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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참교육을 위한 유쾌한 상상, 홍세화 선생 초청 강연] “우리 중고등학생들, 연애 좀 하게 합시다!”
단기 4340년 11월 29일(나무날).
6시를 훨씬 넘겨서야 목포문학관에 도착했다. 행사장입구 들머리에 ‘조합원 여러분! 환영합니다!’하고 참교육얼굴이가 환하게 웃고 있다. 이주탁 동지, 조창익 지회장 동지가 반긴다. 민주노동당 식구들이 강연 자료집을 나눠주고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범국민운동본부 가입 서명을 받고 있다. 숙정이 낭자가 천사 날개를 두어 개 더 집어준다. 검정쌀떡, 호박떡 서너 개 집어 넣고 강당에 들어선다.
중앙여중 방송반 학생들이 만들었다고 하는 영화, ‘복학생’을 상영하고 있다. 영화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내일은 또다시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영화가 끝나자 지도교사인 신재용 선생허고 학생들 셋이 앞으로 나온다.
“겁 없이 만들었습니다. 특별한 영상 장비 없이 오로지 방송반에 있는 6mm만 갖고 만들었습니다. 세 가지 초점을 맞췄습니다. 첫째, 교직원과 학생 전체를 주인공으로 삼았습니다. 둘째, 아이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고자 했습니다. 셋째, 시나리오에서부터 촬영, 편집까지 방송반 아이들의 힘으로 해냈습니다. 참으로 대견스럽습니다.”
‘아그덜이 영화를 만들게 이끈 늬가 자랑스럽다.’
이어 천사같이 고운 신선생의 딸들이 인사를 헌다.
“안녕하세요. 중앙여중 3학년 허보은입니다. 시나리오와 연출을 맡았습니다.”
“안녕하세요. 2학년 채임재라고 합니다. 촬영, 편집을 맡아했습니다.”
“안녕하세요. 1학년 김다영입니다.”
사회자인 차용훈 사무국장이 덕담을 건네고 나서 오신 분들 소개를 헌다. 민주노동당 목포시위원회 위원장 박기철 동지, 민중연대 여인두 집행위원장, 시민연대 백동규 동지, 반미여성회 최현주 동지 들이 함께하고 있다.
“목포지회 지도자문위원이신 조명준 선생님, 민경선 선생님께서 오셨습니다. 두 분 모두 내년 2월이 정년인데 늘 함께 해주시는 열정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박수가 터진다. 이어 지부장, 정책실장 소개를 하고 조창익 지회장이 소리대를 잡는다.
“조합원 동지 여러분, 반갑습니다. 우리는 참교육 전선에 서있습니다. 전선에 서있지 않으면 참교육은 거듭나지 않습니다. 동지들 이렇게 모시고 결의를 다짐해 봅니다. 목포의 1,000 여 조합원과 함께 우리는 교육 안팎의 문제에 대해 참으로 열심히 단결, 투쟁해 왔습니다. 교육희망을 푸른 창공에 쏘아올렸습니다. 현재 목포교육청과 싸우고 있습니다. 시교육청은 혼란한 상황(다면평가로 인한)을 읽지 못하고 있습니다. 학부모, 학운위를 통해 압박하려 하고 있습니다. 시교육청의 이러한 치졸한 작태에 대해 우리 지회는 한 치 흔들림 없이 강고하게 싸워나갈 것입니다. 지난 9월,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범국민운동본부가 닻을 올리더니 마침내 11월 24일 전국화했습니다. 오늘 홍세화 선생님 모시는 귀한 자리 마련했습니다. 선생님들, 동지들, 우리가 희망입니다. 어쩌면 내년 신유신시대가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진보, 개혁세력의 운동은 지리멸렬합니다. 상실에 대한 두려움도 있습니다. 하지만 칼바람을 뚫고 나아가려는 확고한 신념이 여러분의 얼굴에 일고 있습니다. 반갑습니다. 고맙습니다!”
“다음은 교원정원감축에 맞서 15일간이나 단식투쟁을 하셨던 구신서 지부장님을 모시겠습니다!”
