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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예정일인데 얘가 안 나오고 싶은가봐 하고, 은숙이 말을 하자마자 진통이
찾아왔다. 아직 참을만하다며 몇 번을 그러면서 누워 있다가, 진통의 격차가 줄어들며
심해지자, 병원으로 옮겼다. 그런데 이 녀석이 제 어미의 배만 아프게 할뿐,
나올 생각을 않는 단다. 정길에게 은근히 걱정이 밀려든다. 흥자 누나 같이 배를
째야 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배 아프다고 온 지가 언제인데 아직 이네, 요 녀석이, 엄마 고생 시키는구나.
무장 공비 얘기를 들어서 애가 무서워 안 나오는 거 아니야? 괜찮아 다 잡았으니까,
아빠가 너를 무조건 지켜 줄 거니까 염려 말고 나와라. 사내 녀석이라면서
왜 그러는 거냐? 선지야 알았지?’
“이 정길씨 산모가 찾습니다. 곧 분만실로 와 주세요. 다시 말씀 드립니다.
이 정길씨 아기가 곧 태어나려 합니다. 산모가 찾습니다. 분만실로 와 주세요.
빨리 오십시오.”
“내 손을 세게 잡아. 힘들지? 우리 힘을 합해서 한 번에 성공하자. 이놈이
무장공비들이 왔다니까, 겁이 난거야. 선지가 이제 아빠가 왔으니까,
무섭지 않아서 금방 나올 거야.”
“호호, 아 아 앙, 으, 웃기지 마, 더 힘들어. 오빠 손 말고, 이리와 목을 껴안을래.
이제 힘을 쓸 수 있어. 나 이제 힘쓴다. 으응, 으 아 아, 아악~~ 으으으 읍~~”
‘아이고, 신랑 목 부러지네. 날 때마다 이러면 목이 견뎌 낼 수 있을까?
흥자 누나는 수술을 해서 내가 거들지 않아 편했는데, 아아아! 내 목,
신랑 목 부러진다. 내목 부러진다.’
“그래요, 머리가 나왔어요. 이제 됐어요, 어깨만 나오면~ 됐습니다.”
“아아 앙 에 엥.”
“오! 그 녀석 소리 한 번 우렁차군. 축하합니다. 아주 잘 생긴 아드님입니다.”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숙아! 아들 이래. 하하하 와! 아들이다.
어머니 엄마 숙이가 아들을 낳았어요. 손자를 낳았다고요.
정옥아, 정필아 내 아들이다, 아들 하하하하.”
“오빠, 나 같으면 창피하겠다. 장가 일찍 가서 애 낳았으면 사람이
좀 부끄러워해야지, 수선은.”
“왜? 어때서? 나는 너무 좋다. 뭐가 부끄러워,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밖에
나가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걸 참고 있는데. 하하하하”
“얘, 좀 그만해라. 어서 들어가서 숙이 땀도 닦아주고, 잘 했다고, 잘 견뎠다고
칭찬도 하고, 안아주고 해야지.”
“언니도 참 오빠가 오니까 금방 나으면서, 아예 오빠를 미리 불렀으면 좋았을 걸,
언니가 오빠를 진작 옆에 세워 뒀으면 고생을 덜 했잖아. 아휴 땀 좀 봐요.”
“숙아 힘들었지? 수고했어. 잘 생긴 아들을 낳느라
고생 했어.이마에 뽀뽀 해 줄게.”
‘선진이 녀석은 아빠가 기뻐 해 주지 못 했는데, 나중에 자라서 원망깨나 하겠구나.
미안하다. 선진아, 흥자 누나 미안해요. 그 때 조금만 더 생각을 했다면, 나중에라도
선진이와 흥자 누나에게 덜 미안 했을 걸. 선진아, 너 낳을 때도 사실은 아빠가 많이
기뻐했었다. 그래! 생각 난 길에 가지는 못하더라도 내일 전화라도 해 줘야 되겠다.
선진이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두 달이 넘었네.’
구정이 다시 찾아왔다. 설이 가까운 주일날, 온 가족이 함께 송탄의 교회로 출석
했다. 진혁의 처가 얼굴이 환하다. 처음으로 남편의 얼굴을 출석교회의 성도들에게
보이는 탓에. 마음의 짐을 벗은 느낌이다. 교회에서 전부터 그녀를 아는 이들의 수군
거림이 있었던 까닭이다.
