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고 아름다운 철원
1945년은 우리나라가 일본에서 해방된 해이다. 내가 1945년에 대해 알고 있는 사실은 그것뿐이었다. <1945, 철원>을 읽고 난 후, 많은 사람들이 총에 맞아 죽고 다친 것, 또 소중한 사람들을 잃은 것이 안타깝고 슬펐다.
난 책에 나온 인물들 중 양반집 딸 은혜가 마음에 들었다. 예쁘게 묘사되기도 했고, 냉정하고 차분한 성격이 좋았다. 은혜는 홍정두의 죽음 때문에 용의자로 몰려 특별수사대에서 취조를 받을 때, 할아버지인 곽치영을 빌미로 진실을 얻어내려고 했던 승애에 의해 결국 알고 있는 것을 털어놓았다. 차분하고 냉정했던 은혜가 할아버지를 위해 말을 꺼낸 것 자체를 보니 그녀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 은혜는 꺽지네가 체포된 은혜를 찾아올 때마다 짜증나고 내치고 싶었으면서도 어머니와 할아버지를 잘 모실 사람이니 꾹 참고 꼬박꼬박 만났다. 이런 면에서 세상을 잘 살아가는 아이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은혜도 경애가 체포되었을 때 다정하게 기대라고도 해주고 물을 권해주기도 했다. 난 어린 소녀가 살아남기 위해 거짓말도 하고, 억지웃음도 짓고, 악랄한 모습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게 안타까웠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경애의 모습은 주근깨도 있고 눈 작고 볼살이 많은 아이였는데 책 표지에 나와 있는 예쁜 여자아이가 경애라고 한다. 김유정을 보고 그린 그림이라고 작가님께서 말씀해 주셨다. 작가님도 책에 나온 것과 달리 실물이 훨씬 예쁘셨다. 작가님께서 이 책과 관련된 이야기, 다른 책들에 관한 이야기들도 해주셨는데 내가 궁금해 하고 있던 것들도 전부 말씀해 주셨다. 작가님은 역사, 판타지, 추리 등 여러 분야에서 글을 잘 쓰신다. 보통 작가들은 자신이 제일 잘 쓰는 한 가지 분야로 글을 쓰는데 이현 작가님은 다방면에서 뛰어나신 것 같다. 작가님이 보여주신 철원의 사진들을 보고 철원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드라마틱하다고 해야 하나? 만약 가게 된다면 사진을 꼭 찍고 싶다. 작가님께서 찍으신 비무장지대 사진도 보여주셨는데 초록 빛깔의 예쁜 풍경이 마음에 들었다. 이런 드라마 같은 철원에서 피도 흐르고 총알도 날아다녔다고 생각하니 더욱 안타까워진다. 철원은 지금 내 생각보다 아름다울 것 같다.
-봉서중 2학년 오연진
잊혀진 철원의 희망
<1945, 철원>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의 후속편인 <그 여름의 서울>을 먼저 읽었는데, 저자인 이현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생겨서 더 읽게 되었다. 옛날에는 동화책을 읽고 동화 작가를 많이 만났지만, 중학교에 올라와서 청소년 소설을 읽고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색다른 경험이었다.
<1945, 철원>이란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책은 해방 후의 철원을 바탕으로 쓴 이야기다. 철원의 역사는 내가 알던 해방 후의 역사와는 달랐다. 일제강점기 때는 일본의 땅, 해방 후에는 북한의 땅, 전쟁 중에는 미군이 통치했던 땅, 현재는 대한민국의 땅인 철원에 살던 주민들은 많은 혼란과 고통 속에서 살아왔다.
나는 어릴 때부터 뉴스에 나오는 북한 사람들을 보면서 ‘공산주의자는 다 나쁜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해방 당시에 남한에서 힘이 센 친일파들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되고 땅도 대부분 그들이 차지하게 되었는데 철원에서는 공산주의자들이 남한은 하지 못했던 토지개혁과 친일파 청산을 하면서 나라의 기틀을 잡고 있었다. 이 장면을 보고 그들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게 되었다.
이 책에는 같은 시대에 살면서도 저마다 처한 입장과 고민이 다른 여러 등장인물들이 나온다. 그 가운데 기수가 가장 공감이 갔다. 친일파인 아버지 황인보처럼 되고 싶지 않아서 아버지처럼 호화로운 삶을 사는 것보다는 다른 친구들과 같이 평범한 삶을 선택한 것이 용기 있고 멋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가 공산주의자가 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기수는 토지개혁으로 땅을 공평하게 나누고 친일파들의 재산을 몰수하는 것을 보고 가난하고 힘없는 친구들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을 것이다.