“동지들, 대단히 반갑습니다. 1,000 명 조합원을 가진 목포지회 든든합니다. 다면평가 전국투쟁을 이끈 지회장님, 조합원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지난 주 월요일 합의를 하고 난 뒤 화요일부터 일주일 동안 백련사에서 지냈습니다. 거기서 지내는 동안 신문, 인터넷 안 보고 있었습니다. 생각이 깊으면 지혜가 생긴다나요? 가을 전체를 좋은 곳에서 보냈습니다. 어제 중집이 있었고 교육부 방문했습니다. 다면평가에 대해서 교육부도 현장의 저항을 인정하고 이후 검토한다고 합니다. 입장이 변화해 가는 것 같습니다. 근평폐지, 교선보 투쟁 내년에 이어가야 합니다. 전남 221명 감축한다는 계획은 농어촌 교육 파괴행위입니다. 도교육청에 책임을 묻는 것(단식투쟁)이었습니다. 내년 예산 확보해서 감축되는 부분에 대해 자체 예산 세워서 하겠다 했습니다. 200억 이상이 들어가는데 하루에 20억씩 벌었습니다. (일동 웃음) 대선에서 누가 정권을 잡든 .... 희망.... 에피소드 하나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제가 목포지회장 할 때 홍세화 선생님을 모셨는데요. 식당에서 맛있게 식사하고 선생님 노래,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함께 부르고 좋은 시간 보냈는데 출장비를 안 드렸습니다. 그래서 혹 목포는 잘 대접하는 것으로 끝내는 것인가 하는 오해를 하셨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일동 웃음) 이 자리를 마련한 집행부 동지들 애쓰셨습니다.”
이어 목포지회 투쟁 영상이 흐른다. 8월 하순부터 시작한 정진상 교수의 자전거 대장정, 거기에 결합해서 광주까지 함께 한 나무나루 동지들.... 비가 와서 하얀 비닐옷을 걸친 채 자전거를 타고 가는 모습.... 11월 24일 평화광장에 날아든 천사들의 자전차 행렬, 시간을 거슬러 10.13 전국교사대회, 5.23 나주 전국교사대회, 다시 돌아와, 최근 벌인 목여중, 유달중 동지들의 다면평가 저지 투쟁 장면, 장면들....
‘아, 처절히도 아름다운 모습이여!’
투쟁영상이 다 흐르고 난 뒤, 펼쳐진 자막이 내 가심을 벌렁이게 헌다.
“꿈은
투쟁을 통해
현실이 됩니다!”
사회자가 홍세화 선생 소개를 허고 드디어 강연의 막을 올린다.
“예, 반갑습니다. 에~ 이제 바야흐로, 에~ 교육공공성 확보에 관한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습니다. 대학평준화는 우리 아이들이 엄청난 질곡에서 해방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학부모에게는 사교육비 부담을 덜고, 교사에게는 고등학교까지 대학입시에 얽매여 자유스럽지 못해왔는데 자유인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해줍니다. 교육 3주체 모두 해방시키기 위한 과업입니다. 입시폐지, 대학평준화에 모든 교사들의 동참을 호소합니다. 어찌 보면 쌩뚱 맞은 주장에 적지 않은 교사가 황당해합니다. 이 운동은 사회 문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새로운 불길이 일고 있습니다. 어제 홍성고에 다녀왔습니다. 동아리에서 입시폐지대학평준화 공부를 했답니다. 학생선포식을 12월 27일에 할 예정이랍니다. 고등학생이 나서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수 있습니다. 우리는 그동안 공격적인 자세를 갖지 못하고 수세적으로 대응해왔습니다. 참여정부의 학습효과입니다. 희망을 품지 못하고 좌절하고 소극적이고 부정적이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도 ‘될까?’ 하는 회의를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적극적으로 모든 분이 국본에 참여하는 적극성을 당부드립니다.”
자신이 체험했던 일 두 가지를 말씀허신다. 파리로 망명해가서 두 아이 다 프랑스 교육을 받았는디 딸은 파리 3대학을 아들은 파리 10대학을 나왔단다. 파리에는 13개 대학이 있는디 다 파리대학이란다. ‘리옹’에도 4개의 대학이 있는디, 리옹대학에서 파리대학원으로 갈라고 맘만 묵으믄 얼마든지 갈 수 있단다. 허락만 떨어지믄.... 글고 유럽은 ‘평준화’란 말 자체가 없단다.