“정부에서는 양력설을 쇠라고 합니다. 사람들은 옛날부터 지켜온 풍습과 절기를
지키려고 합니다. 원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없이 설을 두 번 쇠게 됩니다. 모든 나라
살림은 양력 1월 1일을 기점으로 하기에 그렇지만, 민족 고유의 설날은 그대로 두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그 것은 나중에 판명될 일이고, 오늘 제가 말씀드리려는 것은,
우리에게 설이 두 번 있듯이, 우리 세상의 창조도 두 번 있었다는 것입니다.
영적창조와 물리적 창조, 물론 영적창조가 더 중요하지요. 세상 끝날, 우리가 누릴
하나님의 세상도 영적인 세상일 것입니다. 봉독한 말씀 창세기 1장 1절로 31절,
끝 절까지 한 번에 함께 이루어진, 창조역사인 것 같지만 아닙니다. 두 번의 창조가
있었습니다. 다 같이 1장 1 절을 읽겠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이 한 구절이 첫 창조입니다. 이사야서 14장 12절로 14절은 사탄의 불순종과 배신을
말하고 있으며, 에스겔 28장 12절로 19 절은 사탄이 예전, 천국에서의 영화로운 삶을
말하고 있으며, 또 최후에 될 일을 말하고 있습니다. 계시록 12장 7절로 9절은 창세기
1장 1절의 말씀과 연관이 있는 말씀인 것입니다. 사탄과 그 추종하는 천사들의
반란으로 전쟁이 있었고, 저들은 내어쫓겨, 그들의 죄악의 산물인 땅, 즉 흙으로 오게
됩니다. 흙은 배반의 상징이요, 저주의 상징인 것입니다. 창세기 3장 14절에
하나님은 뱀, 즉 사탄의 양식으로 흙을 먹고 살라고 하십니다. 말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창세기 2 장 7절로 갑니다. 사람을 무엇으로 지으셨죠? 흙입니다. 저주의 상징인
흙에 하나님의 생기를 불어 넣으시어. 흙에 영적 권위를 부어주셨습니다.
사탄의 배신의 결과로 생긴 흙, 그 흙으로 하나님은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을 좇아
사람을 지으시고, 그 코에 생기를 불어 넣어
생령이 되게 하신 하나님께서, 사탄에게 이렇게 말씀 하십니다. 이 흙으로 지은
사람이 온 세상을 예전의 저주와 죄가 없는 곳으로 돌려놓을 것이라고, 사탄은 자기의
양식인 흙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창조의 때부터 지금까지 사람에게서 생령,
즉 하나님의 생기와 형상과 모양을 빼앗아, 흙으로 만들어 자기의 양식을 삼는
것입니다. 자! 다시 본 주제로 가겠습니다. 계시록의 말씀에서 보았듯이 전쟁 후
하나님의 세상 중 일부가 망가졌습니다. 망가진 모습의 실태를 볼까요?
땅이
혼돈하고, 즉 섞여서 알아보지 못한다는 거지요. 공허 하며는, 허공이라는 말과 같은
말입니다. 만져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흑암이 깊음 위에 있고, 캄캄하고 깊다는
말입니다. 안이 안 보인다는 겁니다. 하나님의 신은 수면에 운행하시니라. 하나님의
성령께서 물 위를 걸으셨다는 것입니다. 그때의 상태의 위가 물이라는 것입니다.
물은 생명을 뜻 합니다, 예수님을 뜻 합니다. 예수님께서 사마리아 여인에게 말씀
하십니다. 내게로 와서 마셔라, 나는 영생의 물이니 이를 마시는 자마다 목마르지
아니하리라. 세례를 받을 때 더러운 물로 받습니까? 정결한 물입니다. 물로 우리의
죄를 씻는 다는 뜻과, 저주받은 흙의 죽음에서 영적 생기와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을
되찾는다는 예식입니다. 세상에 물이 없으면 살 수가 없습니다. 물은 생명이기
때문입니다. 물의 형태가 창세기 1장 2절 말씀입니다. 물과 땅이 섞였지요.
