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청암문학 봄호(27호) 원고
<바닥 論>
돌샘 이길옥
세상이 참 지랄 같아서
맘대로 뜻대로 안 되는 곳이라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바닥난 통장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던 친구
더는 내려갈 곳 없어 밑바닥이 되던 친구
구겨진 휴지처럼 밑바닥에서 뭉개지던 친구
바람에 밀리는 찢긴 비닐봉지처럼
흙 범벅이 된 바닥에 뒹굴던 친구
바닥 다 닳은 구두 벗어 바닥을 치던 친구
그런 친구가
척척하게 젖어 질퍽거리는 시장 바닥을 밀고 다니는
오체투지와 맞닥뜨린 날
쿵, 하늘이 무너뜨리는 천둥으로 놀라고
번쩍, 하늘을 가르는 번개의 칼날에 자지러지다가
바닥에서 벌떡 일어나
형편없이 찌그러진 정신을 수습하더니
바닥은 떨어져 깨지는 곳이 아니라
바닥은 포기자들의 낙원이 아니라
바닥은 절망의 놀이터가 아니라
무릎에 불끈 힘 실어주는 곳이라고
희망의 기둥을 세우는 곳이라고
삶의 심지에 불을 놓는 꿈의 발원지라고
새 페이지에 쓴다.
<고민의 방식>
돌샘 이길옥
티를 내서는 안 된다.
낌새나 기미를 보여서는
더더욱 안 된다.
눈치채게 해서도 안 된다.
조짐이나 징후를 보이는 것도
금물이다.
내색하지 않아야 한다.
혼자 조용히 삭여야 한다.
푸념을 들어줄 사람 없다.
속내 털어도 등 돌린다.
얼굴에서 기색을 거둬야 한다.
<약력>
○통일생활 신춘문예 시부 당선(74), 교육자료 시3회 추천 완료(75), 자유문예 외5개 문예지 시 부문 등단.
○한국문협, 광주문협 회원.
○현)사단법인 광주시인협회 이사장.
○아시아 서석문학 신인상 심사위원장, 청암문학,신인상 심사위원.
○대한 문학세계 창작문학예술인상 대상, 한국문학신문 시 부문 대상 수상,
광주문학상, 설록차 문학상, 광주 시문학상, 광주예총 문화예술상, 아시아 서석문학상 대상 수상,
청암문학상 대상 수상, ‘문학의 봄’ 올 해의 작품상 수상, (23~24). 청옥문학상 대상 수상(2024).
○시집 : 『하늘에서 온 편지』, 『물도 운다』, 『出漁』, 『아부지 아라리오』, 『엄니 아리 랑』, 『웃음의 뒤쪽』,
『사람 읽기』, 『시가 살기 참 좋은 곳』, 『바보들의 저녁 식사』 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