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복음화 2020 운동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추기경은 2004년 교구 사목교서를 통해 전 교구민에게 2020년 인구대비 신자비율 20% 달성을 목표로 하는 '복음화 2020 운동'을 함께 할 것을 요청했다. 정 추기경은 "일생 동안 복음을 전파하신 예수 그리스도를 본받아 주님과 함께 교회 본질적 사명인 선교를 지속적으로 수행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을 하느님 사랑의 품으로 나가도록 하자"고 이 운동의 취지를 밝혔다.
2. 소공동체와 복음화 2020 운동
복음화 2020 운동은 서울대교구가 1990년대 초부터 이어오는 소공동체 운동을 심화하는 것이다. '선교사 교황'이라고 불리는 요한 바오로 2세는 소공동체를 신자 양성과 복음화 도구이며, '사랑의 문화'에 바탕을 둔 새로운 사회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소공동체 운동의 대부 오스왈드 히르머 주교는 소공동체 이념으로 △그리스도를 중심에 모시기 △공동체 건설하기 △선교 사명 수행하기를 제시했다. 소공동체 운동의 핵심에는 복음을 중심에 놓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주님 사명을 이어가도록 이끄는 '복음 나누기 7단계'가 있다.
복음화 2020 운동은 무엇보다 먼저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한 소공동체의 영적쇄신 운동이다. 그리스도를 '한가운데' 모시는 것과 온 세상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은 뗄 수 없다.
3. 복음화 2020 운동의 현실적 가능성
2005년 기준으로 서울시 인구의 12.99%가 천주교 신자이다. 2020년 인구대비 신자비율을 20%로 증가시키려면 68만8406명의 신자가 증가해야 한다. 이것을 15년으로 나누면 서울대교구에서 매년 4만5894명의 신자가 증가할 때 목표에 도달하게 된다.
연간 목표치를 교구 본당 수(215개)로 나누면 213명이란 숫자가 나온다. 각 본당에서 매년 신자 213명이 늘어나면 2020이라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다. 한 본당에서 연간 213명은 지나치게 부담스러운 숫자는 아니다. 오히려 목표치가 정해져 있음으로 해서 신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참여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리라 본다.
4. 복음화 2020 운동을 위한 제안들
복음화는 △비신자와 종교에 무관심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선교활동 △복음을 선택한 사람들과 입문교육을 마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는 신자들을 위한 초기 교리교육활동 △성숙한 신앙을 가진 그리스도교 신자를 대상으로 교회 공동체 안에서 펼치는 사목활동 등 주요 단계별 과정을 거쳐 진행된다.
1) 선교활동
서울대교구는 본당 공동체 전체가 선교를 준비할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새가족 우리가족 찾기 단계별 일정표'를 제시했다.(서울대교구 사목국 「새가족 찾기 운동」 참조)
①준비단계(1개월)- 선교계획 확정ㆍ현수막 및 포스터 부착ㆍ각종 홍보물 제작ㆍ입교대상자 선정 및 그를 위한 기도와 관심 표명ㆍ매 미사 공지사항 등
②실행단계(1개월)- 선교파견식ㆍ선교현황판 게시ㆍ실질적 선교활동ㆍ주임신부 사목서신 배포ㆍ개인당 주1회 1시간 이상 선교활동ㆍ외부강사 초청 교육 등
③총력단계(20일)- 21일 고리기도ㆍ선교실적 현황판 게시ㆍ대상자 3회 이상 집중 방문ㆍ입교식 등
④마무리(20일)- 선교우수자 시상ㆍ최종 평가회ㆍ감사서신 발송ㆍ입교 후 지속적 관계 유지ㆍ대부 대모 선정ㆍ소공동체 정식 초청 등
위와 같은 구체적 계획에 앞서 선교정신을 이끌어내기 위해 다음과 같은 6단계의 큰 흐름을 갖고 준비한다면 큰 도움이 된다. △교회가 이뤄야할 사명이 무엇인지를 찾는 '기도' △선교에 필요한 적절한 준비가 돼있는지를 파악하는 '현실분석' △본당 평가 후 이미 성취한 것들을 '주님께 감사' △평가에서 나온 미비점이 무엇인지 '보완할 부분 찾기' △'목표를 이루기 위한 실천방안 마련' △'일정 시점에 중간평가를 하고 그 과정을 계속함'이 그것이다. 2) 교리교육활동
서울대교구 소공동체용 예비신자 교리 '함께 하는 여정'의 두 축인 '나눔식 교리 진행'과 '단계적 입교예식' 중에서 '단계적 입교예식'은 아직 대부분 본당에서 배려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예비자의 영적 성장에 대한 배려와 그에 맞춘 시의적절한 전례 거행은 사목자들이 좀더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이다. 단계적 입교예식들은 다음과 같다.
①첫 만남시기(전 예비기)- 교회에 함께 하고 싶어하는 이들과 자연스럽게 대화하며 그를 예비자 도우미에게 소개한 후 다른 '교회 친구들'과 함께 예비자 공동체에 합류시킨다.
