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기
2015 03 28
김신종
2009년도의 어느날로 기억합니다. 당시 피로가 극심하여 운동요법을 선택코자 이런저런 곳을 알아보던 중 ‘국선도’ 입문을 결정하게 되었습니다. 이유는 내공이 진화하면서 발전된 단계에 다달을 수 있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었고 늙어서도 계속 할 수 있다는 점이 작용하였습니다. 또한, 명칭에서 느껴지는 ‘고전적이면서도 파워풀 한 듯’한 느낌이 참 좋았던 거 같습니다. 그 전에는 ‘단전호흡’과 관련된 참선, 기공 등에 관심은 많은 편이었으나, 행동하기 보다는 관념을 지향하는 부류로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일부 주장들에 희석되어 외면하여 오다가 건강을 위협받으니 집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외면하던 대상을 제대로 바라보니 실체가 진실되게 보여 지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이 국선도와의 인연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 육거리국선도원에 등록하여 몇 달을 다니면서 그곳 원장님을 통해 기초되는 사항들을 배웠었습니다. 그내용들은 1. 국선도를 그만 두어도 숨은 제대로 쉬어야 한다. 2. 심신의 변화들을 일지형식으로 기록해 나가라. 3. 준비운동의 동작들을 평소 부지런히 하거라. 였으며, 나머지 하나는 국선도를 꾸준히 하면 나이를 몰라보게 하는 몸을 가질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당시 원장님의 모습을 통해 느낌으로 받았었는데, 처음 출발부터 좋은 스승을 만나 수련을 지속할 수 있는 기초를 터득한 게 큰 수확였습니다.
그렇게 수련이 시작되면서 흥미가 가는 분야는 내가 알 수 있는 만큼 여러 가지 면으로 살펴보는 성격이라, 시간날 때마다 인터넷이며 책자며 가능한 방법들을 동원하여 자료들을 섭렵했습니다. ‘복식호흡’ ‘단전호흡’ 등의 이론들은 이미 어느정도 지식이 있었던 터라 새로울 건 없었지만, 국선도 특유의 원리와 체계와 갖가지 외공 등의 무한하게 보이는 수련세계는 그 종류가 다양하고 깊이가 있어 평생을 걸고 노력해도 시간이 모자라고 상위 단계는 꿈도 못꿀 거 같은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청산선사님의 후지TV 출연 동영상을 보면서 저게 신인지, 인간인지 뚫어져라 몇 번을 쳐다봤던, 국선도 고수의 진면목을 여실히 알 게 해주었고, 여타 무예나 요가 등의 종류와는 차별되는 세계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국선도의 3대원리인 극치적 체력, 강인한 정신력, 숭고한 도덕력을 갖춘 전인적 인간양성이 국선도인들만의 목표로 삼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물론, 도시인의 한계인지라, 수련원에 들어서는 순간만큼은 세상의 여타 가치와 잡다한 상념과 스트레스 등은 벗어놓고 그나마 집중해야 할 터인데도 덜 만들어진 몸과 마음을 가지고는 심도있는 단계로 나가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음이 당연하지만, 나아지는 건강을 목표로 하는 정도는 누구나 즐기고 체험할 수 있는 것이며, 인연이 더 닿는다면 보다 나은 단계로의 진화도 바라볼 수 있는 아주 멋진 운동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제 몸과 마음이 변화되어 가고 세상보는 시각이 종전과는 다른 것을 경험하면서 때론 나이가 드니 세상을 달리 보는 건가?라는 의문을 갖기도 하지만, 근본은 국선도 수련에서 오는 현상들이라는 것을 알고자 합니다. 마라톤출전이며, 등산이며 전에는 그 자체를 즐기는 걸로 의미를 두겠지만, 이젠 행공의 기반을 다지는 효과를 염두에 두고 참여하는 것을 보면 모든 생활의 기본을 국선도 수련에 귀일시켜가는 입장을 확인하곤 합니다.
의욕과 겉으로 나타나는 현상은 다른 것인가 봅니다. 아직도 자세가 뻗뻗하고 자주 사범님으로부터 자세로 지적받는 처지이니 말입니다. 그러나,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국선도 수련의 끈을 이어갈 수 있게 너무나도 좋은 환경을 허락하여 주신 포항공대 국선도동호회(회장 이상준 교수님)에 감사드리며, 기초가 튼튼해야 빌딩이 바로 선다는 말씀으로 세심한 가르침을 주시는 안영식 사범님께 감사드립니다. 아직 가야할 길은 멀기에 잠시 짬을 내어 몇 자 적음을 수련기에 대신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