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26기 동창 인왕산 散步記
청명한 가을 날씨속 한글날인 10월9일 오후 광화문 세종대왕 동상에서 20명(경동고녀 2 포함)의 경동26회 동창생들이 모여 인왕산 가을 산보를 즐겼다. KD26 등산회가 오는 23일에 있을 졸업40주년 재상봉행사를 앞두고 많은 동창들이 참여하기를 기원하며 가진 예비행사였다. 특히 도보여행가인 김영록이 안내를 하는 최초의 시내 걷기모임이어서 앞으로 동창들의 많은 참여가 기대되는 행사였다.
지난번 폭우에 광화문 광장이 잠겨 오세훈 시장에 대한 비판도 많지만, 드넓은 광장에 잔디를 깔아 광화문을 바라보며 걷는 맛이 골프장 훼어웨이를 밟는 맛이다. 또한 백수들이 모이기에는 교통편도 좋고 찾기도 쉬우며 세계 어느 도시를 가도 이런 상징적인 광장이 하나쯤은 있으니 너무 세훈이를 뭐라할 일은 아니다. 산에 가자면 안가던 친구들인 이진규와 양동희가 시내에서 만난다 하니 가벼운 차림으로 나타났다. 함께 술먹으러는 여러차례 다녔지만 광화문 광장에서 만나니 새로운 느낌이다.
박영수 회장이 격려차 출발지에 나타났고, 김명수와 문현구 부부, 요즘 부쩍 등산회에 고정 출연하는 서재성과 권정호, 그리고 등산회의 주축인 신동일, 이명운,이명호, 안우길, 현상윤, 김문수, 신규한, 원성규와 40주년 행사준비위원장인 박용철, 총무 한도상, 그리고 기록위원 최기덕이 모습을 보였다. 김영록의 안내를 받으며 소풍가는 들뜬 기분으로 광장속의 수많은 인파속으로 묻혀 나아간다.
광화문을 지나 도로를 따라 사직단에 이른다. 영록이 사직단의 기원을 여행 전문가답게 해설을 하고 이곳이 오늘 도보길의 시작임을 알린다. 기덕이 늘 주장하는 登山이 아닌 遊山이다. 넉넉하니 여유롭게 뒷산을 산보하듯 인왕산의 찻길을 따라 오르니 무술 수련과 활터였다는 황학정이 보이고, 윤동주 시인이 즐겨 찾았다는 시인의 언덕도 나오고, 그동안 출입이 통제되었던 청와대 뒤의 창의문이 나온다. 이길을 쭉 따라가면 최근들어 복원된 성곽길이 나오는데 그냥 창의문 옆 길가로 나왔다.
걷기는 이제 다 끝난줄 알고 목도 타기에 길가 주점에 들어가 막걸리나 한사발하려 두리번 거리는데 아직 정해진 코스의 반밖에 안온 것이라며 술을 먹으면 퍼지니 다 내려가서 한잔하자 권고한다. 알고보니 차길 때문에 끊긴 것이지 그 뒤로 서울시내에 이런 곳이 있는가 싶은 오지의 풍경이 펼쳐진다. 노통이 탄핵을 당했을 때 올라와 心火를 달랬다는 곳, 옛날 달동네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동네들을 지나 백석동천이라 암각된 바위를 보고 시내로 내려오니 길가에 세검정 정자가 나타난다. 원래 계획은 더 걸어 대원군의 별장으로 홍지문과 보도각 백불까지 인데 모두들 지친듯 하여 구기터널 입구의 한식집으로 이동하였다.
푸짐하니 파전과 두부무침에 막걸리를 마시며 왁자지껄 뒷풀이를 하였다. 문수가 자칭 ‘하꼬비’라며 음식 수발을 하고, ‘한도’ 가 ‘상’으로 무제한 이라기에 실컷 먹고 마셨다. 이날은 회비를 거출치 않고 등산회와 총무단에서 회식비를 부담하였다. 진규가 차에 실고 다니던 중국명주와 안동소주를 가져다 다 마셔버리고, 그래도 미진하여 진규의 주선으로 부근의 빠에 들어가 폭탄주를 마시고, 끝까지 남은 악동들(?)에 또 끌려서 강남의 살롱까지 순회하니 이 나이에 참으로 대단한 열정이다. (악동들의 이름을 공표치 않는 것은 아직은 사회적 명망을 염려하기 때문이다)
워싱톤에 있을 때에 교포들이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boring heaven)이고 서울은 신나는 지옥(exciting hell)”이라 한탄하던 말이 실감난다. 서울은 5분거리내에서 “먹고, 마시고, 싸는 것”이 다 해결되는 희한한 도시이다. 60이 된 친구들이 시내 한복판에 모여 운동도 하고 욕도하고 떠들며 놀 수 있는것은 동창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해외에서도 극성스레 동창회를 만들어 교유하는 것이리라.(도올 식으로 말하면 사적 네트워크를 만드는 주범이지만)
성규가 “남은 30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이건희 스타일로 말했지만, 나는 그리 오래까지 살 생각도 없고 사실 별 원도 한도 없다. 그저 친구들과 적당히 웃고 즐기며 유쾌하게 살고플 뿐이다. 2주후 토요일(10월23일)에 있을 “졸업40주년 재상봉행사”에 많은 동창들이 참여하여 또다른 ‘사적 네트워크’를 만들어 즐겁고 유쾌하게 남은 인생을 살 수 있길 기대하며 이만 '산보 음주기'를 마친다.(쓰다보니 散步記가 飮酒記로 바뀌었다)
첫댓글 토막이 좀 작기는 해도 안보일 정도는 아닌데, 왜 나는 출석부에서 자꾸 빼먹냐고요!! 내 출석부엔 자기를 큼직하게 찍어서 올려 놨구만. 안당, 혹시 초상권 있는 얼굴 함부로 크게 찍어 올렸다고 화난 것 아녀???
명운이랑 혼동이 되어선지 나도 또 빼먹었네.ㅋㅋㅋ. Sorry n sorry again.
나중에 폭탄주까지 퍼부은 술짐승들 누군지 대충 알것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