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같은 ‘범생이’ 직장인들에게는 12시부터 1시간 정도
점심시간이 가장 즐거운 일과 중의 하나이다.
대부분 직장 동료들과 먹게 마련이지만,
어쩌다 외부약속이 있으면(누가 내든 상관없이) 며칠 전부터 은근히
기대되는 까닭은 모처럼 ‘공장’(소속된 회사나 기관, 학교 등) 이야기하지 않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조금은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점심시간을 최대한 빨리 식사하고 탁구치는 운동이 즐거운 시간인데
오늘은 지난주 약속이 되어 있는 관계로 화려한 봄날 점심 외출을 하였다.
오전 일찍 민원인과 만나서 민원해결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민원인
다른 구제 방법을 알려 주었더니 아주 만족하고 고맙다고 발걸음을 돌린다.
그 민원 내용한번 들어 보고 나열해 보자.
그 민원인은 관내인 석관동에서 건축일로 보일러 시공및 관리를 하고 있는 자이다.
그는 건축업자로 부터 빌라 20여세대를 건축한 것에 하청을 받아서 보일러 시공및
배관 일절 공사를 하였는 모양이었다.
건축 시공업자로부터 하청을 건설표준도급 계약에 따라 평당 단가로 해서 한세대당 얼마씩 주기로 하고 공사를 하게 되었는데 일부만 지급을 받고 약 8천만원
상당을 받지 못하고 공사가 거의 완료 시점에 준공을 앞두고서 건축 시공업자가
나 잡아봐라 하고 도주하게 되자 건축주에게 달라 붙여 보일러 시공및 배광고사대금 8천만원을 요구하니 건축주가 건축시공업자에게 모든 돈 지급해 주었다고 하고
건축 시공업자로부터 빌라 한세대를 열쇠를 받아 그 빌라에서 유치권 행사를 하고
있던중 어느날 건축주가 열쇠를 바꿔치기 하여 권리행사를 방해하였다고 하는
주장이다.
건축주는 건축주대로 보일러 시공업자는 노임및 자재대금 8천만원 상당이 물려
있으니 어떤 식으로 정리해 주어야 될지 고민을 하고 있던 중 일단 공사를 하고
들어간 경비를 산정하고 자재 시공된 내용과 같이 건축 시공업자 상대로 소송 제기하고 이에 따라 판결에서 재산에 대한 압류나 근저당으로 채권확보를 해야 될
사실이기에 절차와 양식을 알려 주어 민원 해결을 만족 스럽게 하고 오전 일과를
쉽게 마무리해 놓고.....
식사약속이 서울 종로구 세종로 세종문화회관 뒷편에 있는 영일만의 친구라는 장소에서 얼마 전 막역한 친구의 점심 약속 있다는 전화를 받고서 오늘 실현됐다.
일산 하나로클럽 대표인 친구가 서대문 농협본사 자재부장으로 자리를 옮겼으니 ‘신고점심’을 하겠다며 광화문 인근에 직장을 둔 친구들을 부른 것이다.
우리 나이에 4대문 안에서 연락하여 모인 면면이 총리실 직속 원자력위원회의 간부 1명과, 서울시경에 근무하고 있는 동기와, 모 증권회사 고문으로 있는 친구와, 모 금융기관 컨설턴트에 있는 친구와, 성균관대학교에서 교수로 있는 친구등 7명모이게 되었다.
만나자마자 서로 악수를 나누고 안부 묻기에 바쁘다.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직장생활을 하니 좋다’ ‘우리 자주 만나자’
‘정년은 언제까지냐’ ‘노후준비는 어떻게 하냐’ ‘술 좀 작작하고 건강 좀 챙겨라’ ‘내일 번개모임이 있는데 꼭 나와라’
식당 분위기가 ‘경희궁의 아침’ 지하 ‘영일만 친구’. <바닷가에서 오두막집을 짓고…> 어쩌고 하는 최백호의 노래가 떠오르는 음식점 이름이다.
그뿐인가. 엊그제 뇌경색으로 졸지에 세상을 뜬 박상규의 ‘친구’의 노랫말도 흥얼거려지는 상호다. <여보게 친구, 웃어나 보게/어쩌다 말다툼 한번 했다고 등질 수 있나/아지랑이 언덕에 푸르런 간 보리따라/솔향기 시냇가에서 가제를 잡던/아하 자네와 나는 친구야 친구>. 젊어서부터 흰머리였는데, 어머니 때문에 쭉 염색을 하다 돌아가시자 백발로 나타난 구수한 대중가수이자 타고난 MC였다.
<조약돌>은 또 얼마나 구수한 가요였던가.
하긴 안타까운 죽음이 어디 한두 명이던가.
맥주 2병에 ‘처음처럼’ 소주 1병을 시켜서 능숙한 솜씨로 한잔씩 섞어
일제히 건배를 한다.
종교적인 이유로 한 방울도 마시지 않는 한 친구는 이미 맥주컵에 맹물을
가득 따라놓았다.
메뉴는 ‘도다리쑥국’(1만2000원). 지금 딱 이 철에 통영의 일미(逸味)이다.
남해의 쑥향기가 진하게 배어 있는데,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처럼
도다리는 봄에 먹어야 제격이다.
두 개의 교묘한 결합이라니. 확실히 별미이다.
20년 전에 술을 끊었다는 친구조차 “해장으로는 최고겠다”는 찬사가 이어진다.
제한된 시간이 아쉽다.
도다리쑥국으로 속을 풀면서 화제는 최근의 악화된 남북관계 이야기로 번진다. “정말 전쟁이 날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안전불감증에 젖어 있는 것은 아닐까”
“라면 사재기라도 해야 할 판인데, 우리 국민이 너무 태평한 것같다”
“북한에 진짜 핵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어떤 의미에선 북한이 핵을 보유한다해서 우리가 나쁠 게 있냐?”
“걔들이 미국을 상대로 벼랑끝전술을 펴는 것은 외교의 승리가 아닐까”
“전략핵 개념으로는 괜찮은 것 아냐”
아무도 정답을 모르는 이야기 몇 마디 하고 내일 저녁에는 종로거리에 ‘천둥번개’가 친다나 어쨌다나 하면서 자리를 일어선다.
오늘은 먼 거리 ‘출장점심’이었지만, 화려한 봄의 날씨에
친구들과 같이 봄에만 맛을 볼수 있다는 도다리 쑥국을 맛있게 먹고
하루 일과를 하였으니 그 어찌 즐겁지 않겠오.
그래서 필자는 오늘 점심시간 탁구를 치지 못했더라도
‘아름다운 점심’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일과를 마치고 저녁시간 2시간 탁구가 힘빨이 받은 것은
도다리쑥국의 에너지가 분출한 느낌이어서 하루 일과를 잘 마무리 합니다.
주말에 시간 나면 짝궁과 같이 양지바른 언덕에 싱그럽게 올라오는 쑥을 캐서
맛있는 식사 준비를 한다면 좋치 않을까요.
첫댓글 잘 읽었다. 그런데 너 글솜씨가 나날이 많이 늘은 것같다. 이런 곳에 자주 써보는 것도 글쓰기에 실제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수사로 인한 법률상식과 운동으로 체력단련하고 맛집 찾아가서 점심등 왕성한 사회활동이 너를 젊게 만들어 주고 있는 것 같다. 상수 !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