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급성 갑상선염(subacute thyroiditis, subacute granulomatous thyroiditis, De Quervain's thyroiditis)은 갑상선의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아급성 염증 질환으로 자연 회복되며 수주에서 수개월 동안 지속됩니다. 무통성 갑상선염(painless thyroiditis, 아급성 림프구성 갑상선염)과는 병인이나 조직학적 소견이 달라 다른 질환이지만, 갑상선 기능변화는 두 질환에서 유사하게 나타납니다.
1. 빈도
아급성 갑상선염의 빈도는 정확히 조사된 바는 없으나 그레이브스 병에 비해 현저히 적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갑상선클리닉에서 조사한 바로는(1990~1994년) 갑상선중독증으로 진단된 1,376명 중 아급성 갑상선염은 39명으로 2.8%에 불과하였습니다.
최근 미국의 미네소타 Olmsted county에서 1960~1997년 사이에 발생한 아급성 갑상선염의 빈도는 인구 10만 명당 4.9명이었습니다. 지역이나 인종에 따른 차이는 없습니다. 20대에서 40대 사이에 흔히 발생하며, 소아나 노인에서는 드뭅니다. 남자보다 여자가 2~5배 흔하고, 계절적으로 봄과 가을철에 잘 발생합니다.
2. 원인
아급성 갑상선염이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다는 간접적인 증거들이 강력히 제시되고 있습니다. 흔히 상기도 감염 후에 나타나며 종종 근육통, 피로 전신쇠약 등의 전구증상이 선행됩니다. 특정 계절에 호발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환자 혈청에서 유행성 이하선염(mumps)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가 자주 발견되며 아급성 갑상선염 환자의 갑상선 조직으로부터 mumps 바이러스를 배양한 보고가 있습니다. Mumps 이외에도 홍역, 인플루엔자, 아데노 바이러스, Epstein-Barr 바이러스, coxsackie 바이러스 등도 아급성 갑상선염과 관련이 있습니다.
아급성 갑상선염의 원인에 갑상선 자가면역이 관여할 가능성도 시사되고 있습니다. 갑상선 자가항체가 경과 중에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고, TSH 수용체 항체가 검출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자가항체의 역가와 임상소견 사이에는 뚜렷한 관련이 없어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됩니다. 갑상선의 파괴로 누출된 항원에 대해 일부 환자에서 면역 반응을 보인 일시적 현상으로 해석됩니다.
아급성 갑상선염과 HLA B35와의 강한 연관이 여러 종족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됩니다. HLA B35분자가 아급성 갑상선염에서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 반응을 조장시켜서 발병을 유도할 가능성이 시사됩니다.
3. 병리 및 병인
갑상선은 양측성으로 커지는데 황색 또는 창백한 백색을 띠며, 정상조직보다 견고하고 딱딱합니다.간혹 비대칭적이거나 혹은 어느 한쪽 엽만 침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주위 조직과 유착되기도 하고, 병변은 피막까지 침범하지만 갑상선 실질에 국한됩니다.
현미경 소견의 특징은 갑상선 실질의 파괴 및 상흔과 함께 아급성 , 만성 및 육아종성 염증 소견이 섞여있는 점입니다. 염증 세포는 초기에는 다형핵백혈구가 주를 이루다가 이어서 림프구, 대식구로 대치됩니다. 정상적인 여포들은 대부분 염증세포로 대치되고, 콜로이드를 포함하고 있는 작은 여포들이 일부 남아 있습니다. 가장 특징적인 소견은 육아종성 염증인데, 거세포들이 파괴된 여포 주위에 군집을 이룹니다. 회복된 후에는 경도의 잔여 섬유화를 제외하고 정상 갑상선 소견을 보입니다.
아급성 갑상선염은 앞에서 설명한 대로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갑상선 실질의 파괴에 따른 일련의 변화로 생각됩니다. 즉, 바이러스 감염 후 갑상선 여포가 파괴되면서 염증세포들로 대치되고 부분적인 섬유화가 일어납니다. 여포 파괴의 결과로 여포강 안에 축적되어 있던 갑상선호르몬이 혈액으로 누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급성기에는 갑상선중독증이 나타납니다. 혈청 T4, T3 증가에 의한 TSH 억제와 여포 파괴의 결과 때문에 방사성요오드 섭취가 감소하게 됩니다.
4. 임상소견
아급성 갑상선염은 갑상선 동통을 유발하는 가장 흔한 원인 질환으로 여성에서 호발하며(약 80%의 환자가 여성) 증상 및 징후는 병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대개의 경우 근육통, 발열, 피로감, 인후통 등의 상기도 감염 증상이 전구 증상으로 나타납니다. 대부분은 권태, 발열, 경부 동통으로 시작되며, 동통은 비교적 갑자기 시작되고, 갑상선 전체를 침범하여 지속적이고, 턱밑, 귀, 턱, 흉부 등으로 방사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부 환자(약 20%)에서는 동통이 한 쪽 엽에서 먼저 시작되어 수일 또는 수주 안에 반대쪽으로 옮아간다(crepping thyroiditis). 갑상선 동통은 기침이나 음식을 삼킬 때, 고개를 움직일 때 심해집니다. 갑상선종은 미만성 갑상선종, 편측성 갑상선종, 결절 등으로 나타나며, 비교적 견고하고 딱딱한 편입니다.
시간이 경과하면서 갑상선의 압통은 소실되며, 갑상선종도 수 주 내지 수개월 후에 없어집니다. 일부 환자(8~16%)에서는 갑상선종이 계속 남아 있기도 합니다. 환자의 약 1/2에서 급성기에 심계항진, 떨림, 발한, 체중감소 등의 갑상선 중독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는 갑상선조직의 파괴로 인한 갑상선호르몬의 일시적인 과다 방출 때문이며, 1~2개월 지속되다가 자연 회복됩니다.
