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안티편의점 원문보기 글쓴이: 소용돌이
편의점은 빛좋은 개살구…” 점주들 아우성 | |
“질병으로 폐업하려해도 막대한 위약금 내라” | |
김미영 기자 | |
상대적으로 저렴한 초기 투자비용과 안정적 수익을 보장한다는 이점 때문에 24시간 편의점 창업을 희망자가 늘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 가맹점주 사이에서는 불공정거래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높아지고 있다. 2004년 말 기준 GS25, 미니스탑, 훼미리마트, 세븐일레븐, 바이더웨이 등 전국의 편의점 수는 8247개로, 매년 1500~2000개의 점포가 신규로 개설된다. 그러나 ‘불공정한 계약과 과도한 위약금, 허위로 작성된 상권조사 및 예상매출, 판매지역권의 불인정, 과도한 로열티, 강제발주와 불명확한 재고 및 손실 산정’ 등 본사-점주간 불공정 약관을 문제삼는 점주가 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뾰족한 해결책 없이 ‘곪은 상처 덮기’에 급급한 상태다. 이에 가맹점주들과 경실련을 중심으로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해 불공정거래 행위를 적극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가맹점주와 대기업 본사와의 분쟁 사태가 오래 계속됐을 뿐 아니라, 개별적 조정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할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 매년 편의점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덮어둘 경우 또다른 잠재적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
◇ 점주 병 걸려도 적자 보며 계속 운영하게 만드는 ‘과도한’ 위약금과 로열티
점주들은 과도한 위약금과 로열티를 문제 삼는다. 편의점 가맹계약은 일반적으로 5년(또는 10년)이다. 가맹점주는 계약기간 내에 사망 또는 천재지변 등의 특별한 사유 없이 중도에 계약을 해지할 경우 거액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 당사자간 거래에 있어 위약금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편의점 가맹사업에 있어 위약금은 중도해지에 따른 본사의 손실을 보존하는 목적 외에도 추후에 발생할 가맹본부의 수익까지 포함해 과도하게 책정되는 문제가 있다.
과도한 위약금 문제는 적자가 늘어나는 가맹점주나 건강 등 개인적인 사정으로 더이상 편의점을 운영할 수 없는 경우임에도 편의점을 끌고가도록 하는 병폐를 불러온다. 특히 가맹점주와 본사 사이에 분쟁이 발생할 경우 본사가 과도한 위약금 지급을 볼모로 삼을 경우 가맹점주는 법적인 판단을 받기조차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 한 가맹점주는 “24시간 영업과 과도한 로열티 납부, 고혈압과 당뇨증상이 발병해 폐업을 하려고 해도 8500만원의 위약금을 내라는 내용증명이 도착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경실련 시민권익센터에 도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 “본사의 허위 상권조사 및 예상매출”
편의점 본사의 허위 상권조사 및 예상매출로 피해를 입는 경우도 있다. 매장 오픈 당시 본부가 제시한 예상 매출액과 실제 매출액이 차이가 날 경우 피해는 고스란히 가맹점주가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하다. 제대로 된 상권조사를 하지 않았거나 예상 매출액을 허위로 제시해 가맹점 유치에만 급급해 본사 이익만 추구한는 의혹이 들어도 호소할 곳이 없다. 본사의 경우 가맹점의 매출이 낮아도, 최소한 개설된 매장으로부터 35%의 로열티를 챙기기 때문에 손해를 보지 않는 구조다. “점포개발담당이라는 편의점 본사 직원의 일매출 150만원 이상 나올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2003년 8월 편의점을 시작했지만, 일매출이 100만원을 넘기 힘듭니다. 매출의 35%를 본사에 로열티로 주고 난 뒤 남은 65%로 임대료, 전기료, 인건비 등을 빼면 한달에 순익이 80만원에 불과합니다. 그럼에도 계약기간이 5년이어서 손해를 보면서도 끌고 갈 수밖에 없습니다.”(<미디어다음> 아고라 ‘보라도리’) 한국편의점점주권익협의회 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성기정씨도 같은 피해를 당한 경우다. 그는 2003년 9월 월매출 120~150만원이 보장된다는 회사 직원의 말을 듣고 점포를 열었지만, 1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하자 3개월 만에 점포계약을 해지했다. 2001년 4월부터 2002년 11월까지 편의점을 운영했던 한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 고재석 회장 역시 ‘150만원 이상의 매출’에 속았으나 실제 하루 60여만원에 그쳐 손해를 봤던 경험이 있다.
