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교선배님께, 톤사이에서 지현이 올림

[[정지현]]

준교 선배님께

안녕히 계시지요, 선배님? 한국 날씨는 어떤가요? 여기는 내내 비 소식이 없다가 최근 3일 동안

에 4시 30분부터 6시 사이에 소나기가 한차례 뿌리고 가네요. 덕분에 잠시 시원해지기도 하지

만 조금 습하기도 하네요. 저희 머무는 숙소는 콘크리트로 지은지 얼마 안되어서 바닥에 습기가 올라

오거든요. 한낮의 해변은 매우 햇빛이 따갑습니다. 점점 건기가 되면서 더욱 뜨거워지는 것 같습니

다. 최근에는 저녁에도 비가 자주 뿌리고 있어요.

서울 도착하셔서 에이스 카페에 올려주신 사진이랑 글 잘 봤습니다. 선배님께서 여기 머무셨던

시간은 짧았지만 작년에 함께 했던 기억 때문인지 더욱 오래 계셨던 것 같아요. 아, 어쩜 지

금도 선배님을 기억하는 것은 선배님의 따뜻한 흔적 때문인 것 같네요. 우리에게 넘겨 주신 미숫

가루와 소고기죽, 그리고 디카페인 인스탄트 커피.

미숫가루
아침에 등반하러 나가는 시간은 보통 7시에서 7시 반 사이에요. 작년에 묵었던 그린밸리 리조트

에선 아침 7시까지 전기가 들어와 간단한 계란 프라이를 해서 먹거나 달걀을 삶아 먹기도 했

는데 이곳 파숙리조트는 6시 전에 전기가 끊어집니다. 그래서 아침에 전기 팬을 쓸 수가 없네요.

그래서 아오낭에서 사온 식빵(11월에는 26바트였는데 최근에 올라서 28바트에요. 우리나라 식빵

크기의 2/3쯤 되는 거 20쪽 정도? 물가가 눈에 띄게 뛰어요.)에 잼(이건 40바트. 280그램짜리.

파인애플이나 오렌지, 딸기 잼은 40바트인데 블루베리 잼은 거의 두 배 가격. 그래서 블루베리

는 안사먹어요. 그나마 이곳 톤사이네는 살 곳도 없어서 아오낭 나가서 사오지요. 다빈이는 땅콩잼

킬러고요.)을 발라 몇 개 먹으면 아침 끝. 가끔 '홋 커피'(한 잔에 20바트)를 같이 시켜 먹기도

하죠. 그러고 등반하러 가서 두 번 정도 등반하고 나면 출출해져요. 그래서 아침에 미리 빈 잼병

에 미숫가루랑 여기서 훔친(?) 설탕을 넣어서 가지고 가요. 그리고 물에 넣어 흔들어 마시면 꽤 든

든해요. 약간 걸쭉하게 해서 마시니 금세 없어지네요. 감사하게 잘 먹었답니다.

소고기죽
선배님 들어가고 난 후 수원에서 다섯 분이 더 오셨어요. 일주일 여정으로 오신 분들인데 태국 도착

한지 삼일 정도 지나니 모두 배탈이 났어요. 그리고 제가 낫고 나니 남선형과 다빈이도 설사를

하네요. 거참. 지사제를 더 챙겨 왔어야 했나봐요. 이곳에도 약국은 잘 되어 있어서 약 사는데

는 문제 없어요. 제 손등 상처에 바르는 흉터 치료제도 쉽게 구할 수 있었고요. 가격은 뭐 그리 싸

지는 않았지만.
작년에는 등반하다 생긴 잦은 부상이 걱정이었는데 올해는 배앓이가 좀 오래 가네요. 그래서 소

고기죽은 배탈난 사람들의 저녁 식사가 되어주고 있답니다. 여기서 산 전기 팬은 볶음 요리 전용

이라 죽을 끓이니 사정없이 국물이 튀어서 죽 끓이는 사람이 죽을 맛이긴 하네요. 하지만 소고기 죽

은 꽤나 맛있어서 배 안 아픈 사람도 끼어 먹기도 합니다.
물에 넣어 끓여 먹을 수 있는 스프나 미숫가루 같은 게 여기서 먹기에 꽤나 맛이 좋네요. 감사히

잘 먹고 있습니다.

먹는 얘기만 했네요. 등반 얘기는 쏙 빠졌고. ^^
저는 손등 때문에 등반을 못하다가 삼일 전부터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약은 꾸준히 바르면서 테이

핑을 하고 하니까 할만하네요. 어제는 타이달 웨이브(7b+, 12c)를 재등했고요. 난이도 6

(10b~11c)을 여러 루트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다빈이와 함께요. 다빈이는 여러 사람들의 코치를

받으면서 등반 하고 있어요. 하루이틀 후면 다빈이는 타이달 웨이브(7b+, 12c)를 레드포인트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기연이는 여전히 열심히 달리고 있지요. 이제는 온사이트할 루트를 찾기보다 프로젝트 삼을 수 있는

루트를 고르고 있어요.  어제까지 올드치킨(8a+, 13c)에서 열심히 하고 있고, 규형씨(청주 타기)는

탄트럼(8a+, 13c)을 열심히 들이대고 있습니다. 둘은 워낙에 꿍짝이 잘 맞네요.

남선형은 여전히 허리 치료에 달리고 있습니다. 아침에 조깅도 간간히 하고 있고요. 관광 모드이긴

하지만 다른 사람들 등반하는데 이리 저리 코치도 하고, 사진도 찍고 나름대로 바쁘답니다.
특별히 부상은 없는데 다들 조금씩 설사를 해서 걱정입니다. 저처럼 괜찮아지겠지요.

작년보다 톤사이에 온 클라이머들이 많아졌어요. 벌써부터 바위 주변이 북적북적해요. 그리고 여성

클라이머들도 많이 보이고요. 아오낭에서 톤사이까지 다니는 롱테일 보트 배삯은 80바트로 올랐고,

지금 저희가 머물고 있는 숙소도 2인실인데 3명 쓰면서 하루 1000바트를 내고 있습니다. 물가가 올

라서 다음 해에는 오기 더 힘들어질 것 같습니다.

지금 있는 동안에 열심히 느끼고 배우고 가려고 합니다. 타이 말도 낱말이지만 열심히 배우고 있

어요. 엄마가 '메', 아빠가 '포'라고 한대요. 건강하시고요. 곧 다음 여행 일정이 있으시다고 하셨

지요? 저희 한국 돌아갈 때쯤이면 한국이 아닌 다른 곳에 있으시려나? 어디서든 건강하세요.

2007년 12월 8일
태국에서 지현 올림

추신. 방콕 공항에서 공항사용료 500바트 내던가요? 선배님?
      

[설악세상]

규형이한테 문자 보냈는데 못받았나? 돈 안내더만...그 시간대에 검색대 사람들 엄청 몰리니깐 좀 일찍 서둘러서 들어가야 할꺼야..뱅기가 30분늦게 떴는데도 인천에 일찍 도착하더만..막 밟아 기장이...건강히 잘 돌아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