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범님들에게 온전하게 넘겨줘야 합니다!
오랜만에 친분이 있는 무술계의 후배와 저녁 무렵 술을 한 잔 했습니다. 후배는 태권도장을 운영한다는 친구와 함께 왔는데 초면이라 통성명도 하고 서로의 안부를 묻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기를 박관장이라고 소개를 했습니다.
술이 몇 잔 들어가니까.. 금방 친해져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되었습니다.
요즘 체육관이 어렵다고 하는데 우리체육관은 여전히 수련생이 많다고 웃으며 박관장이 자랑을 늘어놓습니다.
나는 지도력이 훌륭하시고 능력도 출중하셔서 그런 것 같다면서 맞장구를 쳐 주었습니다.
칭찬에 신이 났는지 과시 성 이야기를 합니다.
“우리 도장 맞은편에 합기도장이 오픈을 했는데 6개월 만에 제가 도장을 콘크리트에 파 묻어버렸습니다!”
그 소리에 깜짝 놀라서 물었습니다. 그게 뭔 말인가요?
“우리도장에 다녔던 아이들이 어느 날 합기도 도복을 입고 길거리를 돌아다니는데 돌아 버리겠더라구요.. 그래서 부모님들에게 합기도를 하면 키가 안 큰다고 홍보를 했더니 바로 효과를 보았습니다. 바로 망해 버리더군요 그 합기도 체육관....” 그리고는 한마디 덧붙입니다.
“저의 도장 포스터나 홍보물에는 태권도를 하면 키가 ‘쑥쑥’ 큽니다. 잃어버린 10cm를 찾아드리겠습니다! 라는 슬로건으로 부모님을 공략합니다. 효과가 만점입니다!”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의 도장경영능력을 늘어놓습니다.
가만히 보니까... 박관장의 키는 170cm도 안 되어 보였습니다. 태권도를 그렇게 오래수련하고 선수생활까지 했다고 자랑했던 박관장이 그렇게 키가 작은 이유는 뭘까요?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합기도를 하면 키가 안 크고 꼭! 태권도를 해야만 키가 커지는 원인이 뭔지 도대체 알 길이 없습니다.
태권도와 합기도는 사실 경쟁무술업체가 아닐 겁니다.
태권도를 하고 싶은 사람은 태권도를 하는 것이고 합기도를 하고 싶은 사람은 합기도를 하는 것이지 합기도장이 맞은편에 생겼다고 태권도를 배우는 아이들이 합기도장 쪽으로 모두 옮겨가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4층에 태권도장이 있는데 체육관이 잘 된다고 하니까 그 건물2층에 태권도장을 임대하여 도장을 개관하는 일들을 심심치 않게 봐왔습니다.
자신의 태권도계의 지위와 같은 학교선배라는 타이틀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내고 맙니다. 지리적 위치상 2층이 4층보다 훨씬 좋기 때문에 4층의 도장은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거리로 따지면 10미터도 체 안 되는 옆 건물에 도장을 개설하고 학교 앞에서 어린이들 대상으로 마켓팅을 합니다. 이러한 것은 도장이 너무 많아서 생기는 현상과는 다른 차원입니다.
이러한 일부의 무술 인들로 인하여 무술 인들끼리 지켜야할 최소한의 상도가 사라지고 있는 것입니다.
얼마 전 태권도 업으로 성공을 했다는 모 관장과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는 두 명의 자녀를 두고 있었는데 자식들 자랑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합니다.
아이들이 예의가 바르고 똑똑하고 부모님 말씀을 잘 듣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녀분들이 태권도역시 잘 하겠네요?”라고 무심결에 묻자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태권도는 못하게 합니다. 태권도를 하면 공부할 시간이 없어요.. 요새 학원 다니느라 애들이 어른보다 더 바빠요!”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관장님에게 나온 대답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습니다.
그 관장님이 자기 도장을 홍보할 때 어떻게 했겠습니까?
태권도를 수련하면 똑똑해 집니다.
태권도를 수련하면 공부를 잘 합니다.
태권도를 수련하면 집중력이 뛰어납니다.
태권도를 수련하면 사회성이 좋아집니다.
태권도를 수련하면 부모님 말씀을 잘 잘듣습니다.
태권도를 하면.. 태권도를 하면... 태권도를 하면 최고가 됩니다.
그런데 그 관장님은 자기 아이들을 왜? 자신의 태권도장에서 태권도 수련을 못하게 할까요?
제가 태권도에 대해서 이야기 한 것은 합기도라는 무술을 편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또한 태권도에 대해서 억하심정이 있어서는 더더욱 아닙니다. 태권도는 명실 공히 한국 무술의 최고봉이며 아버지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에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주위에 이러한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구하나 선뜻 이야기를 꺼내지 않습니다. 조직의 구조상 자신에게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능력있고 진취적인 후발주자의 젊은 무술사범들이 무술 계에 염증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들은 앞으로 한국 무술 계를 건전하게 이끌어 나갈 주역입니다.
한국무술의 대표격인 태권도가 바로서면 합기도를 비롯한 한국의 정통무술들이 태권도의 길을 따라 가게 됩니다.
현재 한국무술의 시스템은 태권도의 프로그램과 운영방법을 그대로 모방하고 있습니다. 태권도가 잘못 가면 다른 무술도 잘못 가게 될 수 있습니다.
