑니다.
영화 보러 같이 가자고 꼬실 사람도 없는데 그래도 이젠 혼자 집중하면서 영화 볼 수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 참고로 아래는 화면해설 영화 '국제시장' 참가자 공지글입니다.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이하 한시련)와 (사)한국농아인협회(이하 한농협)는 CJ_CGV, CJ_E&M,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하고 있는 '장애인 영화관람 데이' 1월 상영작으로 영화 '국제시장'을 선정, 오는 셋째 주 전국 19개 CGV, 전국 3개 롯데시네마, 한누리시네마에서 화면해설 및 한글자막으로 상영합니다.
'CJ CGV 장애인 영화관람 데이'는 시,청각장애인의 영화관람권 보장을 위해 매월 셋째 주를 '장애인 영화관람 주간'으로 지정, 최신 한국영화 1편을 선정해 화요일 19시대와 목요일 14시대, 토요일 11시대 총 3회에 걸쳐 화면해설 및 한글자막으로 상영합니다.
본 상영회에 참석을 희망하는 분들에 한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1호, 제17조 제1항 제1호, 제23조 제1호, 제24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개인정보의 수집, 이용 및 제3자 제공에 관하여 당사자의 동의를 얻고자 합니다. 본 개인정보 수집, 이용 및 제3자 제공에 관하여 거부할 수 있으며, 거부할 경우 해당 업무의 서비스 이용에 제한이 있습니다. 동의서 작성은 현장에서 이루어집니다.
1월 상영작 '국제시장' 예고편 영상은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및 서울시립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 사이버방송센터(MAC), 넓은 마을, 유튜브, facebook 에서 시청 가능합니다.
연간 관람 횟수에는 제한이 없으나 접수 후 사전 연락 없이 미 관람 할 경우 다음 달 관람이 불가합니다.
전국의 시,청각장애인의 많은 관심과 신청을 바라며 자세한 상영회 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영화명 : 국제시장. 12세 이상 관람가
감독 윤제균, 주연 황정민(덕수 역), 김윤진(영자 역), 오달수(달구 역)
2. 관람비 : 1,000원
3. 대 상 : 등록 시각장애인 및 가족(안내자 1인에 한함) 선착순 마감
4. 일 시 : 지역별로 상이
5. 신청기간 : 2014년 1월 12일(월)부터 상영회 전날 선착순 마감
6. 신청방법 : 선착순 전화신청(8번 각 지역별 담당 참조)
7. 상영 장소(전국 16개 지역 23개 상영관)
서울/CGV구로: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1월 24일 토요일 11시대
서울/CGV강변: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1월 24일 토요일 11시대
인천/CGV인천: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경기/CGV북수원: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1월 24일 토요일 11시대
경기/CGV평택: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경기/롯데시네마 라페스타 고양: 1월 21일 수요일 14시
경기/롯데시네마 부천: 1월 20일 화요일 19시 30분
경기/롯데시네마 성남: 1월 20일 화요일 14시 30분
경기/CGV의정부태흥: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강원/CGV원주: 1월 27일 화요일 14시대
대전/CGV대전: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대구/CGV대구현대: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경남/CGV창원더시티: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1월 24일 토요일 11시대
경북/CGV구미: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1월 24일 토요일 11시대
광주/CGV광주터미널: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부산/CGV아시아드: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1월 24일 토요일 11시대
울산/CGV울산삼산: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충남/CGV천안: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1월 24일 토요일 11시대
충북/CGV청주터미널: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1월 24일 토요일 11시대
전남/CGV순천: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1월 24일 토요일 11시대
전북/CGV전주효자: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1월 24일 토요일 11시대
전북/한누리시네마: 1월 28일 수요일 14시대
제주/CGV제주: 1월 20일 화요일 19시대, 1월 22일 목요일 14시대
8. 신청 및 문의 : 각 지역별 담당에게 문의
지역/담당 및 연락처
서울/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 지역사회복지팀 김영진 02-950-0184
인천/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인천지부 홍종선 032-872-0420
경기/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지부 권혁남 031-213-7722(내선 206)
경기/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지부 평택지회 최원희 031-657-0855
경기/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지부 고양지회 이정희 031-969-3662
경기/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기지부 부천지회 김정심 032-667-6631
경기/한국식가장애인연합회 경기지부 성남지회 김진경 031-743-6430
경기/경기시각장애인복지관 이경은 031-856-5300
강원/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강원지부 이정현 033-262-1996(내선 3)
대전/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전지부 황혜옥 042-226-8040
대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대구지부 이수산나 053-253-2655
경남/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남지부 배종순 055-242-7722
경북/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경북지부 이혜량 054-277-2551
광주/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광주지부 이한솔 062-672-9534
부산 아시아드/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부산지부 윤예섬 051-462-3292
울산/울산시각장애인연합회 권민경 052-256-3308(내선 4번)
충북/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충북지부 권성미 043-235-5544
충남/충청남도시각장애인복지관 이윤정 041-413-7044
전남/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남지부 순천지회 김행란 061-742-5444(내선 2)
전북/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북지부 김은선 063-282-3880
전북/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전북지부 장수지회 추은숙 063-351-4545
제주/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제주지부 현지윤 064-710-1200
9. 공연정보 : '가장 평범한 아버지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
1950년대 한국전쟁 이후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격변의 시대를 관통하며 살아온 우리 시대 아버지 '덕수'(황정민 분), 그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았지만 평생 단 한번도 자신을 위해 살아본 적이 없다. '괜찮다' 웃어 보이고 '다행이다' 눈물 훔치며 힘들었던 그때 그 시절, 오직 가족을 위해 굳세게 살아온 우리들의 아버지 이야기가 지금부터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