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국대전/經國大典
국가 통치의 근간으로부터 노비(奴婢)의 출산휴가 일수와 양반집 여인네들의 치마폭 넓이까지도 규정한 조선 최고의 법전 '경국대전'을 살펴봅니다.
기본 법전이 없이 왕법만으로 통치를 하던 고려와 달리,
조선은 법치(法治)를 통치의 근간으로 삼고자 했던 사회이다.
이는 고려 왕조의 정치에 불만를 품었던 신진 사대부들이 조선 건국의 주도세력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왕조의 설계자인 정도전은 최초의 법전인 '조선경국전(朝鲜經國典)'을 편찬하였다.
조선 건국 초기에 법률체계가 통치체계와 맞지 않은 점이 많았고,
미비하여 통일된 법전의 필요성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자, 세조에 이르러 본격적인 법전 편찬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세조의 죽음에 이어, 예종의 급작스런 죽음으로, 성종에 이르러서야 드디어 경국대전을 완성하였다.
성종 16년(1485)에 반포된 경국대전은
숭유억불(崇儒抑佛) 정책을 표방하고 조선왕조 통치체제의 기본방향을 제시하였다.
조선은 고려시대 불교를 숭상한 '숭불정책'을 배척하여,
불교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으로 간경도감(刊經都監)을 폐지(1471년) 함과 동시에
도성안의 모든 사찰을 성 밖으로 내보냈다.
또한 유교를 숭상하기 위하여 존경각(尊經閣)*을 설치하였다.
조선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경국대전'은 국정의 기본원리로 부터 사회풍속에 관련된 내용까지
총 319개의 법조문으로 구성되었다.
'이전(吏典)'은 중앙과 지방의 행정직제와 관리의 임면(仁免)에 관련된 인사제도.
'호전(户典)' : 조세와 토지제도, 노비제도 등 경제관련 법률.
'예전(禮典)' : 과거(科擧)와 교육, 외교 등의 국정 부터 관혼상제(冠婚喪祭)에 이르기 까지의 규정.
'병전(兵典)' : 무관(武官)의 직제 및 군사제도 외에 역참에 관한 규정.
'형전(刑典)' : 형법과 재산상속에 관한 내용 외에 노비제도에 관한 법률.
'공전(工典)' : 도로, 도량형(度量衡) 등의 건설 관련 법규와 수공업자에 관한 규정.
경국대전에서는
국정의 기본원리와 형법, 민법 외에도 사회풍속에 관한 흥미로운 내용도 찾아 볼 수 있다.
'형전'의 내용 중 공노비(公奴婢)는 출산 전 30일, 출산 후 50일 도합 80일의 휴가를 줘야한다는 규정이 있고,
'예전'의 관혼상제 규정은 아주 세세하여 이를 위반할 시 형벌을 가하는 규정도 있다.
이 내용에는 사대부 양반가 여인네들의 사치를 금하기 위하여
속치마의 폭이 12폭을 넘어서는 안된다는 재미있는 규정도 보인다.
오늘날의 육법전서(六法典書)는 조선의 성문헌법인 경국대전의 체제에서 비롯된 말이라 할 수 있다.
* 존경각은 정조에 이르러 규장각(奎章閣)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