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지법 시행 5년… 서울지역 민원 되레 2.7배 늘어 지난달 30일 밤 서울 강남구 코엑스 부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대낮처럼 환했다. 최근 코엑스 외벽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이 내뿜는 강렬한 빛 때문이다. 정부는 코엑스 일대를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만들겠다며 전광판 설치를 추진했다. 가로 22m, 세로 82m 크기로 농구장 면적 4배에 달하는 대형 전광판을 비롯해 3개나 설치됐다. 여기에 연말까지 5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일대가 전광판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빛으로 밤중인데도 대낮처럼 환하다. 행정안전부 제공 |
도심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과 옥외광고물, 가로등 등의 인공조명으로 ‘빛공해’를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정부는 빛공해를 줄이겠다며 2013년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방지법’까지 만들어 시행했지만 부처 간 엇박자와 실효성 낮은 규제 탓에 빛공해 민원은 되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빛공해방지법이 실효를 거두려면 적용 대상과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코엑스 일대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지역’으로 지정돼 규모나 형식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전광판 광고를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전광판을 빛공해의 주된 원인으로 봐 규제해 왔는데 돌연 코엑스 일대만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코엑스 전광판을 본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관광객 김모(32·여)씨는 “전광판이 화려해 눈길을 사로잡는다”며 “거대한 화면으로 K팝 영상을 보니 공연장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근 직장에 다니는 임모(32)씨는 “번쩍이는 영상 때문에 주변을 지날 때마다 정신 집중이 안 된다”며 “영동대로를 지나는 차량이 많은데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행안부는 코엑스 전광판을 빛공해방지법이 정한 빛방사 허용기준에 따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빛공해를 막기에 빛방사 허용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코엑스 전광판은 빛방사 허용기준에 따라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 1500㏅(칸델라)/㎡의 밝기로 운영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올레드(OLED)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최대 밝기보다 1.5배나 더 밝다. 더욱이 전광판은 빛방사 허용기준을 측정할 때 자체발광 밝기인 휘도(㏅/㎡)를 사용하는데 주변을 지나는 보행자나 차량에서 느끼는 밝기인 조도(㏓·룩스)는 체감상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주택가에 적용되는 빛방사 허용기준은 선진국보다 3배 이상 높다. 국내에서는 주택가로 들어오는 인공조명 밝기가 10㏓를 넘으면 빛공해로 보지만 미국과 독일은 각각 3㏓, 1㏓ 이하로 규제한다. 이처럼 기준치가 높다 보니 빛공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내기도 어렵다. 지난해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인근 아파트 주민 655명은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빛과 소음으로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진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환경부가 정한 ‘불쾌글레어 지수’(시각적 불쾌감을 주는 눈부심 정도) 36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빛공해에 대한 규제나 손배소를 위한 기준이 관대하다 보니 관련 민원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빛공해 민원은 2143건으로 빛공해방지법이 시행된 2013년의 778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은일 고려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우리나라의 빛방사 허용기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기준치가 너무 높다”며 “조명관리구역을 설정하고 기준치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방지법 시행 5년… 서울지역 민원 되레 2.7배 늘어 지난달 30일 밤 서울 강남구 코엑스 부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대낮처럼 환했다. 최근 코엑스 외벽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이 내뿜는 강렬한 빛 때문이다. 정부는 코엑스 일대를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만들겠다며 전광판 설치를 추진했다. 가로 22m, 세로 82m 크기로 농구장 면적 4배에 달하는 대형 전광판을 비롯해 3개나 설치됐다. 여기에 연말까지 5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일대가 전광판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빛으로 밤중인데도 대낮처럼 환하다. 행정안전부 제공 |
도심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과 옥외광고물, 가로등 등의 인공조명으로 ‘빛공해’를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정부는 빛공해를 줄이겠다며 2013년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방지법’까지 만들어 시행했지만 부처 간 엇박자와 실효성 낮은 규제 탓에 빛공해 민원은 되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빛공해방지법이 실효를 거두려면 적용 대상과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코엑스 일대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지역’으로 지정돼 규모나 형식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전광판 광고를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전광판을 빛공해의 주된 원인으로 봐 규제해 왔는데 돌연 코엑스 일대만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코엑스 전광판을 본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관광객 김모(32·여)씨는 “전광판이 화려해 눈길을 사로잡는다”며 “거대한 화면으로 K팝 영상을 보니 공연장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근 직장에 다니는 임모(32)씨는 “번쩍이는 영상 때문에 주변을 지날 때마다 정신 집중이 안 된다”며 “영동대로를 지나는 차량이 많은데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행안부는 코엑스 전광판을 빛공해방지법이 정한 빛방사 허용기준에 따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빛공해를 막기에 빛방사 허용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코엑스 전광판은 빛방사 허용기준에 따라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 1500㏅(칸델라)/㎡의 밝기로 운영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올레드(OLED)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최대 밝기보다 1.5배나 더 밝다. 