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최정순(55) 씨에게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특별하다. 살아계셨다면 팔순 잔치를 크게 열어 드렸을 아버지 때문이다. 최씨는 잔치 대신 생전 아버지의 삶을 담은 100편의 시를 엮어 시집 <하늘의 아버지에게 보내는 시>를 냈다. 분단의 아픔과 아버지 최씨의 아버지 고 최재환(1932~2005) 씨는 6·25전쟁 탓에 삶을 송두리째 빼앗긴 사람이었다. 평북 박천 출신으로 경주 최가인 아버지는 김일성대학을 다녔고 일본 유학을 가기도 했다. 전쟁이 나자 인민군에 징집되어 전쟁에 나가 미군 스미스 부대의 포로가 되어 남한에서 휴전을 맞았다. 그때부터 아버지의 삶은 이데올로기에 저당 잡혀 갇힌 삶이 되었다. 최씨는 어릴 때부터 늘 정부의 감시를 받아오며 억눌린 아버지의 삶을 그대로 보고 느끼며 가슴에 새겨왔다. 지식인으로서 반듯한 성품의 아버지를 볼 때마다 가슴에 한이 맺혔다. 아버지가 결국 암으로 세상을 떠나자 그는 아버지의 삶을 회고하기로 했다. 그래서 낸 시집 <하늘의 아버지에게…>’에는 생전 아버지의 소소한 일상, 고향을 그리워하는 아버지의 마음 등이 소박한 언어로 그려져 있다. 그 속에는 망부를 그리는 딸의 애틋한 시선이 담겨 있어 읽는 이의 가슴을 촉촉하게 만든다. “아버지는 내 정신적 지주” 최씨는 평택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틈틈이 적어두었던 과거의 메모를 꺼내 시로 썼다. 일기 형식으로 기록된 메모들은 가슴 속 깊이 묻어 두었던 아버지의 한 자체였다. 그는 “자신의 삶이 아버지에게 항상 기쁨을 주지 못했던 것이 가장 죄송하다”라며 “살면서 어렵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아버지의 삶을 떠올리며 자신을 채찍질했다”라고 말했다. 이 시집은 그런 아버지에게 감사와 사랑, 그리고 딸이 보내는 위로의 선물이다. “시집이 나오자마자 임진각으로 가서 철조망에 두 권을 걸고, 추모관에 한 권을 넣었어요. 하늘에서 아버지가 보시고 제 마음을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어요.” 전쟁의 아픔을 겪은 세대가 아니더라도 느낄 수 있는 분단의 아픔, 그리고 부모를 섬기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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