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 "입시는 성적순이 아니다… 면접 통해 창의성·열정 볼 것"
카이스트와 포스텍은 한국 이공계를 대표하는 대학이다. 공교롭게도 두 대학 모두 파격적인 입시안을 경쟁하듯 내놓았다.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려고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두 대학의 입시안을 비교 분석해 봤다.
포스텍은 올해 수시 100% 전형으로 입시틀을 완전히 바꿨다. 정시전형을 아예 없애고 300명 모두를 수시에서만 뽑는다.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없다. 게다가 학과 교수가 포함된 입학사정관 18명이 수시 전형을 진두지휘한다. 일종의 파격이 아닐 수 없다.
백성기 포스텍 총장은 "300명이라는 소수정예 인원을 선발하는 데 수시와 정시 두 번의 전형을 치르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포스텍이 바라는 인재상은 뭘까. 백 총장은 "수학, 과학에 대한 재능과 창의성을 가진 미래 과학기술계의 글로벌 리더"라고 정의했다. 무엇보다 이공계 학문에 대한 열정을 검증, 세계 인재들과 경쟁해 보겠다는 도전정신과 모험정신을 중시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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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스텍은 수시 100% 전형으로 학생들의 수능 부담을 줄였다. / 포스텍 제공
◆점수에 의한 서열화 없앤다
포스텍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의 가장 큰 특징은 뭘까. 김무환 입학처장은 "점수에 의한 서열화가 없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국내 모든 대학들은 각 전형요소의 비율에 따라 점수를 합산하고 그 점수 차에 따라 1등부터 꼴찌까지 일렬로 세워 합격자를 선발한다. 김 처장은 "우리 대학의 입학사정관제 전형은 지원자의 재능을 다면적으로 평가해 종합적으로 심의한다"며 "입학해 학업을 따라갈 수 있을지 여부와 성장가능성, 잠재력 등을 판단해 합격·불합격만으로 결정한다"고 했다. 다만 후보자의 경우는 종합적인 판단으로 순위를 매긴다.
900명을 선발하는 1단계 전형에서는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 수상실적을 비롯한 우수성 입증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자기 소개서는 화려한 문장력보다 지원자의 재능이나 태도, 포스텍 지원동기, 학문에 대한 열정 등 구체적인 사실을 서술하는 것이 좋다. 김 처장은 "지원시기가 임박해 자기소개서를 쓰려면 마음이 급해 실수를 할 개연성도 있다"며 "평소 여유시간이 생길 때마다 작성해 다듬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포스텍은 지원 학생의 '정직성'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이다. 학업능력이 뛰어나도 제출서류에 허위사실이 드러나면 불합격 처리하겠다는 것이다. 김 처장은 "입학사정관을 소그룹으로 나눠 지원자 한 명 한 명의 제출서류를 상세히 검토하고 평가한다. 반드시 사정관들 간에 중복 검토를 거치도록 하겠다"고 했다. 확인이 필요하거나 더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직접 고교를 찾는다.
◆2차 심층면접 원리와 개념이해 중심
18명의 입학사정관이 수천 명이 넘는 지원자를 꼼꼼히 검증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성장가능성과 잠재력 같은 요소는 정성평가 요소가 다분하다. 포스텍측은 "여러 해 입시를 치른 노하우가 축적돼 있다"며 "예년 지원자가 2000명선임을 감안할 때 1단계 3배수(900명)로 추려내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뛰어난 재능을 가진 500~600명의 학생을 300명으로 좁혀가는 2단계 심층면접 과정이 만만해 보이지는 않는다.
2단계는 잠재력 평가를 위한 면접(지난해까지는 인성면접)과 심층면접으로 시행된다. 1단계를 통과한 모든 지원자는 잠재력 평가 면접을 거쳐야 한다. 학생 한 명 당 면접관은 2~3명이 될 전망이다. 시간은 20분 가량이 소요된다. 예년의 경우 인성면접만으로 정원의 15~25% 가량을 심층면접 없이 선발했다. 대학측은 "올해는 잠재력을 중시해 열정과 소신, 리더십, 다양한 재능 등을 보겠다"는 입장이다.
1단계 합·불을 결정하는 입학위원회에서 학업능력에 대한 검증력이 충분치 못하다고 평가한 학생들은 심층면접을 거쳐야 한다. 수학과 과학(물리, 화학, 생물 중 택1)을 친다. 지원자 1명당 과목별 20분씩 총 40분을 계획하고 있다. 문제 출제의 범위는 고교 교과범위 내로 한정할 계획이다. 김 처장은 "질문 유형은 주로 원리와 개념이해가 잘 돼 있는지를 알아보는 데 맞춰진다"며 "학생의 창의성도 파악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면접은 점수화하지 않고 포스텍에서 수학할 수 있는 능력유무를 판단하는 기준으로만 사용된다. 영어 구술면접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
◆포스텍 잠재력 개발과정 운영한다
수학과 과학에 대한 재능을 갖춘 농어촌, 도시 저소득층 학생들을 포스텍에 데려다가 교수들이 직접 가르치는 '잠재력 개발과정'을 운영할 계획이다. 4월 중순쯤 각 고교에 공문을 보내 신청자를 뽑을 예정이다. 대상은 고2와 고3 학생이다. 40명을 선발, 올 여름방학을 이용해 포스텍 기숙사에서 생활하며 수학과 과학을 가르친다. 물론 비용일체는 대학이 부담한다. 김 처장은 "집중교육을 통해 학생의 성장가능성이 보이면 입학전형 시 결정적인 판단요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시는 성적순이 아니다… 면접 통해 창의성·열정 볼 것"카이스트와 포스텍은 한국 이공계를 대표하는 대학이다. 공교롭게도 두 대학 모두 파격적인 입시안을 경쟁하듯 내놓았다.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려고 팔을 걷어붙인 모양새다. 두 대학의 입시안을 비교 분석해 봤다.
