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9.24. 경남 김해
(이 게시판 이름을 길짐승이라 한 것은 땅 위에서 네 발로 걸어댕기는 네발짐승을 올리기 위함이었는데 이렇게 다리도 없고 물속에 사는 녀석은 딱히 올릴 곳이 없네요. 할 수 없이 여기다 올릴 수밖에... (그렇다고 절지동물문에 속하는 곤충강이나 거미강에 올릴 수는 없으니까요. ㅠㅠ) 뱀도 어쩔 수 없이 이 게시판에 올렸던 거지요. ㅋㅋㅋ 이런 걸 자승자박이라고 한다지요. 바보...)
거머리는 저도 처음 사진을 찍어 봅니다. 흐르는 계류에는 거머리가 없고 대신 저수지나 습지 같은 고인 물에서나 볼 수 있지요. 이 사진은 저수지 상류에서 검정말 꽃을 찍기 위해 장화를 신고 들어갔을 때 찍은 겁니다. 물에 안 들어가고 위에서 걍 봤을 때는 아무 것도 없었는데 희한하게 장화를 신고 검정말 군락에 들어가 철벅거리자마자 어디선가 몇 마리가 몸을 쭉 늘였다 줄였다 하면서 점점 앞으로 다가오더니 장화에 흡반을 밀착시켜 달라붙고는 점점 위로 오르더군요. 물 깊이가 좀 더 깊었다면 장화목을 넘어서 기어이 양말이나 바짓단을 헤집고 살에다 주둥이를 박고 피를 쪽쪽 빨아댔겠지요. 으으으, 생각만 해도 징그러~~!
진동을 감지하는 건지, 열을 감지하는 건지, 피 냄새를 감지하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장화를 신었어도 물속에 있으니 시원하게 느껴졌던 걸 보면 온도 차이가 분명히 있었을 거고, 물속에서 움직였으니 진동도 감지했겠지요. 다만 장화를 신었으니 피 냄새 맡고 온 건 확실히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여간 서너 마리가 정확히 장화 있는 방향으로 꾸물꾸물 헤엄쳐 왔으니 뭔가를 감지했겠죠.
우리나라 거머리는 연구자가 없는지 자료가 부실하네요. 국생정에는 아예 거머리 자체가 없고 대신 거머리말처럼 식물 자료만 있네요. 자원관 자료에는 거머리가 몇 종 있는데 사진이 없는 자료가 대부분이고 그나마 이 녀석은 참거머리의 기재문과 정확히 일치하고 검색 엔진에서 보이는 사진과도 일치하네요. 몸을 줄였을 때는 새끼손가락 한 마디만 하고, 길게 늘였을 때는 마치 육상 플라나리아처럼 10cm는 족히 넘을 정도로 길쭉하더군요.(처음엔 플라나리아인가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
눈이 따로 있는 것 같지는 않았는데, 사진 아래쪽에 제가 있었는데 저 있는 쪽으로 정확히 헤엄쳐 왔으니 그쪽에 머리와 입이 있는 게 분명합니다. 그 부분에 까만 점 몇 개가 눈처럼 보이긴 합니다. 그래도 정확한 자료가 없으니 확인은 다음 기회에...
국생정 자료에 보면 5개의 종선(세로줄)이 있다는데 정확히 일치하네요.
크롭해 보니 세로로 다섯 개의 줄이 있는 게 확인됩니다. 가운데 선이 가장 굵고 양쪽 두 쌍의 선들은 가는 것이 확인 됩니다.
위쪽은 뭉툭하고 머리가 있는 앞쪽은 뾰족한 모습인데 이 모습은 몸을 움츠렸을 때입니다. 사진의 아래쪽에 보이는 머리 쪽에 검은 점이 몇 개 보입니다. 어떤 역할을 하는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추측은 아마도 눈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