②들음의 시기(예비기)- 본당에서 예비신자를 받아들일 때 특별한 전례(받아들이는 예식)를 거행하고 교회 구성원으로 받아들인다. 아울러 도유식, 사도신경과 주님의 기도 수여식, 눈과 귀를 열어주는 에파타 예식 등을 본당 전체 공동체와 함께하면서 믿음의 여정에서 혼자가 아님을 보여준다.
③정화의 시기(정화ㆍ조명기)- 세례받기를 최종 결정하면 공동체는 그들을 위해 정화의 기도를 바치며, 예비신자들은 세례를 받는다.
④심화의 시기(일치ㆍ신비 교육기)- 세례 후 신영세자들을 혼자 놔두지 말고 우리 가운데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신비에로 더 깊게 이끌어야 한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을 입교시키는 데에만 관심을 쏟을 것이 아니라 그들이 영적으로 성장해나가는 것을 세심하게 돌보고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이를 위해서는 특별히 오늘날 본래적 기능이 약화된 대부모 제도를 보완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부모는 단계적 입교과정의 전 기간 동안, 그리고 세례 후에도 안내자 역할을 계속해야 한다. 형제적 마음으로 대자녀와 동행하며, 그가 교회 삶과 복음적 풍습에 들어가는 것을 돕는다. 대부모는 이 과정에서 예비신자가 하느님과 만나는 데에 밑거름이 된다. 대부모제도는 상호성이 생명이다. 예비신자가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느냐 마느냐는 대부모에게 달려 있다. 3) 사목활동
가. 본당미션
사목 활성화를 위한 방안들 중에 본당미션이 있다. 일정한 때를 정해 잘 준비된 강론과 가르침을 전달하고, 고해성사와 성체성사를 주고, 신심행사들을 겸한 전문가들의 지속적 강연을 통해 신앙을 북돋우고 성장시키며, 듣는 이들이 참회하고 더욱 열심히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본당미션이다.
전통적으로 본당미션에서 중요하게 고려돼온 것은 신자들 영혼을 돌보는 일이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사목구조 개선'에 새롭게 눈을 돌리게 됐다. 오늘날 본당미션은 마음의 회개라는 전통적 목표와 구조의 쇄신이라는 새로운 목표를 조화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
나. EP-1234
차동엽(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장) 신부는 한국과 미국 가톨릭교회, 그리고 국내외 개신교 사례들을 수집하고 그들이 사용한 방법의 원리들을 종합해 교회 성장 인자를 10가지로 정리했다. 10가지는 △토양(1)-성령 △뿌리(2)-기도(영성)와 은사계발 △줄기(3)-소공동체ㆍ기능적 조직ㆍ뉴리더십 △가지(4)-수요중심 선포ㆍ은총의 축제ㆍ고감도 사랑ㆍ토털서비스 등이다.
10가지 인자들은 유기체적 질서 안에서 서로 지원하고 열매를 맺는 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EP-1234에서 중요한 것은 이 계통적 관계를 확실히 파악하고 최적화하는 것이다. 차 신부의 이같은 제시는 본당사목을 균형있게 해나가기 위한 훌륭한 지침이 된다.
4)모든 신자들이 '보그미' 되기
'선교는 선교사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의식을 가진 신자들이 많다. 보통 평신도들이 '선교 정신'을 갖고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회칙 「현대의 복음선교」는 선교사(missionary)와 복음을 전하는 이(evangelizer)라는 용어를 구분해 사용하고 있다.
선교사라는 개념이 갖는 무게감보다 '복음을 전하는 이'(가칭 보그미)라는 이름을 보급하고 그에 필요한 영성을 뒷받침해준다면 신자들 모두에게 선교의식을 불러일으키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복음화 2020 운동이 소공동체 운동을 심화시키고 신자들의 영적 성장을 돕는 노력이 되기 위해서는 신자들의 기도생활 쇄신이 필요하다.
5. 결론
복음화에는 일련의 순서가 있다. 하느님을 아는 이가 '말씀'을 삶으로 증거하고, 그 말씀을 선포하면 그 말씀을 받아들인 이들의 마음에 회개가 일어나 하느님을 항해 귀 기울이게 되고 성사생활에 참여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복음화를 위해서는 각 단계에 맞는 적절한 준비가 있어야지, 그 가운데 한 단계에만 집착할 때 전체적 균형을 잃어버리게 된다.
'복음화'라는 한 그루 나무가 성장하는 데는 무수한 시간이 걸린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현재의 어려움에 대한 쉬운 해결책을 찾으려 하지 말라고 하신다.
서울대교구가 뜻을 모아 행하고자 하는 복음화 2020 운동은 그동안 지속해온 소공동체 운동을 좀더 심화시키고, 좀더 튼튼한 교회가 되고자 하는 각오이자 교회 본연의 사명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표명이다. '선교사는 누구나 성덕의 길에 자신을 맡길 때에만 참된 선교사일 수 있다'는 요한 바오로 2세의 말을 기억하며 인내롭게 주님이 맡기신 일을 행하자.
평화신문(2006.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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