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 미키녹스 | 최초 작성일 : 2005 1 27 | 최종 수정일 : 2006 4 15
일본의 대표적인 면(麵) 요리라면 우동과 라멘이 되겠다. 울 나라에도 일본식 라멘집이 꽤 많이 들어선 터라 쇼유라멘(간장라면), 미소라멘(된장라면) 등은 이젠 별 낯선 단어도 아니잖대. 이 라멘도 일본 각 지방마다 특산품이 있는데, 하카타 지방의 '돈코츠멘(豚骨麵)'은 그 중에도 꽤나 유명하다. 본 기자가 오전 내내 헤매다닌 캐널시티에는 바로 이 돈코츠멘을 잘하기로 유명한 집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름하여 이치란 라멘(一蘭 ラ-メン). 본 기자 주저없이 그곳으로 달려갔다.
일본 여행객들에게 암암리에 도는 농담 중에 이런 게 있다. 맛있는 집 찾고 싶으면 무조선 앞에 줄 길게 서 있는 집으로 들어가라고. 점심 때에서 약간 빗긴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워낙 줄 서는게 일상화 된 집인지 아예 이딴 식의 상황판이 붙어 있더라.
인상 박박 구기며 한참동안 기다리다 보니 자리가 났다. 들어가자마자 푸슉 웃음이 나왔다. 이게 무슨 밥집이냐. 독서실이지. '먹는 일에 집중하셈' 따위의 의미인 건가? 하여간 꽤나 아스트랄한 인테리어가 아닐 수 없겠다.
메뉴판에 적힌 이곳의 라면은 단 한 종류다. '라멘(ラ-メン)'. 나름대로의 비법이 들어간 라멘이란다. 특히 위에 얹는 붉은 양념은 고춧가루를 기본으로 30여가지의 비밀 양념이 복합된 것으로, 다른 하카타 돈코츠멘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이치란 라멘만의 오리지낼라리라네.
대신 이곳에서는 주문서를 한 장 주는데, 그거이를 통해 맛의 정도를 조절하는 게 가능하다. 소금간의 정도(鹽味), 맛의 농도(脂味), 단맛(糖味)이나 매운맛(辛味)의 정도는 물론이요 면 익힘 정도나 고기, 계란등 곁들임의 종류까지 모두 주문 가능하다. 위에 얹는 파를 흰색 뿌리 부분으로 주까(白ねぎ), 푸른색 잎 부분으로 주까(靑ねぎ) 까지 고를 수 있으니 말 다 했지 뭐.
한참을 버벅거리며 주문서를 작성해서 내밀자 이내 라멘이 나왔다. 워낙 분위기도 독서실인데 라멘 담겨나오는 그릇은 필통이로구나.
돈코츠멘이란 돼지 등뼈국물을 푹 우려내어 만든 진한 국물에 면을 말아주는 것. 이치란 라멘에는 고춧가루 양념까지 곁들여 있다.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것을 한국 음식에서 금새 찾을 수 있었다. 바로 감자탕 국물. 설렁탕에 다대기를 탄 맛도 좀 비슷하다.
본 기자 원래 감자탕이며 소머리국밥 같은 걸찍한 고기국물 음식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런 전차로 이 이치란 라멘의 돈코츠멘도 무척이나 맛있게 느껴졌다. 적어도 지금까지 먹어본 일본 라멘중에는 가장 맛있었다. 뭐 일본 라멘이라 봐야 전부 한국에서 먹어봤으니 신빙성은 떨어진다만. 아 글치, 일본을 여섯 차례 다녀온 스컬리 여사께서도 '가장 맛있다'라고 하셨다.
근데 이 돈코츠멘이라는 거, 에프터 이펙트가 좀 있더다. 먹을 때는 맛있다 맛있다 하면서 먹었는데, 먹고 나서는 살짝 고역이더라. '돼지 등뼈 국물'이 갖고있는 태생적인 느끼함에 일본음식 특유의 닝닝함이 뒤범벅 되면서 속이 울컥거렸다. 전날 배에서 마신 술기운이 올라오는 증상이 느껴지더라. 느끼한 것 잘 못먹는 분은 한번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듯 하다.
나중에 토박이의 평가를 들었는데, 사실 이치란 라멘이 아주 맛있는 집은 아니란다. 변두리로 나가거나 길거리 포장마차를 찾아다니면 더 맛있는 돈코츠멘집이 많다고. 그러나 '캐널시티'라는 위치 상 관광객의 입장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고, 길게 늘어서 있던 줄이 증명하듯 어느 정도 현지인들에게 인정받은 맛이니 만큼 충분히 추천은 가능하다 하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