“‘리퍼블릭’이란 말은 공공성을 담보하고 있습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는 좌파의 주장이 아닙니다. 공화국의 요구입니다. 무상교육, 무상의료가 좌파나 사회주의자들의 주장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은 공공성이 없다는 반증입니다. 대한민국은 분명 민주공화국인데 공교육은 배반당해왔습니다. 민주주의도 공공성도 없이 일제 잔재 교육만 답습해 왔습니다. 일제가 정형화한 학교구조가 엄존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홍선생 본인도 일제교육에 익숙해 있던 터라 파리의 교육에 희한해 했단다. 학교들이 작고 운동장도 없고, 집합도 없고, 구령대도 없고, 조회대도 없더란다. 마침내 익숙한 학교를 찾었는디 바로 군사학교더란다. 강당을 가득 메운 사람들한테서 웃음이 터진다. 홍세화 선생의 목소리가 더 높아진다.
“학교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곳이 결코 아닙니다. 교장은 국가주의 교육에 충실한 마름입니다. 일제 때나 똑같은 이런 구조에서 교사는 자유인이 아닙니다. 전교조 선생님들 싸워야 합니다!”
교육 공공성 확보를 위해 전교조가 강하게 싸울 것을 주문한다. 무담씨 낯뿌닥이 삘개질락헌다. 삼성 비자금 사건에 대해 기자들한테 ‘삼성공화국’이란 말을 쓰지 말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어떻게 삼성공화국이란 말을 감히 쓸 수 있느냔다. 생각해 봉게 그렇다.
“프랑스는 국민소득 6~7천 불 시대에 평준화를 했습니다. 국민소득 2만불 시대를 내다보고 있는데 평준화를 못한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제 두 아이는 학원에 다닐 필요가 없었습니다. 아이들 교육에 조금도 신경 안 썼습니다. 머리 아픈 일도 없었습니다.”
어느 나라의 ‘믿거나 말거나’에 이런 얘기가 있단다. ‘한국의 고등학생들은 밤 11시 반까지 잡아 놓는단다!’ ‘믿거나 말거나’의 이야기에 여그저그서 헛웃음이 터진다.
“7월초, 취재차 이랜드 노동자들이 파업하고 있는 데에 갔습니다. 거기서 열 분한테 짓궂은 질문을 했습니다. 하루 종일 일해서 한 달에 받는 80만원 어디에 쓰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식들 사교육비에 절반을 쓴다고 합니다. 두 번째로 지금까지 어느 당에 투표했느냐고 물었습니다. 삼분의 이가 에이치 당, 나머지 삼분의 일이 그 당시는 아직 안 닫혀있던 당이었습니다. 민주노동당은 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 분들은 자신이 노조에 가입하리란 것도 파업을 하리란 것도 꿈에도 상상을 못해 봤다고 합니다. 미안하다고 합디다. 일이 닥치니까 세상이 보이더랍니다.”
우리 교육도 문제를 제대로 짚고 있는지 반문한다. 대학평준화는 계급적 문제란다. 고등학교 교육이 정상화해야 문제풀이에서 해방될 수 있단다. 아이들이 세상 보는 눈을 뜨게 할 수 있단다.
“20 대 80은 사회양극화이자 민주주의와는 모순입니다. 데모크라시는 ‘다중지배’의 뜻입니다. 왜, 민주주의 사회에서 20이 80을 지배하고 있습니까? 왜 80은 20한테 지배당해야만 합니까? 이는 자본이 장악한 대중 매체와 학교교육에 책임이 있습니다. 80에게 20의 의식을 강요하고 관철해왔습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 효율과 경쟁이 넘치는 나라! 왜, 우리 청소년들은 세상을 보는 눈을 못 뜨는가?”
유럽의 청소년들은 사적 이해관계에는 밝지 못하나 공적(사회적) 관계에는 대단히 분명한 입장을 지니고 있단다. 그에 반해 우리 아이들은 개인의 이해관계에는 영악허지만 사회에는 무관심허단다. 이는 공부내용에 문제가 있어서란다. 단편적인 암기나 문제풀이나 하고 책읽기나 토론을 전혀 안 한 데서 비롯한단다.
