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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인간에게 너무나 소중한 존재입니다. 인간이 숨을 쉴 수 있는 공기를 만들어주고, 더울 때는 그늘을, 추울 때는 땔감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인간은 나무에게 그다지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공기 같은 존재라서 그럴까요? 이 나무는 크게 세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로 가지와 줄기, 그리고 뿌리입니다. 정상적인 나무라면 뿌리는 바깥으로 노출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나무는 일러스트로 표현하면 다음과 같은 모습을 띨 것입니다. 잎이 없으면 바로 위의 일러스트레이션과 같습니다. 줄기의 아래 위로 뿌리와 가지가 뻗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을 아주 옛날부터 일러스트로 표현하여 문자로 사용한 예가 중국에 보입니다. 바로 다음과 같은 모습이지요. 「나무 목」(木)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어때요?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나무의 전체적인 특징만 딱 살려서 간략하지만 있어야 할 요소들은 정확하게 표현을 하였습니다. 나무에는 위쪽으로 줄기가 있고 아래쪽으로는 뿌리가 있다고 하였지요? 이런 모습은 벌써 문자에 다 표현이 되어 있기 때문에 달리 더 그려서 나타낼 방법은 없었습니다. 이에 나무에다가 표시를 하게 됩니다. "이 부분은 줄기다", "이 부분은 뿌리다"라고 말입니다. 위의 사진은 줄기가 있는 윗 부분입니다. 줄기는 나무의 끝부분에 있기 때문에 훈을 「끝」이라고 하였습니다. 다음은 「끝 말」(末)자의 자형입니다. 「끝 말」(末)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나무의 생존 본능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는 모습입니다. 포장한 도로의 아랫 부분이 뿌리가 뻗어나가기에는 부적합한 곳인 모양입니다. 정말 경이함을 느낄 정도입니다. 이런 뿌리 부분은 나무로 봐서는 「근본」(根本)이기 때문에 당연히 훈을 「근본」(根本)이라 합니다. 「근본 본」(本)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위와 같이 특정 부위를 가리켜 말하는 부분을 「지사부호」라고 합니다. 그리고 지사부호가 들어가는 문자는 모두 지사자로 분류됩니다. 예를 들자면 보이지 않는 태아를 가리키는 신(身)자라든가 칼날 부분을 가리키는 인(刃)자 같은 경우가 이에 속합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나무의 중간에서 가지가 뻗어나가는 부분을 가리키는 글자입니다. 위의 사진은 봄이 되면 과수원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광경입니다. 이렇게 나무 중간 부분에 난 가지는 태풍 등 자연적 요소로, 또는 나무의 열매인 과일을 실하게 하기 위해서 인공적으로 전지를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그 부분을 관찰하게 되겠죠. 대부분 과수의 가지를 전지하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므로 위의 모습과 같은 경우를 보는 일은 비교적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 잘려나간 나무가지의 드러난 속살이 옛날 사람들에겐 붉은 색으로 보였던 모양입니다. 약간 그렇게 보이죠? 그래서 나무의 가지 부분을 나타낸 글자는 그만 나무의 잘려나가고 남은 가지라는 뜻의 그루터기라는 뜻보다는 붉다는 뜻으로 많이 쓰이게 되었습니다. 본래의 뜻을 잃은 글자는 그루터기가 나무 등걸이므로 「나무 목」(木)자를 덧붙여 주(株)로 쓰게 되었지요. 「붉을 주」(朱)자의 갑골문-금문-소전 한편 나무가 다 이렇게 뿌리와 줄기, 가지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죠. 대나무의 경우가 바로 이런 경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는데,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대나무의 가장 특징적인 부분은 잎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잎을 가지고 나무를 대표하는 글자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사군자 중의 하나인 대나무는 사철 푸른 빛을 띠며 속은 비었고 마디[節]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군자 가운데 절개를 나타내기에 합당한 나무입니다. 절(節)자에도 대나무를 나타내는 한자인 죽(竹)자가 들어가 있습니다. 대나무는 눈을 맞으면 더욱 볼만합니다. 온 몸으로 눈의 무게를 다 받아들여 유연하게 아래쪽으로 몸을 휘며 시련을 이겨냅니다. 그러다가 눈이 조금씩 녹거나 하면 그때는 다시 몸을 곧게 펴는데 이때 눈을 털어내는 모습이 정말 볼만합니다. 