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합회 동기신학 2강 재림교회의 공적 역할과 적용- 봉원영 교수

[천사마음]

2강 재림교회의 공적 역할과 적용- 봉원영 교수

I. 신학적 동기로서의 재림교회 종말론

1. 역사주의적 예언 해석

재림교회는 교회가 시작된 이래로, 모든 사람은 신앙 양심에 따라 자신의 신조를 선택할 수 있다는 종교자유 개념과 차별이 없는 동등성을 기본으로 한 노예제도 폐지와 불의 등 인권을 보호하는 일부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관여해 왔음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재림교회는 그 초기에 크리스천 커넥션 운동(Christian Connection movement)으로부터 인권과 사회적 책임의 영역에서 많은 부분을 수용했으며, 1844년 예수 그리스도의 재림을 통한 세상의 종말을 기대했던, 이른바 밀러주의 운동(the Millerite movement)의 유산을 신학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 당시 예수 재림에 대한 기대가 실현되지 않자 그 재림을 기다렸던 사람들은 밀러주의자들의 계산을 재해석했는데, 그 과정에서 그들은 이것을 그리스도가 하늘의 성소에서 진행하는 봉사로 이해했다. 그러나 그들은 성경을 해석하는 밀러주의자들의 방법론과 더불어 그리스도의 재림으로써 절정에 이를 세상의 종말이 임박했다는 확신도 간직하고 있었지만, 밀러주의자들과는 달리 정확한 재림의 시기와 날짜를 정하지는 않았다. 밀러주의 운동에서 그들은 성경예언 해석에 대한 소위 역사주의적인 이해도 이어받았다. 이로부터 그들은 성경적 예언과 그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또는 진행되고 있는 여러 세계적 사건들 사이의 관계를 도출해 내게 되었다. 이러한 해석학적 이해를 통하여 재림교회는 요한계시록과 다니엘서의 예언적인 부분은 실제로 그것이 기록된 시기로부터 세상의 종말까지 상징적으로 세상의 분명한 역사를 나타내고 있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예언에 대한 역사주의적 해석의 결과로 인해 요한계시록에 나타난 짐승들은 구체적인 역사적 종교-정치적 힘으로 해석되었다. “열 뿔과 일곱 머리를 가진 짐승”(계 13:1)은 가톨릭교회로 받아들여졌다. 또한 “새끼 양같이 두 뿔이 있고 용처럼 말하”는 짐승(계 13:11)은 미국으로 해석되었다. 재림교회의 해석에서 두 뿔은 미국의 두 가지 기본 원칙을 상징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는데, 시민의 자유를 의미하는 공화주의와 종교의 자유를 의미하는 개신교주의가 그것이었다. 그리고 용의 목소리는 신자들을 향한 마지막 억압으로 이어지는 그러한 원칙들에 대한 배신을 의미했다.

그 이후 그리스도의 재림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제칠일침례교(Seventh Day Baptists)처럼 토요일을

안식일로 지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고, 십계명의 영원한 타당성을 근거로 하여 이것을 정당화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그들은 안식일의 교리를 현저히 예언적이고 종말론적인 틀로 설정했는데, 이것의 결과는 일요일을 준수하는 것이 전 세계의 토요일 준수를 폐지하고 예배일을 일요일로 대체하는 신성한 진리에 대한 공격이라는 이해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었다.

사실 이러한 해석은 당시의 격앙된 분위기와 매우 잘 들어맞는다. 밀러주의 재림운동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1843년부터 1844년까지 매우 특별한 경험을 했는데, 그 운동의 일원으로서 그들은 원래 자신들이 속해 있었던 교회들에 의해서 출교나 파문을 당해야 했다. 그들은 이러한 경험을 토요일과 예언에 대한 해석과 연관시켰는데, 당시에 일요일의 준수를 시행하기 위해 제안된 법안에서 그들의 이론적 근거를 찾게 되었다. 그들은 일요일을 교황이 소개한 거짓된 안식일로 보고, 일요일 준수는 진정한 개신교 정신에서부터 타락하는 것이고, 비성경적인 교황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는 표시라고 여겼다. 따라서 개신교와 가톨릭의 연합은 일요일의 준수를 지지하는 것임을 정확히 드러나는 것으로 이해했다. 그런데 이후에 살펴보게 될 것처럼, 이러한 모든 종말론적 강조점들은 현재도 사실상 변하지 않은 형태로 공식적인 재림교회 신학에서 여전히 나타나고 있으며, 당대의 재림교회를 고려하지 않고서는 현대 재림교회를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2. 전천년설

홀리 피셔(Holley Fisher)는 재림교회의 공인된 역사가 민권(human right) 운동을 포함한 사회적 윤리를 실천하는데 많은 기여를 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면서 교단의 이러한 보수적인 정책의 원인을 재림교회의 종말론과 연관시키고 있다. 실제로, 전천년설(Premillennialism)은 사회정치적 역할에 대한 교단의 입장에 영향을 미쳤다. 전천년설주의자들로서 재림교회는 요한계시록 20장 4-6절에서 논의된 천년동안의 평화의 통치를 근거로 그리스도의 재림이 천년기보다 앞서 있다고 믿는다. 재림교회의 경우, 이 개념은 밀러주의 사상에서 직접적으로 기인한다. 밀러주의자들은 그리스도의 임박한 재림을 간절히 기대했기 때문에 재림 이후에 천년기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받아들였다. 이러한 신념을 유지하면서 밀러주의자들은 현대 재림교회의 선구자들로서 그리스도의 재림이 사회의 병폐와 질병을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개념도 함께 받아들였다. 따라서 일부 재림교인들 중에는 사회와 정치적 문제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시간 낭비로 생각하고 그것을 오히려 그들의 주요 사명인 복음전도로부터 필요한 에너지와 자원을 전용하고 빼앗는 것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재림교회의 역설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전천년설을 옹호하는 단체로서, 재림교회는 그리스도가 다시 오실 때까지, 즉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기 전까지는 어떠한 활동도 이 세상에서의 악의 진행을 막을 수 없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재림교회는 다른 교단들과 마찬가지로 기독교적 가치와 복음전파를 사회의 문제의 해결책으로 인식하여 그것을 장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3. 역사적 종말론

전천년설 외에도 재림교회는 그리스도의 재림과 세상의 멸망에 대한 믿음으로 정의되는 역사적 종말론을 고수하고 있다. 그 결과 일부 재림교인들은 사회정치 개혁의 문제에 흥미를 잃어버리게 되었다. 재림교회의 초기 개척자인 조셉 베이츠의 경험은 그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있다. 베이츠는 그가 밀러주의 운동에 참여하기 전에는 미국의 노예제도의 폐지를 위해서 매우 열심히 활동했으나 그가 밀러주의를 받아들인 후에는 열렬한 밀러주의자로서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준비가 결국 사회정치적 활동에 대한 그의 열정을 대신하게 되었다.

