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vence
고집이 지켜낸 중세의 휴식처
작고 예쁜 마을을 찾아 다니는 프로방스 여행길에는 잠시 머무는 호텔조차 여유로운 분위기와 어울리는 곳으로 선택해야 할 것만 같다
프로방스에는 그 이름과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고성 호텔이 수 세기의 세월을 간직한 채 나그네 맞이를 준비한다.
편안한 분위기와 특유의 정취가 흐르는 고성 호텔은 지친 여행자의 특별한 쉼터가 되어준다 글, 사진한미영기자/취재협찬프랑스관광청, 에어프랑스
Tour de Provence
Chateaux Hotel
프랑스
사람들은 고집스럽다. 자국의 문화에 대한 '대단한'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그들은 격식차리기를 좋아한다. 오죽하면 축구 경기를 할 때도 골을 넣어 경기를 이기는 것보다 예술적인 재주를 부리는 '아트 사커'를 한다고 했을까.
지금껏 해왔던 모든 습관을 굳이 바꿀 이유도, 필요도 없다고 생각하는 그들은 새로운 것을 수용하거나 변화하는 데는 그만큼 느리다. 하지만 그 고집이 오히려 순기능을 하기도 한다.
전통을 중요시하기에 수백년 동안 이어져 내려온 방법으로 우수한 품질의 와인을 생산하고 수 세기가 지난 건축물을 지금도 지켜볼 수 있다. 그리고 수 백년 지난 건축물을 개조해 만든 고성호텔에서 하루밤을 머물수 있는 것도 프랑스인의 고집 덕택이다.
Couvent des Minimes
따사로운 햇살을 받기 위해서인지 프로방스의 작은 마을들은 산의 표면에 따닥따닥 붙어 있다. 마르세이유 공항에서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달려 그나마 번화한 마노스크(Manosque)를 지나 또 다시 30분 정도 달리면 알프스 드 오트 프로방스(Alpes de Haute Provence)의 작은 마을 만(Mane)이 나온다.
산 허리에 고요한 고성, 수도원을 개조해 만든 호텔 쿠방 데 미님(Couvent des Minimes)이다. 번화가와는 거리가 있지만 수도원의 고요한 침묵이 왠지 잘 어울린다.
上: 허브가 가득 심어진 테라스 가든이 있는 만의 고성호텔쿠방데 미님의 전경
下: 깔끔하게 정돈된 객실 내부
강렬한 햇살과 독특한 로케이션이 고요한 휴식을 찾아온 나그네에게 제격인 이곳은 테라스 가든이 햇살 가득한 남쪽을 향해 있다.
지난 2000년 까지만 해도 수녀원으로 사용했던 이곳은 호텔 곳곳에서 수녀원에서 사용하던 소품들을 볼 수 있다.
세월의 흔적이 역력한 묵직한 문, 교회와 종탑 등 수녀원의 무거운 분위기가 편안함을 주는 것도 좋지만 이 곳을 '완소' 호텔로 꼽은 이유는 따로 있다.
록시땅(L'occitane)스파가 그것.
로비에 들어서면 호텔의 스파제품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데 레이블에는 호텔 이름이 써 있지만 왠지 록시땅의 냄새가 난다.
알고 보니 호텔 오픈 전, 옆 동네인 마노스크에 있는 웰빙 코스메틱 브랜드 록시땅에서 제품을 만들어 줬고 현재는 마리노(Marionnaud)에서 제품을 유통하고 있다고 한다.
100퍼센트 천연소재만을 이용한 오가닉 제품이라고 자랑스러워하는 제품이 탐난다면 호텔 부티크에서 구입할 수도 있다.
외부로 선교를 나갔던 수녀들이 심고 가꾼 허브 테라스 정원이 있어 그런지 라벤더 꽃이 가득 핀 쿠방 데미님과 더욱 잘 어울린다.
호텔 지하에 있는 와인바. 수녀원으로 사용했던 고성 호텔에는 묵직한 침묵이 오히려 분위기 있게 느껴진다.
Chateau de Mazan
左마을 전체가 오래된 건물로 가득한 마잔. 右휴일 아침부터 카페에 나와있는 마잔 사람들
중세에 지어진 성이나 대저택에는 샤토(Chateau)라는 이름이 붙는다. 높은 천장과 빈티지 가구들이 세월의 흔적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샤토 드 마잔도 그렇다.
약 1720년경에 지어진 이곳은 프랑스의 소설가 마르퀴스 드 사드 (Marquis de Sade)가문의 저택이었다. 사각으로 지어진 4층 건물은 건물의 외관이나 규모 면에서 가장 눈에 띈다. 마을 어디에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니 말이다.
건물의 역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 사드는 사실 프랑스 혁명기를 거치면서 이 건물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그가 마잔 지역에서 페르소나 논 그라타(Persona Non Grata :받아들이기를 기피하는 사람)로 선언되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사드 가문과 성은 파괴되었고 샤토는 1900년대에는 수도 학교로 사용됐다. 하지만 마르퀴스 드 사드는 여전히 마르퀴스 드 마잔이라고도 불리고 있다
마을 어디서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는 샤토 드 마잔 건물
2001년부터 소유권이 개인에게 넘어간 후 1년 반의 리노베이션을 거쳐 31개의 룸을 갖춘 호텔로 거듭난 이곳은 패밀리 스타일의 따뜻한 서비스가 인상적이다.
호텔 입구부터 가정집을 방문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데, 한톤 가벼운 컬러를 사용한 인테리어로 더욱 따뜻한 느낌이 든다.
