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천일야화] 강화 와인 - 버무스(Vermouth)
(2000.12.05. 스포츠서울) [이종기 두산씨그램 공장장]
프랑스 식단이 화려하지만 와인에 관한 한 이탈리아도 프랑스 못지않다. 이탈리아의 정식에는 다양한 와인과 증류주가 서빙된다. 아페리티프(식전에 식욕 촉진제로 마시는 술)와 식사 도중에 마시는 테이블 와인 그리고 후식과 함께 마시는 증류주가 필수적으로 제공된다. 필자는 밀라노에서 몇차례 이탈리아 정식에 초대된 적이 있었다. 와인잔이 네가지나 나오는데 우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식사라기보다 술자리에 초대된 느낌이었다. 특히 이들의 후식주는 도수가 얼마나 높은지 한잔 마시고는 취하고 말았다.
그런데 아페리티프로서 나오는 술은 대개 버무스(이탈리아어식 발음으로는 베르무트)였는데 맛이 산뜻해 입속에 침이 저절로 생겼다.
버무스는 여타의 강화 와인과 향미가 완전히 다르다. 버무스는 와인을 주정으로 강화한 다음 향미식물을 가미한 것이다. 이와 유사한 강화 와인으로서 셰리나 포토는 알코올 농도를 강화한 다음 오크통에서 숙성하는 동안 품질 변화가 일어난다.
따라서 셰리나 포토에 있어서는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블랜더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버무스는 공산품처럼 품질 변동이 거의 없다.
버무스의 원천은 고대 그리스에서 변질된 와인의 맛을 위장하기 위해 쑥을 넣은 데서 유래한다. 그런데 위를 보호하며 강정제 역할을 하는 쑥의 약리작용 때문에 초기 버무스는 약으로 복용되었다. 버무스의 어원은 쓴 쑥에서 유래했다. 후에 계피, 오렌지 껍질, 생강 등이 첨가제로 사용되었다.
버무스의 주산지는 북부 이탈리아의 알프스 산록 지역과 프랑스의 남동부다. 이 지역에서는 양질의 와인과 아울러 많은 향초가 생산되는 곳이다. 이탈리아산 버무스는 레드와인에 주정을 첨가한 후 당을 가미해 향초를 침지한다. 따라서 이탈리아 버무스는 단맛(스위트)이 강하다. 향초도 비교적 부드러운 것을 주로 사용한다.
반면 프랑스 버무스는 화이트 와인에 주정을 첨가한 후 향초를 넣는다. 이 때 쓴 쑥이 포함되어 쓴맛(드라이)이 매우 강하다. 이런 연유로 소비자들은 단맛의 버무스를 이탈리안으로, 쓴맛의 버무스를 프렌치로 표현하기도 한다. 버무스는 약제로 출발한 이미지 때문에 대량 소비되지는 않으나 식전주로서 널리 음용된다. 또한 특이한 향미로 인해 버무스는 칵테일에 사용되어 꾸준하게 일정량이 소비된다.
대표적인 칵테일로서
마티니는 3온스의 진과 1온스의 드라이 버무스로 만든다.
브롱스(Bronx)는 진과 드라이 버무스와 스위트 버무스를 2대1대1로 섞어 만든다.
버무스의 유명 브랜드로는 이탈리아산 마티니 엑스트라 드라이(Martini Extra Dry)와 프랑스산 두보네(Dubonnet)가 있다.
- - - - - - -
*Noilly Prat(노일리 프라) : 프랑스 마르세유에 있는 노일리 프라(Noilly Prat)사의
혼성주, 베르무트의 유명 브랜드, 연한 담색 쓴 맛
*Cinzano(친자노) : 이탈리아산 베르무트의 유명 브랜드, 진한 적색 단맛
*Dubonnet(뒤보네) : 두보네(×)
*블랜더(×) → 블렌딩(blending)
*vermouth의 나라별 표기와 발음
ㄱ.vermouth[베르무트]ⓕ
ㄴ.vermut[베르무트]ⓘ
ㄷ.vermouth(vermuth)[버무스]ⓐ
ㄹ.vermouth(vermuth)[베머스]ⓔ
'국립국어원'에서는 'vermouth(베르무트)'로 규정함.
.벌무스, 버머스, 베르뭇 → (×)
13.02.27. 보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