4. 분파적 교회론

기독교인들이 세속적인 세계에 순응해서는 안 된다는 믿음인 분파적 교회론(Sectarian ecclesiology)은 정치에 대한 교단의 입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앞서 언급한 개념들과 마찬가지로 재림교회는 밀러주의 사상으로부터 분파적 교회론을 받아들였다. 그리스도의 임박한 재림을 기다리면서 밀러주의자들은 정치적 참여와 개입을 기독교인들의 정신적 발전을 방해하는 세속적인 활동으로 간주했다. 더욱이 그들은 그리스도의 재림을 사회정치적 활동주의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세속적인 정부의 종말과 일치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당시의 재림교인들은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선호하는 정치적 견해를 발전시켰다. 실제로 당시의 재림교회 지도자들은 교회 구성원들에게 정치적 문제들에 관여하지 말 것을 충고했다. 재림교회 목회자이자 리뷰 앤드 해랄드(Review and Herald)의 부편집장인 레이먼드 코트렐(Raymond Cottrell)은 1963년 ‘일자리와 자유를 위한 워싱턴 행진’(March on Washington for Jobs and Freedom)에 목회자들이 참여했던 것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그의 이러한 진술은 정치적 개입에 대한 재림교회의 반대적 입장을 잘 보여주고 있다. 코트렐은 이 정치적 시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교회가 법으로 자신의 어떤 의견을 집행해 달라고 국가의 강력한 팔에 의지하는 것은 이 교회를 세우신 분의 모본과 임무를 훨씬 뛰어 넘는 것이다. 그것은 하늘이 정한 사명을 포기하는 것이며 하나님께서 결코 내려주시지 않은 일을 수행하는 것이다.

2년 후에 코트렐은 교단의 입장을 다시 되풀이하면서 사회정치 개혁에 참여하기보다는 복음을 전해야 할 교회의 의무를 강조했다. 이 문제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는 종교나 양심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정치적 문제들은 교회와 교회 기관의 경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확고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대다수 종교단체들이 엄격한 세속적인 문제에 대해 공공연한 입장을 취하고, 그것들에 대한 공공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경향이 증가함에 따라, 그리스도께서 복음사명에서 크게 생략시킨 문제에 대해 도덕적 권위를 매춘부처럼 팔아넘기고 말았다. 사도들은 논쟁의 여

지가 있는 세상의 문제들에 참여함으로써 하늘의 진리에 대한 그들의 증거를 무디게 하지 않기 위해 정치에 대해 토론하거나 의회에서 로비하지 말고 ‘가르치고 침례를 주라’는 지시를 받았다.

코트렐은 사회정치적 변화를 가져오기 위해 일하는 어떤 목회자들의 행동을 매춘행위와 동일시하면서 다소 거친 용어를 사용한다. 더욱이 첫 문장에서 그는 “종교나 양심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정치적인 질문들은 교회와 교회 기관의 경계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것은 매우 흥미로운 진술이다. 그 이유는 민권운동의 맥락에서 보면, 차별과 사회적 불의의 문제는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정치적인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교회의 관할 밖이라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즉, 교회는 사회적 부정을 비난할 권리나 그것들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할 권리나 의무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코트렐이 언급한 앞의 두 문장은 민권시대 동안의 분파적 교회론이 재림교회 사상에 미친 영향을 잘 보여주고 있다.

5. 급진적 결정론

인간 역사에서 하나님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신다고 믿는 급진적인 결정론적 교리 역시 사회 문제에 대한 재림교회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다. 급진적 결정론은 성경에 문자적 해석을 적용하는 근본주의적 전통에서 비롯된다. 결과적으로 급진적인 결정론자들은 인간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성경의 이야기를 전적으로 받아들인다. 본질적으로 이 개념은 지상의 불의에 도전하는 책임을 인간에서부터 하나님에게로 전가시킨다고 할 수 있다.

6. 인간의 자유의지 이미지

인간의 자유 의지 이미지에 대한 교리는 하나님이 어느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곤경을 바꾸기 위해 움직이거나 기적적으로 개입하시지 않는 한, 그들의 상태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뿐만 아니라, 인류를 위한 하나님의 신성한 계획의 존재를 주장한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은 인간의 선택과 행동을 알고 계시지만, 하나님께서는 하나님 당신의 계획과 상충되지 않는 한 자유 의지의 표현을 지배하지 않을 것이라는 뜻이다. 기회원인론 혹은 수시론(occasionalism, 隨時論)으로 알려진 이 개념은 철학자 아놀드 겔링크스(Arnold Geulincx)에게서 시작되었다. 겔링크스는 ‘신의 마음’(Divine Mind) 운동이 모든 물질세계를 완전히 통제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구의 비유를 통해서 이 원리를 설명하기도 했다. 그에 따르면, 큐가 공을 쳐서 그 공이 다른 공과 부딪힌 후에 두 번째 공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물리적 법칙 때문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의 의지이고 뜻 때문이라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회원인론을 받아들이는 재림교인들은 오직 하나님만이 사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것은 재림교회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다른 세계에 대해서는 집착하면서 지상의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민권 운동과 같은 사회정치적 성격의 문제들에 대해서는 소홀히 하는 재림교회의 모습을 잘 설명하고 있다.

II. 19세기 미국 사회와의 재림교회 관계

1. 재림교회의 평화주의적 입장

앞서 살펴본 초기 재림교인들의 긴장된 종말론적 기대는 그들 사이에서 국가 권력에 대한 신중하고도 불신적인 태도를 일으켰다. 이는 그들의 예언적 지향뿐만 아니라, 그들이 윌리엄 밀러(William Miller)와 크리스천 커넥션으로부터 받은 평화주의적 견해 때문이기도 했다. 재림교회는 공식적으로 1863년, 즉 미국 남북전쟁의 와중에 시작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재림교회의 평화주의적 입장은 교회의 상황을 어렵게 만들었다. 비록 재림교인들은 노예제도가 공화주의적 원칙들(Republican principles)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반대하기는 했지만, 노예제도 폐지를 위한 싸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에는 거부적 태도를 유지했다. 그런데 이것은 사실 토요일을 안식일로 준수하는 문제와도 관련이 있었다. 만약 그들이 성경에 대한 충실함 때문에 안식일 준수를 위해 군 복무를 거부한다면, 그들은 국가에 대해 불충성한다는 비난과 더불어 정부의 엄중한 통제와 단속을 감수해야 했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그들이 반대했던 노예제도를 간접적으로 방조하게 될 것이었다. 그러나 반대로 무장 투쟁에 적극적으로 가담하는 것은 하나님의 계명과 예수의 믿음에 충실한 남은 자들이라는 자신들의 주장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 될 것이었다.

2. 종교자유 문제와 관련한 국가에 대한 불신

이러한 상황에서 토요일 대 일요일을 선과 악의 싸움으로 보는 급진적이고 직접적이며 양극화된 입장은 교회 안에서 국가로부터의 억압에 대한 공포를 초래하게 만들었다. 이로 인해서 교회의 긴장이 고조되었는데, 이것은 일부 재림교인들이 일요일에 일한 것으로 인해 형벌을 받았던 사건으로 인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났다. 재림교인들은 스스로를 하나님의 선교 사업에 부름 받은 것으로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들은 안식일 준수 문제로 위협받는 종교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옹호함으로써 재림교회의 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1883년에 재림교회는 종교적 자유를 옹호하고 공공 정책을 수립하는 데 가장 영향력 있는 개인들을 대상으로 한 출판물을 발간했다. 원래 그 출판물은 쌔버스 센티넬(Sabbath Sentinel)이라는 제목을 붙였는데 1886년에 아메리칸 센티넬(American Sentinel)로 변경되었다가 1906년에 다시 리버티(Liberty)로 개칭되었다. 1893년에 재림교인들은 “종교 자유의 원칙을 전 세계에 전파하는 것을 목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예배하거나 예배하지 않을 권리, 자신이 선택한 종교나 신앙을 채택할 수 있는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고 변호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국제종교자유협회(International Religious Liberty Association, IRLA)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오늘날 재림교회는 여전히 이 단체를 무종파적(non-sectarian)이라고 말하는데, 이러한 사실은 이 단체가 지금까지 종교의 자유를 옹호하는 데 일관된 태도를 보여 왔으며 심지어 가톨릭, 유대인, 그리고 이교도들의 권리까지도 옹호해 왔다는 것으로서 입증될 수 있다.