책을 읽고 이현 선생님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니 책의 내용이 잘 이해가 됐다. 선생님은 정말 멋진 분이셨다. 철원의 조선노동당 당사를 보고 그곳의 역사를 조사해 가면서 소설을 썼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자신이 궁금한 것을 직접 찾아서 글로 쓴 것이 가장 멋있었다.
-백석중 2학년 유창윤
기쁜 해방의 뒷면, 철원
여느 때와 같이 소설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거지만 여느 때와는 조금 달랐다. 이번에는 <1945, 철원>을 쓰신 이현 작가를 직접 만나보고 그것을 토대로 독후감을 쓰게 되었다. 작가 선생님을 만나는 게 흔한 기회는 아닌데 이현 작가를 만나 역사에 대해 질문도 많이 해보고 우리가 평소에 잘 알지 못했던 역사도 알게 되어 새로웠고 지난 역사에 대한 반성도 하게 되었다. 이현 작가와의 만남은 뜻깊었다.
<1945, 철원>이라는 책은 해방 직후 38선 부근의 철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는 신선한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역사의 뒷면을 알게 된 것 같다. 서울은 미국의 신탁통치로 바쁠 시기에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자고 다짐하는 북한 사람들의 희망찬 모습을 보고 부러웠다. 친일파 청산도 하고 토지개혁도 제대로 한 북한과는 달리 남한은 바꾸기가 힘들어 고위직급의 사람들이나 공무원들을 거의 친일파로 쓴 것만 해도 그랬다. 미국이 하라는 대로만 하고 있을 때 모두 한 마음으로 국가의 기틀을 다시 마련하려고 노력하는 철원의 모습이 조금은 멋있었다.
이 책은 이제까지 읽은 책들과는 다르게 등장인물이 다소 많은 편인데 그 많은 등장인물 중에 기수에게 공감이 제일 많이 갔다. 아버지 황인보가 친일파여서 집도 으리으리하고 호화로운 생활도 했지만 정작 자신은 그런 아버지가 싫고 친일을 하고 싶지 않은 기수에게 자본주의보다는 공산주의가 더 좋은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자신의 아버지처럼 되고 싶지 않다는 다짐이 그를 그렇게 만든 것 같았다. 하지만 기수가 공산주의자가 된 이유가 아버지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토지도 똑같이 나누고 친일파도 다 청산하겠다고 외치는 걸 보면서 다 함께 잘 살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졌기 때문에 아버지의 적이 될 수도 있는 공산주의를 굳이 택한 것 같다.
기수의 아버지 황인보는 해방이 된 이후에 철원에 있으면 불리하다고 생각하자 남한인 경성으로 갔다. 하지만 그냥 간 것이 아니라 돈을 포기하지 못해 땅문서를 가져갔고, 자신의 땅을 지키기 위해 부하인 기영박에게 사람을 죽이라고까지 시켰다. 아버지가 친일파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사람을 죽일 줄은 몰랐던 기수는 그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아 아버지의 계획을 방해하다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 나는 기수가 마지막에 꼭 죽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 든다. 마지막에 기수가 살았어도 결말은 달라지지 않았을텐데 굳이 기수를 죽였을 필요는 없었을 것 같다. 기수는 아버지가 부자임에도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영웅이 될 줄 알았는데 마지막에 허무하게 죽어서 너무 아쉬웠다.
-백석중 2학년 유성윤
부자간의 비극
철원은 한국전쟁 때 전쟁의 중심지였다. 38선이 처음 그어졌을 때는 철원은 북한 땅이었다. 하지만 나중에 휴전선을 정할 때에 이곳에서는 수많은 전투가 벌어졌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결국 철원은 폐허가 되었고 남한의 땅이 되었다. <1945, 철원>의 작가인 이현 선생님이 오셔서 책의 배경 및 전쟁 이야기를 들려 주셨다.