더욱이 전광판은 빛방사 허용기준을 측정할 때 자체발광 밝기인 휘도(㏅/㎡)를 사용하는데 주변을 지나는 보행자나 차량에서 느끼는 밝기인 조도(㏓·룩스)는 체감상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주택가에 적용되는 빛방사 허용기준은 선진국보다 3배 이상 높다. 국내에서는 주택가로 들어오는 인공조명 밝기가 10㏓를 넘으면 빛공해로 보지만 미국과 독일은 각각 3㏓, 1㏓ 이하로 규제한다. 이처럼 기준치가 높다 보니 빛공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내기도 어렵다. 지난해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인근 아파트 주민 655명은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빛과 소음으로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진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환경부가 정한 ‘불쾌글레어 지수’(시각적 불쾌감을 주는 눈부심 정도) 36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빛공해에 대한 규제나 손배소를 위한 기준이 관대하다 보니 관련 민원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빛공해 민원은 2143건으로 빛공해방지법이 시행된 2013년의 778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은일 고려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우리나라의 빛방사 허용기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기준치가 너무 높다”며 “조명관리구역을 설정하고 기준치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방지법 시행 5년… 서울지역 민원 되레 2.7배 늘어 지난달 30일 밤 서울 강남구 코엑스 부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대낮처럼 환했다. 최근 코엑스 외벽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이 내뿜는 강렬한 빛 때문이다. 정부는 코엑스 일대를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만들겠다며 전광판 설치를 추진했다. 가로 22m, 세로 82m 크기로 농구장 면적 4배에 달하는 대형 전광판을 비롯해 3개나 설치됐다. 여기에 연말까지 5개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일대가 전광판에서 뿜어져 나온 강렬한 빛으로 밤중인데도 대낮처럼 환하다. 행정안전부 제공 |
도심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과 옥외광고물, 가로등 등의 인공조명으로 ‘빛공해’를 호소하는 시민이 늘고 있다. 정부는 빛공해를 줄이겠다며 2013년 ‘인공조명에 의한 빛공해방지법’까지 만들어 시행했지만 부처 간 엇박자와 실효성 낮은 규제 탓에 빛공해 민원은 되레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빛공해방지법이 실효를 거두려면 적용 대상과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1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코엑스 일대는 ‘옥외광고물 자유표시지역’으로 지정돼 규모나 형식의 구애를 받지 않고 전광판 광고를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전광판을 빛공해의 주된 원인으로 봐 규제해 왔는데 돌연 코엑스 일대만 예외를 허용한 것이다.
코엑스 전광판을 본 시민 반응은 엇갈린다. 관광객 김모(32·여)씨는 “전광판이 화려해 눈길을 사로잡는다”며 “거대한 화면으로 K팝 영상을 보니 공연장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반면 인근 직장에 다니는 임모(32)씨는 “번쩍이는 영상 때문에 주변을 지날 때마다 정신 집중이 안 된다”며 “영동대로를 지나는 차량이 많은데 주의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행안부는 코엑스 전광판을 빛공해방지법이 정한 빛방사 허용기준에 따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빛공해를 막기에 빛방사 허용기준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코엑스 전광판은 빛방사 허용기준에 따라 해가 진 뒤부터 자정까지 1500㏅(칸델라)/㎡의 밝기로 운영된다. 시중에 판매되는 올레드(OLED) 스마트폰 갤럭시S8의 최대 밝기보다 1.5배나 더 밝다. 더욱이 전광판은 빛방사 허용기준을 측정할 때 자체발광 밝기인 휘도(㏅/㎡)를 사용하는데 주변을 지나는 보행자나 차량에서 느끼는 밝기인 조도(㏓·룩스)는 체감상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주택가에 적용되는 빛방사 허용기준은 선진국보다 3배 이상 높다. 국내에서는 주택가로 들어오는 인공조명 밝기가 10㏓를 넘으면 빛공해로 보지만 미국과 독일은 각각 3㏓, 1㏓ 이하로 규제한다. 이처럼 기준치가 높다 보니 빛공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를 내기도 어렵다. 지난해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인근 아파트 주민 655명은 “야구장에서 발생하는 빛과 소음으로 피해를 봤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참을 수 있는 한도를 넘진 않았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환경부가 정한 ‘불쾌글레어 지수’(시각적 불쾌감을 주는 눈부심 정도) 36을 넘지 않았다는 것이다.
빛공해에 대한 규제나 손배소를 위한 기준이 관대하다 보니 관련 민원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 빛공해 민원은 2143건으로 빛공해방지법이 시행된 2013년의 778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이은일 고려대 교수(예방의학과)는 “우리나라의 빛방사 허용기준은 선진국과 비교해 기준치가 너무 높다”며 “조명관리구역을 설정하고 기준치에 대한 규제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http://www.segye.com/newsView/20180401003254?OutUrl=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