3. 재림교회의 다양한 사회적 책임윤리의 실천 방식

(1) 투표

재림교회는 그 초기부터 성경의 이해에 입각한 분명한 사회적 책임윤리를 가지고 발전해 왔다. 역사적으로 재림교회가 각 시대마다 교회의 입장이 필요한 민감한 문제들이 발생할 때마다 교단적 차원에서 다양한 형태의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할 수 있었던 것은 재림교회 초기로부터 물려받은 긍정적 유산이라고 할 수 있다. 애드벤티스트 리뷰(Adventist Review)는 교회가 공식적으로 조직된 지 2년 후인 1865년에 세 번째로 모였던 대총회 기간 중에 투표에 대한 최초의 공식 성명 중 하나를 소개했다.

우리의 판단으로는, 정의와 인류를 위해 행해지는 투표 행위는 그 자체로 흠잡을 데가 없고 때로는 매우 적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무절제, 반란, 노예와 같은 범죄의 원인을 강화시킬 수 있는 어떤 투표들은 하늘의 관점에서는 매우 범죄적인 것으로 간주될 것이다.

재림교인의 정치적 참여와 관련해 1882년에 대총회장이었던 조지 버틀러(George Butler)는 교회의 공식 잡지인 리뷰(Review)를 통해 매우 균형 잡힌 글을 썼다. 이 글에서 그는 일부 사람들이 너무 정치에 관여한 결과로 주님을 잊어버렸다고 지적하면서 그러한 과도한 정치적 개입에 대해 경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금주법과 관련한 투표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독려했다. 그는 재림교회 유권자들이 [금주]법에 투표하기를 희망하며, 명예롭고 합법적인 수단인 투표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다른 모든 사람들을 독려하라고 주문했다. 1891년 리뷰의 또 다른 기사에서 그는 “우리는 절대 군주제 하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기도하는 것뿐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서 우리는 두 번째 기도로써의 또 다른 도구를 가지고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의 투표용지”라고 강조하였다.

화잇 또한 “모든 유권자들은 어떤 법이 국가를 지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데 어느 정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말하면서 투표를 통한 정치 참여에 대해서 언급했다. 화잇은 많은 사람들이 그들이 알고 있는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는 개탄스러워 하면서도 정작 그들 스스로는 그 문제에 대한 모든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고 생각하는 것에 안타까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화잇은 모든 유권자들은 어떤 법이 국가를 지배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목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미덕의 편에서 바른 투표를 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초기 재림교회의 사회 정의에 대한 관심은 단지 투표에 대한 것만으로 끝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어떤 그룹을 형성하거나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그것을 주장하기 위해 거리를 행진하는 것 등에 대해서까지 언급했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몇몇 재림교인들은 어떤 종류의 것이든, 심지어 사회 정의를 위해서라도 정치적 관여를 반대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재림교인들, 특히 교회 지도자들은 금주법과 같은 중요한 분야에 대한 정치적 개입을 지지했다.

이것의 가장 좋은 예는 화잇과 나머지 교회들이 수정헌법 18조를 지지하여 공개적으로 활기를 띨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녀의 금주법에 대한 지지는 단지 정치적 행동주의, 혹은 좋은 목적을 위한 행동주의만이 아니라 음주에 대한 반대를 통해 사람들을 구한다는 목표를 가진 일종의 정치적 복음

주의였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화잇이 금주법과 관련하여 재림교인으로서 투표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그녀는 대답은 다소 놀랄만한 것이었다.

“그렇습니다. 어디에서나 그래야 합니다.”라고 대답하면서 “만약 내가 이렇게 말한다면 어떤 사람들을 놀라게 할 수도 있겠지만, 필요하다면 만약 여러분이 다른 시간에 투표할 수 없다면 안식일에라도 그것에 대해 투표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화잇은 금주법과 관련해 매우 대담한 표현을 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1880년에 그녀는 “무절제한 남자들은 국민의 투표에 의해 신뢰의 위치에 놓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는 술의 합법화는 이 사회의 도덕적 마비를 일으키는 악이라고 선언하기도 했다. 화잇은 어떤 의미에서 급진주의자였다. 화잇의 삶과 글은 재림교회 운동의 발전 과정에서 대단히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부인할 수 없다. 화잇은 재림교회의 진리가 사람들의 삶과 마음, 그리고 사회에 올바로 적용될 때, 사회 공동체의 모든 부정의를 바로잡아 줄 것이라고 강하게 주장했다. 그녀는 항상 사회 정의, 평등, 개인의 권리, 포용성 등에 대해 자신의 분명한 입장을 보여 왔다. 그녀의 삶과 글에는 그녀가 다른 사람들의 억압, 폭력, 학대와 억울함의 현실에 직면했을 때 울분과 괴로움을 느꼈다는 내용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그녀의 진술들은 오늘날 세상에 편만한 불의의 정신이 그 당시에도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리고 오늘날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 블로그, 기사, 웹캐스트 등의 다양한 미디어에서 그렇게 하는 것처럼, 그녀도 그런 것들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어쩌면 화잇은 지금의 대중들이 말하는 것 이상의 반응을 보였다.

왜 우리는 사람들의 영혼을 망치고 모든 묘사에서 폭력과 범죄를 야기시키고 있는 주류 판매에 반대하기 위해 훨씬 더 단호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일까?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긴 위대한 빛으로 우리는 모든 진정한 개혁의 선두에 서야 한다.

화잇은 성경의 빛에서 옳은 것이라고 판단되는 일에 있어서는 언제나 교회가 개혁의 선봉에 설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그녀 자신도 필요할 때에는 매우 강한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2) 인종차별에 대한 반대

사실 재림교회는 그 초기부터 인간의 하나님의 형상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가지고 인종적 편견에서 벗어난 열린 사역을 시도해 왔다. 그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재림교회 초기 지도자들이 이미 이러한 자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1800년대 초에서 중반 사이에 아프리카계 미국인 노예들이 노예제도가 없는 주와 캐나다로 탈출하기 위해 사용되었던 비밀 루트와 안전 가옥들로 이루어진 네트워크를 ‘지하철로’(The Underground Railroad)라고 불렀는데, 이후에 재림교회의 초대 대총회장이었던 존 바잉턴(John Byington)이 당시에 이 일을 돕고 있었다. 그 때 그는 감리교인이었으나 1852년에 화잇 부부의 방문을 받고 침례 받은 안식일 준수자가 되었다. 존 하비 켈록(John Harvey Kellogg)의 아버지

였던 존 프레스톤 켈록(John Preston Kellogg) 역시 1850년 탈주 노예송환법이 통과된 이후에 지하철로의 미시간 지역의 담당자였다. 그는 1852년에 침례를 받은 후에 배틀크릭(Battle Creek)으로 이사 와서 자신의 재정으로 출판사와 요양원을 후원하는 등 재림교회의 초기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감당했다. 노예였다가 목회자가 되어 평생을 반노예사회(Anti-Slavery Society)와 지하철도에서 활동했던 윌리엄 스틸(William Still)은 1841년에 밀러의 기별을 받아들였고 후에 지하철로(The Underground Railroad)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화잇은 인권에 대한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의견을 피력했는데 특별히 노예제도에 대해서는 더욱 강경했다.

