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식년에도 일할 수 밖에 없었던 그 남자의 사정 :
<상상마당 단독!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 전격 근황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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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룩거리네’, ‘스끼다시 내 인생’, ‘치킨런’, ‘굿바이 알루미늄’을 부른 원맨 프로젝트의 주인공. ‘니들이야 어쨌든 나는 내 할말을 부르짖는다!’ 루저들의 대통령으로 오랫동안 불리던 그가 이제는 펑크정신으로 무력 무장을 하고 나타났다.
4월 18일 상상마당 지하 2층 공연장에서는 시트콤 <볼수록애교만점>의 OST를 부른 타카피와 달빛요정의 앨범이 많이 팔려서 돼지 껍질을 얻어먹고 싶다는 호소력 깊은 표정의 후배가수 하이미스터메모리가 게스트로 참여한, 달빛 요정역전만루홈런 3.5집을 기념하는 희소 가치 높은 공연이 열렸다. ‘달빛 요정’을 그의 외모에 맞게 ‘달빛 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타카피의 열정적인 선동하에 시작된 이번 공연은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땀방울 섞인 열창과 하이미스터메모리의 종교적인 ‘꽃순이’ 퍼포먼스가 조화롭게 팬들을 달구어 3시간 만에야 끝이 났다. 새 EP앨범 발매를 기념하고 미뤄진 수필집 발간 기념공연을 기약하는(!) 이번 공연의 주인공 달빛 요정을 만나 팬들이 알고 싶어하는 그의 근황을 캐물어 보았다. 기타를 부둥켜 않고 해맑게 웃으며 팬들을 향해 자신이 키가 조금 컷다면, 어렸을 때 엄마의 말대로 발음 교정을 받았다면 현재의 대중 가요 판도가 달라졌을 거라 주장하는 달빛 요정 인터뷰 개봉 박두!
◀▼게스트로 참여한 타카피(왼쪽)와 하이미스터 메모리(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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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이네요. 오늘은 공연 유니폼(달빛 요정이 가슴팍에 새겨진 야구복) 안입으세요?
아, 입을 거에요~ 그게 생각보다 더워서. 예전에 딱 네 벌 만들어서 멤버들한테 나눠줬었어요. 집에 두 벌 있는데 한 벌이 어디 갔는지 잘.
- 예전부터 지하실에서 주로 주거, 작업하셨잖아요. 여전히 지하 작업실에서 작업하시나요? 2008년 발매된 지난 3집 앨범 <굿바이 알루미늄>을 연봉 1200만원이 넘지 않으면 음악을 접겠다는 독한 마음으로 만드신 앨범이라고 했는데, 3집을 넘어 EP앨범이 나왔다는 것은 연봉 목표가 달성되었다는 의미인지요?
다들 제가 여전히 지하실에서 생활하는지 물어보시더라구요. 제가 그렇게 불쌍해 보이나요?(웃음) 네- 여전히 지하 작업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200만원은- 벌었어요 우겨서… (축하드려요.) 근데 이 나이에 천 만원 벌어가지고 어떻게 살아….. 편의점에서 하루종일 일년 동안 일해도 그 정도는 벌어요. 이 나이에 그런 거 하긴 쪽팔리고 난 음악 빼곤 할 수 없으니 음악을 계속하는 수 밖에 없죠. 1200만원 못 벌었어도 당연히 음악을 계속 했을 거에요. 애초부터 1집이 망해 음악을 하지 않았다면 난 닭을 튀기든 뭘 하든 아무튼 비정규직으로 살고 있겠죠.
- 2년 만에 앨범을 들고 공연으로 팬들을 찾아오셨어요. 상상마당에서 2009 작년 공연 포스터에 ‘행복한 사람은 오지 마세요’라고 적혀있었다면 올해는 ‘안식년에도 쉴 수 없었다.’가 공연의 제목이네요. 명색이 안식년인데 좀 제대로 쉬어야 부르겠다던 러브송 앨범도 나올 것 아닐는지요?
