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무박산행이다. 일요일 중부지방 호우주의보, 전국 비로 예보하고 있어 산행 맘이 내키지 않는다. 동참하자고 문자메시지 보낸 이경환 동문회장,오기광,류근우로부터 답신이 없다.
경북 울진 지역의 일요일 일기예보는 비가 오전 40%, 오후 70%라고 한다. 지난번 무박때 잠을 못 잔 것을 대비해 잠을 쉽게 오게 한다는 오미자를 사서 출발직전에 찬물에 우린 오미자를 마신 덕택에 차 속에서 어느정도 숙면했다.
8월26일 토요일 오후11시9분에 출발한다. 모두 13명, 날씨가 좋지않다는 예보로 참석인원이 너무 적다. 들머리 애미랑재에서 21기 2명(백두대간을 종주중)이 동참해 모두 15명이 되었다.
산행코스는 애미랑재(628m)-칠보산(974m)-한티재(450m), 도상거리 19km(걷는거리 약23km), 8∼9시간 예정이다.
애리랑재에 도착하니 별이 총총하다. 맘이 놓인다.
27일 4시 5분전 출발.
절개지 우측으로 오르는데 40도 가까운 급경사, 띄엄띄엄 잔돌, 야간이라 조심하며 오른다. 거의 양 손을 앞으로 짚으면서 네 발 인간으로 진행한다.
곧 능선에 진입해 오르는데 별로 밝지않는 전조등인데 바로 발 앞에 황색 사아사이 흑선이 있는 첨엔 굵은 끈인가 했는데, 그게 뱀이다. 섬찍하다. 뱀이다. 소리치니 뒤 따르던 후배 스틱으로 언덕으로 내려뜨리면서 독사라고 했다. 앞에 3명이 지나갔는데, 왜 말이 없었는지 궁금하다.
한차레 오르다가 내려서니 안부, 여명 동편에 구름과 나무 사이 일출이 조금 보인다.
약 40여분 표고 260m를 오르니 5시 15분 산행1시간 30분 만에 칠보산(974.2m)정상인데 주위는 나무들로 싸이고 작은 표지석 같은 것이 있는데 조망이 시원찮다. 더구나 칠보산이라 일곱가지 보물을 기대했는데 실망이다. (그렇다. 보물은 이 칠보산을 오르고 내리면서 진한 숲의 자연의 강한 정기를 받는 것이다.)
이제 내려서니 세신고개, 영양군 지역으로 쭉쭉 뻗어 멋진 춘양목(금강송)을 나그네 길손 삼아 오르내린다. 6시 조금 넘으니 서편에 중간중간 봉우리들을 감싸며 雲海가 자욱하게 펼쳐져 닥아 온다. 별유천지 딴 세계에 온 것 같다. 선행자가 표시 해 놓은 십지춘양목 밑에 왔다. 일반적으로 가는 가지가 옆으로 짧게 뻗어 있는데 이건 굵은 가지 10여 개가 숫 은행목처럼 붙다싶이 위로 솟아 있다. 특종이다.
아침 먹기로 되어 있는 헬기장까진 1시간 가량 더 가야 된다며 선행 안내자 3명이 아침을 먹는 능선에서 아침을 먹는다. 7시10분이다. 뒤에 온 이들도 여기서 아침을 먹는다.
8시에 출발, 오르고 내리니 깃재를 지나 헬기장이 있는 884.7봉에 도착한다. 10시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작은 우산을 꺼내어 한 손에, 다른 한 손엔 조금 전 꺽은 철쭉 나무 스틱이 물기를 머금고 진행을 더디게 한다. 후배들 좋은 지팡이라고 한다.
완만하게 진행하다 마지막으로 반시간 한차례 오르니 850.5봉 옆을 지난다. 비는 12시경에 그쳤다.
계속 내리막, 평탄한 등로를 지나 임도가 지나는 길등재에 도착한다. 다 온 줄 착각, 건너편 산길을 올라 1시간 더 가야한다.
옷과 신발은 물에 젖어 축축해 몸이 축 늘어진다. 드디어 날머리 한티재(발리재)에 안착, 총 9시간(순 걸은 시간 8시간10분) 날아 갈듯한 기분이다. 차가 있는 주유소 뒤뜰에서 수돗물로 오늘의 피로를 씻고 옷을 갈아입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일부는 지쳐 점심대신에 냉막걸리를 마신다.
오늘 산행은 당일로는 무리인 것 같고 무박산행은 좀 짧아 조금 길게 하자니 탈출로가 수월치 않아 덕택에 부산엔 저녁 식사 시간에 닿아 16기 박영종 후배의 동래 조방낙지뽁음밥을 감사히 먹었다.
뜻 깊고 행복한 두 번째 무박산행이었다.
첫댓글 고산 선생, 산행기 잘 읽고 있소이다. 내가 쓰는 사람 중심 산행기와는 격이 다르네요. 산행기니까 산 중심이 되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산삼회 산행기도 써 보심이 어떠 하올지요? 고산 선생 스타일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