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락산입니다.
며칠 전 히말라야님의 글을 보고
이참에 한번 연습삼아 도전해 봐야겠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토요일 오전에 나섰습니다.
제가 체력이 좀 저질이라서
간단한 장비만 가지고 출발했습니다.
가평을 지나 소양강을 끼고 강촌역을 통과해 춘천시에 진입.
일주일 전부터 매일 2시간 넘게 자전거를 타서 연습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체력소모가 많았습니다.
목적지(여러분들이 아시는 ㅋ)를 향해가는 시내버스 노선과 달리 소양강을 끼고 달리니 후평동이 매우 가깝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습니다.
고개가 시작되고 페달이 천근같이 느껴집니다.
XXX막국수 집에 들려 요기라도 하려니 혼자라서 식사차리기가 어렵다십니다. 헐....
비스켓과 물로 점심요기를 하고 고개를 다시 넘습니다.
사진으로 보니 더 정이 가는 자전거입니다.뭐 썩 좋은 건 아니지만.. 울프백의 데이팩을 자전거에 어찌어찌 달아보니 나름 라이딩팩이 되었습니다. 자전거는 6년전에 구입해서 변속계통을 제 손으로 직접 바꾼거라 정이 갑니다. urban 로드 타이어를 끼고 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때까지는...
해발이 제가 생각해도 좀 쑥스럽습니다. 340m라니.. 고생스런걸로치면 3.4km는 되는 듯..
정상 터널을 지나 내리막길을 달리는 기분은 적당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네요. 다른 쾌감과는 양상이 다른 듯합니다. 재산님과 통화를 하면서 인생이 이것과 같지 않을까라고 우스갯소리로 나눴습니다. 귀엽게 봐주시고요^^
보건소 옆 가게 아주머니는 이제 얼굴이 익어서 반갑게 맡아 주시면서 라면을 끓여주시고 반찬도 근사하게 준비해 주십니다.
벌초주간이라 이곳 토박이부터 타지에서 생활하시던 분들이 벌초하러 들렸다가 가게에 들립니다.
자전거를 보시고서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십니다. 어디가 좋으니 어디를 가보라.. 고개를 넘어온것이 대단하니 잔한잔 받으라.. 이런 저런 호기심과 격려를 해 주십니다.
식사를 하고 냄비는 빌리고 밥두끼분과 김치를 얻어 목적지로 향합니다. 담배와 몇가지 일용품 사면서 잔돈을 안 받고 대신 빌려주시라고 부탁하여서요.
비포장도록를 지나 산길을 지나고 계곡을 건넙니다. 오프로드 타이어를 끼고 올걸 그랬습니다. 너무 미끄러워서 몇번이나 계곡아래로 떨어질 뻔 하고..신발은 물에 빠지고 몸은 땀에 젖고 게다가 혼자 잘 걸 생각하니 두려움도 있지만 이왕여기까지 온거 가보자고 해서 계속 산으로 들어 갑니다.
그런데 목적지에 다다랐더니 이게 왠일입니까..!! 대장님과 예티분들께서 한판 자리를 벌이고 계셨습니다.
어찌나 다행이던지.. 먹거리는 당연하고 혼자 어두운 밤을 보내는 두려움이 싸~악 가셨고.. 반가왔습니다.
라이딩시의 무게감은 산행의 무게감과는 달라서 기대하면서 보수했던 타프와 아이스팩은 가져오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가지고 가서 정말이지 너무 심플하게만 들고 갔는데 효율적이고 가볍고 좋더군요..얻어먹을 수 있었던 뻔뻔함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무게를 줄이는 방법은 그냥 덜 가지고 가서 얼마나 부족한가를 알고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게 아닌가 저 나름대로 생각해봅니다. ㅋㅋㅋ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함께 보내고 아침이 왔습니다. 대장님과 예티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다시 하산을 하였습니다.
아침 햋살의 숲길은 늘 보던 오후의 표정과는 다릅니다. 평탄한 곳에는 자전거를 직접타고 가파른 곳은 손으로 끌고 들고 뭐 그렇게 내려갑니다. 여기 코스를 산악자전거 코스로 개발해도 좋지 않을까?
