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는 고대의 신성한 사원에서 시작되었다. 미용사가 아니라 사제들이 관심을 보인 물건이었다. 그리고 이것의 원래 기능은 향의 형태로 오늘날 교회 의식에 남아있다.
향수라는 말 자체는 'per'와 'fumus'가 합쳐진 복합어로 라틴어로 '연기를 통하여'라는 뜻이다.
식량을 찾는 데만 신경을 썼던 수렵인들은 신에게 바칠 가장 위대한 제물이 자기의 가장 귀중하고 필수적인 소유, 즉 도륙된 짐승을 바치는 것이라고 믿었다. 그래서 향수는 살이 타는 냄새를 숨기기 위해 시체에다 뿌리던 탈취제로 원래 시작됐다.
이란(페르시아)의 페르세폴리스 다리우스 왕궁의 부조, '공물'로 들어온 귀한 향수를 나르고 있다
성경은 홍수에서 살아남은 노아가 동물을 태워 제사를 드리고 '주님이 향내를 맡으셨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향내는 살이 타는 냄새가 아니라 향이 타는 냄새이다.
시간이 가면서 상징적인 대치를 통해서 연기가 나는 향 자체가 제사를 대신하게 되었다. 유향, 몰약, 계피, 감송등의 수지 고무를 태우는 것은 인간이 신에게 바칠 수 있는 최대의 경의 였다. 이렇게 해서 향수는 나쁜 냄새를 없애려는 실용적인 탈취제에서 그 자체로 귀중한 물품이 되었다. 더 이상 강한 탈취제가 필요없게 되자, 사람들은 가볍고 부드러운 과일과 꽃향기를 사용하게 되었다.
천연 향수 등을 이용해 서로의 몸치장을 돕고 있다
향에서 향수로, 강한 탈취제에서 약한 향으로의 전이는 6000년전 극동과 중동에서 일어났다. 기원전 3000년경의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인들과 나일강 유역의 이집트인들은 쟈스민, 히야신스(hyacinth), 붓꽃, 인동덩굴로 만든 기름과 주정으로 목욕을 했다.
이집트 여인들은 몸의 각부분마다 다른 향수를 발랐다. 클레오파트라는 손에 장미, 크로커스(crocus), 제비꽃 기름인 키야피(kyaphi)를 발랐다. 발에는 아몬드 기름, 꿀, 계피, 오렌지 꽃, 헤나등으로 만든 로션인 에집티(aegyptium)을 발랐다.
그리스인들의 향수병
고대 그리스의 남자들이 자연적 용모를 선호하여 얼굴에 화장품 바르는 것을 피했지만 향수는 풍부하게 애용하여, 머리, 피부, 옷, 그리고 술에 각각 다른 향수를 사용했다.
기원전 400년경에 활동했던 그리스 작가들은 팔에는 박하, 가슴에는 계피와 장미, 손과 발에는 아몬드 오일, 머리와 눈썹에는 마요라나 엑기스를 추천하고 있다. 젊은 멋쟁이 그리스인들이 향수를 너무 지나치게 사용해서 아테네 민주주의의 토대를 놓았던 정치가 솔론은 아테네 남자에게 향수 판매를 금하는 법을 반포했다. (나중에 취소되었지만)
향수는 그리스로부터 로마로 건너가 군인이 적당한 향수를 바르지 않으면 말을 타고 전쟁터에 나갈 준비가 안 되었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로마 제국이 다른 지역을 정복하면서 위스테리아(wisteria), 라일락, 카네이션, 그리고 바닐라 향이 수입되었다. 그들은 극동과 근동으로부터 삼나무, 소나무, 생강, 그리고 미모사 향을 즐기는 법도 배웠다. 그리고 그리스인들로부터는 귤, 오렌지, 레몬 등의 감귤류 기름을 만드는 법도 배웠다.
Villa Farnesina의 벽에 그려진 향수 바르는 여인
마침내 로마 향수 상인조합이 생겨났고, 남자와 여자에게 최신 유행의 향수를 공급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엉구엔타리(unguentarii)'라고 불린 향수 장사들은 고대 로마의 어느 한 거리를 독차지할 정도였다. '기름을 붓는 자'라는 뜻인 그들의 이름에서 영어의 unguent(연고)라는 단어가 생겨났다.
엉구엔타리는 기본적으로 세 가지 타입의 향수를 만들었다. 이것은 아몬드, 장미, 혹은 마르멜로 등 한 가지 원료로만 만드는 고체연고, 꽃이나 향신료를 만드는 분말 향수 등이다.
그리스인들처럼 로마인들도 몸, 옷, 가구에다 향수를 풍부하게 뿌렸다. 18세기 영국 역사가 에드워드 기본은 로마의 풍습에 대해, '원형 경기장의 공기는 분수로 인하여 계속 신선한 상태가 유지되었으며 향수 냄새가 도처에 배어 있었다.'라고 적고 있다.