“한국 사회를 바보로 만든 기제는 이렇습니다. 백 점 만점에 팔십 점 받아오면 대번, ‘몇 등인데?’ 합니다. 프랑스는 20점 만점에서 10점만 넘으면 됩니다. 80점 맞았으면 16점 정도 되니까 대단히 잘한 겁니다. 10점만 넘으면 자격이 됐다해서 책 읽고 토론합니다. 우리 나라는 공부내용이 대단히 편협한 것들이고 세상 보는 눈을 닫게 합니다. 능력도 없는 자들이 계속 지배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미성년자들을 1등급에서 9등급까지 등급을 매기는 만행을 용인헐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인다.
“학생들은 평가해서 등급을 매기는 일을 용인하면서 왜 교사들은 평가(교원평가)를 반대합니까? 형평성이 안 맞지 않습니까? 균형감각이 없습니다.”
‘하먼이라! 학생을 상대로 헌 갖가지 평가 없애부러야쓰요! 누가? 전교조가!’
“20점 만점에 10점만 넘으면 통괍니다. 절대평가여서 그렇습니다. 석차? 필요없습니다. 등급 매기는 것 상상도 못합니다. 우열반? 상상도 못합니다. 고등학교까지는 대단히 자유로우나 대학에 가서는 반전됩니다. 우리는 성적에 따라 대학과 학과를 배치당합니다. 그러나 거기는 대학을 선택해 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공부 안 하면 당연히 내쫓습니다. 우리는 4년 대충 공부해도 졸업장 받고 그 졸업장이 유효하지만 거기는 그렇지 않습니다. 몽뻴리(?)대학(의대) 1학년이 1,850명인데 2학년은 220명입니다.”
유럽의 대학은 피라미드 식이다. 공부 안 허믄 짤린다. 허기사 정부가 미쳤다고 공부 안 허는 아그덜한테 생활비 대주고 대학에 붙들고 있겄는가?
“제가 그래도 한국에서는 내놓으라 하는 학교들을 주루룩 나왔는데 가끔 옛 동창들 만나면 한심한 생각만 듭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상당히 똑똑했던 사람들인데 죄다 조선일보 말만 합니다. 이는 중고등학교 시절 비판적 안목을 기르지 못한 때문입니다. 민주공화국을 살아가는 의식이나 안목이 없습니다. 우리는 정상적, 상식적인 사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구해내야 합니다!”
대입 철학 논술 주제를 소개헌다.
1. 국가는 개인의 적인가?
2. 모든 권력은 폭력을 동반하는가?
3.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정확한 답변을 허용하는가?
4. 신이 없다면 모든 인간의 행위는 용인되는가?
이 중 하나를 골라 4시간 동안 논술하게 헌단다. 우리 아그덜의 독서량, 사고력 갖고는.... 글씨....????
“제가 딸아이의 학교로부터 가정통신문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어떻게 성장할 나이에 1시 넘어 재울 수가 있느냐는 항의였습니다. 수업시간에 졸아서 물었던가 봅니다. 애는 소설이 재미 있어서 4시까지 읽고 잤다고 합니다.”
‘4당5락!....????’ ---- 헛되고 헛되도다!
“피에르부르뒤에는 ‘지적인종주의’란 말을 썼습니다. 이는 성적의 결과로 사회적 차별을 하는 것을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을 뜻합니다. 아이들의 등급을 매기는 우리는 전부 ‘지적인종주의자’입니다. 전교조는 왜 공부를 안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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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68혁명을 통해 평준화를 이뤘다고 한다. 교육을 통해 계층순환이 가능토록 무척이나 고민했단다. 소수의 엘리트들이 특권적 지위를 누리지 않게 헐라믄 학문과 권력과는 긴장관계를 유지해야 헌단다.
“그들은 대학에 가면 철저히 경쟁합니다. 의대생이 졸업하면 전국 석차를 줍니다. 1등부터 가고싶은 곳을 고르게 합니다.
대학 평준화! 교육의 세 주체를 다 살리는 길입니다. 비판과 견제능력을 키우는 길입니다.
우리 중고등학생들, 연애 좀 하게 합시다!”
“와하하하!!!!” <땡>
첫댓글 잘 읽어봅니다. 선생님 글을 읽을 때마다 궁금한 것이, 어떻게 이리 정확히 기억하실 수가 있죠??...혹시 녹음이라도?^^
받아적었다가 옮길 따름입니다. 아참, 말씀허신 분의 견해, 주의, 주장에 벗어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가끔썩 손질을 허기도 헝만이라? ^^*
음메 기죽어.....그나 저나 중고생만 연애말고 나같은 놈도 국가가 책임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