인간의 법률이 하나님의 말씀과 율법에 어긋날 때, 우리는 어떤 결과가 올지라도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법률은 노예를 그 주인에게 넘겨주도록 요구하지만, 우리는 순종하지 말아야 하며, 이 법을 범한 결과도 당해야 한다. 노예는 어떤 사람의 소유도 아니다. 하나님께서 그의 정당한 주인이시므로, 사람이 하나님의 피조물을 그의 손에 넣고 자기의 것이라고 주장할 권리가 없다.

(미국의) 남부는 차츰 흥분이 고조되어 갔다. 그들은 인간을 매매하는 것, 노예와 사람들의 영혼을 장사로 거래하는 것을 완전히 정당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들은 그들이 원하는 모든 영역을 그들의 것으로 주장할 수 없게 되면 초조해지고 걷잡을 수 없이 화를 낸다. 그들은 경계(境界)를 무너뜨리고, 그들이 원하는 어떤 지역이든지 노예를 데려가서 노예의 활동으로 땅을 저주하기를 원했다. 남부의 소리가 매우 긴박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부는 그 소리를 침묵시키기 위하여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았다.

1859년에 존 브라운(John Brown)이 당시 노예제도를 무력을 뒤엎을 목적으로 미국 버지니아 주의 하퍼스 페리(Harpers Ferry)에서 일으켰던 무장 인질극이 실패하고 그 내용이 신문에 보도되었을 때, 그것에 대하여 화잇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브라운)의 시도는 노예들의 잔인한 대우에 대한 그의 동정심에서 시작된 것이었기 때문의 그의 동기는 괜찮은 것이었다. 그가 한 행동은 우리의 모든 인간은 자유를 누릴 자격이 있다고 말하는 독립선언서에 따른 것이었다. 존 브라운의 급습은 약탈이나 살인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이러한 화잇의 반응에 대해서 상반된 의견들이 나타날 수 있겠지만 어떤 의미에서 절대적인 선의 실천이 어려운 상황에서 상대적인 악을 선택하여 상대적인 선을 형성하고자 했던 본회퍼의 동기를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화잇은 당시의 노예제도에 대하여 분명한 반대의 의견을 보이면서도 그것이 정치적인 운동으로 확대되는 것은 원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유색 인종과의 관계에 대한 화잇의 계속된 주장과 권면은 이 부분에 있어서도 교단적 특징으로 나타나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과 특별히 유색 인종들을 얕보는 것이 유행처럼 되었던 그 당시에 화잇은 아무리 인기가 없더라도 목소리를 내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큰 목소리를 내야 하다고 권면했다. 화잇은 우리의 참 교사이신 예수께서도 가난한 자, 버려진 자, 억압받는 자들을 동정하셨으며, 그들에게 보이는 모든 모욕은 자기 자신에게 보이는 것과 같다고 선언하고 계심을 상기시켰다.

또한,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들만큼 흑인들을 위하시고 사랑하시기 때문에 사회에 의해 부당한

대우를 받은 유색인들을 구제하기 위해 일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이처럼 화잇은 교회가 다른 어느 단체나 개인보다 인종적 편견을 없애야 할 것을 강조했다. 모든 사람들은 그리스도의 귀한 재산으로 대해질 권리가 있으며 특별히 교회와 예배 장소에서 유색인종을 제외시킬 수 있는 하나님의 면허가 사람에게는 없다고 말하면서 모든 흑인들은 백인들과 함께 교회에서 예배드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3) 신분적 차별에 대한 반대

이러한 권면에 따라 초기의 재림교회는 교회 안에서 흑인들을 받아들이는 일에 다른 어떤 교단보다도 적극적이었다. 켈록의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던 흑인 로티에 블레이크(Lottie C. Blake)는 켈록의 후원으로 재림교회 최초의 흑인 의사가 되었으며, 애나 나이트(Anna Knight)는 백인 재림교인들의 후원으로 재림교회 최초의 여성 흑인 선교사로서 인도에서 봉사했다. 그곳에서 수 년 간의 봉사 이후에는 미국에 돌아와 남부 지역에서 유색인들을 위한 사역을 이끌었다. 노예의 신분에서 자유를 얻은 찰스 킨니(Charles M. Kinny)는 재림교회 최초의 안수 목사로서 50명도 안되었던 흑인 재림교인을 50,000명에 이르기까지 성장시켰다. 하나님께서는 1842년 침례교 목회자였던 흑인 윌리엄 포이(Wiliam Ellis Foy)에게 네 개의 종교적 이상을 보여주셨는데 그는 당시의 흑인에 대한 세상적 편견에도 불구하고 이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했다. 그러다가 그는 1845년에 엘렌 하몬(Ellen Harmon)을 만나 그녀의 초기 예언자적 사역을 인식하게 되었는데 그 이후에는 그에게 더 이상 이상이 주어지지 않았다.

화잇은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키는 일에 있어서도 매우 적극적이었다. 화잇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서 정의는 모두에게 행해야 한다고 하면서 성실한 여성들이 남자들이 받는 봉급에 비례하여 적절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여성들에게 남편으로부터의 학대 상황을 떠나도록 격려하기도 하고, 소수민족에 대한 배려나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교회의 도움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미혼모나 싱글맘(single mom)들을 위한 도움도 필요함을 상기시켰다.

화잇은 투표와 관련한 여성의 권리와 의무도 주장했는데,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여성들에게 그러한 권리가 없었던 것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여성들도 좋은 지성을 개발하고 진정한 도덕적 가치를 가질 수 있는 자격과 권리가 있음을 말하면서 지금까지의 이러한 관행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4) 다양한 사회적 복지를 위한 노력

화잇은 소외계층을 위한 정부와 기독교의 노력이 미비한 것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면서 그러한 사람들을 돌보고 교육하기 위해 더 많은 재정이 투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화잇은 근친상간으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에 대해서는 그가 하나님의 교회에 의해 화친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는 스

스로를 교회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곳에 두었다고까지 했다. 그녀는 그가 하나님의 거룩한 법을 어겼고 현재의 진리의 원인을 불명예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에 더 이상 교회와 교감하거나 목소리를 낼 수 없다고 강하게 말했다.

화잇은 고아들을 입양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교회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경문제와 관련하여 환경을 헤치는 관행들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동물학대에 대한 화잇의 언급도 있다. 화잇은 스스로가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공언하는 사람들이 동물에 대한 학대나 방종으로 인한 고통은 항상 죄악이라고 여기지 않는다고 개탄하면서 그런 사람들은 그리스도인이라고 말할 수 없으며 겁쟁이고 폭군이라고 강하게 비판한다. 화잇은 자기 스스로를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들을 소홀히 하거나 지나치지 않는 일에 부르심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그러한 역할이 결코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억압자들에게 비판의 말을 하고 정의를 위해 변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기관에서 정의와 형평성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을 제시했다.

(5) 보다 넓은 영역에까지 확장된 재림교회

1877년, 인디애나 주에서 약 8,000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던 금주 관련 세미나에서는 화잇과 제임스 왜고너(James H. Waggoner) 등 두 명의 재림교인 강사들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이것은 재림교회가 단순히 교회 차원에서만 금지법에 관여한 것이 아니라, 더 큰 공동체의 공적인 영역에서도 다양한 방식의 참여를 통한 영향을 끼쳤음을 나타낸다.

그러므로 이상의 사실들은 재림교회가 사회적 이슈에 관련해서 당시 다른 미국의 보수적 기독교와 또는 종교적 동기에서 시작되었던 그 시대의 다양한 개혁 운동과 같은 방향성을 유지하고 있었음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재림교회의 특이성은 토요일의 준수와 관련한 국가로부터의 박해의 두려움 속에서 나타났고, 그들의 고조된 종말론적 기대는 그들이 처했던 현재적 상황에 그것들을 투영하도록 이끌었음을 알 수 있다.