네로와 포파에아의 코인
1세기에 장미 향수를 유행시켰던 네로 황제는 하루 저녁의 파티에서 자신과 손님들에게 쓸 장미 기름, 장미 향수, 장미 꽃잎을 위해 4백만 세스테르티우스를 (오늘날의 16만 달러에 해당)썼다. 그리고 65년에 그의 아내 포파에의 장례식 때는 아라비아 전역에서 뿌려졌다고 한다. 심지어 행렬 중의 노새에게도 향수를 뿌렸다. (아마 노새에게 특별히 뿌렸을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이렇게 향수를 남용하는 것이 교회의 비위를 거슬리게 해, 급기야 향수는 타락과 사치의 동의어가 되었고 2세기에 교부들은 기독교들이 개인적으로 향수를 사용하는 것을 비난 했다.
스페인 코르도바에서 출토된 11세기 이슬람식 향수병
로마 제국의 멸망 후 향수는 주로 중동과 극동에서 제조되었다. 십자군들에 의해서 유럽에 다시 소개된 동양의 향수 중 가장 비싼 것은 '장미 향수(rose attar)'였는데, 이것은 다마스크(damask) 장미 꽃잎의 정수만을 짠 것이었다. 깃털처럼 가벼운 장미 꽃잎을 200파운드 모아야 향수 1온스를 만들 수 있었다.
근대적 향수의 시작으로 알려진 '헝가리 워터'(1370 경)
유럽에서 향수와 향수 제조에 대한 관심을 다시 일깨운 것은 이국적 향수를 가지고 돌아온 십자군이었다. 그리고 향수의 역사중에서 바로 이 시점은 새로운 요소가 도입되는 시점이었다. 이 새로운 요소는 바로 동물의 기름이었다. 동양으로부터 약사들은 네 가지 동물의 분비물을 약간만 써도 사람을 취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사향, 용연향, 영묘향, 그리고 해리향인데 오늘날 향수에서 없어서는 안 될 기본적인 요소들이다.
이들은 향수로서는 전혀 적합하지 않은 요소처럼 보인다. 왜냐하면 성적인 분비샘에서 나오는 분비물이므로 이 자체로는 너무 독하고, 역겹고, 구역질이 나기 때문이다.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해서 향수가 되게 되었는지 그 기원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만 알려져 있다.
영국 버밍엄에서 제작된 포켓 사이즈의 향수병(1889)
▶ 사 향 : 사향노루의 수컷 하복부의 피하 생식선에서 나오는 분비물.
▶ 용연향 : 향유고래의 병적분비물로서 인도양 등 열대해역에서 얻어지는 귀한 고체향료임.
▶ 영묘향 : 사향고양이의 항문부근에서 분비되는 버터모양의 물질.
▶ 해리향 : 비버의 항문부근에서 채취하는 강열한 냄새의 기름 물질.
첫댓글 개인적으론 향수를 전혀 쓰지 않을 뿐만 아니라 로션도 안즉 베이비 로션 정도만 바르는 관계로 향수에 대해선 전혀 관심이 없지만 올려주신 내용은 정독을 했네요.여자 분들 적당한 향수를 쓰는 건 뭐 개인적 취향인바 이해할 수 있으나 엘레베이터 등에서 숨이 턱턱 막히는 정도는 그거 예의 아니라 생각하는데 다른 분들 생각은 어떠신지요
같은생각이시지요훈장님이 옳아요
은은한 향기는 좋거나 관심 없거난데...살충제 뿌리듯이 하고 다니시는 분들은 이해가 안감...아 어지러...
저도미로워서 올려 놓고는 이제사 다시 잘 읽어보았어요 예전 제가 동영상에 올려놓았던 [향수]라는 영화도 미롭게 보았지만..그곳무대인 프랑스에서도 하수시설이 발 안되었던 그시대에 시궁창냄새,동물 썩는 냄새등과..잘 씻기 어려운여건땜에 귀족들이 애용했던 향수에 대해 나오는데..결국 향수를 연구하는 주인공은 거의 미쳐가며 아름다운여인들을 죽여가며 향을 구하려 하지요..참 희안한 일이예요..사향이야 워낙 유명하니 그렇다치고..비버의 항문부근사향고양이의 항문부근
좋은 자료 감사합니다. 사향과 영묘향에 대해 말씀 드리자면, 사향은 수컷 사향노루의 생식선에서 나오는 분비물인데, 사향노루가 숨을 거둘 때는 웅담처럼 굳어져 있습니다. 대개 주머니 같은 보에 싸여 있는데, 그것을 벗겨내면 약 20g 정도밖에는 얻을 수 없습니다. 현재 사향은 식약청에서 인증하여 들여 오고 있는데, 사향이 구하기가 어려워 영묘향을 대체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것이 문제가 되어 최근에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사향은 죽은자도 살린다는 명약으로 현재는 한방에서 가장 고가의 약인 공진단과 사향원에 처방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항상 자세한 설명 감사드립니다요흑..나..공진단 매년 한재씩 한 10년동안 먹었었는디...그 땐 다른사람들 한두알씩 주면..기운이 펄펄 난다카드만..난 루 약발도 못느끼고 항상 먹었는데...시방 주면 정말 약발 잘 들을거 같은디
참,난 열이 많은 체질이라 생각해서..인은 일부러 잘 먹지 않곤 했는데..제가 소음인체질이라면..인 괘않은건가요
소음인 체질에 인이 다 좋은 것은 아닙니다. v누님은 소음인 체질의 수양체질이니 인이 받긴 하는데, 덜 받는다고 해야할까요...그것보다 홍이 도움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