생명과
저주가 섞여 버렸다 이겁니다. 아무리 섞였어도 그 본체는 물입니다. 저주의 흙과
생명의 물이 섞인 것을 뭐라 할 수 있을까요? 네? 맞습니다. 흙탕물입니다. 1장 6절에
하나님은 물과 물 사이에, 궁창 즉 하늘, 보이지만 만질 수 없는 허공으로 사이를
두고 나뉘게 하십니다. 땅과 땅을 나누신 것이 아니고, 흙탕물과 흙탕물로 나누셨다는
겁니다. 이어서 9절과 10절에 천하의 물이 한 곳으로 모이라 하시니, 한 곳으로
모이고 뭍 즉 땅이 들어 나니라. 흙은 흙대로 모여 땅을 이루고, 물은 물대로 모여
생명의 보고를 이룹니다. 저주와 생명의 나뉘는 장면입니다. 다음 11절에서 12절
저주의 땅에, 식물이 무성히 자라게 하십니다. 사탄에게 하나님께서 이렇게 말씀
하셨을 겁니다. 너의 음식도, 나의 권능에 의한 허락함이 있어야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하고요. 조화의 하나님께서 윗물의 흙으로 무얼 만드셨을까요?
예, 수많은 별들
입니다. 우리는 저주의 사탄의 밥인 흙에서, 생명이신 예수님의 물로 씻김을 받고,
하나님의 생기와 형상과 모양을 되찾은 영적 존재입니다. 우리가 죽으면, 저주의
산물인 흙을 벗어버리고, 영원히 썩지 아니할 영적 모습으로 주님 앞에 서게 됩니다.
세상이 두 번으로 창조 되었듯이, 우리들은 거듭난 두 번째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성도 여러분 다시 저주의 흙으로 돌아가서, 영원한 불 못으로 갈 사탄의 밥이
되시겠습니까? 서로를 쳐다보세요. 상대방에게서 저주의 모습이 보입니까? 생명의
모습이 보입니까? 정말 생명의 모습이 보입니까? 여기 계시는 모든 성도들이 결코,
하나님의 생기와 형상과 모양을 잃지 않고, 우리 주님이 계시는 영원한 천국에서,
모두가 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시기를 바랍니다. 또 죽어가는 우리 이웃에게 복음을
전해 함께 구원에 이르고, 주님께 칭찬받는 성도, 예비하신 상급과 면류관을 받는
성도가 되기를,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 합니다.”
“여러분 기뻐해 주십시오. 이 정길 성도와 조 은숙 집사님께서 득남하셨습니다.
큰 박수로 축하 해 주시기 바랍니다.”
“축하 합니다. 잘 생긴 아들이라면서요? 하하하하 백일 지나야 아기를 보겠네요,
어서 얼굴을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찍 손자를 보셔서 좋으시겠습니다. 할머니가 너무 젊으시고 예쁘셔서 아기를
안고 다니시면 아기 엄마라고 하겠습니다. 하하하하 빈 말이 아닙니다. 축하 합니다.
나도 어서 손자를 봐야할 텐데 말입니다, 우리 아이요? 제가 늦장가를 가서 이제
겨우 열여섯입니다. 하하하하”
‘영장이 3월이나 4월에 나올 줄 알았더니 벌써 나왔으니, 며칠 안 남아서 마음이 뒤숭숭 하네. 무장공비가 떼로 몰려와서 이참에 군인 숫자를 늘리려 하는 건 아닌가? 구정을 지냈기에 그나마 다행이다. 숙이가 울고불고 하지 않을까 걱정되는 걸. 2월 21일 영등포 상고로 아침 9시까지 집결이라, 어째 좋은 기분은 아니네, 삼 년 흠! 휴! 삼년이라, 내가 잘 버티어 낼 수 있을까? 에이, 각오 했는데 뭐.’ 정길은 정작 영장을 받고나자, 마음이 변해 썩 내키지를 않는다. 할 수만 있다면 나가고 싶지 않다. 그 이유가 선지 때문이기도 하고, 선진이 때문이기도 하다. 아이들과 얼굴이나 익히고 나서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선진이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아무래도 흥자에게 가봐야 하겠다는 마음에, 은숙에게 둘러댈 핑계거리를 찾아본다. 마침 좋은 생각이 떠오른다. 그런 쪽으로 머리가 잘 돌아가는 정길이다. “군대 가기 전에 골재 현장이나 한 번 둘러보고 올게. 정래가 구정 설을 쇠자마자 내려와서, 아는 사람도 없는 거기서 쓸쓸히 있으려니 일이 손에 안 잡힐 거야. 수철 형도 마찬가지일 테고, 나라도 가서 위로 해주고 와야지.” “다녀와요. 언니와, 희숙이는 강릉에서 아침에 떠났다고 했으니, 아마 오늘 저녁에 늦게 나 도착할 거예요.” 정길이 군대에 가기 전, 흥자와 만나기 위해 정래와 수철을 핑계대고, 서울로 향했다. 