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무원장 스님 방미 12신] 하버드에서 공부한 한국스님과 불자들이 적지 않다. 하버드대가 있는 보스턴은 미국 사회를 움직이는 ‘백인 청교도’의 중심지이다. 하버드대는 미국 최초의 대학으로, 세계 제일의 대학으로 꼽히고 있다.
○… 중앙승가대 교수인 미산스님은 영국옥스퍼드 대학을 졸업한 후 하버드대 세계종교연구소에서 선임연구원을 지냈다. 귀국 후 스님은 조계종 사회부장과 동국대 강사 등을 거쳐 현재는 중앙승가대 교수로 있다.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한 후 스리랑카 페라데니아 대학교와 인도 뿌나 대학교에서 빨리어와 산스끄리뜨어를 전공한 미산스님은 지난 1999년에는 영국 옥스퍼드대 동양학부에서 ‘상좌부 찰나설의 기원과 발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하버드대에서는 ‘한반수의경 주석서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최근 미국불교학의 연구동향에 대해 미산스님은 “비교종교학을 중심으로 응용불교에 대한 흐름이 형성돼 있다”면서 “불교명상을 비롯한 동양사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 ‘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라는 제목을 책을 발간해 한국 선불교의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널리 알린 현각스님(화계사 국제선원장)은 예일대와 하버드대를 졸업한 미국인이다. 화계사 조실 숭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한 현각스님은 지난 3월15일 하버드대 신학대학원에서 ‘한국의 선불교’라는 제목으로 특강을 가진바 있다. 이날 특강에서 현각스님은 “선의 가르침은 생각(집착ㆍ욕망)을 떨궈내는 과정”이라면서 “선은 충분한 마음을 갖고 그 마음을 서로에게 ‘나르는’ 연습”이라고 지적했다. 현각스님은 “불교는 이것이다 혹은 저것이라고 말하는 이분법(二分法)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 “모든 마음의 이정표가 모두 정답이 될 수 있고, 불교의 가르침은 지금 이 순간 바로 ‘당신’을 허용하고 용서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인으로 숭산스님 제자인 무상스님(LA 달마선원)도 하버드대를 졸업했다. 하버드대에서 고대문학을 전공하고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한 무상스님은 버클리 젠 센터에서 숭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무상스님은 지난 2002년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삶에 대한 물음에 해답을 찾아준 분은 하버드대의 그 어떤 교수님도 아닌 한국의 숭산스님이셨다”고 밝힌바 있다.
○… 비구니 소운스님은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일본 동경대와 미국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특히 하버드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최초의 우리나라 스님이다. 소운스님은 동경대 5년, 하버드대 8년의 공부와 수행과정을 담은 ‘하버드에서 만난 부처’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현재는 동국대 불교문화연구원에서 연구원으로 있다.
소운스님은 지난 2004년 11월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하버드에서 나는 많은 부처님을 만났다”면서 “미국ㆍ아시아ㆍ유럽ㆍ아프리카 등 세계 각국에서 온 많은 수재들,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는 교수들, 도서관을 지키는 수위 아저씨, 기숙사를 청소하는 아줌마 등 잠시 스쳐 지나간 만남들이 대부분이지만 내 인생의 소중한 인연들임에는 틀림없다”고 회고했다.
소운스님은 “하버드가 내게 힘인 이유는 최고학력이라는 영광을 쥐어서가 아니라 어느 곳에서든 부처님을 만날 수 있는 마음의 눈을 뜨게 했고, 학문에 대한 새로운 생각과 방법론에 도전하는 ‘열린 마음’ ‘열린 사고’를 할 수 있게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소운스님은 <하룻밤에 읽는 불교> <불교와 생태학> <생태계 위기 환경윤리 지구촌 공동체> <중관과 유식> 등의 저서를 펴냈으며, 지난 2004년 4월에는 한국불교연구원(원장 정병조)이 주관하는 제1회 보현학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 미국에서 활동 중인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민용 연구위원도 하버드대학 대학원 동아시아학과에서 불교학을 전공하면서 서양불교와 한국불교를 비교연구하고 있다. 지난 2004년 7월 국내 연구소 강연을 위해 일시 귀국했던 이민용 연구위원은 당시 불교신문과의 인터뷰에서 “21세기 들어 한국불교는 역동적으로 세계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올바르게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민용 연구위원은 서울대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대학원에서 인도철학을 전공하며 석ㆍ박사 과정을 마쳤다. 고(故) 이기영 박사의 대학원 1기 제자이다. 그는 1976년 박사과정을 마친 뒤 학문의 뜻을 접고 돌연 미국으로 이민,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민용 연구위원은 “사업을 하면서도 불교학에 대한 애정은 버릴 수 없었다”면서 “사업이 안정되면서 집 근처 하버드대 도서관에서 다시 공부를 시작한 것이 60살이 넘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에는 영남대 대학원 객원교수로 초빙돼 1년 동안 중국불교사를 강의했다. 현재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와 연구위원으로 있다.
○ … 일미(一彌)스님. 뉴욕 원각사에서 거처하며 공부했던 일미스님은 하버대대학원 종교학과에 재학 중이다. 전공은 비교종교학. 불교와 기독교를 비교연구하고 있다. 하버드대 석사과정 입학 당시 차석을 차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은사는 제주 법화사 주지 시몽스님. 16세 때 출가한 일미스님은 지난 1996년 동국대를 조기 졸업했으며, 1995년에는 일본 용곡대 교환유학생으로 선발됐다. 1996년에는 독일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일미스님은 “불교를 중심으로 다른 종교를 비교 연구해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하고 싶다”면서 “세계의 중심지인 뉴욕에 불교학연구소를 세워 수행전문기관인 참선센터를 병행하는 게 꿈”이라고 밝힌바 있다. 스님은 영어ㆍ중국어ㆍ범어 등 6개 국어에도 능통하다.
보스턴 = 이성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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