지난 해 공연 포스터에 ‘행복한 사람은 오지 마세요’라고 적어놓은 건 제가 쓴 3집 앨범이 갖고 있는 우울한 감성에 공감하고 있는 사람, 일상과 슬픔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이 와 주길 바라는 의미였어요. 3집 무렵에 고생을 좀 했어요. 저에게는 실패한 뮤지션으로서의 하나의 자아상이 있는데 나 스스로가 제가 만든 인물과 동화가 돼버린 거에요. 그 감정이 너무 힘들었어요. 매해 앨범이 끝나면 바로 다음 앨범작업에 들어가는 방식으로 살면서 지치기도 했고, 다른 지원 없이 혼자 작업하니까 열 곡 넘게 작업하려면 6개월 동안은 거의 집에서 못나간다고 봐야해요. 작년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같이 사회, 정치적으로도 많은 가슴 아픈 일들이 일어난 것도 안식년이 필요했던 이유중의 하나고… 그런데 막상 안식년이라고 해놓고 보니 돈도 벌어야겠고 책도 써야했고, 돈 조금 생기니 음반 작업을 또 하고 싶고. 쉴 수가 없더라구요. 하하하-
- 인기 가수들만이 할 수 있다는 수필집이 곧 발간되잖아요. 어떤 계기로 책을 집필하게 되셨고, 어떤 내용인가요?
현재 약 80% 이상이 완료된 상태에요. 출판사 측에서 수정하길 원하는 부분이 있어서 발간이 약간 미뤄졌어요. 내 이름을 걸고 처음으로 나가는 책이라 나름 진지하게 써보려고 했는데 그 동안 내가 가사에서 보여줬던 유니크 한 것, 젊은 사람들이나 나 같은 길을 걷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흥미롭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달라고 하더라구요. 원래는 오늘 공연이 발간 기념 공연도 겸해서 하는 거였는데 기념 공연은 나중에 따로 할 생각이에요. 사실 앨범 작업을 하면서 책을 쓰기가 힘들었어요. 나는 음악가니까 당연히 음악에 더 집중을 하게 되더라구요. 5월 말이나 6월 초에- 발매 공연을 할 생각인데 나랑 어울릴진 모르겠지만 어쿠스틱 공연을 해볼까 생각중이에요.
- EP 앨범 <전투형 달빛요정 : Prototype A>의 자켓이 재미있어요. 로봇이 굉장히 힘들어 보이던데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상황인가요. 제목은 전투형 달빛 요정이라면서 로봇이 저렇게 부서지고 당해도 돼요?
앨범 자켓을 펴면 로봇을 다치게 한 쥐가 등장해요. 자세한 내용은 팬분들의 상상에 맡깁니다. (참고로 앨범 자켓은 팬이 그려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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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팬들을 웃겨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 진행에 치중하게 된다는 달빛 요정
- 타이틀곡 ‘축배’는 이전보다 훨씬 밝아진 느낌을 줘요. ‘나는 개’, ‘피가 모자라’를 들어보면 전투형이라고 제목을 정한 이유를 알 것도 같구요. 그런데 가사가 좀 센 거 아니에요? 달빛 요정의 노래는 혼자만의 골방 속 이야기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잘 들어보면 사회상과 연관된 음악이 많잖아요. 그래서 참여형 음악가라는 평가도 받고 있는데 이런 이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루저 놀음이 지겨워진거죠. 나는 사실 루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 하니까 루저의 대변자로 묻어가고 있지만 이렇게 살아온 6-7년의 삶을 청산하고 내가 현재 진짜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이 얼굴로 발라드를 할 수 없으니까(!) 하던 대로 락 스피릿, 펑크 마인드로 나가는 거에요. 난 그냥 하고 싶은 것 하고 하기 싫은 거 안하고 그렇게 살아요. 난 인기 없으니까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 불러요. 윤도현이 부르면 잡혀갔을지도 모르지만 내가 부르면 허접해서 안잡아가지. 어허허허허-
내 음악에서 느껴지는 변화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물론. 원래 내 음악이 세상을 관조하는 듯한, 사회야 어떻게 흘러가든 상관 없다는 쿨한 느낌을 주잖아요. 그걸 좋아하시던 분들 중의 일부는 이번 3.5집에 약간 실망을 표하기도 하셨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요즘이야 그런 쿨한 태도의 뮤지션들은 많잖아요. 그 사람들이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 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난 이렇게 진화한 거에요. 전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할거에요.
