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자기관찰 실험은 이전보다 한 단계 더 어려웠다.
하루 다섯 번 설정된 알람이 울릴 때마다 즉시 하던 행동을 멈추고, 눈을 감은 채 주어진 방식으로 숫자를 세어 내려가는 과정은 단순히 행위만
을 멈추는 것을 넘어서 실제로는 내 안에서 일어나는 여러 충동과 반응을 마주하게 했다.
먼저, 알람이 울리면 자연스럽게 “하던 일 마저 해야하는데.”하는 충동이 일어났다.
하던 일을 마저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 흐름이 끊기는 데서 오는 작은 불편함이 먼저 올라왔다. 그러다가 숫자를 카운팅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
면 처음의 조급함은 점차 잦아들고, 마음이 느리게 가라앉는 고요함이 생겼다. 피곤한 시간 대에는 눈을 감고 카운팅 도중 잠에 빠지기도 했다.
수를 세며 있는 그대로 머물러 있으려면 상당한 주의가 필요했다.
또한, 주변에 다른 사람이 있는 상황에서 알람이 울릴 때, 나는 그들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울린 알람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내가 어떤 조건에서 긴장하고, 타인의 눈길을 어떻게 의식하는지를 드러내는 거울처
럼 작용했다.
실험을 지속하면서 한 가지 흥미로운 변화가 있었다.
‘지금 알람이 울린다면?’ ‘나는 지금 어떤 상태인가?’ ‘멈춰야 할 것은 무엇인가?’
마치 내면에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알람이 켜져 있는 듯한 감각이었다. 어쩌면 궁극적으로는 우리 안에 이러한 내적인 알아차림 장치가 필요
한 것일까.
카운팅을 하다 보면 다른 생각이 끼어들어 숫자를 놓칠 때가 많았다.
때로는 실수로 ‘0’까지 내려가거나, 세던 숫자를 반복해서 세기도 했다. 정확하게 세려면 단순한 집중이 아니라 일종의 더 깊은 깨어있음이 필
요했다.
그리고 눈을 감고 하면 다른 생각들이 더 쉽게 떠올랐다. 반대로 눈을 뜬 채 시선을 한곳에 고정하면 훨씬 나았다. 그러나 “시선은 앵커가 될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고, 눈을 감은 상태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중심은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아마도 눈이 아니라, 몸 어딘가
혹은 감각 전체에 더 안정적인 앵커가 필요할 것이다.
한편, 이 경험은 이슬람교에서 하는 하루 다섯 번의 기도를 떠올리게 했다.
그들에게 기도의 원래 의미는, 어쩌면 신을 향한 경배만이 아니라 하루 속에서 다섯 번 자신을 돌아보는 삶의 리듬이자 내적 알람이 아닐까 생
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추가로 하게 된, 일주일간 육류를 먹지 않는 실험은 의외로 많은 것을 보여주었다.
일단, 평소 내가 먹는 음식 속에 고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생각보다 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고기를 제외하자 선택지가 확 줄어들었다는 느
낌을 받았다.
그와 동시에 마음 한편에서 미묘한 변화가 있었다.
육류 섭취가 없어서인지 몸속에서 일어나는 불안감이 줄어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도 어떤 날은 다른 날보다 불안감을 더 느낄
때가 있는데, 가끔씩 그게 육류와 관련해서 ‘육류를 먹을 때, 동물이 사육되고 도살될 때 느꼈던 불안이나 공포 같은 것이 몸으로 들어오는 것
은 아닐까?’ 하고 한번 쯤 생각하곤 했다. 동물들이 느꼈을 감정들이 음식과 함께 내 몸에 영향을 미치는지 명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육
류를 먹지 않을 때의 미묘하게 몸과 마음의 기운이 달라진 점은 있었다.
이번 실험, 하루 다섯 번의 알람과 숫자 세기에서 발견한 것은 내면의 충동, 타인의 시선, 산만함, 졸림, 깨어있음의 조건이었다.
또, 육류 금식 실험에서는 음식이 주는 몸과 감정의 미세한 영향을 살필 수 있었다.
실험을 하나씩 거쳐가면서, 지금 내가 어떤 상태인지 알아차리는 또 하나의 알람이 내 안에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인가 싶다. 그렇게 만들어진
작은 알람 시계들이 곳곳에서 나를 붙잡아 깨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