III. 20세기 재림교회 공적 의식의 확장

1. 근본주의적 전통의 수용

20세기에 이르러서도 재림교회의 반가톨릭주의(anti-Catholicism)와 토요일을 예배일로 준수하는 것으로 인한 박해의 두려움에 바탕을 둔 날카로운 흑백적인 견해는 19세기 후반의 미국 사회에 대한 재림교인들의 인식과 일치했다. 그러나 재림교회가 점차로 전 세계로 퍼졌나가면서 세계의 복잡성을 충분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인식되기 시작했다. 20세기 초, 미국의 개신교는 기독교 근본주의에 의해 지배를 받게 되었으며 그것의 강조는 자연스럽게 재림교회에도 영향을 미쳤다.

근본주의자들과 함께 재림교인들은 죄악이 사회적 요소를 구성한다고 주장했던 침례교 설교자 월터 라우센부쉬(Walter Rauschenbusch)의 사회적 복음(social gospel) 개념에 대항하여 자유주의와의 싸움의 일환으로 그들 스스로를 근본주의자들과 같은 입장에 두었다. 그들이 사회적 복음에 반대하는 대안으로 이해하고 선택했던 것은 복음화(evangelization)였다. 재림교회의 많은 자료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이러한 태도는 무엇보다도 반가톨릭주의의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1920년대에 미국은 유럽의 가난한 이민자들이 대거 유입되었는데,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들이었던 그들은 개신교 주민들로부터 많은 환영을 받지 못했다. 예언에 대한 재림교회의 반(反)가톨릭적 해석은 미국의 재림교인들로 하여금 전형적인 사회 문제에 관심을 잃어버리고 교육과 건강관리, 복음전도에만 몰두하게 만든 요소들 중 하나로 작용했다.

2. 개인적 차원에서의 사회적 활동

그 무렵의 유럽은 이미 재림교회가 확산되어 있었고,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상황이 미국의 상황과는 많이 달랐으며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보살핌이 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중부 유럽에서는 1926년부터 독일에서 자선단체인 Advent-wohlfahrtswerk를 이끌었던 독일인 재림교인 훌다 조스트(Hulda Jost)에 의해 사회적 구호와 자선활동이 장려되었다. 이 사업은 또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데 초점을 맞춘 타비타(Tabita) 서클이 개별 재림교회 회중 내에서 활동하기 시작하면서 1929년에 체코슬로바키아로 옮겨졌다. 타비타 외에도 건강관리학회(Society for Care of the Health)가 설립되었고, 타비타는 나중에 그 산하로 편입되었다. 이러한 단체들에 의해서 행해진 건강 예방과 건강관리에 대한 강조는 그 활동들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었다. 이것은 건강에 대한 이해와 관리가 사회 복지보다 더 중요하게 인식된 미국의 재림교회 안에서 나타난 경향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인다.

3. 전체주의와의 관계

20세기의 어드벤티즘(Adventism)은 전체주의 체제하에서 교회 생활을 수용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사실 재림교회의 이해에 있어서 전체주의 정권은 하나님의 대적으로 특징지어지는 재림교회 예언적 기본 해석의 기준에 부합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시 말해, 나치즘이나 공산주의가 가톨릭에 의해 지배를 받거나 관련된 것이 아님이 분명했으므로, 그 당시의 재림교회의 성경 해석적 관점에서는 그것들이 하나님과 그 교회에 대한 분명한 적대적 세력은 아닌 것으로 이해되었던 것이다. 따라서 가톨릭을 주적으로 보는 당시 유럽 재림교회의 관점은 오히려 나치 독일에서 재림교인들이 히틀러와 국가사

회주의자들에게 열렬한 찬사를 표하게 하는 원인을 제공했다. 그리고 대부분의 징집병들은 비록 그들이 군대의 잡역병이나 의무병으로 봉사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기꺼이 무기를 소지했다. 그런 행동을 통해 독일의 재림교회는 성공적으로 당시 정권과의 긴장감을 줄였을 뿐만 아니라, 그로 인해 재림교회의 여러 신념과 관행들이 유대교와의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교회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재림교회의 공산주의에 대한 태도에서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체코 공화국에서는 1952년부터 1956년까지 재림교회의 모든 교회 활동이 금지되는 사건이 있었다. 그 금지령은 정권의 기대에 최대한 부응하기 위한 재림교회의 다양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일어난 것이었는데, 이 과정에서 일부 교인들은 자신들이 공산당의 당원이 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사실 이 결정적인 대립 역시 재림교인들의 토요일 준수 문제와 더불어 재림교회가 견지했던 공산주의 세력과 기꺼이 타협할 용의가 있는 반가톨릭적 입장과도 연관이 있었다. 따라서 이것들은 재림교회가 공산주의에 수용적인 친공산주의적 태도(pro-Communist Adventist)를 보였다기 보다는 가톨릭교회에 대한 두려움이 재림교회 안에서 얼마나 깊이 뿌리내리고 있었는지를 잘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은 기초적인 군사훈련을 위해 징집되었던 많은 수의 재림군인들이 공산주의 강제 수용소에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던 시기에 있었던 진술들에서 잘 나타난다. 보스코비체(Boskovice) 출신의 평신도 설교자인 로버트 코네치니(Robert Konečný)는 재림교회의 재산이 국가 권력에 의해 몰수되고 있던 시기에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만약 가톨릭 신자들이 이 작전에 관여하고 있었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빠졌을 것이다. 우리를 점잖게 대하는 이 대중 행정부에 대해서는 두려워 할 것이 별로 없다.” 아마도 이것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주는 것은 설교자 토비아스 지그문트(Tobiáš J. Zigmund)가 교회 신도들에게 보낸 내용일 것이다.

우리는 평화의 적들이 제3차 세계대전을 일으켜 승리하는 데 성공한다면, 재림교인들에게 더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우리의 적인 바티칸 제국주의는 우리에게 새로운 종교를 도입할 것이다. 단지 우리에게 뿐만 아니라 모든 것에 대해서도 말이다. 요한계시록 13장과 17장을 철저히 연구하라.

그러나 이러한 사실들로 인해서 단순히 재림교회가 기회주의적이었다거나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어떤 통치 권력과도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고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일부 교회 대표자들뿐만 아니라, 일반 신자들이 자신들의 신앙을 위해 기꺼이 감수했던 많은 희생의 사실들과 반대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다시 재림교회의 종말론에 의해 설명될 필요가 있다. 재림교회 종말론적 이해에 따르면, 어떤 것이 성경적으로 하나님의 진짜 적(real enemy)으로 확인되었다면, 심지어 그것이 표면적으로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 순간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언제든지 항상 진짜 적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인권과 자유를 잔인하게 억압하고 심지어 재림교인들을 공격하는 모든 흔적을 드러내는 것이라 할지라도 성경의 예언이 그것에 대해 침묵하거나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호의적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시의 공산주의에 대한 재림교회의 이해가 그러했다.