늘 저 물을 보면서 저기 한번 알탕해야하는데 벼르고 있다가 이번에 드디어 했습니다. 야호~~
물깊이가 생각보다 깊지는 않습니다. 쇄골정도 깊이.. 사진은 파노라마앱으로 한컷 찍어보았습니다.
좀 많이 좋습니다. 여기요..
제가 오전에 일찍 내려온 이유는 단 하나! 전 날 너무 고생스러워서 상경할때는 버스에 싣고 전철을 타고 가려고 9시20분 버스를 타기 위함이었는데... 놓쳐버려 다시 고개를 넘어야 했습니다. 죽도록 페달을 밟는데 BMW 크루져가 쌩하니 지나가는것이 부럽기도하고 얄밉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알탕과 더덕과 숨이 차오르는 헐떡거림을 알기에 살짝 웃어주고 스쳐갑니다.
춘천이 10여 km 가량 남은 내리막길에서 이름없는 무명의 스네이크가 압사한 것을 보았습니다. 바짝 마르지 않은 것으로 봐서 새벽에 압사한 것 같습니다. 뱀..! 그 녀석은 이렇게 허무하게 그의 삶을 마감할지 예감을 했을까요? 이런 저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흔한 메뚜기와 개구리의 압사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왜일까요??
아이폰이 셀카가 되지 않고 찍기도 어렵거니와 생각도 않았는데...
반사경이 보여 한 컷 ㅋㅋㅋ 처음 찍어보는 셀카입니다. 양해바랍니다. 꾸벅
소양강을 끼고 역으로 가서 급행을 타고 서울에 도착하여 무사히 초보자전거비박을 마쳤습니다.
예티분들의 걱정. 격려. 비박지에서 기대치 않게 만났던 예티의 환영에 즐겁고 재미난 여행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동기부여가 되었던 히말라야님꼐도 감사 말씀전하며 이상 조촐한 33시간의 락산자전거여행기였습니다.
힘찬 한주 시작하시고 감사합니다.
첫댓글 아..드뎌 해내셨군여... 초보자전거비박 무사히 마치게 된것을 축하드려요
뭐든 도전한다는것은 좋은일 입니다
뜻밖의 비박지에서 예티님들 만나게 되신것은 사진과 글을 읽으면서도 제가 다 반가웠습니다
락산님은 역시 재수없는분은 아닌듯 합니다..ㅎㅎㅎ
사진과 글 잘 읽었습니다..
대단한것도 아닌데요 뭘
와 저희 비박지 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신건가요? 전에 갈때 계곡 타고 가서 그런지 자전거로 가는건 상상이 안간다는
락산님
조만간 희말라야 산으로 가시겠네~~ㅎㅎㅎ
이것이 인생이다. ㅋㅋ 대단합니다^^
멋져
락산님... 장하시네요.^^ 그래도 예티와 합류해서 비박했다니 다행이네요.^^
자전거 여행....그 기간이 길면 길수록 극한의 고통뒤에 느끼는 후련한 극한의 쾌락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내년엔 한 번 평화의 댐을 여행하여 보십시요...굽이 굽이 99개 고개를 넘다보면 무한한 자유를 만끽하게 될 것입니다.*^*락산님~~~ 아름다운 여행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99개면.....ㅜㅡ 너무 많네요.
정말 대단하시고, 또 산에서 예티를 만나셨다니 얼마나 반가웠을까 그 느낌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락산님 멋지다!!!
아마 저곳에 자장구가 올라가기는 곰이 쑥이랑 마늘 먹고 사람이 된(이것이 바로 한민족적 서바이벌의 시초임) 이래, 혹은 지구 46억년 진화 역사 이래, 혹은 아담과 이브가 나뭇잎으로 빤스 만들어 입은(요것은 서구적 부쉬크래프트의 시원이라 할 수 있음) 이래 처음일 듯!!!
그럼 이제 예티가 세계 최초로 오지비박산악싸이클링알탕부쉬크래프팅&서바이벌전문 동호회가 되는 건가???
암튼 락산 멋지다!!!
ㅎㅎㅎ 화전민들이 아마도 엄청 들락날락했을거 같아요. 지게 짊어지고 바퀴도 없이.. 그거에 비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