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望海亭 망해정(望海亭)에 올라 休靜
客登望海亭 나그네가 망해정에 오르니
大風激大水 큰 바람이 큰 물에 부딪히네.
白浪翻長鯨 흰 물결 속에 큰 고래 요동쳐서
銀山摧復起 은산이 꺾였다가 다시 일어서는 듯하네.
驚天動地聲 하늘과 땅을 놀라게 하는 소리
萬古無終始 만고에 시작도 끝도 없구나.
回首望南中 머리를 돌려 남쪽을 바라보니
泰山如人砥 태산이 숫돌 같구나.
雁沒楚天邊 기러기는 남쪽 하늘 끝으로 사라지고
皓月生鏡裏 거울 속에 밝은 달이 생겨나네.
疑坐大鵬背 마치 큰 붕새의 등에 앉아
逍遙九萬里 구만리 장천을 소요하는 듯하구나.
問客客是誰 나그네에게 묻노니, 그대는 누구이신가?
客是淸虛子 나그네는 바로 청허당 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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楓嶽山 풍악산 休靜
壯哉楓岳山 씩씩하구나, 풍악산이여!
截然高屹屹 깎아지른 듯 우뚝하구나
幾經風與雨 몇 번이나 비바람 겪었을까?
脊梁長不屈 등줄기는 언제나 굽히지 않네.
幾經雪與霜 몇 번이나 눈서리 겪었을까?
落落扶天立 꿋꿋이 하늘을 받치고 섰구나.
亦多老松杉 오래된 소나무 삼나무도 많으니
靑海通雲濕 푸른 바다와 구름의 습기 통하여서이겠지.
珍重古之人 보배롭고 소중한 옛사람이여!
與山猶相揖 산과 더불어 서로 허리 굽혀 절하였네.
天生大丈夫 하늘이 낳은 대장부는
節義要先習 절의를 먼저 익혀야 하네.
我來一登臨 내가 와서 한번 올라보니
天邊紅日入 하늘 끝에 붉은 해가 지는구나.
獨宿塔寺空 홀로 자는 절은 고요하기만 한데
如聞龍象泣 마치 훌륭한 스님의 울음소리 들리는 듯하네.
풍악산(楓嶽山)
한국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하는 금강산은 계절마다 달리 불리
는 별칭이 있었다.
봄에는 온 산이 새싹과 꽃에 뒤덮이므로 금강(金剛)이라 하고
여름에는 봉우리와 계곡에 녹음이 깔리므로 봉래(蓬萊)라 하고
가을에는 일만 이천 봉이 단풍으로 곱게 물들므로 풍악이라 하고
겨울이 되어 나뭇잎이 지고 나면 암석만이 앙상한 뼈처럼 드러나므로 개골(皆骨)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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戰場行 전쟁터 休靜
憶曾當日水戰時 일찍이 그날 수전을 벌이던 때를 생각해보면
萬艇飛海如天鶻 만 척의 배는 하늘의 송골매처럼 바다를 날았었지.
兩兵交攻杳莫分 양쪽 병사 서로 쳐서 분간할 수 없었고
忍痛大聲波欲渴 고통 참는 고함 소리에 물결조차 목이 마른 듯하였지.
霜劒如林飜日色 서릿발 같은 칼은 숲을 이루어 햇빛에 번득였으니
斬盡千頭如一髮 천 개의 머리를 베는 것을 터럭 하나같이 하였지.
茫茫碧海驚魂泣 망망한 푸른 바다엔 놀란 혼이 울고
夜月寒沙照白骨 밤 달은 차가운 모래밭 백골을 비추누나.
百里春林燕子飛 백리의 봄 숲에는 제비가 날아다니고
柳村無人鸚語滑 사람 없는 버드나무 마을엔 꾀꼬리 소리만 흐르누나.
君不聞 그대 듣지 못하였는가,
太平日久人心頑 태평한 날이 오래면 사람 마음이 미련해져서
放逸懈怠天亦罰 방일하고 게으른 자 하늘도 벌을 주심을.
客過秋風一杖去 가을바람에 지팡이 하나로 나그네는 떠나가는데
古寺斷碑荒草沒 옛 절의 동강난 비석은 거친 풀 속에 묻혀 있네.
전쟁터 :
임진왜란 때의 일을 가리키나, 정확하게 어디를 두고 지은 시인지는 알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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次李方伯韻別 이사또 시의 운에 맞춘 이별시 休靜
早脫紅塵網 일찌감치 붉은 먼지의 그물을 벗어나
招提獨閉門 절로 들어가 홀로 문을 닫았네.
今逢千里客 이제 천 리에서 온 나그네를 맞아
來破萬山雲 만 산의 구름을 걷어 헤쳤네.
出野麟無族 들판을 벗어나니 가족 없는 사슴이요
歸嵒鶴失群 돌아온 바위엔 무리 잃은 학이로다.
梨亭從此別 배꽃 핀 정자에서 이제 이별하노니
對月更思君 달을 보며 그대 생각하리라.
붉은 먼지 : 세속의 번뇌를 의미. 공중에 떠오른 티끌이 햇빛을 받아 붉게 보인
다는 뜻. 세속에서의 생활은 먼지와 티끌처럼 욕망과 번뇌로 떠다닌다는 의미
로 쓰이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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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정 선사의 시는 참으로 아름답다 눈이 시릴정도로 아름답다
한폭의 수채화 같다는 느낌이 매번든다
하루살이도 마음이란게 있어 감성이 이토록 아름답다
아름 다운 감성을 지닌 하루 살이 인생을 생각하면 마음이 또 슬퍼진다
아름 다운 감성을 지닌 존재들이 끝없는 고통의 아웃사이더로 우주를 배회한다
그래서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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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매화가 비를 맞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