4. 개인주의 사상의 수용

집단적 사회에 비해 개인의 우선권을 강조하면서 자립과 독립에 대한 신념을 의미하는 개인주의 철학은 사회정치 문제에 대한 재림교회의 견해에도 영향을 미쳤다. 개인주의적 사상의 발전에 대한 주요 공헌은 다음과 같다. 철학자이며 로마 가톨릭의 신부였던 마르실리오 피치노(Marsilio Ficino)는 플라톤 철학과 종교적인 신비주의를 통합하려고 노력했다. 그는 우주의 중심이 모든 것을 포함하는 각 인간의 영혼에 있다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피치노는 영적인 명상은 개인의 영혼을 하나님과 연합시키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내과 의사이자 철학자였던 파라셀소스 폰 호헨하임(Paracelsus von Hohenheim)도 각각의 영혼은 우주를 반영하기 때문에 인간은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러므로 그는 자기성찰이 모든 참된 지식의 원천이라고 결론지었다. 개신교 개혁도 개인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개인주의의 성장에 기여한 부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퀘이커(Quakers)라고 불리는 친구협회(Society of Friends)의 창립자인 조지 폭스(George Fox)는 그리스도와의 개인적 관계가 종교적 교리와 교회 구성원보다 우선한다고 가르쳤다. 철학자인 바루흐 드 스피노자(Baruch de Spinoza)는 개인의 마음은 전문적인 훈련을 통해 하나님처럼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마침내 신학자인 윌리엄 로우(William Law)는 사람이 바깥세상과 그 가치를 배척한 후에야 영혼 안에서 하나님을 찾게 된다고 가르쳤다.

재림교회는 몇 가지 이유로 개인주의의 측면을 받아들인다. 첫째로, 재림교회가 묵시적인 역사적 종말론을 고수하려면 그리스도의 재림에 대한 개인적 준비를 강조할 필요가 있다. 둘째, 재림교회는 복음의 전파를 통한 개인의 영혼을 구원하는 복음전도가 교회의 주요 사명을 구성한다고 믿는다. 셋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로서 재림교인들은 사회복음에 반대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 기독교의 가르침과는 대조적으로, 일부 재림교인들은 개인이 사회를 만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재림교회는 사회의 변화는 개인의 회심에서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는다. 결과적으로 재림교회는 긍정적이고 지속적인 변화를 가져오는 유일한 방법은 공동체 안에 포함된 모든 개인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리뷰 앤드 헤럴드 편집장인 코트렐은 이러한 입장을 반복한다.

개신교인들은 일반적으로 세상에서의 교회의 역할이 권리와 정의에 대한 큰 근본적인 원칙을 가지고 그 구성원들에게 영향을 미쳐서 그들 각자의 공적인 영역에서 이러한 원칙을 적용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개개인 모든 남녀들을 변화시키고 그들을 통해 사회 전체에 영향을 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합법적인 복음의 사역이다. 교회의 구성원들이 종종 그리고 적절하게 개인으로서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공동의 자격으로 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개인주의적인 접근법에 대한 문제는 그것이 오직 하나님만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거나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인간의 자유 의지 이미지에 대한 재림교회의 이해와 충돌

한다는 사실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넷째, 재림교인들은 개개인이 중보자 없이 직접 하나님께 호소할 수 있다는 개인의 책임에 대한 개신교 종교개혁의 강조점을 계승했다. 마지막으로, 재림교회는 미국에서 형성된 다른 교단들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자립과 독립이라는 가치를 받아들였다.

재림교회는 미국의 견고한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보수적인 전통에 따라 성공과 실패에 대한 궁극적인 책임은 개인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견해는 모든 사람이 자기 결정을 통해 자신의 곤경을 개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믿음에 기여했다. 그런데 이것이 인종차별의 문제에 적용되었을 때, 이 개념은 결국 피해자의 상태를 탓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개인주의는 일부 재림교인들을 인종적 불의에 둔감하게 만들었다.

5. 실용주의적 정치 개입

화잇 이후로 교회의 관심은 언제나 일부 재림교인들이 정치에 접근하는 방식을 제한하고 지배하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교단은 교단 자체의 이익을 증진시키기 위해서만 정치 활동에 관여해 왔다. 이에 따라 재림교회는 교단의 생존을 유지하기 위해 종교적 자유를 지지했다. 예를 들어, 1888년에 이 교단은 일요일을 종교적 준수의 국경일로 제정하려는 미국 상원의원 블레어의 법안에 대해 매우 열렬하게 반대했다. 마찬가지로 이 교단은 재림교회 공동체에 문제를 제기했던 블루법안의 패배에 대해서도 옹호했다. 이것은 금주운동과 금주운동에 대한 교단의 관심과 지지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재림교회는 정신을 흐리게 하는 효과를 가진 술을 성공적인 전도의 방해물로 보았기 때문에 술 소비를 억제하려는 노력을 매우 열렬하게 지지했다. 교단은 이처럼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명분들에만 열성적으로 참여했기 때문에 인종차별 등의 사회적 불의에 대해서는 재림교회가 교단의 안녕을 위협하는 것으로 인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재림교회는 분명히 공공의 이익에 관한 문제에 대해서는 비참여적 관점이나 막후 개입을 옹호하면서, 어떤 이익의 진전을 위해서는 실용주의적인 접근법을 취했다. 다음에 인용된 니콜의 발언은 이러한 결론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니콜은 포괄적인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재림교회를 대표하여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인간의 열정을 자주 불러일으키는 문제들에 대해 더 조용하고 간접적인 접근을 함으로써 진정한 기독교를 가장 잘 드러낼 수 있고, 따라서 가장 좋은 재림교회 명분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느꼈다.

일부 재림교인들은 사회정치적 문제에 대한 공적인 입장을 취하는 것을 거부하면서, 사회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 교단의 영향력을 넓히기를 원했다. 1954년부터 1966년까지 재림교회의 대총회장이었던 루벤 피구르(Reuben Figuhr)는 “우리 대총회장으로부터의 서신”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점을 암시했

다. 피구르는 인종평등에 대한 문제를 다루면서 다음과 같이 기록했다.

오늘날 많은 질문들이 우리의 긴장된 세계를 불안하게 합니다. 그 중에는 인종문제가 있습니다. 저는 이 문제에 있어서 재림교회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묻는 편지를 자주 받곤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그 질문이 도덕적 문제라는 것을 크게 느끼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극단적인 입장을 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이들은 반대적 의견을 고수하라고 촉구합니다. 사실 지역마다 모든 요구가 다 다릅니다. 모든 사람들이 만족할 만한 어떠한 진술이나 결정이 있을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이 주제를 다루기에는 감정주의와 오래된 편견이 너무 많습니다.

대총회장인 피구르는 재림교회가 인종평등 문제에 대해 어느 한쪽 편을 들 수 없다고 말했는데, 그 이유는 교단이나 지도자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만족스럽”게 하는 성명을 명확히 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이처럼 사회 정의에 대한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 재림교회는 결국 도덕적 원칙의 적용에는 모순을 드러냈다. 게다가 이 교단의 실용주의적 접근방식은 세계의 어떤 사건들에 대해 그것들을 선제적으로 날카롭게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사후의 반응적인 위치에 놓이게 했다. 이러한 발전은 민권운동의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인종관계의 발전에 대한 교단적 반응으로 명백해졌다.

1965년 봄에 있었던 대총회 회의에서 교회 관계자들은 교단이 모든 시설과 기관에서 인종차별적인 정책을 철폐해야 한다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의심할 여지없이 이 조치는 인종 차별이라는 이전의 정책을 강타했던 연방 법원의 판결과 입법 행위에 대한 반응으로써 행해진 것이었다. 재림교회 대총회 위원회에서 발행한 성명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원칙과 관행이 우리의 교회와 기관에서 채택되고 수행될 것을 권고한다.