마음이 개운치는 않아도, 자신의 아이를 낳은 흥자를 모른 체하기는, 그의 양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한번 만나서 정식으로 이별을 통보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옮긴다. 군대에 가기 전에 정리를 깨끗하게 해야, 나중에라도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진혁을 생각하니, 그렇게 바람을 피웠으면서도, 밖에 뿌린 씨앗이 나이 어린 효성이 하나 뿐 이라는 것이 놀랍다. “흥길 봉제공장이지요? 이 정길 이라고 합니다. 경기도 송탄에서 왔습니다. 영지씨 좀 부탁합니다.” “예? 아! 잠시 만요. 언니 형부 같은데, 전화 받으세요. 이 정길씨라고 하네요. 형부 맞지요? 방에서 2 번으로 받으실래요?” “아니, 여기서 그냥 받을게. 예! 여보 나예요. 한참 걸린다더니 벌써 오셨어요? 나 지금 아기 하고 병원에 가려던 참인데 ,어디세요? 아? 거기요. 그럼 우리 아기 낳은 병원이 거기에서 멀지않으니 그 앞에서 만나요. 아기하고 가려던 병원도 그 근처 거든요. 우리 아기 낳은 병원은 아시지요? 아니 지금 바로 가겠어요. 잠깐이면 되니까 거기서 기다리세요. 네.” ‘뭐야? 여보? 벌써 왔냐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자기만 말하고 끊는 것은 또 뭐고. 먼저 전화 받은 사람이 직원 인가본데, 형부라니? 나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거 아니야? 지금의 목소리는 흥자 누나의 목소리가 맞는데.’ 정길이 모르는 여자의 입에서 나온 형부라는 소리와, 흥자의 여보라는 말에 머리가 혼란스럽다. 생전 처음 듣는 여보라는 소리가 어째 귀에 거슬리고, 전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자신과는 관계가 없는 소리다 하고, 애써 담담해 지려 해도 마음이 불안하기만 하다. 흥자가 의식적으로 그런 말을 했다면 무엇인지 몰라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오래 기다렸어요? 아기 것을 챙기다보니 그래요. 저기 저 병원 이예요. 선진이의 첫 예방 접종인데, 선진이가 아빠와 같이 가니 기분 좋겠구나? 그렇지? 정길씨 선진이 좀 안아 볼래요?” “아기가 젖이 좋아서 살이 토실토실 하네. 이 녀석 선진아, 너 이름이 너무 멋있다. 자! 아가 이리 오너라. 아빠가 안아보자, 살이 쪄서 제법 무거운걸. 하하하 아빠한테 두 번째 안기니 아빠 냄새로 아빠인지 알겠지? 어때 기분 좋지?” 병원에 들어가, 의사와 간호사가 아이를 받아 주사를 놓기까지, 두 사람은 의식적으로 서로 쳐다보지 않았다. 너무도 계면쩍은 사이다. 몇 번 보지도 않았고 단 하룻밤의 불장난 같은 인연으로 인해 여기까지 오게 되었으니 두 사람 모두 별로 할 말도 없다. “조금 아프니까 너무 엄살 부리면 안 된다. 요요요 깍 궁 옳지 됐다. 역시 남자 놈이라서 참을성이 있네요. 벌써 이렇게 미남이니, 크게 되면 아가씨들께나 울리겠습니다. 하하하” 밖에 나와 택시를 기다리면서도 서로 할 말이 없어 먼 산만 쳐다보다가, 차가 오자 정길이 문을 열어 흥자를 먼저 태웠다. 앞에 앉을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 그의 옆으로 앉았다. 너무 머쓱해서 아기를 달라 해서 품에 안았다. 왠지 모르게 찐한 감동이 그의 눈에 눈물이 고이게 한다. 내 자식이란 생각이 들자. 이 아이와 쉽게 인연이 끊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아버지가 자식들을 버리고 살았었는데, 나도 이 아이에게 그런 아버지의 전철을 밟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은숙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복잡한 마음은 아이의 얼굴을 쳐다보며 한 없이 이어진다. “집이 좀 누추해요. 서울은 방 값이 너무 비싸서, 어중간한 집에 세를 많이 주느니 허름한 곳에서 살며 얼른 벌어서 집을 하나 사려고요. 이 집에 여동생 하고 살고요, 남동생은 하숙하고 있어요. 그동안에 알뜰하게 모아서, 이제 조금만 더 모으면 작은 주택하고, 가게 조그마한 것 하나 장만 할 것 같아요. 