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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기홍
강원대 교수 |
강원대는 2011년 9월 ‘구조개혁 중점추진 국립대학’으로 지정받은 이후 교직원의 투표를 거쳐 총장 직선제를 폐지하고 이른바 ‘공모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교수 및 직원과 학생 등 학내 위원들과 총장과 평의원회와 동문회 등에서 추천한 학외 위원들로 구성된 50인 이내의 ‘총장임용추천위원회’에서 총장 후보자를 선임하여 교육부에 추천하도록 돼 있다. 그리고 강원대는 2012년 5월에 새로운 제도를 통해 총장 후보자를 선임했고 8월에 현재의 총장이 취임했다.
당시 나는 교무처장으로 새로운 제도를 만든 총장선출제도연구위원회와 총장후보자 선정 절차를 진행한 추천관리단의 업무를 행정적으로 지원했다. 그 과정에서 현행 규정에 중대한 함정이 있음을 인식했다. 먼저, 총장 임용 후보 선정 상황을 되돌아보겠다.
당시 추천위원회의 교원위원(교수)은 ‘무작위 추첨’으로 선발했는데, 선발 사실을 통보하자 1차에서 절반에 가까운 교수들이 위원회 참여를 거절했다. 2차 선발에서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었고 결국 3차 선발을 통해 ‘겨우’ 교원위원의 숫자를 채울 수 있었다. 그런데 위원으로 참여하겠다고 응낙한 교수들 가운데에 상당수는 직선제 폐지 이전의 상황에서 특정 후보들의 선거 운동에 관여했던 분들이었다. 그리고 위원회가 1차 심의, 2차 심의를 진행하면서 탈락한 총장 후보 응모자를 지지했던 교원위원들을 대상으로 ‘포섭’이라고 의심할 수 있는 일들을 목격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응모자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가·부 투표를 하도록 돼 있는 규정을 관리단에서 잘못 해석해 응모자들 전체를 대상으로 선호 투표를 실행했다. 이 오류는 ‘포섭’이 효과를 발휘하는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는 추정한다.
결국 지난번 총장 후보자 선임에서는, 각 응모자들에게는 자신과 연줄이 있는 교수들이 얼마나 교원위원으로 ‘당첨’됐는가 그리고 다른 응모자를 지지했던 교원위원을 얼마나 포섭했는가가 선정에서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이런 점을 방지하고자, 추천위원은 총장 임기 개시 후 2년간 교무위원으로 임명할 수 없다는 조항을 두었지만, 취지를 무시하고 교무위원 이외의 보직을 임명하거나 2년이 지난 뒤 임명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총장 후보자를 선임하는 위원회라면, 후보자 선정에 관련한 전문성, 책임성, 대표성, 공정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2012년 5월말까지는 차기 총장 후보를 선임해야 하는 촉박한 형편이었고, 위원회의 공정성 확보가 무엇보다도 중요했기 때문에 다른 요건들에 대한 고려를 무시한 채 위원들을 무작위로 선발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위원회 참여를 응낙한 분들과 거절한 분들을 살펴보면 사실상 공정성의 요건조차 충족하지 못한 셈이다. 총장임용추첨위원회, 복권총장, 담합총장 등의 말이 나오더라도 부인하기 어려운 제도인 것이다.
이제 강원대는 현재의 규정에 따라 현임 총장 임기 만료 7개월 전인 내년 1월부터는 후임 총장 후보자를 선정하는 절차를 시작해야 한다. 특히 총장 임기 종료 4개월 전에 후임 총장후보자 추천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위원 선발 시기가 가까워지면, 그리고 선발된 위원들의 신원이 노출되면 총장직에 뜻을 둔 분들의 ‘작업’이 어떠할 것인가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총장의 정통성과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차기 총장 후보자 선임 절차가 임박해서는 규정을 손질하기가 매우 어렵다. 특히 현행 규정이 시간 제약과 간섭 속에 황급하게 제정한 것임을 감안해 당시 총장선출제도연구위원회 등에서는 차기 총장 취임 후 관련 규정을 전체적으로 검토하여 개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추천위원회를 견인하기 위하여 설치하려 했던 ‘총장후보 인증위원회’대신 마련한 ‘표본인증설문조사’관련 조항을 삭제한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개정도 없었다.
강원지역의 거점 국립대의 위상에 걸맞는 품격과 능력을 갖춘 총장 후보자를 선정할 수 있는 전문성과 사사로운 이익을 넘어설 수 있는 책임성과 총장추천위원으로 부족하지 않은 대표성을 갖춘 교수들을 총장추천위원으로 공정성있게 선발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드는 작업을 빨리 시작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