점주 “기존 가맹점 판매지역권 불인정하고 무리한 가맹점 모집”
편의점 본부 "인터넷에 올린 점주 주장 일방적이라 일부 왜곡" 가맹점주가 운영하는 상점 인근에 본사 직영 점포를 내는 등 기존 가맹점의 판매지역권을 인정하지 않은 본사의 무리한 가맹점 확장으로 손해를 보는 점주도 적지 않다. 지역 상권과 상관없이 점포만 개설되면 가맹본부가 매출의 일정액을 로열티로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당 가맹점이 적자가 나도 본부는 피해를 입지 않는다. 이 때문에 영업사원들이 실적을 올리기 위해 이미 개설된 가맹점의 판매지역권과 상관없이 가맹점 확장에 나서는 경우가 많다. 충남의 리 단위 시골동네에서 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아고라 토론방의 ‘폴리아나’는 “2003년 2월 12평으로 가게를 오픈해 운영해오고 있는데, 우리 가게와 불과 몇 미터 떨어지지도 않은 곳에 50평 규모의 같은 회사 편의점이 오픈한다고 한다”며 “유동인구가 많아 상권이 좋은 곳도 아닌 곳에 단 한마디도 없이 새로운 가맹점을 입점하는 것에 대해 개발담당 부장에게 따졌지만, ‘법대로 하자’며 배짱을 부렸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한편 이에 대해 해당 편의점의 홍보담당간부는 "폴리아나의 주장과 달리, 편의점이 몇 m 떨어진 것은 아니고, 460m가 떨어져 있다"고 밝히며 "이 점포는 상당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터넷에 올린 일부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김동민씨는 “본사에서는 한점포에서 100만원을 팔던지 두 점포에서 각각 50만원을 팔던지 절대 손해보지 않는다”며 “점포수가 늘면 늘수록 본사는 가맹비 챙기고 로열티 올라가기 때문에 동일상권에 점포가 한곳이든 100곳이든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 “강제발주와 불명확한 재고 및 손실 산정”
강제발주와 불명확한 재고 및 손실의 산정으로 피해를 입기도 한다.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는 ‘거래 상대방이 구입할 의사가 없는 상품 또는 용역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실련 설문조사를 보면, 가맹점주의 91.5%가 상품의 발주를 강요받거나 일방적으로 상품이 발주된 경험이 있을 정도로 가맹본사의 특정상품 구입은 공공연하게 일어난다. 경실련 제보사례를 보면, 신상품이 나왔을 경우나 명절이나 발렌타인데이 같은 특별한 날에 무조건 팔리지도 않을 수량의 선물세트나 초콜릿, 꽃 등을 배송해 와 강제발주한 후 반품을 해주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 김밥이나 우유, 빵, 햄 등의 유통기한이 지났을 경우에도 점주들에게 그 책임을 떠맡기기도 한다. 이럴 때 가맹점이 문제를 제기하거나 발주를 거절할 경우 가맹본사는 계약위반을 들먹이며 해지와 위약금 사유가 된다는 내용증명을 보내는 경우가 ‘울며 겨자먹기’로 가맹점주가 그 손해를 떠안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가맹점주는 “3개월마다 하는 재고정리 때 재고가 안 맞으면 원가로 빼야 하는데 판매가로 다 빼버리고, 명절 때면 팔리지도 않는 선물세트 의무적으로 몇 개씩 발주해야 한다고 하고 떠넘기고 반품도 안해준다”며 “특히 빵이나 우유의 유통기한이 지나도 반품이 안되고, 점주가 다 떠안아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퍼락’이라고 밝힌 편의점주는 “편의점에 들어오는 삼각김밥이나 샌드위치는 반품이 안된다. 본사는 팔아도 남고 폐기가 되어도 남지만, 점주들은 팔면 본사와 나눠 먹고 못 팔면 그 부담을 떠안는다. 이게 상생의 길이냐 본사의 횡포 아니냐”고 반문했다.