1. 모든 교회와 모든 계층의 교적과 직분은 인종에 관계없이 자격을 갖춘 사람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2. 우리의 교육기관에서는 교사나 다른 직원의 고용이나 학생의 입학에 인종적 편견이 없어야 한다.

3. 병원 및 요양원은 환자를 입원시키거나 병원의 전문적 기준에 부합하는 의사, 인턴, 레지던트, 간호사 및 관리자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있어서 인종적 차이를 두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권고사항을 매우 신중하게 고려하고 지속적으로 가능한 한 신속하게 이행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장한다.

그런데 이러한 권고안은 1954년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Brown v. Board of Education)의 특수 인종에 한정된 분리형 공립학교 불법화 결정과 1964년 린든 존슨(Lyndon B. Johnson) 대통령이 법으로 서명한 공공시설 차별 철폐라는 1964년 민권법 등 이 두 가지 획기적인 사건들에 뒤이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러나 미국의 침례교, 남부침례교, 그리스도의 교회, 가톨릭, 루터교, 감리교, 장로교 등은 이미 재림교회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기 이전에 그들의 제도와 시설의 인종차별정책을 철폐하기 시작했다. 또한, 1965년 봄 대총회 회의에서 제안된 이 권고안은 단지 권고사항일 뿐이지 교회기관 정책의 의무적 사항은 아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교단 내에서 사회 개혁의 속도가 느린 것에 대한 니콜의 설명은 실용주의가 재림교회의 사상에 미치

는 영향을 보여준다.

재림운동에는 많은 인종과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는 평화의 결속 속에서 영의 통일을 위해 조용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여기 재림교회의 본부에서 인간관계에 관한 우리의 대표위원회는 꽤 오랫동안 복음의 관점에서 인종 관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여 왔다. 비록 일부 몇몇 사람들은 우리의 진보가 충분히 빠르지 않았다고 진심으로 느꼈을지라도, 그동안의 기록은 지난 세월의 진보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어려운 문제들을 다루는데 있어서 신중히 움직이는 것보다 더 확실한 방법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속도는 방향만큼 중요한 것이 아니다... 오래전부터 서로 다른 다양한 관점이 우리 공동체 안에서 문제들과 긴장을 만들어냈을 때, 오늘날과 같이 그 문제의 탈출구는 그리스도인의 인내와 관용, 그리고 서로 다른 견해들을 이해하기 위한 성실하고 동정적인 노력에 있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고귀한 그리스도인의 은혜의 지속적인 표시는 이 결의안의 완전한 활성화를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 이것은 특별히 북미지역을 위해 준비된 것이다.

그의 이 진술은 20세기 중반의 실용주의가 재림교회 사상에 미치는 영향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교단의 반응을 어떻게 느리게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진술의 첫 문장에서 니콜은 재림교회 운동이 “많은 인종과 민족”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언급한다. 언뜻 보기에 이러한 언급은 대단히 불필요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재림교회가 다민족적이기 때문에 교단 지도자들이 그 구성원들의 민감성을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다음으로, 니콜은 인간관계 위원회(Human Relations Committee)가 “복음적 관점에서” 인종 관계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해 왔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사실 이 기이한 진술은 다음과 같은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신약성경 안에 담긴 복음은 부정을 용납하고 있는가? 그것은 과연 인종차별과 차별을 승인하는가? 왜 인간관계 위원회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복음’에서 찾는데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분명한 것은 당시 이 위원회를 구성했던 사람들은 보통 이상의 능력을 가진 성경학자들이었는데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이 성경이 여러 사람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 성경에서 가르치는 내용을 분명히 인식하지 못했다고 믿어도 되는 것일까?

또한 여기서 니콜이 “사람들이 광범위하게 다른 견해를 가질 수 있는 어려운 문제를 다루는데 있어 신중히”이라고 말할 때 실용주의는 다른 질문들을 제기한다. 왜 사람들이 어떤 문제의 사안에 대해 다른 견해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교회가 ‘신중히’ 움직여야 하는 것일까? 교회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최후의 결정 주체는 과연 무엇인가? 성경인가, 아니면 교회 구성원들의 의지인가? 재림교인들과 다른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은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며 그 성경은 교회 문제를 포함한 모든 사회의 문제들에 대한 분명한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믿고 주장한다. 따라서 일단 성경적 해결책이 명백해지면 교회 구성원은 당연히 그것을 받아들이고 교회에서 즉시 시행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모든 구성원들의 의무이다. 그러나 너무나 분명하게도 니콜과 재림교회 행정자들은 이 교단 구성원들 중 특정 부류의 의지를 만족시키기 위한 시도로서 이 개념을 포기했던 것처럼 보인다. 본질적으로 니콜이 언급한 “그리스도인의 인내와 관용”을 의미하는 인종개혁의 느린 속도는 통합을 반대하는 교회 내의 그 구성원들을 달래고 유지하려는 실용주의적 전략이었던 셈이다.

또한 이 진술의 말미에서 니콜이 교회 시설의 인종 차별 철폐를 위한 결의안이 “북미를 위해 특별히 준비된 것”이라고 덧붙였던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니콜은 왜 자신의 말을 마무리하면서 굳이 이 조건을 포함시켰던 것일까? 그것은 그의 이 글이 교회 시설에서 인종간의 분리를 폐지하라는 총회 위원회의 권고를 다루었기 때문에, 실용적으로 니콜과 재림교회 세계 지도자들은 북미에서 행해진 이러한 교단의 행동이 세계의 다른 지역에 있는 사람들과 교회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보내고자 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방식으로 그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같은 인종차별주의 정권과 아파르트헤이트 정책을 묵인하거나 지지하는 재림교인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위험을 무릅쓰지 않았던 것이다.

20세기 사회문제에 대한 재림교회의 태도는 기독교 근본주의와 양립한다고 볼 수 있지만, 공산주의에 대한 포용과 수용의 태도는 미국의 근본주의 기독교인들과는 일치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재림교회 안에서는 안식일로서의 토요일 준수에 대한 문제가 항상 큰 이슈를 이루고 있었는데, 불행하게도 이 안식일 교리에 대한 단순 표면적 이해는 재림교인들이 인권 이해와 관련한 모든 영역을 경시하도록 했던 결정적인 윤리적 원칙이 되기도 했다.

IV. 재림교회가 직면한 21세기의 도전

1. 새로운 유형의 종교자유 관련 문제의 대두

철의 장막이 무너지고 2001년 9월 11일 사건 이후에 세계 사회의 분위기가 변화면서 동서간의 냉전의 양극화 긴장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인권과 종교의 자유에 관한 문제 또한 새로운 국면에 이르게 되었다. 성 소수자의 권리나 성 문제 같은 문제들이 언론에서 강조되기 시작했던 반면에,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와 그로부터 파생된 무신론과의 관계는 인권에 대한 전 세계적인 논의에서 더 이상 이슈가 되지 않았다. 또한 종교 자유의 문제가 여전히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문제들은 개신교와 가톨릭 관계에서보다는 대부분 이슬람교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2. 다원화된 세상에서의 선교적 접근

21세기에 재림교회가 직면해야 할 도전은 현재 선교적인 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개발도상국의 경우나 단지 현상 유지에 불과하거나 심지어는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서방의 발전된 세계에서의 경우에서 각각 현저하게 다른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서구와는 달리, 개발도상국들에서 나타나고 있는 교인들의 수적인 성장은 이러한 지역들에서 19세기 이후부터 재림교회가 추구해 왔던 신앙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증가하고 있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교회 내부에서는 미국과 특히 유럽에서 서구 세계의 변화된 상황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1세기의 재림교회는 토요일 대 일요일 프레임과 같이 여전히 역사를 긴박한 종말론적인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을 포함한 선교 방법론적 전제를 여전히 더 강하게 고수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 세계 종교들에 대한 에큐메니칼 활동