- 올해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죠? 달빛요정을 기다리던 팬들의 갈증을 채워주셔야죠.
책 발간회 공연 한번 하고- 7-8월은 여기 저기서 락 페스티벌이 많으니까, 참여하면 좋은 거고 아니면 그냥 놀러가고. 9-11월은 녹음 해야죠. 내가 사는 곳이 반지한데 건조해서 목이 잘 쉬어요. 그래서 그 전에는 작업을 끝낼 생각이에요. 발라드 앨범을 낼 거에요. 그 동안 만들어 놓은 러브송들이 꽤 있는데 앨범 성격과 맞지 않는다고 해서 빼놓았던 것들인데, 내가 부르든가 피쳐링을 하든가 해서 내년 봄 즈음에 낼까 생각 중이에요. 지금까지는 원맨 프로젝트 ‘달빛요정역전만루홈런’의 앨범들이었다면 다음 앨범은 ‘달빛 요정’의 1집이 될 예정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 자락 희망을 가지고 사는 우울한 중생들에게 한 마디 부탁합니다.
나는 사실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든, 남들이 어떻게 살든 상관 없어요. 그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후회하지 말고 살아야 하는 건 확실해요. 나는 20대에 음악을 시작 한 건 후회하지 않아요. 하고 싶은 걸 해봐야죠. 젊다면.
LG의 열혈 팬이기도 한 그는 올해 포스트 시즌 진출팀에 대한 질문에 SK와 두산은 확실하며 나머지 두 자리는 단언할 순 없지만 기아와 삼성이 잘해 준다면 갈 수 있을 거라 조심스레 점쳤다. 공연이 끝나면 별다른 유흥거리가 없으니 아는 사람들끼리 모여 술을 마시러 간단다. 중 3때 봤던 팬이 이제는 대학생이 되어 찾아왔다는 그의 말에 새삼 뮤지션으로서의 달빛 요정의 삶도 참 길었고 그 동안 많은 성장통과 변화가 있었으리라 생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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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창하는 달빛요정
아파하고 힘들어했던 긴 시간이 하루의 공연으로 어찌 다 씻겨 내려가겠냐만은 그는 오늘 하루의 공연을 위해 음악을 계속해 온 것 같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어야한다는 단순하고 당연한 명제를 이야기하는 그의 목소리가 툭 튀어나온 듯한 이 느낌은 우리가 그만큼 하고 싶은 것을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공연에서 그가 느낀 만큼의 희열을 오랫동안 그가 돌아오길 바랬던 팬들도 똑같이 느끼고 돌아갔기를 바라며 제 멋대로 살겠다는 그의 선언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 글 상상마당 서포터즈 2기 박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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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사진좋다 ...... 우왕... 진짜좋다
-ㅅ- 모두 한 방향에서 찍은 이 심심한 각도의 부산물들이 어디가 좋다는게야 ㅋㅋㅋ
와우 ㅋㅋㅋ 윤선 대박 ㅋㅋ 인터뷰 재밌었겠는데 ^^
내가 말했지 ㅋㅋㅋㅋㅋㅋ 말했잖아 ㅋㅋㅋㅋ
굳.. BUT .. 링크.. 걸어주세요.. 블로그에도. 안거셨던데.. 미워합니다..
네 그런데 어떻게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일단 홈페이지랑 상상다락 주소 올려놓을게요...
즐거운 인터뷰가 됐는지...^^
제가 어버버하느라 요정님이 지루해하신거같아요 -_ㅠ 느허.....
화제의 인터뷰 ㅋㅋ
전격근황단독 인터뷰니까요 ㅋㅋㅋ
아~ 글 읽다가 빵빵 터졌어요~ 좋은 질문과 좋은 답변들이 사이좋게 오간 재밌는 인터뷰예요~
더불어 깔끔한 정리도 좋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