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안 치우면 누가 치울 거여
쇠똥을 먹고 사는 뿔쇠똥구리
여름철 시골에 가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는 소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소가 풀을 뜯고 지나간 자리에는 항상 쇠똥이 남게 마련이지요
그런 것을 보면 으으~~ 냄새 하며 코를 막고
피하지 말고 자세히 들여다보세요
가끔 거기서 재미있게 노는 새까만 딱정벌레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겁니다.
딱정벌레를 보면 처음에는 탱크처럼 생긴 육중한 몸집에
커다랗고 뾰족한 뿔을 가진 이 곤충에게 겁을 먹게
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겁먹을 이유가 조금도 없답니다.
딱정벌레는 사람은 신경도 안 쓰고 쇠똥 밑으로
기어들어가 앞다리로는 부지런히 흙을 파고 뒷다리로는
파낸 흙을 땅 위로 밀어내는 데만 열중할 테니까요.
그럼 과연 이 딱정벌레의 정체는 무엇이면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알아볼까요?
쇠똥 다루기의 명수
이들은 바로 뿔쇠똥구리라고 불리는 풍뎅이과에
속하는 곤충입니다
쇠똥구리라는 이름은 원래 소나 말의 똥을 둥글게 굴리면서
살아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소개하는 뿔쇠똥구리는 쇠똥 밑으로 굴을
파내려가는 습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또 이 뿔쇠똥구리는 수컷은 머리 앞부분에 큰 뿔이 달려 있고
암컷은 뿔이 없기 때문에 암수 구분이 가능합니다.
7월이 되면 뿔쇠똥구리는 깊이가 20센티미터 정도 되는
굴을 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여기에 암컷과 수컷이 함께 살 수 있는 옆으로 길게
생긴 방을 만든 후 땅 위에 있는
쇠똥들을 땅 밑의 방으로 옮깁니다.
그런 다음 암컷은 이 쇠똥을 조금씩 떼어서
작은 구슬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지름이 2센티미터쯤 되는 쇠똥 경단을 만들고
나면 물구나무서듯 머리를 경단에 박고 구멍을 만들기
시작합니다.
구멍이 점점 깊어지고 쇠똥 경단이 마치 꽃병 같은 모양이
되면 암컷은 그곳에 배를 밀어넣고 알을 1개 낳습니다.
그리고 머리와 앞다리를 이용하여 뻥 뚫린 구멍을
감쪽같이 막아 버립니다.
암컷은 이러한 쇠똥 경단을 보통 5-7개 정도 만듭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쇠똥 경단의 크기가 거의 비슷합니다.
또 쇠똥 경단을 다 만들고 나면 방에는 쇠똥이 하나도
남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자신만의 계산 비법이 있는가 봅니다.
쇠똥 속의 새로운 생명
얼마 후 알에서 깨어난 애벌레는 쇠똥 경단안에서
쇠똥을 파먹으며 살아갑니다.
크기가 1센티미터 정도이고 머리만 커다랗고 꼽추처럼
구부러진 모습을 애벌레는 이듬해 봄이 되어서야
허물을 3번 벗고 번데기가 됩니다.
그리고 번데기는 40여 일이 지나야 어른벌레로 태어납니다.
새끼를 돌보지 않는 다른 곤충들과는 달리 모성애가
강한 뿔쇠똥구리 암컷의 보호와 노력으로 새로운 뿔쇠똥구리
태어납니다
그러나 어른벌레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뿔쇠똥구리가 금방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쇠똥 경단이 너무 단단하게 굳어져 있어
뚫고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빨리 비가 내려서 땅이 축축히 젖고 흙이 쇠똥경단을 부드럽게
해 주어야만 새로 태어난 뿔쇠똥구리는 비로소
세상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오랜 동안 땅 속 생활을 마치고 드디어 세상으로 나온
뿔쇠똥구리 하지만 지상 생활이 그렇게 편안하지만 않습니다.
어미가 보살펴 주던 땅 생활과는 달리 많은 위험이 도시리고
있기 때문이지요
조금만 방심해도 뱀이나 새,들쥐등의
천적에게 잡아먹히게 됩니다.
똥을 누면서도 계속 먹어 대는 대식가
뿔쇠똥구리에겐 먹잇감이 될 만한 쇠똥을 찾는 일도 쉽지 않습니다.
오래 된 쇠똥이나 신선하지 않은 쇠똥은 먹잇감으로 적당하지 않기
때문에 애벌레를 기르기 위한 쇠똥 경단을 빚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병이 나지 않은 건강한 소가 방금 실례한 똥을
찾아다녀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먹잇감이 있는 장소라야만 짝을 지을 상대도 찾기 쉽구요
더군다니 뿔쇠똥구리는 엄청나게 많은 양을 먹어 대는 대식가입니다.
그래서 입으로 계속 먹으면서도 동시에 항문으로는 줄줄줄 똥을 누고 있죠
한번 상상해 보세요
계속 먹으면서 똥을 누눈 모습을....
우습지요?
이렇게 뿔쇠똥구리가 계속 먹으면서 돌아다니며
똥을 누기 때문에 뿔쇠똥구리의 굴 속은 항상
새까만똥으로 지저분합니다.]
사라져 가는 뿔쇠똥구리
풀밭 위에 널려 있는 마른 쇠똥들은 발로 밟아도 잘 부서지지 않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잘 변하지 않습니다.
아주 오랜 세월 비바람을 맞고 세균이나 곰팡이가 침범하고
나서야 겨우 분해되기 시작하죠
뿔쇠똥구리는 세균이나 곰팡이 같은 역할을 해 왔습니다.
또 쇠똥 속에 들어 있는 섬유질을 분해시켜 배설하기 때문에
풀이 잘 자라게 하는 거름 역할도 한답니다.
그러나 요즘 다른 짐승의 분비물을 먹어 치워 들판의 청소부
자연의 환경 파수꾼 역할을 톡톡히 해 온
뿔쇠똥구리를 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환경 오염으로 점점 사라져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수꾼~개인이나 집단의 건강이나 사상 따위를 지켜
주려고 애쓰는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쇠똥을 굴리는 쇠똥구리
우리가 알고 있는 딱정벌레목에 속하는 풍뎅이 종류는
보통 나무나 풀잎을 먹고 삽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일부는 주로 초식 동물의 똥을 먹으며
살아가죠
이러한 무리를 통틀어서 쇠똥구리과 라고 하면 세계적으로
약 3천 종이 분포되어 있습니다.
이 가운데 똥을 굴리는 종류는 세계적으로 약 2백 종 정도밖에
안 되며 대부분은 쇠똥을 굴리지 않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왕쇠똥구리,쇠똥구리.긴다리쇠똥구리 등
3종만이 똥을 구리는 종류인데
요즘엔 거의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