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성교수 한국전자출판교육원 원장 [뚱보강사] 칼럼 40회 프라다 안경과 코딱지나 발러
40. 프라다 안경과 코딱지나 발러
‘대리막가스’가 말레이시아 말로 ‘감사하다’라는 뜻이다.
‘코딱지나 발러’는 말레이시아에 있는 사바 주의 수도인 ‘코타키나발루’를 한국 관광객이 잘못 부르는 도시 이름이다.
말레이시아의 수도는 쿠알라룸푸르(Kuala Lumpur). 언어는 말레이어를 쓴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인 보르네오 섬에는 말레이시아의 사바 주와 사라와크 주가 있다.
보르네오 가구 회사의 이름에도 쓰인 ‘보르네오’라는 섬은 가구에 쓰이는 나무와 고무나무가 많다.
말레이시아는 영국, 네덜란드의 식민 지배를 받았고 1941년부터 5년간은 일본의 침략을 당했지만, 땅이 넓고 기후가 좋아 1년 내내 먹을 것이 생산되는 나라라 그런지 국민들이 명랑한 편이다.
동남아시아의 보르네오 섬 북부에 있는 키나발루산(4,101m) 기슭에 있는 인구 35만 명의 코타키나발루(Kota Kinabalu)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휴양지인 항구 도시이다.
말레이인이 가장 많지만 중국 화교도 30%가량 살고 있다. 공식 종교는 이슬람교.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뚱보강사가 열 살짜리 늦둥이 딸과 함께 코타키나발루로 휴가를 갔다.
첫날은 인천 영종도 공항에서 직항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5시간 만에 도착하여 호텔에 여장을 풀었다.
비자도 필요 없고 입국 수속도 필요 없다. 비행기에서 내리면 바로 여행 가방을 찾으러 가면 된다.
둘째 날은 아침에 30분간 배를 타고 산호섬으로 나갔다.
낙하산을 탄 사람을 끌고 달리는 모터보트를 보더니 늦둥이가 자기도 태워 달라고 조른다.
낙하산과 행글라이딩의 합성어인 패러글라이딩(paragliding)은 원래 낙하산(parachute)을 메고 높은 산의 절벽에서 뛰어내려 활공하는 스포츠를 말하지만, 해수욕장에서는 모터보트에다 낙하산을 연결하여 끄는 것을 말한다.
구명조끼를 입고 벨트로 만든 바지 같은 것을 입고 낙하산에 고리를 연결하고 배 뒤에 서 있으면 모터보트가 앞으로 나가는 힘에 낙하산이 부웅 하늘로 뜨면서 졸지에 바다 위로 날고 있다.
낙하산 하나에 늦둥이와 둘이 함께 탔다. 신나게 하늘 높이 올라가고 있는데 투툭 소리가 난다.
“아빠, 이게 무슨 소리야?”
“응, 낙하산이 하늘로 올라가느라고 그런 소리가 나나보다.”
다시 뚝하고 큰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머리를 들어 하늘을 보니 낙하산이 머리쪽에서 뒤로 멀리 날아가고 있다.
‘이거 큰일났구나!’
‘근데 이 상황을 어떻게 열 살짜리에게 설명하지?’
0.1초 동안에 지금 상황이 파노라마처럼 천천히 눈앞에서 지나간다.
저 멀리 모터보트 안에 앉아 있는 늦둥이 엄마가 보이고, 발아래에 있는 쪽빛 바다가 보이고, 바로 옆의 늦둥이 모습들…. 순간적으로 집 앞 실내 수영장에서 같이 놀던 생각이 났다.
어깨 위에 서게 한 다음에 물속에다 내동댕이치기 놀이. 번쩍 들어서 풀장 속에 던지면 좋다고 다이빙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옳지, 이거다. 늦둥이를 쳐다보고 “야, 우리 내려간다”고 하자, 물속에 다이빙하는 놀이인 줄 아는 늦둥이는 신이 나서 물에 빠질 준비를 한다.
그 순간 엄청난 속도로 내 몸이 바다 속으로 빠진다. 눈앞이 캄캄하고 한참 물속으로 들어간다. 팔을 젓고 또 저어 물 위로 얼굴이 나왔다. 바로 옆에 늦둥이가 보인다.
“아빠, 나 안경 빠트렸어. 물속에서 찾을래” 하고 다시 바다 물속으로 들어가려 한다.
“야, 안 돼! 여기는 바다야. 그냥 동동 떠 있어.”
다행히도 뚱보강사나 늦둥이나 수영을 잘한다. 구명조끼까지 입고 있으니 숨 쉬는 데 걱정은 없다.
몸에 힘을 빼고 있으면 구명조끼 때문에 몸이 뒤집어져서 물에 누운 상태로 뜬다. 누워 있으니 조그만 파도에도 코로 짠물이 들어온다.
팔을 저어 수영을 하면 몸이 엎드린 상태가 되어 소금물이 코에 들어오지 않는다.
몇 분도 안 되어 모터보트에서 2명이 수영을 해서 다가왔다. 늦둥이와 내가 입고 있던 벨트로 된 바지를 벗겨준다. 한 명은 바닷물에 떨어진 낙하산을 잡고 천천히 가고 나머지 한 명은 우리와 함께 수영을 해서 모터보트로 올라갔다.
“아빠, 내 안경 찾아와.”
늦둥이가 볼멘소리를 한다.
“여기는 실내풀장이 아니라 바다거든. 너무 깊어서 안경을 찾기가 어려워.”
경치가 잘 보이지 않으니 짜증을 낸다.
“서울 가서 사줄게.”
“여긴 안경 파는 곳 없어?”
여행 가이드가 안경 이야기를 듣더니 걱정 말란다. 안경 잃어버린 것은 보험금이 나온단다.
늦둥이는 신났다. 낙하산도 타보고. 말레이시아에서 핑크색 프라다 안경이 생겼다.
자기 반 애들한테 명품 프라다 안경을 가이드 아저씨가 사주었다고 자랑하느라고 바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