아급성 갑상선염은 전형적인 경우 갑상선 동통 및 갑상선중독증이 나타나는 급성기, 정상 갑상선기능 상태, 갑상선 기능저하기, 무증상의 회복기 등의 네 병기를 거치는데, 일부 환자들은 갑상선기능저하기 없이 바로 회복기로 넘어가기도 합니다. 대부분 환자는 8~16주 경과를 거쳐 자연 회복됩니다. 약 50%의 환자들이 갑상선중독증의 임상소견을 나타내는데, 일반적으로 4~10주 동안 지속됩니다. 급성기가 진행되면서 저장되었던 콜로이드가 고갈되면 환자는 정상 갑상선기능으로 회복됩니다. 더 심한 증례에서는 경과 중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의 병기를 거치는데 대개 4~8주 정도 지속됩니다. 회복기에 갑상선 여포들이 재생되고, 콜로이드들이 보충되면서 갑상선기능은 정상으로 완전 회복됩니다. 드물게(10% 미만) 영구적 갑상선기능저하증이 합병되기도 합니다.
5. 검사소견
검사소견은 질환의 병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급성기에는 갑상선 여포세포의 파괴로 호르몬이 방출되므로 혈중 T3, T4, T3 resin 섭취율이 증가되고, TSH는 억제되며, 갑상선요오드섭취율이 현저히 억제되어 스캔에서 갑상선이 보이지 않거나 매우 희미하게 보입니다. 혈청 T3는 그레이브스병에 비해 상승정도가 낮습니다. ESR이 현저하게 증가되어 흔히 100mm/h 이상이며, 혈청 Tg가 증가하고, 요중 요오드배설량이 증가합니다. 갑상선 자가항체는 병의 경과 중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으며 역가는 대개 낮습니다. 회복기에는 혈중 T3, T4, TSH 등이 정상화되고, 갑상선요오드 섭취율이 일시적으로 증가하였다가 회복되는데, 일부의 환자(20~30%)에서는 갑상선기능저하를 거쳐 정상으로 회복됩니다.
6. 진단 및 감별진단
동통과 압통을 동반한 갑상선종이 나타나고 갑상선중독증의 임상소견이 있으면 아급성 갑상선염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갑상선요오드 섭취율의 현저한 감소와 ESR의 증가, 혈청 갑상선호르몬의 증가가 있으면 진단이 가능합니다. 갑상선에 동통이 있는 환자에서 24시간 갑상선 요오드섭취율이 5%이상이거나 혈중 Tg가 정상이면 아급성 갑상선염을 배제할 수 있습니다. 동통을 동반한 전경부의 종괴가 있을 때 감별해야 하는 질환으로는 아급성 갑상선염을 포함하여 표 17-4에 열거된 질환들을 들수 있습니다. 갑상선중독증 중 방사성요오드 섭취율이 감소하는 다른 질환과의 감별이 필요합니다.
아급성 갑상선염 환자 중 30~40%는 한 쪽 엽만 침범하거나 또는 결절 형태로 발현하며 갑상선스캔에서 국소적 냉결절로 나타나므로 종종 갑상선암 혹은 결절의 출혈이나 감염으로 오진될 수 있습니다. 또한 20~40% 환자는 처음에는 한 쪽 엽만 침범하였다가 2~4주 후에 다른 쪽 엽으로 이행하는 소위 포복성 갑상선염의 경과를 취합니다. 저자의 경험에 의하면 포복성 경과를 취하는 예들은 전신 증상이 심하며 병의 경과가 긴 경향이 있습니다.
7. 치료 및 경과
아급성 갑상선염에 대한 특이한 치료법은 없습니다. 다만 발열, 근육통 등의 전신 증상이나 갑상선 동통이 있을 때는 아스피린이나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 등을 사용하거나 단기간의 스테로이드 치료가 필요합니다. 갑상선중독증의 증상이 심한 경우 베타차단제가 유용합니다. 스테로이드 치료는 프레드니솔론 20~40mg을 1일 2~3회 분복하여 7~10일간 투여하고, 2~4주 안에 감량하면서 끊습니다. 스테로이드를 투여하면 갑상선 동통 및 부종이 급속히 호전되나, 임상 경과 자체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합니다. 스테로이드를 감량하거나 중단한 후 갑상선 동통 및 갑상선종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때는 다시 증량한 후 감량합니다.
스테로이드를 중단하면 10~22%에서 조기에 증상이 재발하는데, 증상은 처음보다 약간 경미합니다. Fatourechi 등이 94명을 추적한 결과에 의하면 34%에서 혈청 TSH의 상승이 경과 중 한번 이상 관찰되며, TSH가 상승하는 빈도는 스테로이드 치료 여부와는 무관하였습니다. 발병 1년 이내에 혈청 TSH가 증가한 27명 중 9명은 지속적인 T4 보충요법이 필요하였으며, 나머지 환자는 T4 복용없이 정상으로 회복되었습니다. 따라서 약 10%환자에서 지속적인 T4 치료가 필요합니다. 아급성 갑상선염의 경과 중 후에 갑상선기능저하증이 발생하는 병인으로서 갑상선조직의 파괴에 따른 이차적인 자가면역성 갑상선염의 발생과 차단형 TSH 수용체 항체의 발생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발병 1년 이후에 약 4%에서 재발합니다.
출처 : '임상 갑상선학' 조보연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