각기 다른 스타일로 꾸며진 룸에서는 넓은 정원을 전망할 수 있다. 정원 아랫편에는 수영장도 마련되어 있으니 따사로운 프로방스의 햇살과 여유를 만끽하시길.
Lourmarin Moulin de Lourmarin
左고성이 잘 보존된 마을 곳곳에서는 오랜 역사를 가진 숍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右루르마랭의 좁은 골목을 누비는 사람들
프로방스 보클뤼즈 지역의 작은 마을 루르마랭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언제나 함께 등장하는 인물이 있다. 알제리 출신의 프랑스 철학자이자 문학가인 알베르카뮈. 파리 근교의 별장으로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한 카뮈가 루르마랭에 잠들어 있다
프로방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루르마랭의 중심에 위치한 물랭드 루르마랭은 좁은 길을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오래된 건물이 연결되어 있다
18세기 올리브 오일 공장이었던 곳이 멋진 고성 호텔로 변신한 것이다. 계단을 오르내리기를 반복해야 비로소 들어갈 수 있는 각 객실의 크기와 모양이 다름은 물론이고 뤼베롱 산, 성 마을 등 뷰도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좁은 골목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다락방 구조의 객실이 특히 마음에 든다.
묵직한 문과 예쁜 색으로 색칠된 덧창이 그림을 만들어내는 루르마랭에는 크고 작은 갤러리들이 즐비하다
좁은 골목을 따라 걷다보면 멋진 문과 아기자기한 덧창이 예쁜 그림을 만들어낸다. 아기자기한 마을에는 예술가들도 많이 모여드는지 작은 갤러리들이 길을 따라 이어져 있다.
Hotel-Restaurant Ies Bories
산 위에 빼곡히 집이 들어선 고르드,
프랑스를 여행하다 보면' 프랑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Les Plus Beaux Villages de France)'이라는 표지판을 볼 수 있다. 프랑스 전역에서 아름답기로 소문난 140여개의 마을 들은 인구 2천 명 미만의 작은 마을이다.
그중에서도 프로방스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고르드(Gordes)가 유명하다. 석회질의 돌이 넘쳐나는 이곳에서는 돌을 쌓아 집을 짓고 담을 쌓는다. 사실 산 위에 자리잡은 이 마을은 물도 부족하고 가난한 마을이었다. 사실은 돈이 없어 외벽에 색을 칠하지 않았던 것이 오히려 이 마을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존한 셈이 됐다.
덕분에 수많은 아티스트가 모여들었고 현재는 젊은 아티스트들에게 영감을 주는 대표적인 마을이 되었다.
고르드라는 예쁜 그림을 감상하기 위해서는 반대편 언덕에서 바라보는 것이 좋다. 맑은 하늘 아래서 고르드 마을을 전망하며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많은 관광객이 찾아들고 있는 이마을에는 미슐랭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한 호텔이 있다. 돌은 이용한 건물 외관이 인상적인 호텔-레스토랑 레보리스(Hotel-Restaurant les Bories)다.
고르드 같은 시골에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찾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어서 일부러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꽤 많은데 한 노부부는 매주 목요일과 토요일마다 찾아온단다.
위의 그림:돌을 이용해 지은 호텔 내의 레스토랑
고르드의 햇살은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서 가든 테라스에 앉아 햇빛을 받으며 차한잔을 즐기는 것도 커다란 행복이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카페 의자에 새겨진 '세상 끝의 정원'이라는 표현을 실감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Hotel du Castellet Resort
上:보잉 737기까지는 뜨고 내릴 수 있다는 카스텔레 국제 공항.
下: 레스토랑 한 켠에 마련된 페치카위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놓여있다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나 자연한 가운데 자리잡은 리조트에서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는 '젯섹(Jet-set)족'들의 안식처 호텔 뒤 카스텔레 리조트(Hotel du Castellet Tesort).
사설 국제공항을 보유하고 있는 이 리조트는 시설만으로 4스타 럭셔리 리조트의 지위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인천 국제 공항만큼 거대한 규모는 아니지만 최대 보잉737기 수준의 항공기가지는 뜨고 내릴 수 있을 정도의 활주로를 보유하고 있다.
개인 소유의 헬기나 경비행기를 이용해 F1테스트레이스를 보기 위해 찾아오는 '부자'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그려지기 때문이다. 특히 5월에 모나코에서 열리는 F1 모나코 그랑프리 테스트 주행이 열릴 때면 비싼 가격에도 객실이 부족할 정도다.
미슐랭 스타를 보유하고 있는 몬테 크리스토 레스토랑. 본격적인 F1경기 전 레이싱 카의 기술적 문제와 드라이빙 테스트를 하는 서킷을 보유하고 있다.
덕분에 이 럭셔리 리조트의 주 고객은 고요한 휴식을 즐기고자 하는 부유층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유명 배우나 스포츠 스타들이 고요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액티비티를 리조트 안에서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실내와 실외에 자리잡은 수영장의 선 베드에 누워 책을 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보낸다.
낮 시간에는 리조트 정원에 있는 4홀의 미니 골프 코스와 테니스 코트에서 야외활동을 즐길 수도 있다.
드 넓은 리조트는 무슨일이든 원스톱을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하고 있어 일상을 떠나 자연에 푹 파묻히고 싶을 때면 이 리조트가 파라다이스로 느껴질지도 모르겠다.The BC 2008 decemb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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