이렇듯 태권도의 역할은 중요한 것입니다.
요사이 저 출산문제로 무술도장 관장님들이 “어린이들이 입관을 하지 않는다” 고 말들을 합니다. 그래서 도산하고 파산하는 도장들이 줄을 잇고 있다는 겁니다.
물론 도장이 파산하는 일들에는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저 출산은 사실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태권도와 합기도의 교육적, 정신적 수련가치가 영어학원, 수학학원의 주입식 교육보다 가치가 있다고 인식한다면 소비자는 아무리 비싼 수업료를 내서라도 자녀들을 태권도, 합기도를 보내게 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들이 아이들을 도장에 보내지 않고, 성인들과 청소년들이 태권도와 합기도를 수련하지 않는 근본적인 이유는 저 출산 때문만은 아닙니다.
태권도장의 관장이 자기 자식들을 태권도장에 보내지 않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지금 태권도, 합기도를 다니는 어린아이들까지 급작스럽게 무술을 그만두는 현상에 대해서 일선도장의 관장님들은 왜? 그들이 무술을 그만두는지 직관적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도 문제입니다.
40대 중반에 접어드는 필자는 12살 때부터 무술을 수련했습니다. 그때는 도장에서 줄넘기도 안했고, 축구도 안했습니다, 최신식 오락기계도 없었고, 음악 틀어놓고 춤도 안 추었습니다. 물론 차량운행이 없었기 때문에 관장님들이 학교까지 등, 하교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먼 거리지만 언제나 걸어서 도장을 가야 했습니다.
한마디로 진짜 무술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저와 비슷한 시기에 무술수련을 하셨던 분들이면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눈 오는 날, 비오는 날, 추운 날, 더운 날, 바람 부는 날에도 도장 다는 것이 힘들고 귀찮더라도 부모님이 도장에 다는 것이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매우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저는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날마다 도장을 다녀야 했습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나이가 들어보니까, 도장에서 스승님 말씀을 잘 듣고 선배님에게 귀여움 받고 무릎을 꿇고 앉아 예의를 지키고 무술을 통해서 정신적으로 매우 유익하다는 것을 몸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억이 자기 자녀들을 무술도장에 입관시키는 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나는 청년시절 나이를 먹고 결혼을 하면 나의 자녀들을 꼭 무술도장에 보내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틀립니다. 20년 전에 태권도, 합기도장을 다니던 어린이들은 지금 성인으로 성장을 했고 자식들을 출산했습니다.
20년 전에 도장에 다녔던 경험이 있는 학부모는 태권도, 합기도장을 보내지 않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들의 기억은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를 하지 않고 합기도장에서 합기도를 하지 않는 기억뿐입니다. 당시에는 땀 흘리며 수련하는 무술보다 즐거운 오락이 좋았겠지만 성인이 되고 보니 그것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들이 생각나는 것은 도장에서 오락적인 놀이를 주로 했었다는 것을 분명히 기억하고 있는 것입니다. 교육적이나 신체적이나 정신적으로 태권도, 합기도의 가치를 그들은 높이 사지 않는 것입니다.
너무 쉽게 품띠나 단증을 따는 것도 무술을 만만하게 보는 계기를 만듭니다.
어렵고 힘든 과정을 거쳐서 목표한 바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코흘리개 어린아이들이 기본이 2,3품이고 다른 무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의 무술 인들이 3년에서 5년을 수련해야 1단 심사를 볼 자격이 있고 검은띠 심사를 3일에 걸쳐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품 심사나 단 심사를 치루는 것을 비교해 본다면 외국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현재의 무술교육시스템으로는 1년, 2년 해가 갈수록 무술을 바라보는 부모님이나 청소년의 인식은 갈수록 나빠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은 소신을 가지고 무술을 목숨처럼 여기는 사범님들이 모두 단합하고 합심하여 앞으로 닥쳐올 무술계의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때입니다.
이제는 무술계는 모든 유파를 떠나서 반목(反目)과 대립(對立)의 시대가 아니라 상생(相生)의 시기되어야 합니다.
무술의 가치를 무술인 스스로 높이 평가하고 내가 무술 인이라는 것을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해야할 시기입니다.
경제학자들이 말한 앞으로 약 8년 후 2020년에 태권도를 비롯한 한국의 모든 무술도장이 모두 사라진다는 말들이 틀린 것이라고 증명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현재의 기성세대의 무술관장님들은 다음세대의 능력 있고 활기찬 젊은 무술사범들을 위하여 우리가 지켜온 한국의 무술을 온전하게 바통을 넘겨줘야 할 것입니다.
그것은 한국의 무술계 선배들이 지켜야할 무술후배들을 위한 마지막 의무입니다.
종파(宗派)는 다르더라도 결국 모든 무술인은 하나라는 마음가짐이 중요할 것입니다.
첫댓글 모든 업종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정신적 가치와 물질적 가치(돈=탐욕으로 대표되어지는)사이에 균형이 없이 많은 사람들이 물질 그 자체를 바라보고 갑니다. 저또한 항상 생각하고 또 부딪힙니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지... 많은 사람들을 보면 지키지 않는 것 같은데라는 비교의식이 나라는 인식에 스트레스를 줍니다. 관장님의 바른 견해에 많은 것을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호신
공감합니다. 호신
호신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어서 스크랩 했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