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부재의란 국회법을 비롯한 중요한 법률에 규정되어 있다.
제92조(일사부재의)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
같은 회기 중에는 다시 다루지 못하게 한 것에 착안하여야 한다.
가결된 안건에 대하여 새로운 제안을 하여 의결에 부치는 것은 약간 다를 수도 있겠지만 마찬가지로 보아야 할 것이다.
법원의 판결도 달라질 수 있다.
사람이 하는 것은 완전할 수 없고 나중에 생각해 보니 보완해야 할 부분도 많다.
그러나 금방 의결한 사항을 다시 꺼내 다루는 것은 의사의 낭비이고 회의의 권위에 대한 자기부정이 될 수 있다.
내가 법령해석단장을 지낼 때 위원들이 주로 변호사 교수들인데 시간을 맞추기가 어렵고 안건이 많아 매번 참석하라고 할 수도 없어 위원회는 풀로 구성해 놓고 매 회의때마다 일정 수의 위원들이 교대로 회의체를 구성하도록 했다.
그 때 위원회에서 잘못된 결정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었는데 해석은 법제처장 이름으로 나가기 때문에 그 결정은 자문적 성격이고 처장이 여기에 따라야 할 의무는 없었지만 위원 구성을 달리 하여 다시 심의를 해 보았고 거기에서는 올바른 방향으로 결정을 해 주었다.
나중에 일부 위원이 이를 알고 일사부재의 위배라고 항의하였지만 이는 의결기관이 아니므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답했다.
하지만 자문기구라고 해도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것이 괜찮을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이 제도를 처음 검토한 것은 산업재해 심사를 담당하는 위원회가 안건의 폭주로 인해 피해자들이 신속한 결정을 받지 못한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 때 위의 방식을 제안했고, 위원회 규칙 제정 등 전체 운영에 영향을 끼치는 사항을 심의하는 것은 전원회의에서 관장하면 된다고 했다.
행정심판법도 사건이 폭주하여 이 방식을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도시계획위원회와 계약심의위원회 등도 이 방식을 따랐는데 이 경우는 위원들이 이해관계자들에게 포섭되는 경우가 가끔 있어 이를 차단하기 위하여 위원수를 많이 위촉하고 특정 사건에서 어떤 위원이 맡을지를 알 수 없게 하려는 의도였다.
위원이 되고자 로비하는 사람들도 많아 이에 대한 대책도 되었다.
그랬더니 함량 미달의 인사들이 위원에 위촉되기도 하였고 어떤 지방에서는 해당 지역 인사들이 없어 수도권에서 데려오는 사례도 발생했다.
가장 큰 문제는 위원들이 아무 회사에나 전화를 하여 평소에 자기들을 잘 모셔야 한다면서 골프 접대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생겨났고 이런 풍조가 급속도로 퍼져 회사에서는 수많은 위원들을 관리하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라고 했다.
비슷한 사례로 군대 진급심사를 둘러싸고 금품수수 등 비리가 끊이질 않자 국방부에서 3심제도라는 것을 도입하여 공정성을 기한다고 하였는데, 막상 대상자들은 돈이 종전보다 3배가 들게 되었다면서 불평하는 것을 보았다.
국방대학원 다닐 때 실제 들은 이야기이다.
지금은 김영란법으로 인해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참 한심스런 작태들이었다.
본론인 일사부재의 관련 문제는 좀 더 다각도로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