공장 단골도 많이 늘었어요. 일이 꽤 많이 들어와서 일 걱정은 안 해요. 너무 많이 들어와서 걱정이지요.” “누나, 말을 놓지 않고 하니 불편해요. 누나가 말을 안 놓으니, 나도 영 말하기가 그래요, 우리 편하게 말하기로 해요. 좋지요? 그럼 나부터 먼저 할게, 누나가 아까 전화에 여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 나를 누구 딴 사람으로 아는 건가? 그 동안에 시집갔나? 아니면? 무슨 일이지? 말하는 어투로 봐서 누나가 농담하는 건 분명 아닌데, 전화 받던 그 여자 직원도 형부라고 부르고 어찌 된 거야?” “아유! 말 놓으려니 너무 서먹해요. 직원이 많다 보니 눈치가 보여서, 내 여 동생이 그렇게 일을 꾸몄어요. 가끔 밖에서 남동생을 시키거나, 아니면 동생이 나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남편과 통화 하는 것으로 했어. 아기는 있는데, 아빠가 한 번도 공장에 얼굴을 안 비치니, 의심들을 해서, 그래서 남편이 부산에서 근무하고, 어쩌다 한 번씩 서울로 오는데, 왔다고 하면 내가 집으로 가는 것으로 짰어. 한 3 년이 지나야 서울 본사로 올라온다고 했어요, 미안해, 부담을 주려 한 것은 아니야. 3 년 후엔 다른 방법이 있겠지 하고, 서로의 직장 때문에 헤어져서 사는 걸로 직원들은 알고 있어. 이 바닥도 소문이 나쁘게 나면, 해 먹을 수가 없어서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공장 끝나려면 아직 시간 있지? 오늘 아주 공장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자. 그러면 좀 났겠지? 누나 가자, 선진이는 나에게 주고, 가다가 간단한 음식하고, 간식거리도 사 가지고 가서 이참에 직원들 회식 한 번하지?” 정길이 이왕이면, 기분 좋게 마무리를 할 생각에 공장까지 찾았다. 흥자의 동생이 보이자 먼저 설레발을 친다. 나중이야 어떻든 남들에게나 가족에게나 상처를 주거나 싫은 짓을 못하는 정길이다. “와! 우리 처제 정말 예뻐졌네. 한 동안 못 봤더니, 이젠 밖에서 봐도 모를 정도로 많이 달라졌는데! 하하하하 처남은 연락 안 되나? 학교 앞의 하숙집이라 도서관에서 사는 모양이지?, 여러분 우리 인사 합시다, 내가 요 녀석, 선진이 아빠입니다. 워낙 멀리서 근무하다보니, 인사가 늦었습니다. 이삼년 후에나 올라올 예정이니 그 때는 매일 퇴근 후에 이리 와서 여러분의 심부름과 간식을 책임지겠습니다, 그전에 그만 두는 사람은 어쩔 수 없고요. 그러니 다른데 가지 마시고 계속 근무하세요.” “와! 형부 너무 멋있다. 언니 나 같으면 돈이고 뭐고 딱 따라붙어 살겠다. 이런 잘 생긴 형부를 위험해서 어떻게 내 놓고 살아? 나는 죽어도 못할 거 같다. 너희들 안 그래?” “자! 먹으면서 합시다. 모두들 날씬하기도 하고, 또 열심히 먹어도 일이 고단해서, 살 찔 걱정들은 안 해도 되겠어요.” 흥자가 생각하기를, 일 중간에 회식을 하니, 그 참에 오늘은 일찍 끝내고 모두를 쉬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결정하고 나서 직원들에게, 오늘은 회식을 하고, 일찍 집으로 퇴근하자고 하니 모두 환호한다. 먹을거리를 더 사와서 아주 본격적으로 놀기 시작했다. 모두들 남자, 그것도 사장 남편과 같이 하는 회식이라 즐거워한다. “우리는 먼저 들어갈게. 회식은 내일 출근에 지장 없게 끝내도록 해요. 술은 너무 마시지들 말고, 시간이 너무 늦지 않게 끝내도록 해, 차 놓치면 택시 타야하니까, 네가 정리하고 들어와라. 나하고 형부는 먼저 들어갈게.” “열심히 잡숫고 열심히 일해요, 우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즐겁게 노세요. 다음에 봅시다. 여러분!” “고마워요. 내 입에서 나올 말은, 늘 이말 밖에 없어요. 욕심 안 부린다 하면서도 정길씨 얼굴을 보니 안기고 싶어서 몸이 떨려. 정말 이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 나 어떡하면 좋지? 결심을 했는데, 이렇게 흔들릴지 나도 몰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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