우리나라의 전쟁 이야기를 들으니 같은 민족끼리 싸우면서 죽고 죽였다는 게 부끄러웠다. 특히 휴전협정을 할 때 얼마 안 되는 땅을 조금 더 가지려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쳤기 때문이다. 휴전이라는 것은 전쟁을 그만하자는 것인데 사람들은 자신들의 욕심 때문에 땅을 조금 더 차지하려고 그 지역을 폐허로 만들고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다.
이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 중에서 기수라는 아이를 소개하려고 한다. 기수네 아버지는 친일파여서 집안에 돈이 많고 권력도 있었다. 해방이 되었을 때 북한에서는 친일지주들이 가진 땅을 뺏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토지개혁이 일어났다. 친일파였던 기수 아버지는 자신도 땅을 빼앗길까봐 땅문서를 가지고 경성으로 도망갔다. 하지만 기수는 그런 아버지를 따라 경성에 가지 않고 철원에 머물렀다. 황씨 가문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만으로 남들보다 인생의 출발점이 한창 앞서 있는 건데 기수는 모든 것을 포기하였다. 기수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일제에 충성해서 돈과 권력을 가지게 된 아버지가 싫었고 아버지와 달리 좌익의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당연히 토지개혁을 찬성하였고 모두가 평등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기수는 나중에 자신의 아버지가 자기 재산을 지키려고 테러를 지시한 사람인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따르던 기영박도 황인보의 부하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기수는 도망가는 기영박을 끝까지 쫓다가 결국 총에 맞아 죽는다. 그런 기수의 책임감과 의지가 대단한 것 같다. 친일파의 수장인 황인보와 친일파를 처단하고 싶어 하는 기수, 이것은 아버지와 아들의 비극적인 사건이었다.
-부성중 2학년 배진우
열심히 사는 북한
난 북한이 처음부터 계속 못 사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서 그렇지만은 않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는 도대체 왜 북한에서는 공산주의를 받아들였을까 생각을 해도 몰랐었다. 그런데 이 책에 나오는 공산주의자 기수를 보고 북한의 그때 상황을 보고 왜 그랬는지 알 것 같다. 그때 당시의 북한에는 친일지주들이 많이 있었다. 공산주의로 바꾸게 되면 모두가 평등해지니까 공산주의를 고른 것 같다. 당시 북한은 해방이 된 후, 소작료를 기본 6할에서 3할로 줄이고 토지개혁으로 친일지주의 토지를 무상으로 몰수하여 가난한 농민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는 등 그들의 부모들이 꿈도 꾸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살게 해주었다. 만약 내가 북한에서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공산당을 고르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없지는 않다.
그렇게 북한은 공산당을 골랐고 지금은 사람들이 좀 힘들게 살고 있다. 그러나 그때 당시, 즉 해방 직후는 또 상황이 달랐던 것 같다. 그때의 북한은 일본 천황이 연합군에 항복을 선언했을 때부터 서로서로 힘을 모아 무언가를 이루려는 의욕 넘치는 나라였던 것 같다. 경애를 봐도 그때의 의욕을 볼 수 있는 것 같다. 경애의 부모님들은 다 친일파 때문에 돌아가셨다. 경애의 아버지는 흉년이 심해 천세택에 가서 소작료를 깎아달라고 하시다가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일본인이 경영하는 농장에서 일하시다가 트럭에 치여 돌아가셨다. 광복 당시에는 언니들의 생사 여부도 몰랐는데 광복 후 언니도 만나고 서점에서 열심히 일도 하게 되었다. 나라면 경애처럼 열심히 살 수 있었을까? 일찍이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언니들은 소식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면 나는 못 버텼을 거다. 경애를 보니 나도 좀 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북한이 해방 직후의, 언니를 만난 경애처럼 그 기운 넘치는 모습을 다시 보고 싶다.
이 책은 내가 적잖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북한 내용이기도 하고, 내가 처음으로 소설 작가를 뵌 책이기도 하다. 그리고 주인공들의 관계도 복잡하긴 하지만 그래서 더더욱 재밌던 것도 같다. 이 책의 작가님으로부터 이 책을 쓰게 된 내용을 들어서 그런지 한 번 더 읽고 싶다. 그리고 이현 작가님을 뵀을 때도 책 내용하고 연관 지어서 이야기하는 내용이라 그런지 더 재밌고 작가의 길은 힘들구나 하고 느꼈다. 작가는 직접 면담도 다니는 것 같았다. 작가는 대단하다.
-병천중 2학년 김현정
함께 읽은 책
「1945, 철원」, 이현 /창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