오히려 로마 가톨릭교회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과가 그 실천의 과정에서 점점 더 분명히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적어도 표면상으로는 가톨릭이 재림교회에 의해 분류된 “짐승”의 특징에 부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그 공의회 이후에 종교적 관용을 지향하는 교황들의 움직임, 가톨릭의 강한 사회적 책임과 실천, 교황청(the Curia) 내부의 문제해결을 위한 노력, 또는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의 비형식적인 수수함을 교활함으로 세계를 지배하려는 세련되고 가식적인 노력으로 해석하는 것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종교의 자유에 대한 재림교회의 입장과 더불어, 로마 가톨릭교회를 비롯한 다른 교회 대표들과의 공식적인 논의와 입장 해명에 힘쓰는 재림교회의 노력은 다른 기독교인들에게 안식일 준수를 포함하여 재림교회의 교리적 특수성에 대한 이해를 증대시키고 좋은 관계의 형태로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의 세계정세에서 미국의 역할 약화와 중국과 이슬람 세계의 부상은 예언에 대한 전통적인 재림교회의 해석방식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지금까지의 재림교회의 예언 해석은 과거에 공산주의나 나치즘을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해 왔다. 이와는 반대로 역설적으로 가톨릭과 미국 정부 모두 어떤 경우에는 인권을 옹호하는 데 있어서 재림교회와 같은 입장이 되어 왔고 재림교회 대표자들은 적어도 그들과의 협력에 반대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4. 글로벌 차원의 사회사업

21세기의 재림교회는 사회사업(social work)과 관련하여 1920년대의 근본주의적인 유산을 극복하려는 노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인도주의적 조직인 아드라(ADRA)는 단순히 인도주의적 구호뿐 아니라 개발 원조까지 제공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가능한 교회의 선교활동과 연계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그러나 분명히, 적어도 체코와 같은 나라에서는 아드라가 가장 효과적으로 재림교회를 알릴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지 측면이 완전히 분리된 채 거리를 두는 것이 항상 바람직한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5. 새로운 이슈들에 대한 명확한 방향 설정의 필요성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재림교회가 가진 신학적 이해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정치적 책임에 대해 전적으로 명확한 입장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성 소수자들의 권리문제, 특히 최근에는 여성의 평등에 대한 태도를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은 특히 재림교회 안에서 여성 목회자들에 대한 안수에 관한 논쟁으로 인해 매우 민감한 사안이 되고 있다. 재림교회는 성직자를 무조건적으로

신성시하지 않으며 항상 남녀의 동등한 권리를 옹호해왔기 때문에, 여성이 안수 받은 성직자로서 교회에 봉사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어떤 것도 없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적으로 계속해서 있어 왔다. 이와 관련한 연구와 토론이 활발하게 진행되고는 있지만, 개발도상국 지역의 교회들과 근본주의자들, 일부 성직자들의 영향력으로 인해 이 문제를 행정적으로 해결한다고 해서 토론이 완전히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재림교회는 이러한 모든 도전들에 실질적인 방법으로 직면해 왔다. 제3세계와 같이 19세기 재림교회의 신학적 강조점들이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나는 곳에서는 공개적으로 그것들을 계속하여 강조하면서 선교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서구 세계와 같이 현대의 시대적 흐름과 사상 등으로 인해 재림교회의 신념들이 잘 이해되지 않거나 수용되지 않는 곳에서는 그것들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거나 거부하지도 않는다. 재림교회 대총회의 종교자유부는 토요일을 안식일로 준수할 수 있는 자유를 강조하면서 국제종교자유협회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으며 전 세계에 걸쳐 종교자유의 시행과 관련한 내용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교회 스스로는 그것을 양심의 자유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 매우 중요한 기여로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종교자유협회의 가장 큰 기여는 안식일을 지키는 문제나 성경적 이상을 발전시키는 것이 아니라, 재림교회 신념의 중심 이슈들에 대한 지지나 반대를 상관하지 않고 모든 종교적 자유를 유지하고 교회와 국가의 분리를 지지하는 안정된 자세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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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의 사명과 목적을 잘 드러내고 있는 재림교회 정기 간행물들은 지금까지 재림교회가 인권 등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미국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어떤 경우에는 시대를 많이 앞서갔다는 인상을 주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재림교회가 항상 모든 분야에서 그러했던 것은 아니다. 금주와 평화주의, 인종 문제와 같은 분야는 재림교회가 비교적 활발하게 참여했던 부분들이다. 그러나 재림교회가 노예제도에 맞서 싸웠다는 사실이 재림교회가 흑인과 백인의 동등한 권리를 완전히 받아들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말, 재림교회의 핵심 인물이었던 화잇은 흑인들에 대한 선교적 사명을 지지하고 그들의 평등을 인정했지만, 교회의 다른 지도자들의 반응은 당시에 널리 퍼져 있었던 인종차별의 사상을 반영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의 권리에 대한 시각과 사회 문제에 대한 재림교회의 강조점들은 혁명적으로 급진적인 것이 아니었다. 안식일로서의 토요일 준수와 성경 예언상의 미국, 그리고 가톨릭의 관계 등과 관련한 성경적 이해를 가진 재림교회가 미국 주류 개신교의 입장과 차이를 보이는 출발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림교회는 대부분의 보수적인 미국 기독교인들의 태도와 거의 유사한 입장을 보여 왔다. 다만, 토요일을 안식일로 준수하는 성경 이해의 차원과 반가톨릭주의를 모호한 타협으로 이끌었던 전체주의 정권과의 관

계에서는 그 차이점이 발견되고 있다.

21세기의 재림교회는 여전히 고유한 신학적 출발점의 고수를 선언하고 있다. 종교, 인권, 사회 활동 분야에 대한 비재림교회적인 일반적 논의에 있어서는 특히 토요일을 준수하는 것과 관련하여 반가톨릭주의 문제가 한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다른 이슈들도 현대 재림교회에서 지배적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특히, 기독교와 이슬람의 관계, 성 소수자들의 권리, 또는 성별과 가족 문제 등이 여기에 속한다. 원래의 재림교회 신학적 출발점은 단지 인권과 사회 활동 분야에서 구체적인 실천적 재림교회 활동에 최소한으로 반영되고 있다. 이것은 개방적인 반가톨릭주의와 날카로운 종말론적 강조가 아니라, 이러한 활동들이 하나님의 사랑, 인간의 존엄성, 양심의 자유, 종교적 관용, 교육, 국가들의 평화적 동거, 또는 제3세계 국가들의 경제 발전에 의해 정당화됨을 의미한다.

분명한 것은 재림교회가 인권과 특히 종교적 자유를 보호하는 데 대부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사회사업, 의료, 교육 또는 인도주의적 구호 및 개발원조에 대한 책임과 참여에도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인종 문제, 여성의 권리, 노동자의 권리 또는 성적 소수자에 관한 논쟁은 대부분 보수적인 미국 기독교의 흐름과 일치하여 순응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기독교의 근본주의적 개념이 여전히 재림교회 안에 널리 퍼져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재림교회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전체주의 정권과의 과잉적 관계는 재림교회 안에 과잉 단순화와 이념적 맹목성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경고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1920년대에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의 반가톨릭주의에 의해 동기 부여되어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관심을 포기했던 것은 그러한 위험이 재림교회만의 것은 결코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