◇ 점주들 “편의점 못 해먹겠어요~” 게시판에 고발 잇따라
이에 따라 가맹점주들은 한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cafe.daum.net/anticonvenient)와 한국편의점주권익협의회(cafe.naver.com/anticvs.cafe)를 만들어 불공정거래 약관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본사의 상권조사서나 강제발주 내용 등을 올리는 등 피해내용을 공개하며, 불공정거래행위를 고발하기도 한다. 성기정 한국편의점주권익협의회장은 “실제 매출이 애초 본사에서 고지한 예상매출을 넘어서지 못할 경우 허위고지 책임이 본사에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으며, 고재석 한국편의점가맹점주협의회장도 “본사와 가맹점주 사이는 수직관계”라며 “내 경우 본사의 예상매출 책정 근거와 회계처리상에서의 문제를 제기했더니, 일방적으로 위탁가맹 계약을 파기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불공정거래 문제를 제기하는 가맹점주들과 함께 법정대응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경실련 시민권익센터는 ‘편의점 불공정 거래행위’ 개선을 주요 사업으로 책정한 상태다. 최근 들어서는 <미디어다음> 아고라에서도 편의점 불공정거래를 성토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지난 19일 자신을 8개월차 편의점 점주라고 밝힌 ‘보라도리’의 ‘편의점 창업’이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다. 이 글은 이미 조회수가 1만을 넘었으며, 댓글도 200개 가까이 달리는 등 편의점 창업과 관련한 누리꾼 여론을 선동하고 있다. 이를 계기로 편의점 창업과 관련된 토론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편의점을 연 지 5개월 됐다는 ‘컨츄리 보이’는 댓글에서 “힘들어도 수익만 있으면 될 텐데, 정말 너무해요. 엄청 많이 팔아도 한달 후 정산하면 돈이 없어요”라며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kiki’는 “정말 편의점 하지 마세요. 등골 빠지게 일해도 돈도 못 벌어요. 편의점 하는 분 90%는 후회합니다”라고 조언했으며, 편의점 3년째라는 ‘최불암’은 “오픈 전 개발담당이 말한 것과 실제 매출은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다”라며 “멀쩡하게 다니던 직장 때려치우고 편의점을 시작한 자신이 한심하다”고 글을 남겼다. 다음 ‘안티편의점’ 카페에 글을 올린 ‘peter’도 “아침 7시30분부터 저녁 12시30분까지 매장에서 일해도 일매출이 160만원, 월세와 인건비, 로열티 등으로 본사에 강탈당하면 내 손에 들어오는 수입은 고작 한달에 100만원”이라며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토로했다.
◇ 편의점업계 “외국에 비해 이익배분율 높지 않다. 물류센타·인력등 본사투자도 많아”
편의점 업계 일부에서는 “본사와 점주 사이의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 자리를 만들고 있으나 몇몇 업주들이 과도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지만, 업계 전체로는 가맹점주의 집단 움직임에 ‘침묵’하는 분위기다. 편의점 업계는 현행 약관이 가맹점주뿐만 아니라 본사의 책임도 함께 담고 있고, 오랜 기간 정착된 외국 편의점의 약관을 기반으로 만들어져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다. 로열티와 위약금 역시 편의점 개설시 판매 전산시설 투자비를 본사가 대고, 물류 및 집배송 시설에도 본사 지출이 상당해 그 정도의 로열티와 위약금은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6개 편의점 본사가 소속돼 있는 한국편의점협회는 “로열티의 경우 매출이익이 30%로 할 때 본사가 가져가는 부분은 실제 9%선(매출이익의 35% 안팎)이지만, 영업장려금이나 전기료 등으로 이중 2% 가량은 가맹점에 다시 지원되고 있다”며 “미국과 일본 등과 비교해서도 이익배분율이 높지 않으며, 본사 역시 물류센터나 인력 투자를 해야 하는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높은 비율이 아니”라고 밝혔다. 협회는 또 “상권분석이나 예상매출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이것이 잘못되면 본사도 타격을 받는다”며 “위약금의 경우도 5년간의 장기계약을 통해 사업 공동체로서 신뢰를 쌓는 노력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것이기 때문에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가맹점들의 주장은 실체가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 많지만, 공정위 심사 결과에 따라 제도적 미비점을 발전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경실련, 지난달 공정거래위에 편의점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청구서 제출
한편, 경실련은 지난달 27일 이같은 가맹점주의 제보사례를 모아 이를 토대로 공정거래위원회에 편의점 불공정거래행위 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공정위는 이 사안에 대한 불공정 약관을 심사 중이며, 결과가 조만간 나올 예정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앞서 경북대 법대 이봉의 교수는 지난 7월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가맹사업거래 공정성 모색’ 토론회에서 “가맹계약의 특성상 다수의 가맹점사업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행위가 문제가 되고, 피해구제 등의 방법으로는 그 폐해가 완전히 시정되지 않을 때 당사자의 양해만으로 사건을 종료해서는 안된다”며 “공정위가 직접 사건을 심사해 유사행위의 재발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겨레> 온라인뉴스부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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