카이스트, "경시대회 성적 반영 안 하고 심층면접 강화"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발(發) 대학개혁이 본격화되고 있다. 2006년 7월 카이스트 총장에 취임한 후 그는 학생들에게는 성적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 부과하고 교수들에게는 철저한 인센티브제를 적용하는 등 개혁을 주도했다.
이번에 들고 나온 개혁은 2010년 입시안이다. 이날 입시용으로 변질된 수학·과학 경시대회 성적도 2010년 입시부터 반영하지 않겠다고 했고, 학생 선발을 위한 심층면접도 사교육으로 준비할 수 없는 방법으로 치르겠다고 했다.
◆입시개혁 요체는 공교육 활성화
카이스트의 변화는 공교육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것이다. 서 총장은 지난 3월 5일 입시정책 개혁안을 발표하며 "사교육을 줄여 공교육을 정상화 시키면서, 미래를 이끌어갈 창의적인 인재를 기르는 것도 위기 극복의 중요한 과제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한 "지금까지 우리 교육은 획일적이고 암기위주이기 때문에, 다양성과 창의성을 잃어 가고 있으며, 사교육 시장의 공룡화에 따라 학생과 학부모의 부담은 가중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카이스트는 2010학년도 입시부터 전국 일반고를 대상으로 학교장 추천과 심층면접만을 통해 150명을 선발한다. 전체 모집정원의 15~20%에 해당하는 인원이다. 이 전형은 학교장으로부터 성적에 상관없이 창의성과 리더십이 있는 과학기술분야의 열정 있는 학생 1명씩을 추천받아 선발한다. 이 전형에서 과학고, 외국어고 등 특목고는 제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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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이스트는 학교장 추천과 심층면접으로 150명을 뽑는다. / 조선일보 DB
또 1차 선발된 300명을 대상으로 하 루 종일 심층면접을 진행해 최종 150 명을 선발하게 된다. 입학사정관이 직 접 학교를 방문해 학생, 담임교사, 학 교장을 면담하고 학습현장 시찰 후 학 생을 선발한다. 이 중 10%는 농산어촌 학생, 10%는 저소득층 학생에게 우선 할당할 계획이다. 사교육을 미연에 방 지하기 위해 면접 기준은 공개하지 않 기로 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간에 이뤄진 것 이 아니다. 김도경 입학본부장은“카 이스트는 이미 10여년 전부터 획일적 인 교육에 대해 우려해 왔다”며“2년 전부터 심층면접을 강화한 것 또한 이 런 취지에서였다”고 전했다. 심층면접 강화는 1년여의 준비 끝에 시행됐고, 이번 개혁안 역시 2년 이상의 준비 끝 에 마련된 것이다.
또 2010학년도 입시부터 각종 경시 대회 성적을 입시에 반영하지 않는다. 경시대회는 학생들의 지적 도전을 자 극한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으나, 일부 경시대회가 상장을 남발, 본래의 취지 가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었 다. 또한 초등학교 때부터 경시대회 준 비에 대한 사교육이 널리 퍼져, 선행학 습 하는 학생이 상을 받는 경향이 두드 러졌다. 김 본부장은“우리 대학은 선 행학습을 통해 문제 하나 더 푸는 학생 이 20년 후에 국가를 이끌어 갈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경시대회 성 적보다, 창의성과 잠재능력이 있는 학 생들을 발굴해 교육하는 것이 KAIST 의 임무라 판단한 것이다.
김 본부장은“경시대회 반영 폐지가 올해 입시안의 가장 큰 변화”라면서도 “그러나 지난해까지도 다른 대학에 비 해 경시대회를 많이 반영하지 않았던 터라 실질적인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영재학교 선발방식도 바뀐다
카이스트 부설학교가 된 한국과학 영재학교도 학생 선발방식을 변경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다단계 테스트를 거쳐 선발했으나, 사교육으로 선행학 습을 받은 학생들이 많이 입학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학생의 창의성과 잠재력 발굴에 초점을 둬 선발하겠다 는 입장이다.
2010년도 입시에서 선행학습이 요 구되는 경시대회 성적 반영 비중을 대 폭 줄이고, 그 다음 해인 2011년도 입 시부터는 일체 반영치 않겠다는 입장 이다. 입학사정관을 영재학교에도 배 치해 농어촌에서 잠재력 있는 학생을 찾아 정원의 10% 정도를 선발토록 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국내외에서 우수 교사를 초빙, 교육 및 연구실적을 바탕 으로 한 평가에 따라 인센티브 제도를 강화하고 카이스트 교수의 부설학교 교육 참여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 선행학습보다는 탐구 실험교육 을 강조하며, 창의성 계발 및 연구중심 으로 교과과정을 전면 개편할 계획이 다. 2010학년도부터 수학, 과학, 영어 과목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되며, 외 국인 학생과 외국인 교사를 모집해 국 제화할 방침이다. 올해 안에 14명의 외 국인 교사를 초빙하고, 18명의 외국인 학생을 선발, 2010년 2월부터 함께 교 육을 받게 된다.
여기다‘과학영재교육 전문대학원’ 을 개설해 교사의 연구능력을 높이겠 다는 구상이다.‘ 과학교사연수센터’를 설치, 전국의 과학영재학교 및 과학고 교사들에게 첨단연구 실험장비를 경험 하는 단기연수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