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무박 화대종주
♤ 일 시 : 2008.10.18(토)
♤ 산 길 : 화엄사-노고단-연하천-벽소령-세석-장터목-천왕봉-중봉-치밭목-대원사(43Km)
♤ 산행시간 : 15시간 20분
♤ 누구와 : 혼자서
지리산!
올해 들어 네 번째로 찾는다. 겨울(2월)에 화대종주 두 번 할 때이고, 세 번째는 대간텐 서바이벌 때 밤머리재에서 성삼재까지 죽어라하고 걸었고, 또다시 석달 만에 지리에 듭니다.
이번에는 화엄사에서 대원사까지 무박으로 종주하기로 하고 10월17일 밤 9시52분 영등포역에서 구례구행 무궁화열차에 몸을 싣습니다. 새벽 2시 20분경 기차는 구례구역에 닿고 곧바로 택시로 화엄사로 이동합니다. 오늘 대원사까지 목표시간 14시간. 과연 가능할지.........
새벽 2시42분. 아직 화엄사는 깊은 정적에 묻혀 있다. 날씨는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약간 일그러진 달이 대나무위에 걸려있다. 올해 세 번째 밟는 익숙해진 길을 헤드랜턴불빛에 의지해 간다. 달빛만이 유일한 친구.....
3시41분 국수등. 바람소리와 내 발에 밟히는 낙엽소리만이 들리던 단조로운 음률에 어디서 가는 코고는 소리가 섞입니다. 가만히 불빛을 비추니 국수등 옆에서 비박하는 산님이 계십니다. 조용히 발소리를 죽이며 지나친다. 30여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앞에서 후다닥 하는 소리가 납니다. 심장이 멎는 줄 알았습니다. 멧돼지 인지 무었인지 알수 없는 산짐승 같습디다. 너무 순식간에 지나쳐서....
휴우.......간이 십리밖까지 나갔다가 돌아온 듯합니다. 무서워 코재까지 쉬지 않고 가고, 4시41분 코재에 이릅니다.
시끌벅적한 노고단 대피소를 그냥 지나치고 4시59분 노고단 고개에 올라 천왕봉 25Km 이정표를 봅니다. 멀리 어둠속에서 천왕봉이 어슴프레하게 보이는 듯 합니다. 여전히 달빛만이 유일한 친구. 가끔씩 산님들을 만나 인사나누고 전 급한 발길에 양해를 구하고 앞질러 갑니다. 5시56분 임걸령 샘터에서 물한모금 마시고, 6시21분 노루목. 6시 36분에 삼도봉에 도착하여 일출을 봅니다. 맑은 동쪽하늘에서 붉은 해가 서서히 솟아오릅니다. 지리산 일출은 어디서 보아도 좋습니다. 올 겨울 두 번의 화대종주 시 두 번 다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았는데, 올 때마다 지리는 내게 일출을 허락하는군요. 우리 조상님들이 덕을 많이 쌓았나 봅니다. 후후후.......
장엄한 일출을 보며 미숫가루와 가래떡 두 가닥, 빵하나로 아침을 재빨리 해결하고 달립니다. 화개지 내려가는 길의 단풍이 곱습니다. 사진도 조금 찍고 구경도 합니다.
8시26분 연하천대피소 도착. 물 보충하고 10분 휴식 후 Go Go. 미사일 기지 일견하고, 쉼 없이 갑니다. 9시41분 벽소령 도착. 매점에서 콜라 한 캔 사서 들이킵니다. 시원하게 목줄기를 넘어갑니다. 크으으....... 감로수가 따로 없습니다. 귤 두 개 까먹고 다시 세석을 향합니다. 10시32분 선비샘 도착. 물보충합니다. 오늘은 그렇게 물을 많이 먹질 않습니다. 선선한 가을 날씨 탓일 까요.
11시9분 칠선봉에 도착하여 찰떡파이 두 개먹고 힘을 더합니다. 11시52분 세석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쉬지 않고 내달립니다. 광활한 세석평전에서 심호흡으로 다시 원기충전하여 천왕봉을 향합니다. 12시20분 촛대봉에 오르니 천왕이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반가운 천왕님!
오후 1시30분 장터목대피소에 도착합니다. 여전히 많은 산님들로 북새통을 이룹니다. 매점으로 가니 외부작업중이라고 문을 닫았습니다. 더 이상 볼일이 없어 그냥 갑니다. 제석봉의 고사목들도 그대로 있고, 통천문을 지나 천왕봉 오르는 길이 심한 교통체증으로 속도를 낼 수가 없습니다.
2시14분 천왕봉. 너무 많은 인파에 사진 찍는 것 포기하고 대원사를 향해 길고 긴 하산길을 서두릅니다. 다시 서울까지 올라오는 시간에 맞추려면 서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14시 37분 중봉. 대원사로 가는 길은 한산하기 그지 없습니다. 간간이 몇 명의 산님들을 지나칠 뿐입니다.
15시49분 치밭목산장에 와서 콜라 하나 사마시고 다시 지루한 너덜길을 서두릅니다. 대원사길 내리막 단풍이 제일 고운 것 같습니다. 조금 속도를 줄이면서 구경도 하고 갑니다. 17시48분 유평리에 도착합니다. 6시30분 버스시간 맞추어 가려면 서둘러야 합니다. 18시6분 대원사에 도착하여 종주를 마갑합니다. 15시간. 목표시간보다 1시간여 오버입니다.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버스정류장까지 2Km 포장길을 달립니다. 버스시간 20분 남았습니다. 이 버스 놓치면 1시간 막차까지 기다려야.....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곧바로 버스가 옵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버스에 오르고 기사에게 원지터미널 전화번호 받아 7시20분발 서울행 버스표 예약합니다. 원지터미널 7시 5분, 잠시 후 고속버스에 올라 남서울터미널에 도착하니 10시30분, 지하철타고 집에 오니 자정입니다. 샤워하고 나니 몸이 날라갈 것 같습니다. 그러고 나니 28시간 동안 곡기라고는 구경도 못해보았습니다. 배가 너무 고프다 못해 그 허기마져 마비된 느낌입니다. 근처 24시간 식당에서 냉면먹고 옵니다. 아들놈 같이 가자니 안갑니다. 무한 리필되는 집이라 두 번이나 더 달래서 배를 가득 채우고 길고 긴 하루 여정을 끝냅니다.
화엄사입니다.
대나무위로 달이 걸려 있습니다.
코재
삼도봉에서 본 일출
삼도봉에서의 일출
화개재 내려가는 길입니다.
연하천대피소에서 셀카질....
멀리 벽소령대피소가 고개를 내밀고 있습니다.
단풍
단풍이 곱습니다.
날머리 대원사입니다.
미호님 온화한 표정이 압권입니다.ㅎㅎㅎ 마치 미륵부처님의 모습처럼..... 홀로다녀오신 화대종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범행님의 완주에 축하를 드립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새벽 에 넘 놀라셨겠습니다 ㅎㅎㅎ 그럴땐 36계 최고죠^**^
가을 산색이 좋습니다.홀로 화대종주 축하드립니다.
범행님 화대종주 축하드립니다 ......저번 민주님과 함께한 화대길이 생각나네요
고생 하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