눈이 왔을 때 대나무의 잎은 그 모양을 더 잘 드러냅니다. 「대 죽」(竹)자는 잎이라는 일부를 가지고 전체를 표현한 글자입니다. 「대 죽」(竹)자는 생겨난 이래 대나무와 관련된 글자의 부수자로 쓰이게 됩니다. 「대 죽」(竹)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식물은 어느 것 하나 없이 봄이면 싹을 틔우고 여름이면 꽃을 피우고 가을이면 열매를 맺습니다. 초본식물이나 목본식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꽃이 참 예쁘죠? 이 꽃은 하늘말나리라는 꽃인데 나리꽃의 일종입니다. 꽃잎이 바깥쪽으로 말리고 꽃술을 드러낸 모습이 정말 예쁩니다. 이런 꽃 모양을 표현한 글자가 바로 「빛날 화」(華)자입니다. 「빛날 화」(華)자의 금문-금문대전-소전 꽃잎은 물론이고 밑에 있는 가지의 잎까지 표현한 것을 보면 정말 「빛날 화」(華)자는 꽃을 그대로 그려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글자는 후세로 오면서 꽃이라는 뜻보다는 화하(華夏), 곧 중화민족을 대표하는 글자가 되었습니다. 그때부터 이 아름다운 글자는 더이상 꽃이라는 뜻이 주된 뜻으로 쓰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를 대체한 글자가 바로 「꽃 화」(花)자인데, 이 글자의 금문대전의 예를 보면 함께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상형문자인 화(華)가 형성문자인 화(花)로 대체된 것이지요. 꽃을 피온 초목은 열매를 맺습니다. 열매는 못 먹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인간의 생활에 도움을 줍니다. 식량으로 쓰이지 않는 것들은 약용이나 기호식품으로 쓰이기도 하죠. 나무가 사람들에게 이렇게 순순히 열매를 제공하는 이유는 다 나름대로 생각이 있습니다. 종족을 퍼뜨리기 위한 것이지요. 「열매 과」(果)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위의 사진은 우리 현대의 인간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기호식품인 커피 열매입니다. 열매 하면 사과나 배 같은 큼직한 과일이 먼저 생각납니다만 「열매 과」(果)자의 나무 가지 끝에 조밀하게 달린 열매를 생각하면 피라칸타나 이 커피 열매가 가장 먼저 연상됩니다. 이 열매가 우리의 입을 즐겁게 하는 기호식품이 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채취」(採取)가 되어야겠지요. 사진을 보니 농부가 커피 열매를 열심히 채취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나무에서 열매를 따는 것을 표현한 글자가 다음의 「캘 채」(采)자입니다. 「캘 채」(采)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갑골문의 자형을 보면 아래쪽의 글자는 확연히 「열매 과」(果)자입니다. 뒤쪽으로 오면서 열매를 다 땄는지 열매는 더이상 보이지 않고 다만 「나무 목」(木)자만 보입니다. 다만 요즘은 이 글자의 앞에 손이라는 뜻의 재방 변(扌)을 붙여서 쓰는 것이 더 일반적입니다. 정말 멋진 삼(杉)나무 숲입니다. 요즘은 우리나라도 인공적인 조림을 통하여 어디서나 6·25 이후 헐벗었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고 오히려 조림 기술을 해외에 전수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고 합니다. 숲을 나타내는 글자는 「나무 목」(木)자 두 자를 쓴 회의자입니다. 「수풀 림」(林)자의 갑골문-금문-금문대전-소전 위의 숲보다 더 우거진 숲입니다. 마치 어디선가 "아아아~" 하며 타잔이 나타나기도 할 것 같고, <반지의 제왕>처럼 요정인 레골라스가 난쟁이 김리를 한 말에 태우고 나타날 듯도 합니다. 이렇게 숲이 우거진 것을 삼림(森林)이라고 합니다. 「수풀 삼」(森)자의 갑골문-소전 사실 저는 「수풀 삼」(森)자를 볼 때마다 「수풀 림」(林)자와 무슨 차이가 있나 하고 많이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부터 「수풀 림」(林)자는 비교적 같은 수종의 나무가 아주 우거지지는 않은 숲으로 이해를 했고, 「수풀 삼」(森)자는 여러 수종의 나무가 끝도 없이 우거진 것이라고 이해를 하기 시작하였습니다. 영어 단어로는 나무[木]는 tree, 숲[林]은 forest, 또 다른 숲[森]은 jungle로 이해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유명한 왕쟈웨이 감독의 영화 <중경삼림(重慶森林)>처럼 삼림(森林)이라는 말을 함께 쓰면 또 어떤 뜻일지? |
첫댓글 그렇군요! 멋있는 설명 잘 배웠습니다. ^^
혜관 선생은 배우기만 하실 건가요?
감사 합니다.
하나 배웠네여...감사!
앞으로도 기회 되면 사진으로 배우는 한자를 시리즈 형식으로 올릴까 생각 중입니다.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잘 읽고 복사까지 합니다. 아이들 가르치는데 잘 쓰겠습니다.
곧 단행본으로 출간될 것입니다. 많은 애용 바랍니다.
여기가 처음이었군요!
감사합니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